[생각하며 읽는 동시] 바다 일기

바다 일기

                   - 이해인

늘 푸르게 살라 한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내 굽은 마음을 곧게

흰 모래를 밟으며

내 굳은 마음을 부드럽게

바위를 밟으며

내 약한 마음을 든든하게

그리고

파도처럼 출렁이는 마음

갈매기처럼 춤추는 마음

늘 기쁘게 살라한다.

8월은 산과 바다의 계절이다. 사람들은 삶에 찌든 일상을 잠시 뒤로하고 산과 바다를 찾아 떠난다. 소위 바캉스다. 기차로, 버스로, 승용차로, 그도 성에 차지 않아 비행기로. 그 대열의 일원으로 참가하는 기쁨은 떠나 본 사람만이 안다. 여행은 ‘설렘’이면서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이다. 이 동시는 제목 그대로 바다 여행기이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것은 내가 바다를 보고 느낀 것을 적은 게 아니라 바다가 나한테 하는 말을 받아 적었다. ‘늘 푸르게 살라’고. ‘굽은 마음을 곧게 펴라’고. 그리고 ‘굳은 마음을 부드럽게 늘 기쁘게 살라’고. 바다의 말이다. 그렇다! 우리가 바다를 찾아가는 건 바다의 말을 듣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 잠시도 쉬지 않고 몸을 뒤집는 바다, 묵은 것을 토해내고 또 토해내는 바다, 푸른 하늘을 향해 온몸을 치솟는 바다. 그 바다에서 우리는 살아 있는 ‘생명’을 느끼고 싶어서일 것이다. 올해도 많은 이들이 바다를 다녀올 것이다. 바라건대, 더위만 피했다 오지 말고 바다의 말에 귀를 기울였음 한다. 아니, 기왕이면 바다를 품 안에 모셔다가 삶이 버겁거나 힘들 때 한 모금씩 마시면서 사는 건 어떨지. 바다처럼 푸르게 사는 일은 어떨지.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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