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가 생겼어요
- 송승태
뚝딱뚝딱,
아빠가 만들어 놓은
새 모이통.
너무
엉성해 보여
속으로 ‘치…’했는데
새 식구가 생겼어요.
참새 가족, 박새 가족이
이사왔어요.
매일 아침,
일어나라고 밥 달라고
짹짹짹, 찌지지지.
산길을 가다 보면 나무에 매달아 놓은 새 모이통을 볼 수 있다. 배고픈 새들이 찾아와 모이를 먹고 가라는 배려의 차원에서 달아 놓은 모이통이다. 산을 좋아하는 아빠가 산길의 모이통을 본 모양이다. 어느 날, 서툰 솜씨로 뚝딱거리더니 새 모이통을 만들어 놓았다. 첫 눈에도 엉성하기 짝이 없다. 아이는 말 대신 “치…”하며 웃는다. 그런데 며칠 뒤에 보니 이 엉성하기 짝이 없는 모이통에 새 식구가 이사를 왔다. 그것도 참새 가족과 박새 가족, 두 가족이다. 갑자기 집안이 떠들썩해진다. ‘매일 아침,/일어나라고 밥 달라고/짹짹짹, 찌지지지.’ 이 동시는 새들과 더불어 사는 가족의 집안 풍경을 어린이의 눈으로 보았다. 참 따뜻하다. 사람과 새가 더불어 사는 세상! 이쯤 되면 더할 수 없는 삶의 즐거움이자 행복이다. 어디 새뿐이어야 할까. 너구리, 여우, 늑대, 고슴도치…또 있다. 나무, 바위, 돌멩이, 시냇물…더불어 살아야 할 것은 이 밖에도 참 많다. 곧 우리를 둘러싼 저 너른 자연이 모두 한 가족이다. 하지만 둘러보면 사정은 너무도 삭막하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돼 왔고, 지금도 계속되는 저 자연 파괴. 그리고 동물 학대. 이 동시는 그에 대한 안타까움이자 항변의 반어법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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