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새해의 기적

한날 한시에 도착한 새해… 모두에게 주는 축하 선물

 

 새해의 기적

       

             - 반칠환

황새은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 날 한 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황새, 말, 거북이, 달팽이, 굼벵이가 날고, 뛰고, 걷고, 기고, 굴러서 새해에 도착한 것을 축하하는 시다. 아, 또 있다! 바위는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 출발지가 어디였는지는 몰라도, 어느 만큼의 속도로 달려왔는지는 몰라도 한 날 한 시에 도착한 그들. 참 기특하다! 아니, 눈물이 난다. 한 날 한 시에 도착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겠는가. 발이 부르트고, 다리가 비틀리고, 숨이 얼마나 가빴겠는가. 그런 고통을 참고 이겨냈기에 약속한 날에 도착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걷는 방법과 속도가 중요한 건 결코 아니란 얘기다. 날든, 뛰든, 걷든, 기든, 구르든…그게 무슨 상관인가. 자기들 나름대로 온갖 지혜를 짜냈다는 게 중요하다. 우리도 온갖 지혜를 짜내어 새해 첫 날 한 날 한 시에 도착했다. 평탄한 길을 걸어온 사람도 있겠지만 험한 산길이나 들길을 걸어온 이도 있을 것이다. 또 좋은 날씨를 만나 휘파람을 불며 온 사람도 있겠지만 궂은 날씨에 바람까지 안고 힘겹게 걸어온 이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약속한 날에 모두 도착했다는 것! 이 시는 새해를 맞은 우리들에게 주는 축하의 선물이다. 아, 새해다! 주먹을 불끈 쥐어야겠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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