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당당히 살자

때 묻은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시간

당당히 살자

                - 신복순

쭈글쭈글 움츠렸던 때 묻은 옷이

세탁소를 갔다 오더니

태도가 달라졌다

어깨를 당당히 세우고

허리를 쫙 폈다

세탁소 아저씨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확실히 알려준 모양이다

이 동시를 읽기 전엔 세탁소는 단지 옷만 세탁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라는 새로운 사실을 안 지금, 나는 세탁소 주인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옷만 세탁하는 게 아니라 사람도 세탁해서 내보내는 사회교육자. ‘쭈글쭈글 움츠렸던 때 묻은 옷이/세탁소를 갔다 오더니/태도가 달라졌다’. 태도가 달라졌다는 말이 참 재미있다. 어떻게 달라졌기에 ‘달라졌다’고 했을까? ‘어깨를 당당히 세우고/허리를 쫙 폈다’. 하하, 이쯤 되면 옷은 단순한 의상이 아니다. 그럼, 뭘까? 사람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다른 것은 몰라도 한 가지 분명한 게 있다. 사람답게 사는 일이다. 누구 앞에 나서도 당당할 수 있는 삶. 어깨를 세우고 허리를 꼿꼿하게 펼 수 있는 삶. 그런데 말이 쉽지 그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란 걸 살아가면서 깨닫는다. 알게 모르게 당당하지 못했던 부끄러웠던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때가 빠진 깨끗한 옷을 입을 때 ‘얼룩진’ 자신을 돌아본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옷 속에 감춰진 자신의 모습을 가끔은 돌아볼 일이다. 유쾌한 일이 아니긴 하겠지만. 옷을 사람으로 본 시인의 눈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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