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산딸나무

산딸나무

               - 임종삼

햇볕 따가운 유월

산딸나무 꽃 시원하게 피었다

먼빛으로 산딸나무 꽃은 나비다

수백 마리의 하얀 나비 떼다

산새에게 쫓긴 나비 산딸나무 품으로 날아든다

산딸나무 꽃에 숨어 산새의 부리를 피한다

산신이 키우는 나무 산딸나무

흰나비 꽃 피었다

6월, 초여름의 숲은 온통 초록빛의 향연이다. 산 계곡의 나무들 대부분은 서로 비슷비슷하여 누군지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수많은 나무들의 향연 속에서도 우리들 눈에 금방 들어오는 나무가 있다. 바로 새하얀 산딸나무다. 이 동시는 유월 속의 산딸나무를 나비로 보았다. ‘산딸나무 꽃 시원하게 피었다/먼빛으로 산딸나무 꽃은 나비다/수백 마리의 하얀 나비 떼다’. 그 나비들이 찾아드는 유월의 산은 또 하나의 어머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수백 마리의 나비들이 산새에게 쫓긴다고 보았다. 산새의 부리를 피하기 위해 산딸나무 품으로 날아든다고 하였다. ‘산신이 키우는 나무 산딸나무/흰나비 꽃 피었다’. 시는 활자로 된 문학이지만 때론 음악이 되기도 하고, 그림이 되기도 한다. 이 동시는 활자의 세계를 뛰어넘어 색채를 가진 그림으로서도 제 몫을 하고 있다. 유월의 따가운 햇볕과, 저 새하얀 산딸나무 꽃과, 수백 마리의 나비 떼와…이 동시를 읽은 독자들의 머릿속은 강렬한 빛 속을 부유하는 나비들의 저 날갯짓을 보며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것이다. 유월은 꿈을 꾸기 좋은 계절, 우리 모두 흰나비가 되어 초록빛 자연 속으로 훨훨 날아보는 건 어떨지.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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