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엄마, 미안해요

엄마, 미안해요

                    - 이창건

내 신발은 늘 컸어요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큰 발자국 남기라고

내 발보다 큰 신발을 사다주곤 하셨지요

그런데 내 발이 자라 신발에 맞을 때에도

세상은 내 발에 맞지 않았어요, 엄마

세상의 신발은 언제나 커서

벗겨지기 일쑤였어요

엄마, 미안해요

이 동시는 어린이들에게는 좀 어려운 시다. 엄마가 사다준 신발이 커서 벗겨지기 일쑤였다는 것. 세상은 언제나 내 발에 맞지 않았다는 것. 이를 이해하는 데에는 약간의 도움이 필요할 듯싶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도 않다. 어린들이라 해도 읽고 나면 ‘어렴프시’ 느낌이 있을 것이다. 좋은 시는 그런 법이다. 왜, 있잖은가. 좋은 음악은 설혹 모를지라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던가. 좋은 시도 마찬가지다. 당장엔 몰랐다 하더라도 어느 때가 되면 “아, 그래!” 하며 스스로 깨닫게 되기도 한다. 어릴 적엔 몰랐지만 점차 자라면서 알게 되는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이 동시는 보여준다.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죄스러움과 함께. 그렇다! 우린 너나할 것 없이 어떤 기대치를 안고 태어난 몸들이다. 그러나 그 기대치만큼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온갖 지혜와 힘을 쥐어짜가며, 주먹을 불끈 쥐고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도 기대치만큼 보여줄 수 없는 게 인간이요, 세상살이이다. 그러다 보니 항상 부끄럽고 죄송하다. ‘세상의 신발은 언제나 커서/벗겨지기 일쑤였어요/엄마, 미안해요’. 특히 결미 부분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참 아픈 시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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