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이 온몸에 질척인다. 끈적끈적하다. 무용수의 움직임에 따라 바닥에, 벽에, 천정에 형형색색의 궤도가 그려진다.파열하는 음악과 건조한 공간. 서로의 몸짓으로 빨려 들어갈 듯 미끄러지는 무용수들의 퍼포먼스. 실험을 넘어선 전위, 기묘한 미학이 전해졌다.오는 8일 서울 방배동 ‘탄츠슐레’에서 펼쳐지는 무용극 의 한 시퀀스를 앞서 본 느낌이다.유럽과 미주 무대에서 활동해온 무용가 ‘마마정김’(Cie MamajeangKim·39)의 작품이다. 동작과 오브제, 음악과 공간 구성 하나하나 몇날며칠을 고심해 만든 순수 창작극이다.작품만큼이나 그녀 역시 범상치 않다. 중요한 작품을 목전에 두거나, 뭔가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을 때는 항상 삭발을 한다. 이날도 거뭇한 까까머리로 나타났다. 이번 작품을 향한, 그리고 자신에 대한 각오다.그녀의 이력은 독특하다. 국내보다 해외에 더 많이 알려졌다. 대학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그녀는 졸업 직후인 2000년, 무작정 프랑스로 향했다. 말도 통하지 않고, 돈도 부족했지만, ‘독기’ 하나면 될 거라 여겼다. 그만큼 무용은 절대적 무엇이었다. 아르바이트와 어학원, 무용을 병행하며 하루를 48시간처럼 보냈다. 졸리거나 지칠 땐 스스로 뺨을 때리며 채찍질하기도 했다. 노력은 그대로 결실로 나타났다. 일 년이 채 되지 않아 프랑스 무용 스튜디오인 ‘에흐베 꾸비’(Herve Koubi)에 들어갔다. 이후 5년간 수석 무용가로 활동한 뒤 2006년에는 무려 1천500대 1의 살인적 경쟁을 뚫고 독일 소재 세계적 무용단인 ‘샤샤발츠’(SashaWaltz)의 정식단원으로 입단했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였다.이후 유럽은 물론 아메리카와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를 넘나들며 무용을 선보였다. 그렇게 무용가로서의 명성과 입지를 확보할 즈음, 그녀는 다시 한국행을 택한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제자를 길러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한예종과 국민대 등에서 강사로 활동하며 학생을 가르쳤고, 틈틈이 무용단 지도도 병행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사건도 있었다. 아내가 됐고, 최근에는 한 아이의 엄마도 됐다. 무용 은 한국행 이후, 갖가지 인생사건을 겪은 뒤 창작한 첫 작품이다. 감회가 남다른 이유다. “아직 하고 싶은 것도, 할 일도 많습니다. 좋은 엄마만이 아니라 멋진 엄마도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무용가로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실험하고, 도전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 출발이 이번 무대가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8일 공연 외에도 이달 21일 대구수성아트피아축제에 초청돼 수성아트피아에서 공연을 갖을 예정이다.박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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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기자
2015-11-04 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