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립무용단이 처음으로 북유럽 투어에 나선다. 김정학 도립무용단 예술단장은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북유럽 중심에 우뚝 설 경기도립무용단 모습이 기대된다”고 소감을 밝혔다.다음달 9일 스웨덴 스톡홀름, 13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펼쳐지는 도립무용단의 북유럽 투어는 주스웨덴대사관과 주핀란드대사관 초청으로 열린다. 김정학 예술단장은 “북유럽 투어는 처음이라 설레기보다 걱정이 앞선다”며 “처음으로 가는 스웨덴, 핀란드라 그 나라의 반응이 어떤지 궁금하기도하고 한편으론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도립 무용단이 해외를 가서 공연을 하면 대체적으로 호응이 좋기 때문에 이번에도 좋은 반응을 예상한다”며 “이번 북유럽 투어는 도립무용단이 한층 더 다양한 문화예술을 교민과 현지인에게 소개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립무용단은 북유럽 투어에서 한국의 아름다움과 한국 무용의 우수성을 표현한 공연 를 연다. 이 공연에서 태평무, 지도북춤, 부채춤 등 민속음악, 민속춤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 예술감독은 “무용은 언어의 장벽이 없는 장르로, 국경을 넘어 소통이 가능한 예술 언어”라며 “도립무용단은 이러한 무용의 특징을 살려 현지인들에게 감동을 전달할 레퍼토리들을 엄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지 외교부, 전ㆍ현직 대사, 경제ㆍ문화계 주요인사 등 주요 VIP들은 물론 재외동포를 포함한 다양한 방면의 인사들을 초청해 소통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이번 북유럽 투어는 2017년을 뜻 깊게 마무리하는 피날레 공연이다”고 덧붙였다. 경기도립무용단은 2017년 기획공연 판, 태권무무 달하 탄생 10주년 기념 공연을 비롯해 약 50여회에 이르는 초청공연과 외부공연까지 쉴 틈 없는 한 해를 보냈다. 김 단장은 “이번 북유럽 투어를 통해 수준 높은 무대를 선보이고 한국무용의 세계화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정학 예술단장은…2013~2014년 경희대학교 대학원1996년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이수자1993년 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 처용무 이수자2015년~ 현재 경기도립무용단 예술단장2003년~2014년 경기도립무용단 상임안무2001년~2003년 제주도립무용단 상임안무자허정민기자
[홍일화 작가 인터뷰] 숨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 색조화장과 장신구로 치장한 홍일화 작가의 작품 속 여인들은 화려함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작품 속 여인들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물기가 맺혀 있다. ‘Elle’ ‘Masque’ ‘익숙한 풍경, 익숙한 초상’ ‘페르소나’ ‘메이크업’ ‘마지막 3분’ ‘담 다뚜르’ ‘마담’ ‘스키마’ 등 작가의 작품 시리즈는 비판과 풍자, 때로는 해학을 담아 메시지를 전달한다. 홍 작가는 한국과 프랑스, 미국 등 3개국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프랑스가 주 활동 무대이며 1년 중 6개월 이상을 머무른다. 주로 ‘여성’을 그린다. 지난 6월 개봉한 영화 리얼의 배경그림으로 나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홍 작가는 “어릴 때부터 미대 재학시절까지 여자인 친구들이 많았고, 프랑스에 가서도 여성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많아 자연스럽게 여성을 주제로 작품활동을 하게 됐다”면서 “남성을 그릴 생각도 해봤지만, 훨씬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변화하는 여성의 모습에 흥미를 느꼈다”고 밝혔다. 평소 한달에 여성 잡지 3~4권을 보며 공부한다. 같은 ‘보그지’라도 한국과 프랑스 잡지의 내용이 매우 달라 여러나라의 잡지를 살펴본다. 작품에서 그 영향이 드러난다. 고대어로 마스크를 뜻하는 ‘페르소나’ 시리즈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사회적 요구에 맞추기 위해 자신을 부자연스럽게 치장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미디어가 양산하는 여성의 표준 미형을 비판한다. 마네킹 표준 사이즈인 175cm에 맞춘 작품 ‘Elles’도 흥미롭다. 영화의 크로마키 스크린같은 파란색 배경에 할리우드 여배우의 파파라치 사진을 그려냈다. 포착된 여배우들의 노출이 고의적인지 우연인지 논란이 됐던 것을 짚으며 관람객이 직접 생각해보라는 뜻이다. 이와함께 작가는 여성의 모습을 통해 석유 유출 등 환경 문제를 연결시키기도 하고, 최근에는 노년 여성의 삶을 다루기도 했다. 작가 스스로는 자신의 작품활동을 ‘여성탐구생활’이라 부르는데, 그의 여성탐구생활은 계속될 예정이다. 홍 작가는 “여러 나라를 다니며, 또 시기 별로 여성에 대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런 것이 작업의 원동력이 된다”며 “최근에는 할머니를 주목하고 있는데 왜 사람들이 화려하게 치장하는 노년 여성을 익숙하게 여기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어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 말까지 수원 영통구 영선갤러리에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최근 LA에서 전시됐던 ‘스키마’ 시리즈를 국내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홍일화 작가는…▲한국 현대판화가 협회 회원, 재불 소나무 작가 협회 회원▲2004년 한국현대판화가협회공모전 우수상 및 2008년 정헌메세나 재유럽 청년작가상 수상 등▲2013~2014년 EBS 서양미술기행 진행▲2017년 ㈔한국미래환경협회 홍보대사 위촉 손의연기자
안무가 팝핀현준과 국악인 박애리가 함께하는 무대는 어디에서나 눈길을 끈다. 현대힙합과 전통국악의 만남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들이 벌써 7년차 부부라는 것도 한 몫을 한다.
“국악 전공자로서 최고의 상을 받았습니다. 꿈을 이룬 것과 마찬가지에요.” 전국의 국악 인재를 발굴하고 신예 국악인의 등용문으로 ‘제23회 경기국악제’에서 최성진 씨(37)가 민요 명창 부문 대통령상을 지난 10일 수상했다. 대통령상은 국악인들에게 가장 명예로운 상이자 ‘졸업상’이라고도 불린다. 대통령상을 수상한 최성진 씨는 “국악계에선 대통령상이 등용문이자 졸업과도 마찬가지다”며 “최고의 상을 받게 돼 의미가 남다른 상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본선에서 ‘제비가’, ‘정선아리랑’을 열창한 최 씨는 ‘후회 없이 내가 만족하고 내려오자’라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라갔다고 한다. 그는 “대회이다 보니 떨리고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내가 소리하는 데에 있어선 최선을 다하고 후회만 없이 내려오자라는 생각으로 이번 본선을 치렀다”며 “실력보다 더 과한 상을 받게 돼 아직도 대통령상을 수상한 것이 실감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최 씨가 경기국악제에서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약 20년 전 고등학생 시절 때 경기국악제에서 교육부장관상을 받은 적 있으며 지난해 22회 경기국악제에서도 4등 동상을 수상했다. 그는 “23회째 이어온 전통 있는 경기국악제는 나와 인연이 특별하고 또 깊다”며 “교육부장관상, 동상 등에 이어 마침내 대통령상을 받게 돼 정말로 졸업이라는 말이 실감만 날 뿐”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끝으로 후학 양성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목적을 달성한 만큼 더 열심히, 겸손한 자세로 소리를 하고 또 후학 양성에 힘쓰고 싶다”며 “내가 선생님들에게 받은 것들을 후배들에게 베풀어 국악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악은 특성상 소리 자체가 전파를 타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과 공연 라이브를 통해 듣는 것과 차이가 정말 크다”며 “큰 무대가 아니더라도 작은 무대에서라도 대중들에게 국악을 직접 알리고 매력을 알릴 수 있는 연구도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정민기자
부천시립예술단이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를 상연한다. 이번 공연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는, 그리고 눈에 띄는 주인공은 주역 ‘타미노’로 무대에 서는 테너 황병남(사진)이다. 그는 지난 2001~04년 3년 동안 부천시립합창단의 신입단원으로 활동하다가,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이후 독일 데트몰트 국립음대 대학원 성악과와 독일 뉘른베르크 국립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Bad Hersfeld 오페라 축제에서 올해의 신인 성악가상 수상을 시작으로 오스트리아 Ferruccio Tagliavini 국제 성악콩쿠르 우승 및 최고 테너특별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쌓았다. 황씨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카르멘, 세빌리아의 이발사 등 유명 오페라 작품의 주역을 꿰차고 독일은 물론 유럽 전역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성악가로 활약 중이다. 국내 무대는 일 년에 1~2회에 그칠 정도로 바쁜 해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올해 국내 공연은 이번 작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그가 부천시립합창단을 떠난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부천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그야말로 금의환향이다. “과찬이죠. 감회가 남다른 것은 사실입니다. 신입단원이었던 제가 같이 음악했던 선배, 동료들과 다시 한 무대에 선다는 것이 부담이면서 기쁩니다. 긴 시간, 시립 예술단 취지에 맞는 멋진 활동을 하고 계셔서 뿌듯했고요. 정상의 오케스트라인 부천필과 함께 하게 된 것 역시 설렙니다.” 황씨는 지난 2월 우연히 오디션 공고를 접하고 지원, 주인공으로 선발됐다. “극적이나 음악적인 모든 면에서 감성이 풍부한 타미노를 보여주고 싶어요. 이의주 연출가와도 공감대가 잘 형성되고, 더욱이 함께하는 가수들의 수준이 뛰어나 상대적으로 짧은 3주가량의 연습기간이지만 즐겁게 효율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어 한국인 성악가들의 해외 무대에서의 장점과 가능성을 강조했다. “현재 유럽에서는 한국 가수 없이는 운영이 힘들 정도로, 독일은 도시별 극장마다 최소 1명에서 10명까지 한국인 성악가들이 솔리스트와 합창단원으로 활동할 정도니까요. 우리나라 성악가의 실력을 방증하는 것이죠.” 그 이유는 무엇일까. 황씨는 첫 번째로 ‘한국인 특유의 감성과 예체능 분야의 뛰어난 DNA’를 꼽고, 두 번째로 ‘성실한 노력’을 꼽았다. 한국인 성악가의 강점을 세계에 입증하고 있는 테너 황병남의 활동이 더욱 기대된다. 한편, 그는 내년 6월 독일, 10월 오스트리아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류설아기자
최근 공연계에서 부러움을 사는 공연기관을 꼽자면 단연 의정부예술의전당이다. 기초지자체 공공 공연시설로는 유례 없이 국비 지원사업에서 연거푸 선정돼 창작극 제작, 이 작품으로 해외 진출에 지방 투어까지 성공리에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지난 2001년 개관 준비부터 지금까지 16년 동안 현장을 누빈 소홍삼 문화사업본부장이 있다. 그는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축제를 기획했고, 창작극 대본 집필부터 제작을 주도했으며, 시민 대상 다채로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실행해왔다. 대부분 타 지역의 벤치마킹 사례로 자리 잡은 상태다. 그 많은 성과를 일군 원동력을 물었다. 돌아온 답은 소탈한 웃음 끝에 딱 한 단어, ‘뚝심’이었다. “쿵푸 팬더나 뮬란을 중국의 콘텐츠라 생각하나요? 할리우드, 드림웍스를 떠올리잖아요. 지역성에 함몰되면 한계가 있어요. 지역성을 과거 그 지역에 있었던 인물이나 기록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개념을 확장해 해석하고 현대적으로 변용해야 합니다.” 의정부예술의전당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2015 지역특화 문화콘텐츠 개발 지원 사업’ 공모에 선정돼 융·복합공연 별의 전설을 제작했다. 단 한 줄로 요약한 제작기지만, 그 과정이 녹록했던 것은 아니다. “의정부는 숙박만 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소비 체류형으로 전환할 지역특화 콘텐츠가 필요했죠. 고민 끝에 지역성과 보편성을 갖춘, 서양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견우와 직녀’를 결정했죠. 문제는 지역성이었어요. 심사과정에서 견우직녀와 의정부시의 연관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죠.” 설득은 아이디어를 낸 소홍삼 본부장의 몫이었다. 그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사랑이라는 보편적 소재를 다룬 콘텐츠의 필요성, 고구려 문화권인 의정부 지역의 역사성과 견우직녀 그림이 있는 고구려 매성리 고분벽화와의 관계성, 남북을 상징하는 견우직녀를 통해 분단 도시에서 평화를 지향하는 도시로의 브랜딩 등을 내세웠다. 심사위원은 공감했고, 지역문화재단 중 유일하게 의정부를 꼽았다. 그렇게 탄생한 넌버벌 퍼포먼스 ‘별의 전설’ 시즌 1은 이듬해 다시 한 번 공모로 콘진원의 지원을 받게 됐다. 신작에 해외 진출이라는 공모 조건에 어긋나지 않음을 설득해야 했다. 그 결과 전국의 5개 선정 사업 중, 또 다시 유일한 공연지원작이 됐다. “영화, 게임, 만화 등은 신작으로 해외 진출이 가능하지만 무대 공연물은 너무 다른 여건이죠. 중국의 우랑 직녀로 각색해 콘셉트를 변경하고 웹툰을 비롯한 원소스멀티유즈 전략을 내세워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어요.” 문제는 또 터졌다. 순탄했던 중국 합작 공연 계획이 한한령에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지원 기한을 맞추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베트남 진출을 확정 짓고, 저력을 발휘했다. 현지 언론과 대중의 호응도는 뜨거웠고, 국내 공공극장의 성공적인 새로운 시장 개척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까지 받았다. 이 작품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우수공연으로 선정 지원해 지난달 청양과 남원 등에서 지방투어까지 벌였다. 소 본부장은 또 예산 전액 삭감 위기에 처했던 ‘의정부음악극축제’를 16년 동안 이끌면서 국내 대표급 공연축제로 키웠다. 국내 최초로 ‘공연상품권’ 제도, ‘모닝연극시리즈’ 기획, 자발적 지불전략과 문화나눔 정신을 담은 ‘희망티켓’ 등 공공 극장의 역할을 구현한 것도 그다. 16년 동안 숱하게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각종 사업을 뚝심으로 지켜왔다. 일회성으로는 그 어떤 성과도 낼 수 없다는 지론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 뚝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단련 방식이 인상 깊다. 한 마디로 ‘공유’다. “예술은 성공해도 독점권이 없어요. 그 때문에 사회적 가치를 확보하고, 공공재로서 국가 지원을 받는 거죠. 예술에서 공유는 필수 덕목이에요. 지인들이 걱정할 정도로 모든 아이디어와 네트워크를 공유하는데, 그래야만 공연 시장이 커지니까요. 기획자로서도 성공한 아이디어에 안주하고 집착하는 순간, 더 이상의 성장은 없으니까요.” 류설아기자
전시장에 들어서면 ‘선’에 압도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세밀한 선으로 인간의 형상을 나타내는 회화, 굵은 구리선으로 움츠린 인체를 그려낸 드로잉조각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다. 작품의 조화만큼이나 참여 작가인 김은주, 안재홍도 잘 어울린다. 여성이며 나이대도 비슷하다. 심지어 인상까지 닮았다. 18년간 서로 이름과 작품만 알고 있던 두 작가는 해움미술관의 기획전 선과 매체의 조응에서 처음으로 함께했다. 김은주 작가는 “작업이 누구와 비슷하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빠야 하는데, 안 작가와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존재’에 대해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보고 서로 끌림이 있었다”고 웃었다.안재홍 작가도 “인체를 다루며 ‘내가 여기 있다’라는 메시지를 표현했는데, 김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며 “대화를 나누며 나와 비슷한 사람임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두 작가는 다른 방식으로 작업하지만, 인체를 그리며 자아를 표출하는 데 공통점이 있다. 물과 식물 작업을 하기도 했던 김 작가는 캔버스 틀에 인체를 담았다. 김 작가의 작품 속 인간은 종이에 갇혀 있지만 저항하고 빠져나오려 한다. 김 작가는 “불합리에 대해 생각하던 중, 고유한 한 사람이 사회에 나왔을 때 하나의 배터리로 소모되는 것을 보고 반론으로 인체 작업을 했다”며 “건강하기 때문에 아픔을 느끼고, 무엇이 틀렸는지 생각하며 저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작가의 작품에서는 인체 형상을 이루는 구리선 자체가 틀이 된다. 움츠린 사람 형태지만 내면을 분출하고 싶은 욕망이 담겨 있다. 오랜 시간 육아로 작업을 쉬었던 안 작가는 자신의 삶과 실존에 대해 고민해왔다.그는 “어느날 아이를 보던 중, 작업을 하지 않고 살 수 있겠냐고 스스로에게 물었는데 그 순간 머리를 망치로 세게 얻어맞은 듯했다”며 “내 작업은 자신을 표현해왔는데 과거 웅크리고 엉거주춤하게 서성이던 표현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던 두 작가는 마지막으로 “전시는 보는 자의 몫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김 작가는 마지막으로 “우리가 속에서 끊임없이 상처받고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가지길 바란다”고, 안 작가는 “관람객이 다른 시각으로 작품을 봐주고 새로움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손의연기자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좋은공연만들기협의회장,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경기도지회장,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부회장, 한국예총 경기도연합회장. 윤봉구(61) 경기도립극단 신임 예술감독의 이력이다. 그의 이력이 말해 주듯 그는 오랜기간 연극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1978년 대학 연극반을 시작으로 1981년 부천에 정착해 극단 ‘믈뫼’를 창단하고 소극장을 개관해 운영했다. 연극이 살아남기에 지금보다 더 열악했던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연극에 대한 열정 하나만을 가지고 터를 닦았다. 이후 부천에 예총을 설립하고, 연극협회를 창립하기도 했다. 30년 동안 정극, 뮤지컬, 마당극 등 장르를 마다하고 그가 연출했던 작품은 연극계에 큰 바람을 일으켰다. 그런 그가 도립극단 예술감독으로 선임됐다. 윤 감독은 1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평소 도립극단에 꾸준한 관심과 애정이 있었다”라며 “공모소식을 듣고, 함께 일하고 싶어 지원했는데, 이렇게 기회가 주어져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경기도와의 인연에 대해서는 “한국예총 경기도연합회장을 비롯해 한국예총 경기도연합회 이사, 한국연극협회 경기도지회장, 경기문화재단 이사 등을 지냈다”면서 “경기도와 항상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도의 상황, 도립극단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기 2년동안 도립극단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찾아가는 공연을 확대하고, 대중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레퍼토리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정극뿐 아니라 마당극, 음악극 등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고, 역사적 인물을 재조명하는 방식으로 극단의 예술적 지위를 향상시킨다는 복안이다. 그는 “도립극단의 정체성 확립으로 경기연극계를 선도하고 생활 속 문화예술에 기여하는 극단으로 육성할 것”이라며 “공공성과 예술성을 도모해 경기도민에게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스타배우 육성을 위해서도 힘쓸 예정이다. 윤 감독은 “도립극단 배우들은 이미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스타배우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라며 “전체회의와 개인인터뷰, 전문가와 워크샵 등을 통해 단원들의 예술적 역량을 끌어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연극인구 저변 확대를 위한 유통 구조 개선을 위한 전략도 고심하고 있다. 그는 “도내 31개 군을 4개 권역으로 나누어 시군별 지역연극인과의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홍보를 강화하고 유통구조개선에 기여하기 위한 전략도 구상 중”이라며 “그동안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고 말했다. 송시연기자
“주옥같은 곡들로만 선곡했으니 편한 마음으로 음악을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25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4년만에 독주회를 갖는 피아니스트 임동혁의 말이다. 임동혁은 공연을 앞두고 21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200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입상했지만 편파 판정에 불복해 화제를 모았다. 그후 제15회 국제 쇼팽 콩쿠르 3위, 제13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1위 없는 공동 4위를 수상하며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떠올랐다. 현재까지 전세계 주요 공연장에서 연주회를 가지고 세계 정상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피아니스트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임동혁은 지난 3월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구입한 그랜드 피아노를 독일 현지에서 정재훈 사장과 함께 직접 골랐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에서 자신이 선택한 그랜드 피아노 스타인웨이 D-274의 첫 연주자가 됐다. 이에 대한 소감으로 임동혁은 “열 두 대 중 두 대를 골랐는데 경기도문화의전당 홀의 조건을 고려해 소리가 드라마틱하게 퍼지는 데 중점을 뒀다”며 “피아노를 고를 수 있는 행운이 있어 이번 연주에서는 악기에 대한 안도감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임동혁이 선보일 곡은 쇼팽의 명곡이다. 1부에서는 ‘녹턴 Op.27-2’ ‘화려한 연주곡’ ‘발라드 1번’ ‘뱃노래’ 등을 들려줄 예정이며 2부에서는 ‘24개 전주곡 Op.28’을 연주한다. 그는 “사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올해 쇼팽을 선곡한 것은 새로운 도전을 하기 전까지 숨고르기를 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서정적인 곡 해석으로 정평이 난 그는 “고전을 칠 때도 고전적인 해석을 추구하게 돼 결국 자기 자학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며 “다음 시즌에는 슈베르트를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의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이 주목받고 있는 데 대해서는 후배들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임동혁은 “선우예권, 김선욱, 조성진, 손열음 등 후배들을 보면 기교는 말할 것도 없고 음악적으로도 너무나 훌륭하다”며 “다같이 잘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강조했다. 7세에 피아노를 시작해 어린 나이부터 일찍이 주목받은 임동혁은 ‘나이가 듦’에 대해 실감하기도 한다.그는 “어릴 때는 연습대로만 하면 잘 될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동안의 트라우마나 그날의 컨디션이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며 “첫곡을 칠 때 그날 연주회의 성패가 나오는데 첫곡이 잘 될 때 느껴지는 행복한 카타르시스가 연주자 생활을 계속하게 되는 원동력이 된다”며 웃어보였다.이어 그는 “연주를 다시 시작하는 정경화 선생님이 부러웠다”며 “그처럼 클래식 연주자로서 앞으로 나이가 들수록 점점 완벽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손의연기자
수원 출신의 김석환 작가는 한국의 1세대 퍼모먼스 작가다. 그는 온몸으로 사회에 저항하며 새로운 예술 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특히 인간의 이중성과 현대사회의 잔혹성을 표현한 정육점이야기(1992)는 지금까지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김 작가는 “지나가는 벌레를 보고도 징그럽다며 소리지르다가도 식당에 가서 ‘소 간 주세요’, ‘돼지 곱창 주세요’라고들 한다”며 “인간의 이중성이 얼마나 우스운지 말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1990년에는 수원에서 컴아트그룹을 결성하고 활동했다. 김 작가를 비롯해 수원에서 활동했던 이경근, 홍오봉, 황민수, 허종수, 최병기 작가가 결성한 컴아트는 1996년까지 다양한 장르와 형식, 소재와 기법을 넘나들며 새로운 예술세계를 개척해 나갔다. “서울의 제도권을 따르지 않고 우리만의 아방가르드(실험예술)를 만들자는 의미에서 1990년 1월1일 컴아트를 결성했습니다. 90년대의 문화판은 우리가 쓴다는 각오로 출발했죠.” 컴아트그룹은 다섯칸전이라는 작품을 수원에서 최초로 선보였다. 여기서 김 작가는 석고를 온몸에 뒤집어 쓴 뒤 굳은 석고를 깨고 나오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그때는 진솔하지 못하고, 남의 작업만 흉내내는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이 필요했죠. 석고 속에서 굳어가면서 나 자신을 질책했고, 그걸 깨고 나옴으로써 본래의 모습으로 재생되는 나, 인간, 자연의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자아의 반성’ ‘자연의로의 회귀’ ‘문명의 부정’ 등을 주제로 활동했다. 이후 2005년 큰 사고를 겪은 뒤에는 작품과 삶에 전환점을 맞는다. “80~90년대는 순수해지고 싶은,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면, 의식불명에 있다가 깨어난 이후에는 진짜 내 이야기를 작업하고 있어요.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 작품의 소재가 됩니다.” 요즘은 한국형 퍼포먼스를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김 작가는 “‘난타’라는 브랜드처럼 한국만의 퍼포먼스를 만들고 싶다”며 “용어도 퍼포먼스 모다는 ‘짓’이라고 이름짓는 등 다양한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오는 9월3일까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그것은 바로 그것이 아니다에서 만날 수 있다. 송시연기자
“20살부터 돌고 돌아온 삶이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에요. 지역 중심의 새 문화를 만들어 볼겁니다.” 7년간의 노력 끝에 수원 율전동에 문화공간 ‘쉼플’을 연 김태혁 PD(36)의 말이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그는 막연하게 음악에 끌려 휴학하고 기획사에 들어가 합숙생활을 하며 음악을 배웠다. 그러나 순탄하지 않았다.김 PD는 “고생하던 중 ‘내가 서른이 넘어도 보컬로서 대단하게 성공하진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음악과 관련된 활동을 찾아보자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2009년 보증금, 월세금과 함께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율전동에 지하 작업실을 차렸다. 이곳에서 보컬 레슨을 하며 초반 2년동안 여러 가지 활동을 시도했다. 대학생이 많이 지나다니는 율전동 고가도로 광장에서 2010년 4월부터 두달간 매주 길거리 공연을 펼친 것이 그 예다. 200~300명의 인파가 모이자 당시 율전동장도 관심을 갖고 여러 지원을 했다. 하지만 근처 가게에서 민원을 제기해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2011년에는 연습실 대여 사업을 벌이다 크게 실패해 2년간 빚독촉 전화가 끊임 없이 울렸다. 그가 다시 일어선 건 ‘사람’ 덕이었다. 친구의 권유로 정키의 뮤직비디오 촬영에 참여할 수 있었고, 이후 슬럼프를 벗어나 3년간 영상 작업 경력을 쌓았다. 촬영 중 만난 인연 덕에 앨범도 발매했다. 지하실군이라는 이름으로 발매한 땅파는 개미는 네이버 이주의 음악에 선정, 배순탁 음악평론가의 호평을 받았다. 그는 “이름만 들어도 습한 지하실군이라는 닉네임은 내 삶을 그대로 담고 있다”며 “홍보를 하지 못해 수입은 마이너스였지만 평론가가 ‘목소리만으로도 듣는 이를 부여잡는다’고 언급해줘 너무나 기뻤다”고 밝혔다. ‘배가 고파도 문화예술과 관련된 것을 하는 게 행복하다는 것’을 느낀 김 PD는 미래를 위해 무엇보다 공간이 있어야 함을 깨달았다. 쉼플은 음향장비와 악기과 함께 대여할 수 있는 공연장과 대학생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카페, 세미나룸을 갖췄다. 김 PD는 “투자를 결정해주신 심준호 대표님과 6개월 간의 논의 끝에 완성한 공간”이라며 “문화활동을 펼치고 싶은 나같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기반으로 대화와 만남을 중심으로 한 기획, 성균관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 등 여러 문화 콘텐츠를 구상 중이다. 연말에는 공연장에서 무용과 음악을 더한 이색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마지막으로 김 PD는 “앞으로 율전동의 아이콘이 되고자 한다”며 “이용하는 사람 중심의 문화예술을 가꿔나가는 데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손의연기자
“문화예술계 빈부격차가 심각하다. 예술인들의 인건비는 10년 전과 다르지 않고 처우 개선도 부족하다. 국가 지원 예산 중 체육 분야와만 비교해도 너무 적다. 이대로는 결코 우리나라 문화강국이 될 수 없다.” 임상규 안산시립국악단 상임 지휘자가 2년 전 비영리법인 ‘세계문화예술협회’를 조직한 이유다. 피리주자로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단원이었던 그는 2003년 안산시립국악단의 부지휘자로 취임, 2009년부터 지금까지 상임지휘자로 활약하고 있다. 취임 이후 연신 장르를 넘나들며 지역 특유의 문화를 내세운 기획 연주회로 주목 받았다. 대중가요, 재즈, 창극, 클래식, 무용 등 다양한 장르와의 협연을 지속적으로 기획해 추진했다. 안산 지역의 대표적인 인물인 단원 김홍도의 그림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하며 창작곡을 연주하고, 안산어린이합창단과 함께 상록수의 주인공 채영신의 모델인 최영신의 일생을 어린이 합창단과 함께 전하는 무대를 선보였다. 지난해 창단 20주년을 맞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2천3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기념 연주회를 열기도 했다. “단원들을 많이 괴롭혔다. 지금도 1년에 100회 가량의 크고 작은 음악회를 소화하느라 힘들 것이다. 그러나 지역성을 특화시키고 시민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우리음악을 선보이면서 시립국악단으로서의 명분을 확보했다. 우리 국악단의 실력은 최고라고 자부한다. 이제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확장할 단계다.” 임 지휘자는 우리음악의 현대화를 강조한다. 이를 위해 오래전부터 창작 활동 뿐만 아니라 예술경영에 주목했다. 5년 전부터 세계문화예술협회를 구성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개인적으로는 한양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제주도에서 ‘꿈의 오케스트라’의 지휘도 맡고 있다. 그가 이처럼 우리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벌인 일련의 활동은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떠오르게 한다. 임 지휘자는 ‘한국 근대 춤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한성준(1875~1941)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민간에서 전승되어온 전통춤을 체계화한 주인공이다. “할아버지를 기리는 사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토록 전통문화를 보존, 전승하려던 정신을 잇고 싶었다. 피리주자에서 지휘자로, 이제는 우리문화를 토대로 한 국제 교류를 꿈꾸는 예술경영인으로서. 어떤 역할이든 살아남을 방법은 개혁뿐이다.” 이에 그는 세계문화예술협회를 통해 엘시스테마를 모델로 한 ‘꿈의 예술단’을 기업 후원을 유치하며 전국으로 확산시키고, 협회에 10개국의 회원 가입을 유치한 후 우리나라와 세계의 예술인이 각 국에서 교류하고 공연하는 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임 지휘자는 “오래 걸릴 일이기 때문에 그 ‘완성’까지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개혁자’로서 그곳까지 나아가기 위한 교두보를 만드는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류설아기자
이관우 작가가 12번째 초대전을 1~15일 미국 에이블 파인아트 뉴욕에서 연다. 도장을 조각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작가의 작품은 이미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앞서 2004년부터 독일, 싱가폴, 홍콩, 영국, 런던 등의 아트페어에 참가해 작품을 알렸으며, 이번 전시도 현지에서 직접 작가를 초대해 마련됐다. 작가는 “작가 개인이 외국에 나가 전시를 연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열심히 작품에 열중했더니 좋은 기회가 온 것 같다”며 “전시를 위해 많은 시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도장을 하나 하나 조각하고 그것들을 모아 하나의 화면에 담는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은 조각과 서예, 회화를 모두 아우른다. 새겨지는 그림은 주로 석가모니, 백자와 같은 전통적인 이미지다. 하지만 완성된 작품에서는 현대적 감성이 느껴진다. 작가는 “도장에 새겨지는 기호는 생명을 나아가 광활한 우주를 담고 있다”며 “인간 본질의 영원성이야기 하는 것들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작품이 주목받는 것은 무엇보다 재료의 독창성이다. 처음 시작은 쓰레기더미였다. 과천에서 나고 자란 작가는 도시가 계발될 때 폐허로 변해버린 집터에서 주은 도장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이후에는 특수 재료를 이용해 직접 도장을 만들었고, 작품의 폭을 점점 넓혀나갔다. 가장 최근에는 굴곡을 이용해 작품을 입체적으로 변형시키고 있다. 작가는 “도장으로써 사람의 이름은 영원성을 갖는다. 도장을 통해 다른 것들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도장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막도장에서 특수도장으로, 원형에서 사각형해서 로 세원이 흐른만큼 작품 스타일도 점차 변하고 있다”고 회상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총 2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도장은 나에게 있어 물감을 대신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한단계 더 변화된 작품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송시연기자
“‘판문점 평화 남북 음악회’, 반드시 실현하겠다! 그것이 곧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이 되는 길이다.” 원형준 바이올리니스트가 지난 2009년 ‘린덴바움 뮤직’을 설립하고 ‘린덴바움 페스티벌’을 주최하면서 줄곧 꿈꿔온 일이다. 번번이 목전(目前)에서 지뢰 폭발과 남북 관계 경색 등의 문제로 실패했음에도 다시 소망하고 도전했다. 정부나 공공문화예술단체들도 시도하지 않는 것에 한 음악인이 그토록 매달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그는 “음악이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가치임을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원형준 바이올리니스트는 미국 줄리어드 음대와 메니스 음대에서 수학했다. 그가 촉망받는 솔리스트에서 클래식 공연 및 교육 기획자로 나서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음악에 대한 좌절’에서 비롯했다. 원 씨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에 유학비를 감당할 수 없어 대학 2년 때 휴학했다. 설상가상으로 서른을 넘겨 입대한 군에서 어깨 연골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의병제대했다. 방황의 늪에서 끌어올린 것은 다시 음악이었다. “우연히 일본 삿포로에서 열리는 퍼시픽 뮤직페스티벌에 갔다. 뒷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예술가의 역할, 음악의 가치를 깨달았다.” 퍼시픽 뮤직페스티벌은 지휘자 번스타인이 젊은 연주자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기획한 클래식 축제다. 원 감독은 이것에서 착안, 영국 로열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샤를 뒤투아를 초청해 ‘제1회 린덴바움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린덴바움은 독일어로 ‘보리수’, 나아가 ‘나무와 생태계가 조화를 이루는 평화’를 의미한다. 이후 그는 2015년 광복 70주년 독립문 평화콘서트와 2013년 평화기원 판문점 음악회 등 공공성이 두드러지는 연주회를 기획했다. ▲ 일본 하시마(군함도) 연주 원형준 특히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던 원 감독은 올해 하버드 재학생으로 꾸려진 ‘하버드 래드클리프 오케스트라’를 초대해 ‘2017 린덴바움 오케스트라 페스티벌-평화를 노래하다’를 개최할 예정이다. 음대가 없지만 문화예술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는 하버드대 오케스트라를 통해 예술을 통한 교육의 중요성, 그 가치를 국내에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 기획했다. 만 18세 미만의 악기 연주 가능한 학생에 대한 하버드생들의 멘토링, 스위스 제네바 유엔오케스트라 지휘자 앙트완 마르구이어와의 협주, 8월11~12일 고양시와 DMZ캠프 그리브스에서의 평화 기원 음악회, 10월7일 미국 하버드대 합동 공연 등을 진행한다. 원 감독은 “문화예술 의무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후유증으로 지금의 소통과 공감이 어려운 사회가 됐다”면서 “참가 학생들이 화합의 의미를 깨닫고 통일한국을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로 성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음악을 통한 남한과 북한의 대화, 그것이야말로 주체적이고 진정한 소통”이라며 “남북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그 연주가 전 세계인에 감동을 안길 때까지 계속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설’이 된 무너진 베를린 장벽에서의 거장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가 끈질기게 남북 오케스트라 구성을 추진하는 원 감독에게서도 탄생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류설아기자
“재즈는 나이들지 않는 음악이에요. 아직도 스무 살처럼 흥미진진해요.” 세계 정상의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의 말이다. 19일 4년 만에 나윤선의 새 앨범이 나왔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나윤선은 “정신 없이 달려와 이번 앨범이 4년 만인지도 몰랐다”면서 “새출발이 아니라 일상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켠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난 2013년도 앨범 를 발매한 후 투어 공연과 외부 활동, 휴식 등으로 4년을 보냈다. 2015년에는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예술감독으로 변신했다. 많은 국악인을 만났고, 해외 뮤지션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국악에 감탄한 해외 뮤지션들이 국악 연출가들을 섭외해 해외 공연 중이다. “재즈를 해 온 20여 년 동안 감사하게도 공연할 기회가 많았어요. 점점 관객에게 드릴 게 떨어지는 것 같아 새로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2015년에는 국악과 사랑에 빠졌죠. 지난해 상반기에는 음악을 안 듣고 쉬기도 하고, 6월부터는 뉴욕에서 재즈, 힙합, 조그만 클럽 공연까지 찾아다녔어요. 그러다 11월에 음반을 녹음할 생각이 들었죠.” 음반을 내기로 결심한 후 뮤지션을 물색하던 중 미국의 ‘제이미 사프트’를 알게 됐다. 제이미 사프트는 레게, 클래식, 영화음악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동하는 뮤지션이다. 재즈의 거장 존 존과 함께 한 것으로 유명하다. “우연히 이 친구의 음악을 접했는데 단조롭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돋보였어요. 그 정서에 반했죠. 메일로 함께 작업하자고 보냈더니 저의 보컬 범위가 훌륭하다며 수락했죠. 며칠 만에 바로 찾아갔어요. 무작정 곰이 나오는 시골까지요.” 두 사람의 만남처럼 작업 과정도 재즈스러웠다. 두 사람은 자유롭게 대화하며 곡을 고르고, 연주했다. 이번 앨범 은 ‘독특한 곡을 선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조니 미첼의 ‘The Dawntreader’, ‘루 리드의 ‘Teach The Gifted Children’, 피터 폴 앤 메리의 ‘No Other Name’, 지미 헨드릭스의 ‘Drifting’ 등 유명 뮤지션의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을 나윤선만의 스타일로 덮었다. “일부러 한 선곡은 아니에요. 어쩌다보니 안 알려진 곡을 고르게 됐어요. 조니 미첼의 첫 음반부터 듣기 시작했는데, 아름다운 곡이 정말 많더라고요. 좋은 곡을 쓰는 사람은 하늘이 내린다는 걸 느꼈어요.” 이번 앨범에서는 나윤선의 자작곡도 만날 수 있다. ‘Traveller’와 ‘Evening Star’는 나윤선이 쉬는 동안 뉴욕에서 작곡한 12개 곡 중 제이미 사프트가 고른 것이다. 제이미 사프트의 아내가 가사를 붙이기도 했다. “정말 좋은 곡을 쓰고 싶었는데 저는 그냥 가수지 작곡가는 아니더라고요. 곡 쓰는 재능을 타고난 것 같지는 않아요. 그래도 음악, 사람, 환경에 영감을 받아 조금씩 썼습니다.” 겸손하게 말했지만 나윤선은 앞서 여러 자작곡으로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그는 그렇게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재즈는 평생 공부해야 하는 음악이에요. 재즈 거장을 보면 부럽죠. 하지만 그게 제 목표는 아니에요. 좋은 음악을 하면서 만나는 관객들이 행복해했으면 좋겠어요. 오래 음악을 하고 싶고요.” 손의연기자
“제가 언제까지 노래할 수 있을까요? 당장 내일 노래를 못하게 되거나 그만두게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하루살이’처럼 오늘, 지금을 살아요.”성남문화재단의 자체제작 오페라 카르멘의 드레스 리허설이 진행된 지난 11일 오후, 주역을 꿰찬 오페라 가수 양계화(메조 소프라노)를 만났다. 그는 2016년 성남아트센터 카르멘 초연에 이어, 지난 13일 ‘파크콘서트’의 개막작으로 펼쳐진 동일한 작품의 주인공으로 다시 찾아 왔다. 파크콘서트는 재단 주최로 성남시 분당중앙공원 야외공연장에서 8월까지 격주 무료로 열리는 인기 공연이다. “숲 속 야외 무대와 달빛이 어우러지면서 공연이 아니라, 실제 순간인 것 같았어요. 인위적인 느낌을 배제할 수 없는 실내 공연과는 다른 생동감을 느꼈죠.”2년 연속 카르멘으로 성남 무대에 오른 그는 달라진 공연 환경만큼이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도 덧붙였다.“작년에는 카르멘의 대사 속 단어 하나하나 그 의미를 분석하고 연구했어요. 놓치기 싫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나이도 한 살 더 먹었고(웃음), 조금 달라졌죠. 카르멘이 내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느낌이에요.”달라진 것은 그 뿐만이 아니다. 언론 취재를 꺼리는 것으로 유명한 그가 이번 인터뷰에 응한 것은 꽤 유의미한 변화다. “무대보다 인터뷰가 떨려요. 사실 전 템포가 굉장히 느린 사람이에요. 인터뷰를 비롯해 이 사회는 빠른 반응을 원하잖아요. 그래서 무대만 하고, 무대로 만나고 싶었던 것 같아요.”조심스럽게 힘주어 말하는 양 씨는 무대에서만큼은 자신을 내려놓는다. 시대를 발칵 뒤집어놓은 섹시하고 도발적인 카르멘도 소화하지 않았던가. 그는 173cm의 훤칠한 키에 얇은 몸, 단단한 메조 소프라노로 오페라 오르페오와 박쥐의 남성 역할도 자주 맡았다. 이 같은 변신의 원동력은 “다름을 인정하고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는 것”과 “하루살이와 같은 삶의 자세”다. 아버지를 여의고 오랜 시간 깊은 아쉬움속에 허우적대며 기른 힘이다. 그런 양 씨가 오늘도 준비하는 내일은 로시니와 베르디다. “노래 실력은 늘 아쉽고, 무엇인가를 또 아쉬워하겠지만, 오늘도 노래해요. 그러다보면 기회가 와 있겠죠.”류설아기자
“행궁동을 떠나 수원을 대표하는 나아가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제로 키워가겠습니다.”한창석 나혜석생가터문화예술제위원회 위원장의 말이다.올해 9회째를 맞는 나혜석생가터문화예술제(나혜석예술제)는 선각자 나혜석을 기리고자 2009년부터 행궁동 나혜석 생가터 일원에서 열리는 행사다.수원 화성이 1997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이후 개발이 제한되면서 행궁동이 심각한 침체 현상을 겪자 마을을 살리기 위해 주민들이 직접 나서 기획했다.한 위원장은 “개발이 제한되면서 젊은 사람들이 떠나고 동네는 하루다 다르게 어두워져 갔다”며 “마을을 살리기 위해 기획했던 것이 바로 나혜석예술제였다”고 회상했다.주민들은 나혜석이 태어난 4월28일에 맞춰 이틀동안 역사ㆍ문화ㆍ예술를 아우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이 직접 위원회를 구성하고, 작가들이 함께 참여해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올해 운영위원장으로 선출된 그도 행궁동 통닭거리에서 치킨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그는 “첫 해는 서로 음식을 나눠 먹으며 소통하는 작은 마을 잔치에서 시작했다”며 “모두들 생업을 이어가면서 행사에 매진하고 있다. 지역주민들과 지역 작가들이 직접 예술제을 이끌어 왔다는 것이 가장 의미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축제가 시작된 이후 마을은 다시 생기를 되찾았고, 젊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한 위원장은 “한회 한회 축제를 진행할 수록 주민들의 호흥도는 물론,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젊은 사람들이 다시 행궁동을 찾았다”며 “이제는 그 규모도 상당해 졌다”고 자랑했다.올해는 지난달 28~29일 나혜석 생가터를 중심으로 행궁동 레지던시, 대안공간 눈 등에서 열렸다. 나혜석을 조명하는 전시, 교육, 체험 등이 다채롭게 열렸다. 특히 나혜석 기념관 건립 추진을 위한 전시도 개최했다. 그간 열렸던 나혜석예술제의 결과보고서는 물론 현장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다양한 자료들을 전시했다.그는 “지난해부터 나혜석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생가터를 중심으로 나혜석에 대한 자료를 모아 건립할 예정”이라며 “우선은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후 기부금을 모금할 것”이라고 말했다.내년에는 10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준비하는 마음가짐도 다르다.한 위원장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벌써 10주년을 맞이했다. 이제는 행궁동을 넘어 수원 전역으로 행사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행사가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고 부탁했다.송시연기자
“연극의 모든 것, 와서 즐기시기만 하면 됩니다.” 오는 5~7일 수원 화성 행궁광장 일대에서 열리는 ‘2017 수원연극축제’의 장용휘 예술감독의 말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예술 감독을 맡은 그는 올해 연극축제에 대한 큰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해 전임 예술감독의 잔여임기를 채우기 위해 갑작스럽게 감독을 맡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그의 색채가 묻어나는 축제를 기획했기 때문. 장 감독은 “몇 년 동안 유럽 위주의 거리퍼포먼스 작품을 선보였다면, 21주년을 맞은 이 시점에는 연극 축제로 돌아와야 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했다”며 “올해는 연극제다운 연극제를 위해 진짜 연극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작품을 위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수원의 3개 시립예술단이 함께하는 개막작 창작뮤지컬 정조는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수원을 사랑했던 정조의 삶을 담은 정조는 장 감독이 예술감독으로 있는 수원시립공연단이 만든 창작뮤지컬이다. 지난해 첫 선을 보였을 당시 호흥이 뜨거웠다. “가장 신경쓰는 부분입니다. 정조는 수원을 사랑했던 정조의 삶을 담은 창작뮤지컬입니다. 수원시립교향악단과 수원시립합창단이 함께하죠. 지금까지 지역의 예술단이 이렇게 함께 뮤지컬을 공연하는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수원의 이야기를 수원의 예술단이 선보인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뮤지컬을 야외 무대에 올려야 하는 부분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그는 “야외 공연의 공식은 딱 하나다. 재미있으면 집중해서보고, 그렇지 않으면 돌아간다. 관객들이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야외 공연에 맞는 뮤지컬로 다시 각색했다”며 “여기에 관객들의 편의를 위해 음향 시설은 물론 주무대 옆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고 전했다. 축제의 또 다른 볼거리는 수원 인근 12개 대학이 참여하는 ‘대학 연극축제’다. 지난달 30일부터 개막해 축제의 마지막날까지 각 대학에서 만든 창작극을 선보인다. “대학 연극축제는 4년전 수원의 연극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참여율이 상당히 높죠. 수원, 화성, 용인 지역 대학교의 연극과 학생들이 참여하고, 그들이 직접 만든 연극을 무대 위에 올립니다. 이제 어느정도 네트워크는 구축됐습니다. 적극적인 지원만 있다면 이들이 수원을 대표하는 배우들로 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장 감독은 마지막으로 “열심히 준비한 만큼 자신있다”며 “황금연휴, 수원 화성을 찾아 연극제를 즐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시연기자
“오페라 가수는 연기자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프라노 여지원(Vittoria Yeo)이 3일 기자간담회서 고심 끝에 한 말이다.경기도문화의전당은 ‘무티 베르디 콘서트’를 오는 6일과 7일 각각 전당 대극장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연다.이번 공연은 베르디 해석의 최고라 불리는 세계적 거장 리카르도 무티의 내한으로 일찍이 주목받았다. 이와 함께 무티에게 직접 발탁된 소프라노 여지원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여지원은 “지난 2013년 라벤나 페스티벌 맥베드 부인 역 오디션 때 당시 예술감독이었던 무티의 아내가 오디션장에 무티를 불렀다”며 “무티는 내 노래를 한 번 듣고 맥베드 부인으로서 좋은 목소리를 갖고 있다며 조언해주고 갔다”고 회상했다. 이후 무티는 오페라 에르나니의 주연으로 여지원을 깜짝 발탁했다. 그것도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축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다. 여지원은 “무티가 라벤나 페스티벌 오페라 총연습을 보고 갔는데 그때 내가 기억에 많이 남았나보다”며 “그는 노래, 테크닉, 아티스트적 면모를 보고 원하는 가수를 선택하는데 자신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면 그 가수를 다시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무티와 세 번째 함께 하는 것이다. 베르디 오페라 갈라 무대인 1부에서 여지원은 ‘맥베스’, ‘에르나니’, ‘시칠리아섬의 저녁 기도’ 등의 아리아를 선보인다. 그는 “베르디는 ‘극’을 정말 좋아한 작곡가이고, 아름다운 노래로만 곡을 쓴 것이 아니라 오페라 전체를 하나의 극으로 만들었다”며 “오케스트라가 감정을 표현하고, 곡은 가수가 그 감정을 받아 노래할 수 있게끔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활동이 적은 탓에 무명에 가깝지만, 밀도 높은 공부와 끈기 있는 연습으로 자신의 표현력을 강점으로 꼽았다. 맡은 역할에 집중하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방면을 공부한다고 한다. 여지원은 “작곡가가 음표 하나, 악보 요소 하나에 얼마나 생각하고 풀어냈는지 알려면 작품의 배경과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면서 “확신을 가지고 무대에 서려면 대단히 많은 공부가 필요해 내가 연기할 오페라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다른 작품들까지 함께 연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3년 만에 고향인 한국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긴장감을 감추지는 못했지만, 다부지게 성공적 공연을 자신했다. “베르디의 최고 지휘자와 연주하게 됐는데 지금까지 관객들이 들어보지 못한 목소리로 노래하겠습니다. 드라마틱한 소프라노보다는 캐릭터에 집중할 예정이에요.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맥베드 부인, 에르나니를 보여주겠습니다.” 손의연기자
“감사합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요. 너무나 감사합니다.” 지난 29일 수원시 권선구 세류 2동에 위치한 건강미술역사박물관 앞. 골목길 작은 의자에 앉아있는 파란 눈의 할머니가 소녀 같은 미소를 띄우고 한국어로 연신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프랑스 국적으로 지난 60년 동안 한국에서 봉사하는 삶을 살아온 노애미 테라스 수녀(90)가 그 주인공이다. 치매미술치료협회는 지난 10년 동안 노애미 수녀가 그린 크레파스화 150여 점을 건강미술역사박물관과 50여m 거리에 있는 사랑나눔갤러리, 그리고 이 두 전시공간을 잇는 골목길 등에 전시했다. 이번 초대전은 1950년대 선교활동차 한국으로 건너온 노애미 수녀가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6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소외된 이웃을 사랑과 희생정신으로 보듬어 온 삶을 기리는 헌정 전시회로 기획한 것이다. 그림을 가르쳐 온 신현옥 치매미술치료협회장이 주관했다. 풍물로 시작한 개막행사는 염태영 수원시장이 “노애미 수녀님의 헌신적인 봉사와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 작품을 시민들과 나눌 수 있어 기쁘다”는 내용의 축전을 보내고, 종교계와 지역사회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해 꽃바구니를 선물하는 등 연신 훈훈한 분위기였다. 노애미 수녀에게 이날은 초대전 개막 이상의 더욱 큰 의미를 갖고 있어 특별했다. 그가 한국에 첫발을 디딘 날이기 때문이다. 1957년 3월29일 한국에 입국한 그는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의 한센병 환자와 전후 고아를 돌봤다. 지난 2008년부터는 수원의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평화의 모후원’에서 요양 중이다. “전쟁 후 한국에는 고아도, 한센병 환자도 많았어요. 60년이 되었다니, 정말 시간이 빨리 지나갑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평화의 모후원에 찾아와 노인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던 회장님의 권유로 시작한 그리기도 10년이 됐습니다.” 스케치북 크기의 하얀 도화지 위에 펼쳐지는 그의 그림 세계는 평화롭고 아름답다. 꽃같은 20대에 떠난 고향 프랑스 상파뉴에 대한 그리움과 반세기 이상 머물며 제2의 고향이 된 한국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 나온다. 유난히 초록빛의 자연이 많이 등장하고 둘러 앉아 식사를 하거나 손잡고 있는 사람들을 그린 작품이 대부분이다. “나는 자연을 많이 생각하고, 많이 그립니다. 주님께서 창조한 자연만큼 좋은 것은 없습니다. 나는 또 사람들이 모이는 명절이나 무엇인가 나누는 모습을 그립니다. 그림으로 사람들의 마음이 연결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림 속 모습처럼 우리 한국 사람들이 계속 그렇게 모여서 나누면 좋겠습니다.” 그는 개막 행사가 끝난 후 불편한 다리를 천천히 거두며 전시장으로 들어갔다. 그의 등으로 모처럼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살이 뒤따른다. 하늘에서도 이방인이 반세기 이상 국경을 뛰어 넘어 실천해 온 사랑과 헌신의 삶을 치하하는 것일까. 봄을 부르는 이 전시는 다음달 30일까지 이어진다. 류설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