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 60년 한국 위해 헌신한 노애미 테라스 수녀

“나누고 함께하는 아름다운 세상 그림으로 사람들 마음 연결됐으면”

▲ 노애미수녀 (2)
“감사합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요. 너무나 감사합니다.”

지난 29일 수원시 권선구 세류 2동에 위치한 건강미술역사박물관 앞.

 

골목길 작은 의자에 앉아있는 파란 눈의 할머니가 소녀 같은 미소를 띄우고 한국어로 연신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프랑스 국적으로 지난 60년 동안 한국에서 봉사하는 삶을 살아온 노애미 테라스 수녀(90)가 그 주인공이다.

 

치매미술치료협회는 지난 10년 동안 노애미 수녀가 그린 크레파스화 150여 점을 건강미술역사박물관과 50여m 거리에 있는 사랑나눔갤러리, 그리고 이 두 전시공간을 잇는 골목길 등에 전시했다.

 

이번 초대전은 1950년대 선교활동차 한국으로 건너온 노애미 수녀가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6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소외된 이웃을 사랑과 희생정신으로 보듬어 온 삶을 기리는 헌정 전시회로 기획한 것이다. 그림을 가르쳐 온 신현옥 치매미술치료협회장이 주관했다.

풍물로 시작한 개막행사는 염태영 수원시장이 “노애미 수녀님의 헌신적인 봉사와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 작품을 시민들과 나눌 수 있어 기쁘다”는 내용의 축전을 보내고, 종교계와 지역사회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해 꽃바구니를 선물하는 등 연신 훈훈한 분위기였다.

 

노애미 수녀에게 이날은 초대전 개막 이상의 더욱 큰 의미를 갖고 있어 특별했다. 그가 한국에 첫발을 디딘 날이기 때문이다.

 

1957년 3월29일 한국에 입국한 그는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의 한센병 환자와 전후 고아를 돌봤다. 지난 2008년부터는 수원의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평화의 모후원’에서 요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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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후 한국에는 고아도, 한센병 환자도 많았어요. 60년이 되었다니, 정말 시간이 빨리 지나갑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평화의 모후원에 찾아와 노인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던 회장님의 권유로 시작한 그리기도 10년이 됐습니다.”

 

스케치북 크기의 하얀 도화지 위에 펼쳐지는 그의 그림 세계는 평화롭고 아름답다. 꽃같은 20대에 떠난 고향 프랑스 상파뉴에 대한 그리움과 반세기 이상 머물며 제2의 고향이 된 한국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 나온다. 유난히 초록빛의 자연이 많이 등장하고 둘러 앉아 식사를 하거나 손잡고 있는 사람들을 그린 작품이 대부분이다.

 

“나는 자연을 많이 생각하고, 많이 그립니다. 주님께서 창조한 자연만큼 좋은 것은 없습니다. 나는 또 사람들이 모이는 명절이나 무엇인가 나누는 모습을 그립니다. 그림으로 사람들의 마음이 연결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림 속 모습처럼 우리 한국 사람들이 계속 그렇게 모여서 나누면 좋겠습니다.”

 

그는 개막 행사가 끝난 후 불편한 다리를 천천히 거두며 전시장으로 들어갔다. 그의 등으로 모처럼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살이 뒤따른다. 하늘에서도 이방인이 반세기 이상 국경을 뛰어 넘어 실천해 온 사랑과 헌신의 삶을 치하하는 것일까. 봄을 부르는 이 전시는 다음달 30일까지 이어진다.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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