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 ’뚝심’으로 공연예술숲 키우는 의정부예술의전당 소홍삼 문화사업본부장

“성공한 아이디어에 안주하면 더 큰 성장은 없죠”
문광부 지원 ‘별의 전설’, 中 진출 무산에 베트남 선회 성공적 공연
‘예산삭감 위기’ 의정부음악극축제 16년간 이끌며 대표축제로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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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연계에서 부러움을 사는 공연기관을 꼽자면 단연 의정부예술의전당이다.

기초지자체 공공 공연시설로는 유례 없이 국비 지원사업에서 연거푸 선정돼 창작극 제작, 이 작품으로 해외 진출에 지방 투어까지 성공리에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지난 2001년 개관 준비부터 지금까지 16년 동안 현장을 누빈 소홍삼 문화사업본부장이 있다.

그는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축제를 기획했고, 창작극 대본 집필부터 제작을 주도했으며, 시민 대상 다채로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실행해왔다. 대부분 타 지역의 벤치마킹 사례로 자리 잡은 상태다. 그 많은 성과를 일군 원동력을 물었다. 돌아온 답은 소탈한 웃음 끝에 딱 한 단어, ‘뚝심’이었다.

“<쿵푸 팬더>나 <뮬란>을 중국의 콘텐츠라 생각하나요? 할리우드, 드림웍스를 떠올리잖아요. 지역성에 함몰되면 한계가 있어요. 지역성을 과거 그 지역에 있었던 인물이나 기록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개념을 확장해 해석하고 현대적으로 변용해야 합니다.”

 

의정부예술의전당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2015 지역특화 문화콘텐츠 개발 지원 사업’ 공모에 선정돼 융·복합공연 <별의 전설>을 제작했다. 단 한 줄로 요약한 제작기지만, 그 과정이 녹록했던 것은 아니다.

 

“의정부는 숙박만 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소비 체류형으로 전환할 지역특화 콘텐츠가 필요했죠. 고민 끝에 지역성과 보편성을 갖춘, 서양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견우와 직녀’를 결정했죠. 문제는 지역성이었어요. 심사과정에서 견우직녀와 의정부시의 연관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죠.”

 

설득은 아이디어를 낸 소홍삼 본부장의 몫이었다. 그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사랑이라는 보편적 소재를 다룬 콘텐츠의 필요성, 고구려 문화권인 의정부 지역의 역사성과 견우직녀 그림이 있는 고구려 매성리 고분벽화와의 관계성, 남북을 상징하는 견우직녀를 통해 분단 도시에서 평화를 지향하는 도시로의 브랜딩 등을 내세웠다. 심사위원은 공감했고, 지역문화재단 중 유일하게 의정부를 꼽았다.

 

그렇게 탄생한 넌버벌 퍼포먼스 ‘별의 전설’ 시즌 1은 이듬해 다시 한 번 공모로 콘진원의 지원을 받게 됐다. 신작에 해외 진출이라는 공모 조건에 어긋나지 않음을 설득해야 했다. 그 결과 전국의 5개 선정 사업 중, 또 다시 유일한 공연지원작이 됐다.

 

“영화, 게임, 만화 등은 신작으로 해외 진출이 가능하지만 무대 공연물은 너무 다른 여건이죠. 중국의 우랑 직녀로 각색해 콘셉트를 변경하고 웹툰을 비롯한 원소스멀티유즈 전략을 내세워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어요.”

 

문제는 또 터졌다. 순탄했던 중국 합작 공연 계획이 한한령에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지원 기한을 맞추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베트남 진출을 확정 짓고, 저력을 발휘했다. 현지 언론과 대중의 호응도는 뜨거웠고, 국내 공공극장의 성공적인 새로운 시장 개척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까지 받았다. 이 작품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우수공연으로 선정 지원해 지난달 청양과 남원 등에서 지방투어까지 벌였다.

 

소 본부장은 또 예산 전액 삭감 위기에 처했던 ‘의정부음악극축제’를 16년 동안 이끌면서 국내 대표급 공연축제로 키웠다. 국내 최초로 ‘공연상품권’ 제도, ‘모닝연극시리즈’ 기획, 자발적 지불전략과 문화나눔 정신을 담은 ‘희망티켓’ 등 공공 극장의 역할을 구현한 것도 그다.

 

16년 동안 숱하게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각종 사업을 뚝심으로 지켜왔다. 일회성으로는 그 어떤 성과도 낼 수 없다는 지론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 뚝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단련 방식이 인상 깊다. 한 마디로 ‘공유’다.

 

“예술은 성공해도 독점권이 없어요. 그 때문에 사회적 가치를 확보하고, 공공재로서 국가 지원을 받는 거죠. 예술에서 공유는 필수 덕목이에요. 지인들이 걱정할 정도로 모든 아이디어와 네트워크를 공유하는데, 그래야만 공연 시장이 커지니까요. 기획자로서도 성공한 아이디어에 안주하고 집착하는 순간, 더 이상의 성장은 없으니까요.”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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