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된 하모니… 남북 청소년 오케스트라 꿈꿔”
원형준 바이올리니스트가 지난 2009년 ‘린덴바움 뮤직’을 설립하고 ‘린덴바움 페스티벌’을 주최하면서 줄곧 꿈꿔온 일이다. 번번이 목전(目前)에서 지뢰 폭발과 남북 관계 경색 등의 문제로 실패했음에도 다시 소망하고 도전했다. 정부나 공공문화예술단체들도 시도하지 않는 것에 한 음악인이 그토록 매달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그는 “음악이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가치임을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원형준 바이올리니스트는 미국 줄리어드 음대와 메니스 음대에서 수학했다. 그가 촉망받는 솔리스트에서 클래식 공연 및 교육 기획자로 나서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음악에 대한 좌절’에서 비롯했다. 원 씨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에 유학비를 감당할 수 없어 대학 2년 때 휴학했다. 설상가상으로 서른을 넘겨 입대한 군에서 어깨 연골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의병제대했다. 방황의 늪에서 끌어올린 것은 다시 음악이었다.
“우연히 일본 삿포로에서 열리는 퍼시픽 뮤직페스티벌에 갔다. 뒷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예술가의 역할, 음악의 가치를 깨달았다.”
퍼시픽 뮤직페스티벌은 지휘자 번스타인이 젊은 연주자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기획한 클래식 축제다. 원 감독은 이것에서 착안, 영국 로열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샤를 뒤투아를 초청해 ‘제1회 린덴바움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린덴바움은 독일어로 ‘보리수’, 나아가 ‘나무와 생태계가 조화를 이루는 평화’를 의미한다.
이후 그는 2015년 광복 70주년 독립문 평화콘서트와 2013년 평화기원 판문점 음악회 등 공공성이 두드러지는 연주회를 기획했다.
만 18세 미만의 악기 연주 가능한 학생에 대한 하버드생들의 멘토링, 스위스 제네바 유엔오케스트라 지휘자 앙트완 마르구이어와의 협주, 8월11~12일 고양시와 DMZ캠프 그리브스에서의 평화 기원 음악회, 10월7일 미국 하버드대 합동 공연 등을 진행한다.
원 감독은 “문화예술 의무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후유증으로 지금의 소통과 공감이 어려운 사회가 됐다”면서 “참가 학생들이 화합의 의미를 깨닫고 통일한국을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로 성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음악을 통한 남한과 북한의 대화, 그것이야말로 주체적이고 진정한 소통”이라며 “남북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그 연주가 전 세계인에 감동을 안길 때까지 계속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설’이 된 무너진 베를린 장벽에서의 거장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가 끈질기게 남북 오케스트라 구성을 추진하는 원 감독에게서도 탄생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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