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 국내 첫 개인전 갖는 재미화가 천세련

“작가들 교류·소통 행위자체가 예술 수원~뉴욕~베를린 프로젝트 기대를”

“저를 ‘발판’ 삼았으면 좋겠어요. 저를 통해 국내외 작가들이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국내 작가는 외국으로, 외국 작가는 한국에서 활동하기를 바랍니다.”

미국에서 35년간 수필가, 교육자, 전문작가, 전시 기획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천세련 작가(60ㆍ여)의 바람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인전을 갖는 천 작가를 지난 3일 수원에서 만났다.

“미국에 처음 갔을 때는 아이들을 키우느라 작품 활동을 할 수가 없었어요. 뭘 그리고, 만드는 건 힘들어서 사실상 손을 놓다시피 했죠.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게 짧은 글 쓰는 정도였어요.”

그는 대학에서 생활미술을 전공하고 고등학교 미술교사로 활동하다가 1981년 의사인 남편과 결혼해 미국에 정착했다. 낯선 땅에서 육아에 전념하면서 예술에 목말라했다. 그 갈증을 해소하는 통로로서의 수필가의 삶은 그렇게 시작됐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한 편씩 쓰던 작품은 100여 편에 이르렀고, 워싱턴과 LA 문인협회에서 상을 받으면서 정식 데뷔했다.

하지만 미술을 전공했던 만큼 예술욕을 완전히 해소하는 데는 부족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뒤인 1995년 참아왔던 욕구를 마음껏 발산하게 됐다. 미술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자녀들과 함께 다녔던 재미한국학교에서 미술교사 활동을 시작하면서 그의 예술 인생이 궤도에 올랐다.

“학교에서 미술 외에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한국 전통 차 문화도 가르쳤어요. 다양한 활동을 하다보니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는 행위 자체가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녀가 작품활동과 교육자로서의 삶 외에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전시 기획자에 도전한 이유다. ‘예술은 함께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2000년 뉴저지에 갤러리를 오픈하고, 뉴욕의 공공미술 갤러리 등에서 100여 차례 전시를 기획했다.

수원의 장혜홍 섬유예술가, 양모로 작업하는 독일의 울리 작가와 지난 1월부터 진행 중인 ‘수원-뉴욕-베를린 프로젝트’도 예술을 함께하기 위한 활동의 일부다.

천 작가는 장혜홍 작가의 뉴욕 전시를 기획한데 이어 2차 프로젝트로 행궁재갤러리(수원시 팔달구 남창동 소재)에서 개인전을 갖고 국내 관람객 및 작가들과의 교류에 본격 나섰다.

전시에서는 은하수를 이어져있는 실타래로 표현해 모두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작가적 철학을 담은 시리즈와 실크 위에 먹으로 그린 원을 통해 모든 사물은 순환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중첩> 등을 선보인다. 이 전시는 28일까지 이어진다.

“전시 이후 미국에 돌아가서도 작가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는 활동을 계속 할 겁니다. 한국ㆍ미국ㆍ독일을 넘는 거대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작가들이 교류할 수 있는 ‘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게요.”

신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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