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수원 병원에서 진행된 시민강좌, 책으로 등장 '역사상의 제국들'

도서 역사상의 제국들-흥망과 성쇠, 그리고 유산(네오刊) 지난 2016년 수원 쉬즈메디병원에서 시민강좌 역사상의 제국들: 흥망과 성쇠, 그리고 유산이 열렸다. 당시 강좌에서 진행됐던 내용이 녹음돼 이번 역사상의 제국들: 흥망과 성쇠, 그리고 유산(네오刊) 책으로 묶여 출간됐다. 그동안 인류의 역사에는 수많은 제국이 있었다. 하지만 그 제국들이 어떻게 유지됐고 사라졌는지의 과정 속에서 삶의 지혜와 메시지를 얻으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책은 각 제국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재미있는 입담, 청중과의 질의응답을 실어 현장감을 전달하고자 했다. 흔히 제국을 떠올리면 수탈과 정복 전쟁 등이 떠올린다. 이 책에서 설명된 제국들은 광활한 영토를 점령해 국가를 이루고, 그 안에서 살아야만 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어울렸는지 등을 담고 있다. 다양한 민족과 영토를 지배하기 위해 어떻게 관용이 발휘됐는지, 어떠한 행정시스템과 교통 통신 시설이 갖춰졌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강의를 녹취한 만큼, 고대에서부터 현재의 미국에 이르기까지 주요 제국들의 굵직한 내용들을 바로 앞에서 강의를 듣는 듯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강의 당시 전문가들이 직접 작성한 여러 도판과 프리젠테이션을 적절히 배치했다. 612쪽. 이연우기자

죄와 벌, 정의는 누가하나... 히가시노 게이고 '백조와 박쥐'

죄와 벌의 단죄는 누가 할 수 있는가. 범죄자에 대한 신상털기는 정당한 일인가. 우리 사회에서 생각해 봐야 할 담론이 추리소설로 옮겨졌다. 전 세계 베스트셀러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작가이자, 현존하는 일본 추리 소설계 최고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 백조와 박쥐(현대문학 刊)다. 히가시노 게이고 데뷔 35주년을 맞아 출간된 이 소설은 한국어판 기준 총 568쪽, 원고지 2천 매가 넘는 대작이다. 이야기는 3년 시간차를 두고 두 개의 연결된 살인사건이 발생한 데서 시작한다. 평범한 삶을 살던 가해자의 아들은 사건이 조명되며 인터넷에 신상이 공개되고 일상이 무너진다. 피해자의 딸 역시 뒤바뀐 일상 속에서 고통의 시간을 보낸다. 작가는 소설 전체에 걸쳐 현대사회의 불관용과 온라인상의 폐해, 악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또 소문에 소문을 타고 들은 이야기가 사실과 진실로 둔갑하고 이를 근거로 사회적 판결을 내리는 게 정당한지 묻는다. 공소시효 폐지의 소급 적용 문제, 형사재판 피해자 참여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에 범죄자와 가족 신상 털기, 공판 절차의 허점 등 굵직하고 무거운 사회적 이슈를 다루며 우리 사회를 숙고해보게끔 한다. 작품은 히가시노의 주요 작품들을 우리말로 옮겨온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 양윤옥이 번역을 맡았다. 35주년 기념작 『백조와 박쥐』는 히가시노가 자신의 추리소설 본령으로 돌아가서 더욱 원숙해진 기량으로 써낸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33년 시간차를 두고 일어난 두 개의 살인 사건과, 이에 얽히는 인물들이 저마다 진실을 좇아가는 장대한 이야기를 탄탄한 틀 안에서 흡인력 있게 풀어낸 점이 돋보인다. 굵직한 사회적 논의를 아우르면서도 추리소설 본연의 재미를 잃지 않으며 차곡차곡 서사를 쌓아나가 놀라운 결말에 다다르는 데는 역시 히가시노라는 찬사가 나온다.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견지해온 작가가 드러낸,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뜨거운 드라마도 볼 수 있다. 값 1만8천원. 정자연기자

[신간소개] 하영은의 '나는 누드모델입니다'

누드모델 하영은은 매일 아침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전신 거울 앞에 선다. 어제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석구석 살핀다. 30여 년간 몸을 갈고 닦는 그녀만의 방식이다. 하영은 작가는 나는 누드모델입니다를 통해 최장수 누드모델로 활동하면서 깨달음과 고백을 담아냈다. 작가는 그동안 누드모델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직업적 편견에 맞서 당당하게 열정적으로 누드모델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제공했다. 하영은은 책을 통해 내 몸을 마주하라고 말한다. 이는 현재의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자는 의미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생활의 흔적, 습관이 베여 있는 자신의 몸을 통해 인생을 표현하는 것이다. 세월에 정면으로 맞서는 건 얼굴보다는 몸이다. 몸에는 그 사람의 나이, 평소 성격과 습관은 물론 은밀한 욕망까지도 담겨 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들까지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이런 몸을 얼마나 잘 살피며, 돌봐주고 있는가? 하 작가는 책을 통해 자신의 몸을 얼마나 잘 살피고 알고 있는지 물어본 후 자신의 몸을 정면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몸을 완전히 이해할 때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책은 우직하면서도 단호하게 자신만의 원칙을 지키며 한 분야를 고수해온 하영은의 인생이 담겨 있다. 꾸밈없이 날 것을 주는 감동에 대해 독자들에게 묵직한 알림을 준다. 값 1만5천500원. 김은진기자

[신간소개] 박서련의 ' 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

젊은 작가상 수상자이자 체공녀 강주룡 등으로 여성들의 삶과 연대를 이야기했던 박서련 작가의 열 번째 소설 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가 출간됐다. 책은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청년 9명의 이야기다. 하루하루를 견디며 무탈하게 살아가기 위해 분투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책은 9편의 짧은 소설로 구성됐다. SF부터 코미디, 공포, 드라마 등의 짧지만 개성이 뚜렷한 이야기들이 독자를 기다린다. 주인공들은 24시간 지하 만화 카페에서 한밤중에 아르바이트하다가 사건을 겪거나 인턴에서 정규직이 되고자 노력하던 중 같은 팀의 여 대리가 겪는 부조리한 일에 공감하고 슬퍼한다. 군에 입대한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활동에 몰입하기도 한다. 특히 책 속 거의 영원에 가까운 장국영의 전성시대는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SF 소설로 1999년 겨울밤, 라면과 아비정전 비디오를 옆구리에 끼고 홀로 귀가하던 배우 지망생 맹순영이 먼 미래에서 왔다는 한 인물과 만나면서 기적이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많은 사랑을 받으며 최근 재개봉 붐이 일었던 장국영을 다룬 점이 더 인상깊다. 이들은 불공평하고 답답한 현실에서도 쉬이 주눅 들지 않고 서로 손을 내밀며 사랑을 이어나간다. 우습고 슬픈 처지에 놓인 이들의 상황으로 독자들의 감정선을 건드린다. 값 1만4천원. 김은진기자

[신간소개] 우리여! 놀아야 산다, '놀이, 즐거움의 발견'

놀아라, 그렇지 않으면 바보가 된다. 의학박사이자 미국놀이연구원의 창시자인 저자 스튜어트 브라운이 하는 솔깃한 이야기다. 놀이, 즐거움의 발견(연암서가 刊)을 펴낸 저자는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고 연쇄살인범부터 노벨상 수상자까지 온갖 직업을 가진 6천 명이 넘는 사람들의 놀이 이력을 채록하고 취합하면서 평생을 보냈다. 그는 살인을 저지른 젊은 남성들과 음주운전을 하다가 중범죄자가 된 이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놀이의 중요성을 탐구했다. 저자는 찾은 공통점은 뜻밖의 이유에서 나온다. 어린 시절 놀이가 심하게 부족했다는 거다. 책은 놀이가 우리의 문제해결 능력, 적응력, 사회성, 창의성, 지능 등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놀이를 중단하는 것은 죽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우리가 놀이를 중단하는 것은 발달하는 것을 중단하는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엔트로피 법칙이 상황을 장악한다. 모든 것이 와해하는 것이다놀이를 중단했을 때, 우리는 죽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놀아야 할까. 어렵지 않다. 일단 운동하며 몸을 움직이고, 삶에 대한 두려운 태도를 버리며 놀이를 생활화하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욕구를 이해하는 사람들과 함께 놀이 환경을 구축하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놀이에 대한 중요성과 인간의 생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한 내용이 돋보인다. 정자연기자

[신간소개] 한국문인협회 한국문화선양위원회의 '적멸은 없다'

한국문인협회 한국문화선양위원회가 적멸은 없다(도서출판 그루刊)을 출간했다. 한국문화선양의 3번째 책인 적멸은 없다는 한국문화선양위원회 위원 26명의 작품이 담겨 있다. 이들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바로 알고 지키고 계승해 나가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자 책을 집필하게 됐다. 적멸은 없다는 전통문화 중에서 문학의 소중함을 말하고 있다. 문학은 인간이 창조한 가장 심원한 예술이며 인간의 갈망을 실현하는 이상이다. 또 이성과 감성이 빚어낸 예지의 결정체이기도 하며 영혼이 서식하는 집합체 역할도 한다. 책은 이러한 문학의 역할을 시와 수필로 풀어냈다. 강외숙 시인은 나무를 주제로 서글픔과 사랑, 유년의 기억을 담아내 솔직하게 표현했다. 김경순 시인은 로그인, 서울 스모그 등 정보가 넘쳐나고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과 사회의 모습을 그려냈다. 또 김동현 시인은 목련 마스크, 죽천횟집 등 4편의 시를 통해 우리 생활에서 익숙하고 친숙한 장면들을 나타냈다. 시 이외에도 김원길, 김이경, 맹기호 작가는 문학의 소중함을 알 수 있는 수필을 책 속에 담았다. 맹기호 작가는 상록수를 통해 자신이 겪은 일을 토대로 글을 모르는 타인에게 공감하고 문학의 소중함을 상기시켰다. 이광복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문학이고 문학으로 한국을 세계에 전할 수 있다며 누구나 알 만하고 지켜나가야 하지만 소홀히 하기 쉽다. 그렇기에 적멸을 없다를 통해 전통문화를 문학이라는 그릇에 담아 독자들과 함께 한국의 전통문화를 지켜나가고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고 전했다. 김은진기자

삶에서 건져올린 그리움의 시...김용태 '여린히읗이나 반치음같이'

미사여구보다 담담한 삶의 말이 울림이 클 때가 많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것도 좋지만 지나온 삶과 경험은 현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김용태 시인의 첫 시집 여린히읗이나 반치음같이는 소박하지만 단단한 어머니의 마음과 같다. 공주 산골에서 시작된 시인의 정서, 시의 DNA가 현재의 그리움과 만나 115편의 시로 엮였다. 사용만 하지 않을 뿐 한글이 존재하는 여린히읗, 반치음은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우리 인간관계도 눈에서 멀어지면 이별이라는 결과물이 생기지만 안검처럼 영원히 남아있다고 제목을 설명한 저자의 말처럼 시집은 삶과 인생을 저자만의 시어로 풀어냈다. 바쁘게 살아가지만 누구나 마음 한 편에 가진 가족, 고향,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과 노스탤지어를 툭 하고 건드린다. 그날도 / 어머니는 흘러내린 코를 닦아 주시며 / 품에서 빵을 꺼내 건네셨고 / 철없이 그 걸 받아 / 달게 먹고 돌아서는 순간, / 점심을 또 자식놈한테 빼앗겼으니/ 기나 긴 해를 어떻게 견딜 거냐!/ 어머니를 나무라는 소리가 나지막이 들렸다. 김용태 시 어머니의 끼니에서는 노인이 된 어머니의 젊은 날 사랑을 어릴적 기억으로 담담하면서도 가슴 아리게 풀어낸다. 시인은 어머니가 자식에게 건네는 빵과 사랑을 먹으며 삶의 이치를 깨닫는다. 총 3부로 나뉜 시집은 시인의 어머니와 아버지와 누이 등 피붙이 이야기와 시골마을을 감싸고 있던 샤머니즘과 공동체 정서가 담겼다. 문장마다 삶 속에서 건져 올린 단어가 그리움과 슬픔으로 다시 태어났다. 리헌석 문학평론가는 작품의 주류는 불교적 깨달음과 그리움의 정서라며 이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예술 작품이 시로서의 감동을 생성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번에 첫 시집을 낸 저자는 누구나 똑같은 욕심이겠지만 어려운 사람에게 위로가 되는 글을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김용태 시인은 지난 2016년 제97회 문학사랑 시인 작품상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대전문인협회문학사랑협의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정자연기자

개발 개발 개발…경기문화재단 ‘신도시’ 명암 그린 최초의 대중서 발간

1960년대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성남, 고양, 남양주 등 경기지역에 다양한 신도시들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당초 계획된 신도시 대부분은 서울의 인구 과밀과 부동산가격 급등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차원에서 추진된 측면이 강하다. 그 때문인지 경기도 신도시들엔 현대사회 도시화의 공과(功過), 명암(明暗), 희비(喜悲)가 서려있다. 오래된 지역 커뮤니티는 파괴되고 교통난은 심화한 반면, 대규모 주택단지가 조성되면서 편리한 도시기반시설이 들어서 주거생활 수준은 대폭 향상된 식이다. 경기도의 고유성과 역사성을 밝히기 위해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센터는 신도시의 진화 양상을 집필한 최초의 대중서 도시의 두 얼굴-경기도 신도시의 탄생과 성장을 발간했다. 이 책은 경기도 신도시의 탄생과 성장이 국가 단위의 도시정책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발전해 왔다고 서술한다. 따라서 경기도의 도시 성장과 공간 개발에 대한 재조명은 우리나라 도시정책의 요체와 함께 한국 현대도시사(現代都市史)의 명암을 바라볼 수 있는 핵심적이고 상징적인 인식 틀을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목차는 ▲한국 신도시의 한 원형을 찾아서-성남지역 신도시의 유산 ▲산과 골에 짓는 도시-서울시의 무리한 이주정책 ▲누가 왜 수도권 신도시를 조성했나?-분당 신도시의 탄생 등 총 15장으로 구성됐으며 분량은 544쪽이다. 책은 경기도사이버도서관의 경기도메모리에서 원문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업로드 작업이 진행 중이며, 인터넷 서점을 통해서도 구매가 가능하다.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센터 관계자는 8.10 성남 민권운동 50주년을 맞아 이 책을 기획하게 됐다. 우리나라 신도시 개발의 주요 흐름과 의미 맥락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며 신도시 건설 이면에 정치권력과 개발자본의 결탁이라는 부패의 그늘이 자리하고 있음을 분명히 헤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연우기자

여름 휴가철, 힐링북 '풍덩', '너의 정원'

독서의 계절이 가을이라 했던가. 이제 여름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난 휴가 기간 시원한 제철과일과 함께 책으로 떠나는 여행도 즐길 만 하다. 여름휴가 기간 몸과 마음을 식혀줄 힐링북을 골라봤다. ■진정한 휴가를 즐기려면풍덩! 우리는 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구구단도 배우고 관계대명사도 배웠다. 교통 규칙도 공중도덕도 배웠다. 그러나 휴식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고는 배웠지만 살아가는 데 있어 쉬는 것은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혼자 있기 좋은 방 이후 3년 만에 책을 펴낸 우지현 작가는 우리에게 휴식도 배워야 한다며 서문을 연다. 그는 모두가 지쳐 있다고 말하며 독자들을 향해 쉬어야 한다고 말한다. 데이비드 호크니부터 파블로 피카소까지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100여 점의 다채로운 회화와 울림이 있는 짧은 메시지가 담겼다. 시원한 그림들은 마치 독자가 바닷속에 풍덩 빠진 듯한 청량감을 준다. 휴가철 진정한 휴식을 배우고 싶다면, 또 잠시 놓은 일에 마음이 불안하다면 함께 하기 좋은 책이다. 위즈덤하우스刊ㆍ1만9천800원 ■책장에서 만나는 작은 갤러리그림책 너의 정원 높은 담벼락 위에 앉아 아름다운 정원을 내려다보는 고양이가 말한다. 저 사람은 매일 혼자서 뭘 하는 걸까? 내가 여기 있는지 알까? 고양이가 바라본 화가가 다가온다. 다리에 깁스한 화가의 눈에는 철조망에 페인 고양이의 다리가 보인다. 화가가 고양이의 다리를 치료해주며 서로에게 3인칭의 존재였던 그들은 너와 나의 관계에 이른다. 나현정 작가는 살면서 누구나 겪게 되는 만남과 이별, 의미를 고양이와 화가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한때 마음을 주고받았던 존재가 떠나버렸을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이 될까. 작가는 빈자리가 드리우는 외로움과 상처를 각자의 방식으로 치유해 나가면서, 어쩌면 한 걸음 성장하고 변화해 나간다고 알려준다. 장면마다 과슈로 그린 밀도 높은 그림은 책꽂이에서 만나는 갤러리처럼 느껴진다. 따뜻한 이야기와 채색이 주는 따스함으로 힐링할 수 있다. 글자 역시 그림책의 묘미를 살린 점이 돋보인다. 타이포 디자인을 통해 표현돼 고양이와 화가, 너와 나의 관계 글이 마치 리듬처럼 읽힌다. 글로연刊ㆍ1만7천원 정자연기자

[이날 e북] '밝은 밤' 外

잔잔하게 내리는 비가 더위를 한 풀 꺾어주고 차분하게 해주는 것처럼 잔잔한 내용의 책들이 더위에 지친 마음을 식혀줄 수 있다. 연일 최다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더위로 지쳐 있는 지금 우리 마음을 달래줄 만한 e북을 알아본다.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두 권의 소설만으로도 문장의 질감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작가 최은영이 오랜 기다림 끝에 첫 장편소설을 선보였다. 지난달 27일 세상에 나온 밝은 밤은 예스24 ebook 순위 5위 안에 들며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은영 작가는 그저 있는 그대로인 내 모습을 인정받고 싶었던 우리의 유년과 외로운 감정을 잘 알고 있다. 밝은 밤은 이런 이야기를 담아 과거에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서 한 일들과 생각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응답하는 답장 같은 책이다. 책은 작가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증조모-할머니-엄마-나로 이어지는 4대의 삶을 비추며 자연스럽게 백 년의 시간을 관통한다. 증조모에게서 시작돼 나에게로 이어지는 이야기와 나에게서 출발해 증조모로 향하며 쓰이는 이야기가 서로 넘나들며 간격을 메워갈 때 서로 살리고 살아내는 숨이 연쇄되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한결같은 서정성을 가지고 있는 박미출 시인의 낙동강에는 고래가 살지 않는다가 네이버 e북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소설과 에세이 등이 순위를 차지했었지만 요란스럽지도 화려하지도 않으며 순진한 은유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은 것이다. 박미출 시인은 지평선, 운명, 인감도장 등 18편의 시를 선보이며 그만의 순박한 감성을 일관되고 멋지게 끌고 있다. 박 시인은 시집을 통해 자신의 유년 시절을 배경으로 못다 이뤘지만 가슴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잡을 수도, 이룰 수도 없지만 가장 순결했던 때를 돌아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과 고향의 아름다움을 풀어냈다. 낙동강에는 고래가 살지 않는다는 잔잔하고 덤덤해서 더욱 슬프고 감동 받을 수 있는 시집이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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