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모델 하영은은 매일 아침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전신 거울 앞에 선다. 어제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석구석 살핀다. 30여 년간 몸을 갈고 닦는 그녀만의 방식이다.
하영은 작가는 <나는 누드모델입니다>를 통해 최장수 누드모델로 활동하면서 깨달음과 고백을 담아냈다. 작가는 그동안 누드모델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직업적 편견에 맞서 당당하게 열정적으로 누드모델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제공했다.
하영은은 책을 통해 ‘내 몸을 마주하라’고 말한다. 이는 현재의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자는 의미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생활의 흔적, 습관이 베여 있는 자신의 몸을 통해 인생을 표현하는 것이다.
세월에 정면으로 맞서는 건 얼굴보다는 몸이다. 몸에는 그 사람의 나이, 평소 성격과 습관은 물론 은밀한 욕망까지도 담겨 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들까지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이런 몸을 얼마나 잘 살피며, 돌봐주고 있는가? 하 작가는 책을 통해 자신의 몸을 얼마나 잘 살피고 알고 있는지 물어본 후 자신의 몸을 정면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몸을 완전히 이해할 때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책은 우직하면서도 단호하게 자신만의 원칙을 지키며 한 분야를 고수해온 하영은의 인생이 담겨 있다. 꾸밈없이 날 것을 주는 감동에 대해 독자들에게 묵직한 알림을 준다. 값 1만5천500원.
김은진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