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게 내리는 비가 더위를 한 풀 꺾어주고 차분하게 해주는 것처럼 잔잔한 내용의 책들이 더위에 지친 마음을 식혀줄 수 있다. 연일 최다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더위로 지쳐 있는 지금 우리 마음을 달래줄 만한 e북을 알아본다.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두 권의 소설만으로도 문장의 질감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작가 최은영이 오랜 기다림 끝에 첫 장편소설을 선보였다. 지난달 27일 세상에 나온 <밝은 밤>은 예스24 ebook 순위 5위 안에 들며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은영 작가는 그저 있는 그대로인 내 모습을 인정받고 싶었던 우리의 유년과 외로운 감정을 잘 알고 있다. <밝은 밤>은 이런 이야기를 담아 과거에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서 한 일들과 생각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응답하는 답장 같은 책이다.
책은 작가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증조모-할머니-엄마-나’로 이어지는 4대의 삶을 비추며 자연스럽게 백 년의 시간을 관통한다. 증조모에게서 시작돼 ‘나’에게로 이어지는 이야기와 ‘나’에게서 출발해 증조모로 향하며 쓰이는 이야기가 서로 넘나들며 간격을 메워갈 때 서로 살리고 살아내는 숨이 연쇄되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한결같은 서정성을 가지고 있는 박미출 시인의 <낙동강에는 고래가 살지 않는다>가 네이버 e북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소설과 에세이 등이 순위를 차지했었지만 요란스럽지도 화려하지도 않으며 순진한 은유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은 것이다. 박미출 시인은 ‘지평선’, ‘운명’, ‘인감도장’ 등 18편의 시를 선보이며 그만의 순박한 감성을 일관되고 멋지게 끌고 있다. 박 시인은 시집을 통해 자신의 유년 시절을 배경으로 못다 이뤘지만 가슴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잡을 수도, 이룰 수도 없지만 가장 순결했던 때를 돌아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과 고향의 아름다움을 풀어냈다. <낙동강에는 고래가 살지 않는다>는 잔잔하고 덤덤해서 더욱 슬프고 감동 받을 수 있는 시집이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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