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건져올린 그리움의 시...김용태 '여린히읗이나 반치음같이'

여린히읗이나 반치음같이

미사여구보다 담담한 삶의 말이 울림이 클 때가 많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것도 좋지만 지나온 삶과 경험은 현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김용태 시인의 첫 시집 <여린히읗이나 반치음같이>는 소박하지만 단단한 어머니의 마음과 같다. 공주 산골에서 시작된 시인의 정서, 시의 DNA가 현재의 그리움과 만나 115편의 시로 엮였다.

“사용만 하지 않을 뿐 한글이 존재하는 ‘여린히읗, 반치음’은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우리 인간관계도 눈에서 멀어지면 이별이라는 결과물이 생기지만 안검처럼 영원히 남아있다”고 제목을 설명한 저자의 말처럼 시집은 삶과 인생을 저자만의 시어로 풀어냈다. 바쁘게 살아가지만 누구나 마음 한 편에 가진 가족, 고향,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과 노스탤지어를 툭 하고 건드린다.

그날도 / 어머니는 흘러내린 코를 닦아 주시며 / 품에서 빵을 꺼내 건네셨고 / 철없이 그 걸 받아 / 달게 먹고 돌아서는 순간, / “점심을 또 자식놈한테 빼앗겼으니/ 기나 긴 해를 어떻게 견딜 거냐!”/ 어머니를 나무라는 소리가 나지막이 들렸다….

김용태
김용태

시 ‘어머니의 끼니’에서는 노인이 된 어머니의 젊은 날 사랑을 어릴적 기억으로 담담하면서도 가슴 아리게 풀어낸다. 시인은 어머니가 자식에게 건네는 빵과 사랑을 먹으며 삶의 이치를 깨닫는다.

총 3부로 나뉜 시집은 시인의 어머니와 아버지와 누이 등 피붙이 이야기와 시골마을을 감싸고 있던 샤머니즘과 공동체 정서가 담겼다. 문장마다 삶 속에서 건져 올린 단어가 그리움과 슬픔으로 다시 태어났다.

리헌석 문학평론가는 “작품의 주류는 불교적 깨달음과 그리움의 정서”라며 “이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예술 작품이 시로서의 감동을 생성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번에 첫 시집을 낸 저자는 “누구나 똑같은 욕심이겠지만 어려운 사람에게 위로가 되는 글을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김용태 시인은 지난 2016년 제97회 문학사랑 시인 작품상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대전문인협회·문학사랑협의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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