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조선의 새 길을 열다’, 실학박물관 대중교양서 출간

유배생활의 시련 속에서도 실학을 집대성하고 19세기 초 조선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던 다산 정약용(17621836)이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았다. 다산은 정치 과학 예술 등 다방면에 탁월한 업적을 남겼으며, 뜨거운 애민정신과 비판정신으로 늘 역사와 백성을 생각한 진정한 통합적 인문주의자이자 실학자였다.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관장 김시업)은 단산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대중교양서 다산, 조선의 새 길을 열다(경기일보 刊)를 출간했다.책은 지난 한 해동안 경기일보에서 연재한 원고를 정리한 것으로 김시업 관장을 비롯해 김성환 실학박물관 학예팀장,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김준혁 경희대 후마니타스컬리지 교수 등 14명의 관련 전문가가 참여했다.이 책의 특징은 다산의 학문적인 역정과 함께 그의 인간적인 측면을 부각시킨 것. 엄하고 자상한 아버지이자 올바른 스승의 형상, 마재와 초천으로 대표되는 고향마을, 그리고 인근의 두물머리와 수종사에 깃든 다산의 자취를 7장 33개 주제로 나눠 구성했다. ▲다산의 고향 마재와 초천 ▲다산의 성장과 서학 ▲다산의 관직 생활 ▲다산의 학문과 사상 ▲다산의 강진 유배 생활 ▲다산의 가족과 만년 생활 ▲다산의 저술로 구분했다.책은 주제별로 다산이 정조를 만나는 과정뿐 아니라 경기암행어사가 된 사연과 실학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화성을 설계하게 되는 과정까지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다산의 삶을 세세하게 다뤘다.김시업 관장은 다산은 청년시절 서학의 자극속에서 새로운 정신세계를 열어 나가 유교의 근원적 의미를 탐구했을뿐만 아니라 18년 귀양살이이 참혹한 고통속에서도 민생을 위한 개혁방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던 인물이라며 대학자의 모습과 함께 한 사람의 평범한 인간으로 살다간 다산의 모습을 살필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다산의 삶과 정신을 되새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다산 정약용은 500여권에 이르는 방대한 여유당집을 남긴 실학자로, 한자 문화 이래 가장 많은 개인 저술을 남긴 학자다. 또한 경세치용학과 이용후생학을 결합해 실학의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수원 화성의 설계, 거중기 발명 등은 그가 남긴 주요 업적 중 하나다. 값 1만2천원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이사부와 동해 그리고 독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책인 삼국사기에는 지증왕 13년(서기 512) 신랑 장군 이사부(異斯夫)가 우산국을 병합하다라고 기록돼 있다. 이 사료는 이사부가 우산국을 복속시켜 신라 영토에 편입시킨 사실을 전하고 있다. 이때의 우산국은 현재의 울릉도와 독도다.독도 역사의 첫 페이지를 연 신라 명장 이사부가 1천500년 전 독도를 오롯이 대한민국 영토로 편입시킨 이야기를 담은 이사부와 동해 그리고 독도(삼척시강원도민일보刊)가 발행돼 눈길을 끈다.내물왕 4대손으로 진골출신 귀족인 이사부는 훗날 미실의 시아버지가 되는 인물로 505년 지금의 삼척인 실직주 군주가 되어 선박이용 제도를 정비한다. 7년 후 512년 지금의 강릉지역의 하슬라 군주로 옮겨가며 우산국 정벌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고 치밀한 전략을 세웠다. 5세기 초 고구려의 속국이었으나 마찬가지였던 신라를 한반도의 강자로 만든 이사부 장군. 그는 밖으로는 유능한 장군이었고, 안으로는 신라의 역사 편찬을 건의해 국사를 편찬하도록 했던 문무를 겸비한 장군이었다. 책에서는 이사부가 왜 삼척에서 출항했는지를 각종 역사 자료와 사진, 그림 등으로 쉽게 설명해주고 있고 독도를 지키는 이사부의 후예들을 소개하고 독도 영토를 둘러싼 우리나라와 일본의 사료를 통해 독도는 엄연히 한국 땅임을 여러 기록들을 들어 명시했다. 특히 일본문헌 가운데 울릉도와 독도가 기록된 최초의 문헌인 은주시청합기에는 울릉도와 독도가 고려의 영토이며, 일본 영토의 경계는 오키섬이라고 분명히 기술하고 있다한글, 영어, 일본어, 중국어 총 4개국어판으로 발간돼 내외국인 등 다양한 독자들에게 두루 역사의 진한 감동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책은 마지막에 일본은 과거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고 독도를 넘보는 침략근성을 하루빨리 버려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일본 땅이라고 억지로 우기지 마라, 누가 뭐래도 독도는 한국땅이다.라고 강하게 외친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47년 만에 빛보는 박경리의 연애소설 ‘녹지대’

한국문학의 어머니, 토지의 작가, 故 박경리가 젊었을 때 썼던 연애소설. 1964년 6월1일에서 1965년 4월30일까지 부산일보에 연재했던 장편 소설 녹지대(현대문학 刊)가 47년 만에 두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녹지대는 명동에 있는 음악 살롱의 이름으로 주인공 하인애가 시인의 꿈을 키우며 같은 꿈을 꾸는 부류들과 어울리는 곳이다. 또한 자신의 영혼을 송두리째 앗아갈 사랑을 만나고 그와 어긋나 버리는 곳이기도 하다.한국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숙부의 집에서 기거하며 비록 숙모에게 눈칫밥을 먹는 처지지만 당차고 자유분방한 성품으로 늘 인기가 있는 인애에게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있다. 바로 김정현이라는 존재. 하지만 그는 안개에 쌓인 것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만날 수 있을 듯하지만 만나지 못하고 서로의 마음이 닿은 듯하다가도 이내 멀어진다. 그 이유는 인애와 정현 사이에 그 여자가 있기 때문이다. 정현은 그 여자의 마수에 걸려 자유를 속박당한, 마치 새장에 잡힌 새와 같은 꼴이다. 아우라만으로도 상대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그 여자의 정체와 정현과의 관계는 이야기의 후반에 가서야 충격적인 사연으로 드러난다. 치명적인 사랑이야기에 서스펜스가 흐르는 아주 독특한 분위기의 작품이다. 시대상에 대한 시선에 앞서 그 시대를 살아간 젊은 청춘들의 내면을 파고든, 낭만적인 색채가 짙은 작품이다. 값 각 권 1만2천500원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경기문학인협회 작품집 ‘경기문학인 2011년 제13호’

경기지역 문인이 지난 한해 집필한 시와 소설이 책으로 꾸려졌다. 경기문학인협회 작품집 경기문학인 2011년 제13호(경기문학인협회 刊)는 회원 50여명의 작품 100여점을 비롯해 2011 경기문학인상 선정경위 및 수상소감, 심사평을 실었다.책은 2011 경기문학인상으로 산문부문과 운문부문에서 각각 선정된 신공황후 기장벌희, 솥이물이로 돌아오다의 임종삼과 운문부문에서는 사랑의 반딧불, 사랑 한 잎 그리움 한 잎으로 문단의 호평을 받은 정명희에 대한 소감과 심사평으로 서두를 장식했다.문학성과 문단 이력, 참여도 등을 통틀어 검토해 선정된 결과로 김현탁 경기문학인협회장, 임병호 경기시인협회장, 양승본, 전영택, 임애월 위원의 심사로 이뤄졌다.책은 2011 경기문학인상 외에도 새로운 시와 소설, 2011년 활동을 담은 사진을 실어 지난 한해 경기지역 문인들의 여정을 충실히 밟았다.김현탁 경기문학인협회장은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경기지역 문인들의 모임인 경기문학인이 작품집에 새로운 문학세계를 담았다며 올해 경기문학인 상을 받은 임종삼, 정명희 작가를 비롯한 회원 모두의 작품이 명작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통섭의 식탁 등 새로 나온 책

●통섭의 식탁(최재천著/명진출판刊) 취미로만 독서를 즐기는 요즘 세대와 지적 자극을 받고자 하는 독자를 위해 기획독서를 제안하는 책이다. 아울러 기획독서가 요즘 화두인 통섭에 능한 인재를 만들어낸다고 주장한다. 방대한 독서량을 자랑하는 저자는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고 소개하며, 추천하는 지식 목록을 담았다. 다양한 분야의 책 읽기를 코스 요리에 빗대, 애피타이저에서 디저트, 퓨전 요리에 이르기까지 가벼운 책에서 다소 어려운 책까지 잘 소화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자연과학, 인문, 사회 분야를 아우르는 56권의 독서 기록으로 독자를 폭넓은 지적세계로 안내한다. 값 1만5천원●대불황과 대실패에도 굴하지 않았던 사람들(안의정著/머니플러스刊)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낭떠러지,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도 최선을 다해 성공의 반열에 올라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부모의 실패로 지독한 가난에 허덕이며 어린 시절을 살아온 사람, 저녁거리 마련을 위해 발을 동동거리며 온 거리를 누비던 사람 또 불황의 늪에 빠져 회생하기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재기에 성공한 사람 등 난관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도전해 결국 이겨낸 이들이 독자를 자극한다. 노하우를 통해 삶의 위기를 관리하는 법과, 실패를 극복하는 자세를 전하는 내용은 갑갑하고 어려운 사회를 극복하는 힘을 북돋운다. 값 1만3찬원●공정한 미래(부퍼탈연구소著/창조문화刊) 환경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독일의 부퍼탈 연구소가 글로벌 자원의 공정성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책은 지속 가능한 세계화 방안에 대해 20여명의 연구원이 3년에 걸쳐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를 담았다. 석유, 구리, 곡물 등 천연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는 4가지 원칙, 즉 인권보장, 공정한 참여 보장, 공정 무역, 손해 보상을 지켜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환경 협약 체결, 다국적 기업의 책임 확대 등을 우선시해 새로운 생산 모델과 소비 모델을 전 세계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값 2만5천원●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이병훈著/문학동네刊) 19세기 러시아 작가 도스토옙스키의 삶과 예술을 조명했다. 모스크바 국립대에서 러시아 문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가 도스토옙스키의 흔적이 남아있는 도시를 직접 취재한 기록을 바탕으로 그의 작품과 편지, 주변 사람들의 회상기를 더해 작가의 삶을 입체적으로 되살렸다. 저자는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중 모든 것이 변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노예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을 인용하며 이를 작가의 최후의 말로 소개한다. 오래전 세상을 떠난 작가의 시대를 통괄하는 언어가 오늘을 사는 독자에게도 충분히 유효함을 알리는 책이다. 값 1만6천원.

“내 마음속에는 항상 어린이가 있어요”

조금은 모자라지만, 마음만은 넉넉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가슴 따뜻한 동화를 써 온 윤수천 작가(71)가 신작 두 권을 내놨다. 고릴라를 닮은데다 굼뜨고 엉뚱해 따돌림을 당하는 항서의 이야기내 짝은 고릴라(이하 고릴라)(계림북스7천500원)와 어수룩하고 소심한 억수를 주인공으로 한 꺼벙이 억수와 방울소리(이하 억수)(좋은책어린이8천500원)다.작가는 가난과 괴롭힘으로 상처입은 아이들이 자신을 보듬어가며 다른 이와 어우러지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잊고 지낸 소중함을 고민케 한다. 더불어 사는 사회, 생명존중 등 다소 무거운 주제는 친절한 문체, 재치있는 삽화와 어우러져 따뜻하고, 재미있게 다가온다.내 마음속에는 항시 어린이가 있으니까. 또, 내가 거쳤던 어린 시절, 주위에서 만나는 아이들, 이 모두를 동화로 담아내는 거지요고희(古稀)를 넘겨서도 어린이의 시선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윤수천 작가. 74년 소년중앙문학상을 수상한 이래 아동문학가인생 40년을 바라보며 매해 1~2권씩을 꾸준히 펴낸 그는 지금까지 70여권의 동화를 썼다. 그간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한국동화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아동문학가로 자리매김했다. 그치지 않는 창작열로 지난해 발간한 동화만 4월 고래를 그리는 아이(시공주니어)와 12월 잇따라 낸 고릴라와 억수까지 총 3권이다.그의 이야기 속 어린이에게선 힘들고 아픈 가운데서도 밝고, 맑은 심성이 우러난다. 다리를 절뚝거리는 유기견을 가엾게 여기며 씻겨주거나(억수), 사고로 쏟아진 완두콩을 줍는 걸 돕느라 지각하는 모습(고릴라)은 사소하지만 따뜻한 시선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공통점이 많은 주인공이지만, 이야기의 주제는 다르다. 억수는 2007년 이래 우정, 환경, 꿈을 다뤄온 꺼벙이 억수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이번 신간은 버려진 유기견을 정성껏 보살피는 억수와,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억수의 생일을 맞아 나들이를 떠나는 가족 등 소소한 일화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아울러 그렸다. 긴 시간 독자들과 호흡해온 억수 시리즈는 첫번째 권인 꺼벙이 억수가 초등학교 2학년 말하기듣기 교과서에 실리며 널리 알려졌다. 이번 신작도 억수 시리즈를 좋아하는 동네 꼬마의 네 번째 억수 이야기는 언제 나오느냐는 질문에 구상하게 됐다고. 오물이 잔뜩 묻은 유기견을 들여다보며 마음 아파하고, 동물병원에 데려가 치료비로 돼지저금통을 내미는 등 엉뚱하고 순수한 억수의 모습은 팬을 양성할 만하다. 삽화는 억수 시리즈를 도맡아 그려온 원유미 삽화가가 맡았다. 커다란 앞니를 드러내며 강아지를 안고 환히 웃는 억수는 친구처럼 친근하게 다가온다. 한편, 고릴라는 느릿하고, 뚱뚱해 반 아이들이 멀리하는 항서를 받아들이는 짝꿍 세희와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다. 반 아이들 모두가 꺼리는 항서와 짝이 돼 싫기만했던 세희가 친구들을 먼저 생각하면서도, 부딪힐 때는 한걸음 물러서 양보하는 짝꿍의 모습을 보며 조금씩 어울려가는 과정을 담았다. 5년 전 잘가! 고릴라(섬아이)라는 제목으로 펴낸 책에서 슬픈 결말이었던 것을 밝은 내용으로 각색하면서 보다 재밌게 읽어내려갈 수 있도록 했다. 항서의 깊은 배려와 순박한 마음을 느끼며, 서서히 다가서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다 보면 절로 미소가 배어난다. 행복은 상황이나 여건보다는, 따뜻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거에요.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나를 사랑하고, 또 친구를 사랑하며 어울려 지내는 마음을 심어주고 싶습니다.느리고 어수룩한 어린이가 들려주는 지나치기 쉬운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는 어린이는 물론 성인 독자에게도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하는 힘이 있다.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지나온 나의 삶… 그리고 미래의 삶을 찾아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고민하게 되는 요즘, 우리의 삶과 자연의 소중함을 담은 시집 두 편이 출간됐다.사랑의 고귀한 아름다움과 사랑의 아픔을 노래해온 전영구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애작(愛作)(코드 미디어 刊)과 오랜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자연 사물의 새로운 의미를 탐색해온 김유신 시인의 열 번째 시집 봄의 층계(동행 刊)가 그것.전 시인은 이제껏 내놓은 3권의 시집에서 간절한 사랑의, 순연한 사랑의 순도 높은 가치를 짚어주었다. 마치 사랑은 이렇게 때묻지 않는 것이라는 사랑의 진정함을 읊어주었다. 이번 시집 애작의 화두는 표제 그대로 사랑 짓기 즉, 사랑의 완성이다.할 수 있는/사랑이라면 뭐든 할 수 있는/사랑/다시 하는 사랑/내 것으로 만들어/나만이 할 수 있는/그런 사랑 짓기를 시작할 수 있을까-애작 중에서시인은 그동안 사랑하여 슬픈 사랑의 고뇌에 눈물을 흘렸다면, 애작에서는 아픔의 치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과 새로운 사랑의 시작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김유신 시인은 꽃과 나무를 가꾸고 기르는 전원 시인으로 불린다. 시인은 자연 사물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자연의 생태에서 남다른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해낸다.시인은 자연의 외관과 속성을 따라 매우 섬세하고도 탄력 있는 반응을 보이면서 그로부터 삶의 비의(秘義)를 유추하는 일관되게 공을 들여왔다. 그렇게 시인의 시편에는 시와 자연과 삶이 한 줄기로 녹아 있다. 자연에서 길어 올리는 성찰과 신생의 노래로 가득하다. 시편은 그 자체로 스스로를 향한 실존적 고백이자, 우리를 향한 절절한 호소이기도 하다.바람 한점 없이 내리는 빗줄기 속에/새들까지 숨 죽여 명상을 하는데/그대는 얼마나/연둣빛 넓은 세계를 열어 보며/살아가는가- 5월의 연둣빛 비에 젖어서 중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주홍색 연구’ 등 새로 나온 책

●주홍색 연구(아리스가와 아리스著/비채刊) 역사상 가장 유명한 추리소설, 셜록 홈스와 왓슨 박사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작품 주홍색 연구의 오마주이자 도전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일본의 엘러리 퀸(프레데릭 대니와 맨프레드 리의 공동 필명으로 미국 추리 작가)으로 불리는 작가가 범인 찾기에 충실한 본격 미스터리 및 살의를 붉은 색으로 표현해낸 색채 미스터리로 살해사건의 욕망과 공포를 긴장감 넘치게 담았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속임수 등 본격 추리소설의 재미를 고스란히 재현하면서도, 현대적인 재해석까지 가미해 신본격 추리소설의 정수를 담았다. 값 1만2천원●잊혀진 질문(차동엽著/명진출판刊) 밀리언셀러 무지개 원리의 저자이자 연 600여회의 강연을 소화하며 대중과 소통해온 차동엽 신부가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갈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이 시대 사람들이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둔 생각, 도대체 무엇을 위한 인생인가라는 의문을 마음 밖으로 끌어내며, 인생에 대한 물음과 이에 대한 친절한 대답을 담았다. 한번 태어난 인생, 왜 이렇게 힘들고 아프고 고통스러워야 하나?, 착한 사람은 부자가 될 수 없나? 등 생의 밑바닥을 흐르는 절박하고, 근본적인 질문의 답을 탐사하는 과정에서 삶의 가치와 살아가야 할 이유를 느끼게 된다. 값 1만6천원●한국의 세계기록유산(신광철著/일진사刊)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기록유산의 구체적 특징과 이와 관련한 흥미진진한 사실을 담았다.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등 9개의 기록유산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문자로 기록된 한민족의 정신을 들여다본다. 훈민정음은 세종 가족들의 연구로 만들어진 작품, 조선왕조실록은 왕의 독주를 견제하는 장치 등 도발적이면서도 흥미로운 해석이 관심을 끈다. 영향력과 시간, 장소, 인물 등 세계기록유산의 등재 기준을 살펴보며, 까다로운 기준에 들어맞은 우리 기록유산의 가치와 미래를 되짚었다. 값 1만5천원●수원時人(시인) 창간호(수원시인협회刊)수원시인협회(회장 임병호)가 수원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시문학을 한데 엮은 책 수원時人(시인) 창간호를 펴냈다.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중 수원, 화성, 오산에 사는 회원들이 모여 창립한 수원시인협회가, 수원 시문학 발전을 위해 펴낸 책에는 수원 향토문학발전을 위해 헌신한 백봉 안익승 선생의 시와 추모시를 비롯해 제1회 수원 시인상의 당선작, 수원시인 70여명의 시가 담겨 있다. 값 1만4천원

어린이의 마음으로 쓰는 동화

조금은 모자라지만, 마음만은 넉넉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가슴 따뜻한 동화를 써온 윤수천 작가(71)가 신작 두 권을 내놨다. 고릴라를 닮은데다 굼뜨고 엉뚱해 따돌림을 당하는 항서의 이야기내 짝은 고릴라(이하 고릴라)(계림북스 刊7천500원)와 어수룩하고 소심한 억수를 주인공으로 한 꺼벙이 억수와 방울소리(이하 억수)(좋은책어린이 刊8천500원)다.작가는 가난과 괴롭힘으로 상처입은 아이들이 자신을 보듬어가며 다른 이와 어우러지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잊고 지낸 소중함을 고민케 한다. 더불어 사는 사회, 생명존중 등 다소 무거운 주제는 친절한 문체, 재치있는 삽화와 어우러져 따뜻하고, 재미있게 다가온다.내 마음속에는 항시 어린이가 있으니까. 또, 내가 거쳤던 어린 시절, 주위에서 만나는 아이들, 이 모두를 동화로 담아내는 거지요.고희(古稀)를 넘겨서도 어린이의 시선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윤수천 작가. 74년 소년중앙문학상을 수상한 이래 아동문학가인생 40년을 바라보며 매해 1~2권씩을 꾸준히 펴낸 그는 지금까지 70여권의 동화를 썼다. 지난해 발간한 동화만 4월 고래를 그리는 아이와 12월 잇따라 낸 고릴라와 억수까지 3권이다.그의 이야기 속 어린이에게선 힘들고 아픈 가운데서도 밝고 맑은 심성이 우러난다. 다리를 절뚝거리는 유기견을 가엾게 여기며 씻겨주거나(억수), 사고로 쏟아진 완두콩을 줍는 걸 돕느라 지각하는 모습(고릴라)은 사소하지만 따뜻한 시선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공통점이 많은 주인공이지만, 이야기의 주제는 다르다.억수는 2007년 이래 우정, 환경, 꿈을 다뤄온 꺼벙이 억수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이번 신간은 버려진 유기견을 정성껏 보살피는 억수와,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억수의 생일을 맞아 나들이를 떠나는 가족 등 소소한 일화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아울러 그렸다. 한편, 고릴라는 느릿하고, 뚱뚱해 반 아이들이 멀리하는 항서를 받아들이는 짝꿍 세희와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로, 5년 전 잘가! 고릴라라는 제목으로 펴냈던 것을, 보다 밝은 내용으로 각색했다. 항서의 깊은 배려와 순박한 마음을 느끼며, 조금씩 다가서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다 보면 절로 미소가 배어난다.행복은 상황이나 여건보다는, 따뜻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거예요.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나를 사랑하고, 또 친구를 사랑하며 어울려 지내는 마음을 심어주고 싶습니다.느리고 어수룩한 어린이가 들려주는, 지나치기 쉬운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는 어린이는 물론 성인 독자에게도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하는 힘이 있다.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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