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만에 빛보는 박경리의 연애소설 ‘녹지대’

한국문학의 어머니, ‘토지’의 작가, 故 박경리가 젊었을 때 썼던 연애소설. 1964년 6월1일에서 1965년 4월30일까지 부산일보에 연재했던 장편 소설 ‘녹지대’(현대문학 刊)가 47년 만에 두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녹지대’는 명동에 있는 음악 살롱의 이름으로 주인공 하인애가 시인의 꿈을 키우며 같은 꿈을 꾸는 부류들과 어울리는 곳이다. 또한 자신의 영혼을 송두리째 앗아갈 사랑을 만나고 그와 어긋나 버리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숙부의 집에서 기거하며 비록 숙모에게 눈칫밥을 먹는 처지지만 당차고 자유분방한 성품으로 늘 인기가 있는 인애에게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있다.

 

바로 김정현이라는 존재. 하지만 그는 안개에 쌓인 것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만날 수 있을 듯하지만 만나지 못하고 서로의 마음이 닿은 듯하다가도 이내 멀어진다. 그 이유는 인애와 정현 사이에 ‘그 여자’가 있기 때문이다.

 

정현은 그 여자의 마수에 걸려 자유를 속박당한, 마치 새장에 잡힌 새와 같은 꼴이다. 아우라만으로도 상대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그 여자’의 정체와 정현과의 관계는 이야기의 후반에 가서야 충격적인 사연으로 드러난다. 치명적인 사랑이야기에 서스펜스가 흐르는 아주 독특한 분위기의 작품이다.

 

시대상에 대한 시선에 앞서 그 시대를 살아간 젊은 청춘들의 내면을 파고든, 낭만적인 색채가 짙은 작품이다. 값 각 권 1만2천500원

 

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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