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섬유예술가로 활동 중인 장혜홍 작가(복합문화공간 행궁재 관장)의 예술세계가 강원도 평창군 진부문화예술창작스튜디오에서 펼쳐진다. 진부문화예술창작스튜디오는 4일부터 1, 2 전시장에서 강원특별자치도와 평창군의 후원으로 ‘장혜홍 섬유예술 초대전’을 선보인다. 진부문화예술창작스튜디오(센터장 권용택)가 기획한 이번 전시에선 장혜홍 작가의 최근 작업인 추상서정 ‘수원화성의 노을’부터 2024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 설치미술에 이르기까지 작가 품어낸 섬유 예술의 다양한 세계를 공개한다. 장혜홍 작가는 40년 넘게 활동한 한국의 대표적인 섬유예술가로 2011년 샌프란시스코 민속뮤지움에서 열린 ‘한국 섬유예술 11인전’을 시작으로 매년 국제전에 참여했다. 지난해에는 세계 3대 미술제인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에 초대되는 등 국제적으로 활동 폭을 넓혔다. “섬유예술은 그 윗대 어머니들 삶의 모든 것”이라 말하며 명주, 조각보 등 우리나라만 만들 수 있는 재료로 전통 염색기법의 깊이를 더해 현대미술로 여성의 삶을 느끼게 한다. 이번 전시에선 특히 사계절의 변화를 회화적으로 표현한 작가의 시선과 마주할 수 있다. 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를 다녀온 후 오랫동안 마음에 두었던 서정적 추상을 시작한 ‘수원화성의 노을’은 한국 전통색으로 만든 염색물감을 칠하며 자개와 많은 혼합재료를 사용해 수원화성의 사계절 변화를 다채롭게 담아냈다. 또 2024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 참가 작품인 ‘흑-Black project’, 팬데믹 기간 작가가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뒀던 ‘어는 봄날’ 등 페인팅에서 설치미술까지 현대 섬유 예술의 확장성을 그려낸 작품이 걸렸다. 전시가 열리는 장소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진부문화예술창작스튜디오의 권용택 화가는 수원 출신의 한국을 대표하는 구상작가로 강원도 진부에 ‘하오개스튜디오’를 마련해 수원과 진부를 오가며 활동 중이다. 2020년 설립된 진부문화예술창작스튜디오는 그동안 100여 건의 전시를 진행하며 ‘남북평화미술전’, ‘수원-평창 평화미술 교류전’ 등 수도권과 지속적이고 다양한 교류전을 선보여 왔다. 관람객 또한 연간 5천여명이 다녀가는 등 지역의 시각문화예술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제 시작인 서정적 추상이 어떻게 변화할지 나 스스로도 기대가 된다. 세상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얻어서 기쁘다”고 말한 작가의 세계는 이달 29일까지 만날 수 있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지속가능한 문화예술교육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2025 경기문화예술교육 통합공모’를 4일부터 접수한다. 이번 공모는 ▲영아 문화예술 향유 프로그램 개발 및 영아의 예술 향유권 증진을 위한 ‘영아 문화예술 콘텐츠 개발’ ▲만 3~5세 유아 문화예술교육 개발 및 운영을 지원하는 ‘유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도내 지역 아동·청소년에게 문화예술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지역아동 예술기회 지원’ ▲경기도 청소년의 뮤지컬 교육과 교육용 창작뮤지컬 개발을 지원하는 ‘경기틴즈뮤지컬’ ▲ 중견 민간단체의 주체적인 예술교육 활동 확장을 위한 ‘펼쳐지는 꿈·틀’ ▲일상 속 문화다양성 가치의 이해와 실천을 위한 ‘다이아 프로젝트’ ▲성인 대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을 지원하는 ‘경기시민예술학교’ ▲중견 단체들의 자생력 강화를 위한 판로지원 사업 ‘노는예술, 더하기’ 등 총 8개 부문으로 진행된다. 특히 이번 공모는 만족도 조사와 자문회의를 바탕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추진된다. ‘영아 문화예술 콘텐츠 개발’과 ‘시민예술학교’ 등 영아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예술교육 대상자를 고려해 사각지대 없는 문화예술교육 실현이 목표다. 또 ‘지역아동 예술기회 지원’의 예술 장르와 대상을 확장했고, ‘경기틴즈뮤지컬’ 공모대상에 뮤지컬 관련학과가 있는 대학을 포함하는 등 경기도 문화예술교육의 지원 범위를 확대하고 그 가치를 확산하는 데 주목했다. 먼저 ‘영아 문화예술 콘텐츠 개발’은 어린이 문화기반 시설을 대상으로 영아 중심의 문화예술 향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개발 및 운영을 위해 기관별로 최대 2천만원을 지원한다. ‘유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은 유아 대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을 위해 도내 예술교육 단체, 기초문화재단, 문화기반 시설 등에 기관별 최대 2천400만원을 지원한다. ‘지역아동 예술기회 지원’은 도내 지역아동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다함께돌봄센터를 대상으로 2개 분야의 공모를 진행하며, 악기 대여 및 음악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최대 800만원, 다장르 예술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최대 650만원을 지원한다. ‘경기틴즈뮤지컬’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뮤지컬 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교육용 창작뮤지컬 개발을 위해 도내 공공 공연장 운영 주체 및 뮤지컬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에 최대 4천만원을 지원한다. ‘중견단체 확장지원 ‘펼쳐지는 꿈·틀’’은 도내 설립 3년 이상, 활동 경력 3년 이상 혹은 사업 선정 3회 이상의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최대 지원금은 2천만원이다. ‘문화다양성 공모 ‘다이아 프로젝트’’는 도내 문화예술 단체 또는 개인을 대상으로 문화다양성 기반의 문화예술 활동 운영을 두 가지로 지원한다. 문화예술 프로젝트 유형은 최대 1천만원, 자율학습공동체 유형은 500만원을 지원한다. ‘경기시민예술학교’는 도내 기초문화재단을 대상으로 성인 대상 전문 예술교육 및 예술가 협업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최대 지원금이 3천만원이다. 마지막으로 중견단체 판로지원 ‘노는예술, 더하기’는 지난해 ‘노는 기획’ 공모를 통해 선정된 10개 단체와 함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요처를 모집한다. 수요처가 제시하는 자체 예산에 맞춰 최대 600만원의 1대 1 매칭 지원금과 전문가 컨설팅을 지원한다. 공모 접수는 4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되며,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사업설명회는 6~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선정 결과는 전문가 심의를 거쳐 다음달 11일에 발표할 예정이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공모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를 널리 확산하고 많은 도민에게 문화예술교육의 혜택이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의 음악인들이 교향악단과 함께 만드는 상생의 무대가 펼쳐진다. 수원시립교향악단(이하 수원시향)은 오는 13일 저녁 7시30분 수원 SK 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2025 기획 연주회 ‘수원 음악인의 밤’을 개최한다. ‘수원 음악인의 밤’은 수원시향의 지역 활성화 사업 가운데 하나로 수원 지역 출신의 음악인들과 수원시향 오케스트라가 협연하는 특별한 무대다. 지난 2013년부터 매해 이어온 ‘수원 음악인의 밤’은 음악인들에게는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기회를 주고, 수원시향과 수준 높은 지역 예술인이 접점을 늘려가며 지역 음악 예술의 저변 확대 및 활성화와 지역 음악 예술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무대에는 수원시음악협회의 추천을 받은 음악인들이 협연자로 선정돼 수원시향 오케스트라와 다채롭고 양질의 무대를 선보인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신은혜 수원시향 부지휘자가 지휘봉을 맡아 무대를 이끌어간다. 첫 곡으로는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이 연주된다. 이 곡은 스코틀랜드 핑갈 동굴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된 작품으로 장엄하고 신비로운 선율을 담고 있다. 이어지는 무대에서는 수원 출신의 음악가들이 수원시향과 함께하며 기량을 마음껏 선보인다. 먼저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을 피아니스트 황수연과 김은아가 연주하며 오케스트라의 조화로운 하모니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피아니스트 황수연은 독일 베를린 국립음대와 트로싱엔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으며 현재 부산대 등에서 출강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김은아는 서울대, 독일 함부르크 국립음대 석사과정 및 최고연주자과정 졸업했으며 스페인 델리아 스테인버그(Delia Steinberg)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 독일 엘리제 마이어(Elise Meyer) 국제 피아노 콩쿠르 3위 등의 이력이 있다. 이어 색소폰 연주자 임승훈이 색소폰의 다채로운 매력이 돋보이는 이베르의 ‘색소폰을 위한 작은 협주곡’을 연주한다. 임승훈은 현재 프로젝트 ‘S’ 앙상블 멤버 등으로 활동 중이며 (사)한국음악협회 해외파견콩쿠르 색소폰 1등, 클라리삭스 발랑시엔(Clarisax Valencienne) 2015 콩쿠르 3등을 수상한 바 있다. 첼리스트 권새롬은 첼로의 다양한 기교가 돋보이는 생상스의 ‘첼로 협주곡 제1번’을 통해 서정적이면서도 화려함이 가득 담긴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권새롬은 강남대 음악학과 교수 및 예술영재교육원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멘델스존 펠로우쉽 오디션 우승, 이스트만 음대 실내악 최우수상(John Celentano Award) 수상, 사우스캐롤라이나 ASTA 콩쿠르 1위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수원시립교향악단 관계자 “‘수원 음악인의 밤’은 문화도시 수원의 정체성 강화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 예술인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무대를 지속적으로 기획하며 위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티켓 예매와 자세한 공연 정보는 수원시립예술단 누리집과 수원시향 사무국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천 연수구가 동춘역 지하보도를 주민을 위한 문화예술 전시공간으로 만들었다. 3일 구에 따르면 지난 2024년 12월 쾌적한 보행환경 조성을 위해 동춘역 5번 출구 엘리베이터 공사와 지하보도 및 6번 출구 리모델링을 완료했다. 구는 이곳에 다양한 작품을 전시해 주민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 일상 속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최근에는 지하보도 공간을 활용한 미술작품 전시회를 개최했다. ‘노년의 지혜, 예술로 피어나다’라는 주제로, 청학노인복지관의 노년 서회화 과정 수강생들이 제작한 작품들을 전시했다. 미술, 민화, 수묵 손 글씨, 한글교실 시화 등 14점을 전시했으며, 특히 이번 전시는 참여 어르신들이 직접 창작한 작품을 재능기부 형식으로 무상 제공했다. 이재호 청장은 “청학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의 열정과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동춘역 지하보도를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다양한 문화행사의 중심지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국내 최고 권위의 문학상 중 하나인 이상문학상이 지난 17일 등단 4년 차인 예소연 작가의 작품 ‘그 개와 혁명’을 제48회 대상 수상작으로 발표하며 20‧30 새로운 세대와의 호흡을 예고했다. 요절한 천재 작가 이상(1910~1937)을 기리며 1977년 제정된 이상문학상은 김승옥 ‘서울의 달빛 0장’(제1회), 박완서 ‘엄마의 말뚝’(제5회), 이문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제11회) 등 걸출한 작가들을 배출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제29회)과 그의 아버지 한승원(제12회) 부녀가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이상문학상 수상자들의 또 다른 작품을 통해 소설의 세계를 들여다 봤다. ■ 44회 수상자 이승우, ‘사유’와 깊은 동굴 “나는 나의 ‘세상의 끝’이다.” (이승우作 ‘고요한 읽기’ 중) 지난해 8월 출간한 ‘고요한 읽기’(문학동네)는 ‘마음의 부력’으로 제44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이승우 작가가 그의 43년의 작가 인생에서 얻은 깊은 사유를 담아낸 산문집이다. 22살에 등단해 40여 년간 30여 권의 소설을 써 내려간 작가는 ‘소설 쓰기’로 인생에 복무한다고 말한다. ‘고요한 읽기’는 그의 작품세계를 지탱하는 ‘종교적 실존’과 ‘문학적 실존’이라는 두 개의 기둥 위에 지은 집과 같다. 해당 작품에선 밀란 쿤데라, 카프카, 이청준부터 사르트르, 시몬 베유, 탈무드와 성경까지 문학과 철학, 종교를 오가는 그의 ‘고요한 읽기’ 목록에서 작가 자신과 타자, 세계에 관한 오랜 질문과 사유를 마주한다. 작가는 고요한 몰두를 통해 “자기에 대한 의심과 돌아봄이 없는 이해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그래서 읽기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나는 나에게서 가장 멀고, 잘 모르며 만나지 않으려고 하는 가장 두려운 사람이다”라고 털어놓는다. 서문 ‘감추어진 동굴’에서는 깊이 가라앉은 자기 안의 빛과 어둠을 탐색하는 과정을, 이어 ‘세상의 끝’을 시작으로 ‘작가라는 환영’, ‘비범함에 대한 유혹’, ‘대기만성’ 등 열두 편의 산문 속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공감의 지점을 찾을 수 있다. ■ 46회 수상자 최진영,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 수백~수천 년을 살아가는 나무의 세계에서 인간은 잠시 스쳐 가는 찰나의 존재일 것이다. 최진영의 장편소설 ‘단 한 사람’은 지구의 오랜 시간을 지켜온 수천 년의 무성한 나무의 생 가운데 이파리 한 장만큼을 빌려 죽을 위기에 처한 단 한 명만 살릴 수 있는, 나무와 인간 사이 ‘수명 중개인’이란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2006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작가는 2020년 제35회 만해문학상에 이어 지난 2023년 ‘홈 스위트 홈’으로 제46회 이상문학상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작품 가운데 소설 ‘구의 증명’은 사랑하는 연인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겪는 상실과 애도의 과정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에 되물으며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또 다른 베스트셀러 ‘단 한 사람’은 최진영식 사랑의 세계를 그려낸다. 3대에 걸친 ‘살리는 자’의 숙명을 안고 태어난 열여섯 살 목화. 목화는 꿈을 빌려 투신과 살해, 사고사와 자연사 등 수많은 죽음의 장면을 목격하고 그때 ‘네가 구하면 살아’라는 나무의 알 수 없는 소환으로 일상의 흔들림을 겪는다. 작가는 구원, 신념과 사랑 등 묵직한 주제를 ‘수명 중개’라는 판타지 요소로 소설 속 세상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 알고 보면 반할 초상(이성훈 지음, 태학사 刊) 조선시대 사람들은 초상화를 왜 그렸고, 어떤 용도로 사용했을까? 조선시대 초상화들에 얽혀 있는 다양한 이야기로 당시 정치, 사회, 문화상을 해설하는 책이 출간됐다. 미술사학자인 저자 이성훈은 조선시대 초상화 120점을 분석해 ‘알고 보면 반할 초상’을 펴냈다. 조선시대에 초상화 제작을 의뢰받은 화가는 누구라도 주인공을 단번에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닮게’ 표현했다. “터럭 하나라도 더 많으면 곧 다른 사람이 된다”고 인식해서다. 당시 초상화는 불만을 품은 이에게 도난당하거나 훼손당하는 등 주인공의 ‘대체물’로 인식됐다. 이후 초상화는 따뜻한 질감의 피부색을 표현하는 데 집중되거나, 주인공의 특징적인 면을 의도적으로 과장되게 부각해 정신적인 면을 드러내는 흐름으로 바뀌어갔다. 저자는 먼저 죽은 벗을 떠올려 그린 윤두서의 역작 ‘심득경 초상’, 제자들이 화가를 시켜 몰래 그린 스승의 초상화 ‘윤증 초상’ 등 다양한 초상화에 얽힌 일화와 특징을 풀어냈다. 특히 책에서 다루지 못했지만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초상화 14점을 책 끝에 부록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 성장지향성(존 마일스 지음, 오픈도어북스 刊) 성장은 성공의 전제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끄는 주제다. 시대가 변화하며 성공의 기준이 세분화되긴 했지만, 무엇을 실천해야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답은 여전히 확언하기 어렵다. 성장의 ‘지향점’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를 알려주는 자기계발서가 출간됐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50대 기업의 임원 출신인 저자 존 마일스는 이 책이 단순히 성공에 초점을 맞춰 ‘마인드셋’을 내세운 다른 책들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책은 성장에 집중한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을 비롯해 성장의 원리를 망라한다. 오프라 윈프리, 드웨인 존슨,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등 유명 인사의 사례를 그러모아 성장의 비밀을 설명한다. 특히 인간관계의 생태계를 우호자형, 방해자형으로 나눠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주변 존재들에 대한 충고도 덧붙였다. 저자는 철저한 원칙 아래 생각과 행동이 조화를 이룰 때 성장과 성공이 반드시 찾아온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이정표를 제시한다.
대표적 자가면역 질환인 ‘전신 홍반성 루푸스(SLE, Systemic Lupus Erythematosus)’는 만성적으로 지속돼 치료가 까다롭다. 면역 체계가 이상을 일으켜 자기 자신을 공격하며 발생하는 SLE는 악화와 완화를 반복하며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질환으로 피할 수는 없지만 관리는 가능하다. SLE의 발병 원인은 유전·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중 루푸스 환자가 있을 경우 발병 확률이 더 높고 과로나 스트레스, 자외선, 흡연 등이 위험 인자로 꼽힌다. 고혈압 치료제인 하이드랄라진과 부정맥 치료제 프로카인아마이드 등의 일부 약물도 약물 유발 루푸스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증상은 다양하지만 환자의 80~90%에서 얼굴을 비롯, 전신에 피부 발진이 나타난다. 특히 코 위쪽을 중심으로 대칭적인 나비 모양의 발진이 흔한데 관절 이상도 루푸스 환자 4명 중 3명에게서 관찰되는 흔한 증상이며, 힘줄이나 인대 등 관절 주위 조직이 변화하면서 손가락이 심하게 펴지거나 구부러지는 운동성 장애가 오기도 한다. 루푸스가 신장에 영향을 미칠 경우 신부전 및 신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병이 진행될 때까지 자각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려운 편인데 이외에 심장과 폐, 위장관 등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용혈성 빈혈 ▲혈소판 감소증 등의 혈액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우울증과 불안 등 신경정신병적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진단을 위해서는 혈액 및 소변 검사와 흉부 X-선 촬영, 신장 조직 검사 등을 시행해 볼 수 있지만 특히 자가항체 및 보체 검사가 필요하다. 자가면역 질환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항체들을 측정, 진단 및 질병 경과 파악에 이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초기 증상이 보통 피부 발진이나 관절 증상이다 보니, 환자들이 류마티스 내과가 아닌 다른 진료과를 먼저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치료는 증상에 따라 ▲항말라리아제 ▲진통소염제 ▲부신피질 호르몬(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등을 사용한다. 신장 문제나 심한 빈혈, 혈소판 감소, 경련 등이 나타나는 중증 루푸스의 경우에는 고용량 부신피질 호르몬이나 강한 면역억제 요법으로 치료하는데 이는 매우 전문적인 치료인 만큼 반드시 류마티스내과 전문의 판단 하에 행해야 한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들이 개발되어 B세포 억제제(벨리무맙)나 인터페론 차단제(애니프로루맙) 등의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다.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외선 차단, 충분한 휴식, 균형 잡힌 식습관 유지가 경증 루푸스 치료에 도움이 된다. 특히 감기에 걸리거나 세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일상생활에서 조심해야 하고 미리 독감, 폐렴, 대상 포진 등에 대한 예방 접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재현 고려대 안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루푸스는 꾸준히 치료하면 조절 가능한 질환이지만 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할 경우 급격히 악화되고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질환”이라며 “불과 20년 전만 해도 루푸스는 발병 후 5년 생존율이 5%도 되지 않는 아주 치명적인 질환이었지만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 됐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경증에서 중증까지 증상과 정도가 매우 다양한 만큼 전문의와 상의해 환자 맞춤형 치료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기도한의사회는 지난달 27일 수원라마다 호텔에서 제74회 정기대의원 총회를 개최했다고 2일 밝혔다. 이날 총회에는 이용호 도한의사회장 등 도한의사회 임원진과 대의원을 비롯해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염태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수원무), 김용성·박재용·정경자 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등 20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총회 1부에선 김성욱 도한의사회 대의원총회 의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이 회장의 인사말, 내빈 축사, 표창패 및 감사패 시상 등이 진행됐다. 먼저 이 회장은 지난해 도한의사회의 사업 성과를 공유하고 올해 추진할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경기도 난임부부 한의약 지원사업의 예산이 지난해보다 약 2억원 증가한 10억200만원인 점을 강조하고, 1차의료에서 한의계의 역할을 확대하는 등의 계획을 밝혔다. 이 회장은 “경기도의료원 6곳 중 의정부병원 1곳만 한의과가 설치돼 있었는데, 최근 파주병원에도 한의과를 설치하기로 결정돼 양·한방 협진 등이 가능해졌다”며 “도한의사회가 학교 주치의 사업, 돌봄 사업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경기도만의 롤모델을 만들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올해는 홍보에 박차를 가해 한의약의 중요성에 대해 널리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윤 회장은 “도한의사회의 한의약 홍보 사업은 다른 지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며 “난임부부 지원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해준 경기도와 국회의원, 도의원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사법부가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 권한이 있다고 한 판결이 있었다. 양, 한방이 동일한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 동일한 수단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회원이 먼저, 한의학이 먼저라는 초심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총회 2부에선 감사보고 후 감사 선출의 건, 회칙 개정의 건, 올해 사업계획 및 세입·세출 예산 심의의 건 등이 안건으로 상정돼 논의됐다.
의궤에 화성의 국면을 ‘만년의 금성탕지’로 평가하고 있다. 방어하기에 좋고 안전한 화성이란 말이다. 하지만 화성에도 방어에 취약한 곳이 있다. 팔달산 남쪽 능선, 숙지산, 구산, 선암산 등 네 곳이다. 공통점은 화성 성 밖이고, 화성과 가까운 곳이고, 화성 여장 높이보다 높다는 점이다. 화성으로는 눈엣가시 같은 곳이다. 물론 정조도 당시에 이에 대한 대책을 화성 설계에 반영했다. 팔달산 남쪽 능선에는 용도(甬道)를 설치하고 구산과 숙지산에는 돈대를 세웠다. 모두 성 밖에서 매복, 척후, 경보의 역할을 하는 시설물이다. 그런데 단 한 곳 선암산에는 그 어떤 대책도 하지 않았다. 미스터리다. 요즘도 연구가는 선암산과 화성 사이에 용도를 설치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 용도를 설치하지 않았을까. 선암산은 동북공심돈 맞은편 산이다. 창룡문 사거리에 있는 높은 산을 말한다. 성 밖 이곳에 올라서면 화성 내부 전체를 볼 수 있다. 화성 요해처다. 적이 이곳을 점거하면 화성 전체의 허실을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선암산과 화성 사이는 산의 맥이 연결됐지만 능선은 아래로 내려간 후 다시 화성 쪽으로 오르는 지세다. 즉, 둘 사이가 푹 꺼져 있는 형상이다. 용도 설치가 불가한 이유를 살펴보자. 먼저 지형 측면이다. 이런 지형은 용도 입지에 맞지 않는다. 용도의 기본 조건은 용도가 주변보다 높아야 한다. 가능하면 전체가 수평이어야 한다. 한 예로 화성 용도를 보자. 팔달산 용도는 3면이 주변보다 높고 전 구간이 수평이다. 그야말로 용도 터의 정석이다. 용도란 성이 없고, 낮은 담장만 있다. 주변 지형이 한 곳이라도 용도보다 높다면 적이 용도 안을 샅샅이 볼 수 있다. 수평면이 아니고 오르락내리락한다면 올라간 부분에서 낮은 곳을 모두 보게 된다. 매복과 척후라는 기본 기능을 못 한다. 오히려 적의 공격 포인트가 돼 성으로 진입하는 고속도로가 될 뿐이다. 다음은 시공 측면이다. 이런 지형에 용도를 설치하려면 푹 꺼진 지형을 인공적으로 수평으로 만들어야 한다. 방법은 흙을 다져가며 쌓는 것과 돌로 양쪽을 높게 성을 쌓는 방법이다. 당시는 삽, 괭이, 우마차, 인력만을 사용해야 했다. 흙과 돌을 쌓아 산을 만드는 것은 시공과 안전에 적합하지 않다. 용도는 당시 여건으로는 시공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종합하면 지형과 시공성이 용도 기본 요구에 맞지 않았다. 그렇다면 선암산을 적에게 내 주자는 말인가. 아니 화성의 절반을 그냥 포기한단 말인가. 전략가 정조에겐 어림없는 얘기다. 정조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두 가지 대안을 이미 마련해 놓았다. 첫 번째 대안은 동북공심돈 배치다. 선암산 맞은편 화성 동북성에 동북공심돈을 배치했다. 동북공심돈은 남공심돈, 서북공심돈을 지으며 파악한 약점을 보완해 만든 세계에서 가장 현대화된 공심돈이다. 건축 특징은 원돈(圓墩), 중잡(重匝), 성탁지내(城托之內), 세 가지로 압축된다. 원돈은 원통형의 돈이고, 중잡은 벽을 외원과 내원으로 만든 두 겹 구조를 말한다. 성탁지내란 돌출된 인공지반인 치성에 세운 것이 아니라 성안 원지반에 지었다는 의미다. 이런 설계의 목적은 오로지 맞은편 선암산에 대한 맞춤형 방어였다. 하나는, 선암산보다 높아야 했다. 선암산을 점거한 적의 동향을 알기 위해서다. 다른 하나는, 넓은 선암산을 감시하려면 감시 사각지대를 없애야 했다.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키려 원지반 위에, 이중 구조로, 원통형 구조로 설계한 것이다. 치성 위 인공지반은 작은 규모만 지을 수 있고 사각형은 사각지대가 반이 넘었다. 높고, 넓고, 둥글고, 튼튼한 구조를 위해 원통형, 이중 벽체, 원지반으로 설계해야 했다. 동북공심돈을 중심으로 동북노대와 동장대를 좌우에 배치했다. 모두 최강의 전력이다. 동장대는 병사 훈련장을 갖춘 대량의 병력이 있는 곳이고 동북노대는 쇠뇌를 쏘는 임무 외에 경보의 역할도 맡겼다. 그래서 동북노대가 화성 치성 중 가장 높게 만들었다. 목표는 선암산 맞대응이었다. 동북공심돈은 정조의 정면돌파 전략이다. 두 번째 대안은 역참 영화역의 설치다. 동북성 밖에 설치했다. 정조는 “동성 밖은 인가가 드물고 광교산과 깊은 계곡이 화성으로 오는 지름길이므로 영화역을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말죽거리 양재역을 옮겨 선암산 아래에 영화역을 설치했다. 준공 1년 전이다. 양재역을 뜯어 옮길 정도면 정조의 화성 사랑을 알 수 있다. 영화역과 선암산 방어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역참이 들어서자 모텔, 택시, 유흥 주막, 편의점, 집이 순식간에 생겼다. 뉴타운이 형성된 것이다. 뉴타운은 마을 사람 전체가 자연스레 척후, 정탐, 경보의 역할을 하게 된다. 당시의 전쟁은 적이 화성을 향해 오고 있음을 인지한 상태에서 치르는 형태다. 압록강을 넘고, 동래에 상륙한 후 여러 날이 지나야 화성에 도착하는 형태다. 따라서 당시에는 척후, 정탐, 경보 등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누가 먼저 보느냐의 싸움이다. 이것은 겉에 보이는 직접적 효과다. 정조가 내심 노린 것은 다른 데 있다. 선암산 아래에 뉴타운이 생기면서 선암산은 동네 앞산으로 바뀌었다. 은밀한 침투로에서 은밀함이 사라진 선암산이 됐다. 침투로 기능을 잃었다는 의미다. 은밀한 침투 루트가 번잡하고 개방된 동네 앞산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은밀함의 무력화다. 영화역은 정조의 간접적 우회 전략이다. 정조는 선암산에 용도를 설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안으로 정조는 선암산 맞은편에 대형 동북공심돈을 설치하고 성 밖 선암산 아래에 영화역을 설치했다. 동북공심돈 설치는 선암산 맞대응으로 정면 돌파이고 영화역 설치는 선암산 간접 대응으로 우회 전략이다. 둘의 목표는 화성 두 번째 요해처 선암산의 무력화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왜 선암산에 돈대를 세우지 않았을까. 돈대는 공사비, 공사 기간 등 모든 면에서 효율적이다. 여기에는 또 다른 정조의 깊은 뜻이 있다. 그 뜻은 추후로 약속드린다. 오늘은 선암산 무대책에서 정조의 정면 대응과 우회 대응 전략을 엿봤다. 글·사진=이강웅 고건축전문가
성남시립합창단의 정기연주회가 2월 7일 금요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김성진의 지휘로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Op.45’를 연주했으며 소프라노 홍주영, 바리톤 양준모, 성남시립교향악단, 수원시립합창단이 함께했다. ‘고통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 ‘위령미사곡’으로 해석되는 레퀴엠(Requiem)은 죽은 이를 위한 미사곡이다. 가톨릭 교회의 전례에 따라 라틴어 가사가 붙고 입당송(Introitus), 자비송(Kyrie), 거룩하시도다(Santus), 부속가(Sequentia), 하느님의 어린 양(Agnus Dei) 등의 순으로 악장이 나뉘어 연주된다. 2월 7일 성남시립합창단이 노래한 브람스의 ‘Ein Deutsches Requiem(독일 레퀴엠)’은 자신의 평생 스승인 슈만과 어머니를 비슷한 시기에 잃고 슬픔에 잠겨 쓴 작품으로 1859년부터 10여년에 걸쳐 완성한 역작이다. 미사 전례에 따른 레퀴엠이 아닌 브람스 자신이 발췌한 성경 구절을 조합했으며 종교는 없었지만 신교에 영향을 받은 브람스였기에 라틴어가 아닌 자신의 모국어 독일어 가사를 붙였다. 보통의 레퀴엠이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Requiem aeternam donna eis, Domie)’, 즉 세상을 떠난 이의 넋을 위한 기도로 시작하는 반면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은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마태 5,4)’로 시작해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위로의 노래’라는 부제가 붙기도 한다. 총 7장으로 구성된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중 ‘제1곡: 합창’은 ‘찬가(Hymn)’ 그 자체였다. 가사 내용을 모르는 사람도 ‘다 괜찮다, 지나간다’는 위로를 느낄 만한 정제된 합창의 진수였다. 오케스트라의 낮은 음역을 담당하는 현악 파트의 더블베이스, 첼로, 비올라와 금관악기의 튜바 및 트롬본, 목관악기의 바순 등이 최소한의 선율을 연주했고 인간의 목소리로 ‘고통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Selig sind, die da Leid tragen)의 메시지를 전했다. 영혼을 위로하는 목소리 이날 솔리스트로 무대에 선 소프라노 홍주영과 바리톤 양준모는 각각 제5곡과 3, 6곡을 노래했다. 바리톤 양준모는 독일 레퀴엠 무대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협연자 중 한 명으로 제3장 “주님, 제 끝을 알려 주소서. 제가 살 날이 얼마인지 알려 주소서”의 절절함을 영락없이 소화해냈다. 단, 독일 레퀴엠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3장에서 솔리스트와 합창이 만나 시너지가 폭발할 것을 예상했으나 서로 주춤거리는 인상이 아쉬웠다. 반면 6곡에서 등장한 바리톤 솔로와 합창은 ‘땅 위에는 우리를 위한 영원한 도성이 없음’을 ‘앞으로 올 도성을 찾고 있음’을 교대로 주고받으며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위로받고 싶은 마음 뒤에 우리 모두에게 올 죽음에 대한 의연함을 균형감 있게 노래했다.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화려한 솔리스트가 무대 앞을 지키고 있었지만 이날 84명의 합창단이 뿜어내는 음색의 일체감과 화려함, 섬세함과 웅장함은 그 모든 것을 압도할 만큼 아름다웠다. 브람스가 직접 편곡한 ‘피아노 듀엣과 합창을 위한’ 독일 레퀴엠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살아있는 자의 슬픔을 덮고 고생 끝에 안식을 누리고 있을 영혼을 위로하는 것은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