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은 20일 서울 정동 미디어교육원에서 ‘지역신문 발전 포럼’을 개최하고 지역신문의 미래와 지원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및 언론학계, 지역신문 언론인들이 함께하는 지역신문 발전 포럼은 변화하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부합하는 지역신문 지원 모델을 재정립하고, 지역신문에 대한 종합적 검토를 통해 지원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고자 이날 출범했다. 포럼엔 김동규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장을 좌장으로 김성해 대구대 교수, 김균수 전남대 교수, 박진우 건국대 교수 등 언론학계 전문가들과 최종식 경기일보 기획이사, 유병욱 강원일보 서울본부장, 오원집 원주투데이 대표, 손균근 한국지역언론인클럽 이사장 등 지역신문 관계자, 이용성·윤재준· 정후식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등이 참여했다. 첫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지역신문 지원제도 현황과 필요성을 점검했다. 포럼은 매달 한 차례 지역신문 발전과 관련된 주요 이슈에 대해 발제와 토론을 이어간다. 향후 ▲해외 성공사례 등 지역신문 지원모델 검토 ▲지역신문발전기금 성과 평가 ▲지역신문발전 3개년 지원계획 분석 ▲지역신문 저널리즘 현황과 필요성 ▲지역신문 경영·사업 분야 현황과 필요성 ▲지역신문 지원제도 개선방안 등의 주제를 심도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개선 방안을 도출하고, 도출된 내용은 향후 지역언론 활성화를 위한 정책 수립에 활용할 계획이다. 오는 6월엔 지역신문사를 방문하는 등 지역신문사의 현장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인터뷰도 진행해 포럼 논의에 담을 방침이다. 김효재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은 “이번 포럼은 지역신문 지원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지역신문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논의의 장이 될 것”이라며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무명의병들의 ’의로운 연대’를 현대사회에선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함께 찾고 경기도 무명의병의 가치를 철학적으로 조명하는 인문대담 ‘바깥포럼 1895’가 성료했다. 경기문화재단 경기역사문화유산원은 지난 19일 오전 10시 경기문화재단 아트홀에서 ‘20세기 무명의병 21세기에 어디에 둘 것인가?’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포럼엔 MC유성(유홍일 작가)의 사회로 김광식 서울대 학부대학 교수와 한상원 충북대 철학과 교수가 대담자로 나섰고, 역사·문학·예술·철학에 관심있는 도민 90여명이 참석했다. ‘바깥포럼 1895’는 지난해 제정된 ‘경기도 무명의병 기억과 지원에 관한 조례’로 인한 경기도 무명의병 기념사업 중 학술활동의 하나로 마련됐다. 20세기 민족정신, 순국선열의 정신을 계승하는 동시에 21세기 경기도 무명의병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기 위해 기획됐다. 포럼은 ▲21세기 무명의병의 인문학적 의미 ▲무명의병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띤 이유 ▲목숨을 건 의로운 행위는 어리석은가 ▲의로운 저항-21세기 무명의병은 누구인가? 등의 주제로 이어졌다. 김광식 교수는 21세기 무명의병의 인문학적 의미를 ‘의로움’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무명의병을 ‘애국’의 관점에서 많이 생각한다. 그러나 ‘애국’과 ‘나라사랑’은 그 자체로만 보면 의로운 일은 아니다”라며 “땅을 빼앗아서 큰 제국을 건설하는 일본 제국주의자들도 나라 사랑, 애국을 했지만 보편적인 의로운 일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 지구적, 보편적으로 옳은 일을 했다는 의미에서 ‘의로움’이라고 평가하는 것이야말로 경기도 무명의병 행위의 의미를 제대로 읽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무명의병이 살고자 했던 삶과 뜻, 그 몫을 이어받아 오늘날 의미있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그들을 제대로 기념하는 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날 포럼에선 현대사회의 ‘돌봄’의 가치를 통해 무명의병의 ‘의로운 연대’를 이어가는 방향이 제시됐다. 한 교수는 “미국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는 우리가 서로 약하기 때문에 현대사회에서 돌봄의 가치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며 “나이가 들면 누구나 취약한 존재가 되기 때문에 취약한 존재들끼리 서로 연대하며 난관을 극복해나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서로 연결된 존재라는 점을 인식하고,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는 평등의 정신으로 무명의병의 가치를 담은 ‘의로운 연대’를 이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지훈 경기역사문화유산원장은 “이번 포럼은 무명의병의 가치를 ‘널리 알려야 하는 정당한 이유’를 제시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역사적이고 문화적으로 의미있는 활동으로 인정받는 ‘경기도 무명의병’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전화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에프게니 미하일로프가 평택시를 찾아 시민과 함께하는 ‘이야기 음악회’ 공연을 펼쳤다. 한국음악나눔재단과 평택시 평생학습센터는 지난 19일 오후 7시께 평택시 평생학습센터 1층 대강당에서 피아니스트 에프게니 미하일로프를 초청해 시민들과 함께하는 ‘이야기 음악회’를 진행했다. 이날 공연에서 미하일로프는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모데스트 무소륵스키, 표트르 차이콥스키 등 러시아 거장들의 명작을 연주해 이들 작품 속에 담긴 깊이 있는 감성과 예술성을 전달했다. 그는 라흐마니노프 국제 콩쿠르 우승자이자 스크리아빈 국제 콩쿠르 우승자로서 세계적인 무대에서 인정받아 왔으며 라흐마니노프 해석의 거장이라 불린다. 라흐마니노프는 러시아의 정서를 피아노 음악으로 녹여낸 작곡가로 그의 작품들은 극한의 감성과 서정미를 담고 있다. 이날 공연에는 정장선 시장 부부와 시 관계자, 시민 등 100여명이 참석했으며 공연 중간 소프라노 특별 공연도 진행됐다. 해설을 맡은 노태철 지휘자는 “이번 공연은 단순한 피아노 리사이틀을 넘어 러시아 음악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머리가 아닌 영혼이 치유되는 시간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음악나눔재단 조인진 이사장은 “보이지 않는 무명의 후원자들 덕에 시민들에게 음악 문화 활동을 선보일 수 있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 프로텍터십 1등을 추구하는 무한경쟁과 그 속에서 각자가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며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시대에 자신의 전문성으로 동료를 지키고 공동체를 위하는 사람들이 모인 회사가 있다. 저자 이주호 ㈜고운세상코스메틱(고운세상) 대표는 ‘프로텍터십’에 대해 “이 책은 세상에 던지는 나와 회사의 출사표”라고 말한다. 서로를 돌보며 일해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고 따뜻함과 선함도 성공할 수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는 것이다. 책에는 ‘프로텍터십’의 윤리경영 철학을 끌어낸 그의 인생이 담겨있다. 마흔 무렵 잘나가던 직장에서 좌천되고 회사에서 내쫓겨 힘든 시기를 보낸 저자는 3년의 세월 동안 암흑 같은 터널을 지났다. 1천 권의 책을 읽으며 지혜와 통찰을 배우고 사람과 세상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곳에서 그는 다섯 살 어린 시절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상처받은 어린 자신을 다시 마주했다. 어른이 돼 내면을 어루만지며 그때의 경험을 통해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법을 배운 그는 이를 경영에 녹여내며 연대하고 건강하게 일하는 회사를 이끌자는 신념을 갖게 된다. 회사가 먼저 직원을 보호하고 그들의 성장을 도울 때, 직원도 회사를 믿고 역량을 극대화해 회사와 동료의 성장을 돕는다는 것도 함께 깨달았다. 저자는 부임 10년 만에 100억원대이던 매출을 2천억원대 중반으로 20배 이상 끌어올렸다. 고운세상을 5년 연속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2019~2024)에 올리고, 3년 연속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CEO’(2022~2024)로 꼽히기도 했다. 또한 경기권역의 자립 청년들을 위한 후원 등 소외된 계층의 어린이와 청소년‧청년을 위한 나눔 활동을 꾸준하게 펼쳐 지난해 11월 제10회 경기나눔천사페스티벌 ‘산타원정대’에서 경기도지사 표창 단체부문 경기도지사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그의 회사는 직원과 회사의 동반성장을 추구하며 이를 다시 지역 사회 나누는 선순환의 공동체 정신으로 잘 알려져 있다. 책의 인세는 전액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된다. ■ 이층 침대 이층 침대에 몸을 뉘고, ‘딸깍!’ 머리맡의 불을 끄면 도란도란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빠가 동생에게 들려주는 위층의 세상은 무섭고도 궁금한 곳이다. 천장의 판자 무늬는 유령이 되기도, 어느 날은 도깨비불이 날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둘이 함께라면 무엇이든 헤쳐나갈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어린 두 탐험가 남매는 어둠에 휩싸인 유령 나라에선 함께 유령을 물리치고, 코끼리와 얼룩말과 나무늘보의 야생 동물이 가득한 정글에선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 예쁜 새를 만난다. 또, 꽁꽁 얼어붙은 북극에선 썰매 개가 이끄는 썰매에 올라 얼음 위를 신나게 달린다. 이들은 매일 밤 서로를 다정하게 지켜주며 꿈의 조각배가 된 이층 침대를 타고 환상의 세계로 떠난다. 어느 날, 오빠는 배가 아파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이층 침대에 홀로 남게 된 동생은 호기심을 잔뜩 안고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살금살금 올라간다. 하지만 혼자 있는 이곳은 하나도 재미가 없다. 동생은 침대에게 오빠가 있는 병원으로 데려가 달라고 말한다. 그림책 ‘이층 침대’는 두 남매의 모험을 통해 아이들에게 용기를 불어넣는다. 음식을 매개로 두 모녀가 주고받는 풀 냄새 가득한 전원생활을 담아내며 한국과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원작 만화를 그린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입체적인 화풍이 매력적이다. 수채화 같은 그림은 어린 탐험가들의 꿈의 세계를 따뜻하면서도 생동감 넘치게 그려낸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은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 이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면서 같은 항 제8호에서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을 포함한다)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를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 중 하나로 들고 있다. 이 규정의 취지는 임차인의 주거생활 안정을 위해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임대인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을 방지하기 위해 임대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임차인과 임대인의 이익 사이에 적절한 조화를 도모하고자 함에 있다. 다음과 같은 사건이 있었다. 임대인이 임대차 기간 끝나기 약 3개월 전에 임차인에게 자신과 가족들이 거주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자, 그로부터 5일 뒤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계약갱신을 청구한다는 통보를 했다. 그러나 임대인이 다시 본인이 실제 거주할 계획이라며 임차인에게 갱신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나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계속 거주하자,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건물 인도를 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하급심은 “임대인의 실제 거주 의사에 개연성이 있고 그러한 의사와 명백하게 모순되는 행위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임대인의 갱신 거절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2023년 12월7일 선고 2022다279795 사건)은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증명 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는 점을 근거로,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의 존재는 임대인이 단순히 그러한 의사를 표명했다는 사정이 있다고 해 곧바로 인정될 수는 없지만, 임대인의 내심에 있는 장래에 대한 계획이라는 위 거절 사유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임대인의 의사가 가공된 것이 아니라 진정하다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사정이 인정된다면 그러한 의사의 존재를 추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그 진정성에 대해 “임대인의 주거 상황, 임대인이나 그 가족의 직장이나 학교 등 사회적 환경,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를 가지게 된 경위, 임대차계약 갱신 요구 거절 전후 임대인의 사정, 임대인의 실제 거주 의사와 배치·모순되는 언동의 유무, 이러한 언동으로 계약갱신에 대해 형성된 임차인의 정당한 신뢰가 훼손될 여지가 있는지, 임대인이 기존 주거지에서 목적 주택으로 이사하기 위한 준비의 유무 및 내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위 사안에서 대법원은 이상의 근거로 임대인의 실거주 의사에 대한 진정성에 의심할 부분이 많다는 점을 들어 하급심 판결을 파기했는데, 이처럼 ‘실거주 의사’가 없으면서 이러한 갱신 거절 사유를 악용하는 임대인이 새겨들어야 할 판례로 생각된다.
나도 엄마 강금순 휴일 아침 늦잠 자는 엄마 대신 화장대에 앉은 꼬마 아가씨 분첩 꺼내 조심스럽게 톡톡톡 눈썹연필로 삐뚤삐뚤 입술은 붉은 립스틱으로 범벅 —나도 엄마다! 거울 들여다보고 미소 짓는다 큰 가방 둘러메고 현관으로 달려가서는 엄마구두 신고 뒤뚱뒤뚱 큰소리로 —회사 다녀올게! 아이들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어른이 돼서 더 너른 세상으로 나가고 싶다. 이 동시는 엄마가 되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화장대 앞에 앉아 엄마가 하던 행동을 흉내 내본다. 얼굴에 분도 발라보고, 눈썹도 칠해보고, 입술에 립스틱도 발라본다. 그러고는 나도 엄마라고 미소 짓는다. 어디 이것뿐인가. 회사에 출근하는 엄마의 흉내까지 내본다. 큰 가방도 둘러메보고, 엄마 구두도 신어보고. 어릴 적엔 누구나 이런 짓을 한두 번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른들 눈에 띄어 한소리도 들었을 것이다. “어른이 뭐 그리 좋다고. 쯧쯧쯧.” 살아보니 어른만큼 걱정 많은 인생도 없다. 눈만 떴다 하면 하루가 걱정으로 시작해 걱정으로 끝난다. 집 걱정, 일 걱정, 돈 걱정, 자식 걱정. 걱정을 내려놓고 지낸 날이 과연 몇 날이나 되던가. 언젠가 한 잡지에서 엄마를 반납하고 싶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게 소원대로 이뤄진다면 어른을 반납하기 위한 엄마들의 줄이 끝도 없을 것이다. 이 ‘나도 엄마’는 그런 의미에서 미소 짓게 한다. 동시는 때로 어른들 앞에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이 된다. 그러면서 혼자 쓸쓸히 미소 짓게 한다. 아, 서글픈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어른들이여! 윤수천 아동문학가
삼월도 벌써 어둡다. 아직 꽃도 피지 않았는데 눈 내리는 꽃샘추위라니. 호두야 카페 뒤에서 좁은 골목을 발견했다. 돌개바람이 상모춤을 추며 골목을 휭 지나간다.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를 듣지 않아도 한잔의 술을 마시고 싶은 오후, 하얀빛은 담벼락에 붙어 전신주의 그림자를 붙안고 있다. 거리엔 이른 봄나들이를 한 사람들이 허기를 채우려 분주히 기웃댄다. 칼국수집, 국밥집, 돈가스집, 짜장면집. 우리는 늘 빈 배 채우기에 일생을 보낸다. 미나리꽝, 못골, 지동시장을 지난다. 오늘 저녁 서울에서 최동호 시인이 오신다고 기별이 왔다. 일방적 통보지만 사랑채에서 차 한잔 마시며 서정적으로 시인을 기다린다. 이윽고 단오에서 시처럼 인자한 시인을 만났다. 맛난 저녁을 함께하고 표 사장이 내 온 차 한잔 나눈다. 내용물 없는 맑은 차를 수묵담채 같은 시담으로 채웠다. 낯선 대화가 넓은 간극을 오솔길처럼 좁히며 무쇠솥의 시루떡처럼 보슬보슬 익어간다. 시인의 표정은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치던 서사적 풍요로움이 엿보이며 오가는 대화 또한 시를 짓는 느낌이다. 시인은 수원 남문 언덕, 코모호수, 화령전 등 자신의 시에 곡을 입힌 성악곡을 들려줬다. 소프라노와 바리톤의 목소리에 시가 음표를 탄다. 가곡을 들으면 선생님의 풍금 소리에 맞춰 스와니강을 부르던 중학교 교실로 옮겨간다. 반들반들 초 칠한 마룻바닥에 비친, 시골 소년의 초상 같은.
1795년 화성(지금의 수원 성곽)에서 큰 잔치가 벌어졌다. 정조는 자신의 어머니이자 사도세자의 부인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이해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만년(萬年)의 수(壽)를 받들어 빈다’는 뜻의 ‘봉수당’을 짓고, 성대한 회갑 잔치를 벌였다. 왕의 어머니의 회갑연은 백성들에게도 큰 기쁨이 돼, 마을의 노인들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축제를 즐겼다. 정조는 8일간 벌어진 잔치에 대한 기록을 ‘원행을묘정리의궤’에 상세히 남기도록 지시했다. 봉수당 진찬연의 기록이 인공지능(AI), 3D 영상, 인터랙티브 등 미디어아트 기술 및 현대무용과 만나 감각적인 작품으로 재탄생 했다. 오는 29일 정조테마공연장에서 선보이는 수원문화재단 기획 공연 ‘봉수당 진찬연 : 그 움직임의 포말’은 ‘원행을묘정리의궤’에 기록된 궁중정재무를 영상기술과 비쥬얼 아트, 현대무용으로 재해석하고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체, 확장한 작품이다. 작품은 앞서 2024 경기문화재단 ‘예술을 위한 기술사업’ 쇼케이스에 선정돼 창의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날의 축제는 기록을 바탕으로 6개의 주요 장면으로 그려지며 시공간을 초월해 관객과 만난다. 십장생도, 일월오봉도, 모란도 병풍 등 동양의 이미지는 3D 애니메이션 기법 등으로 구현돼 관객들은 눈앞의 살아 움직이는 무대로 감상할 수 있다. 정조의 상징인 달빛 속에 피어난 춤사위를 다룬 ‘만천명월주인옹(달빛 아래 펼쳐지는 춤)’, 3천년 만에 꽃이 피고 다시 3천년 만에 열매를 맺으며 한 개라도 먹으면 1만 8천살까지 살 수 있다는 신선의 복숭아를 바치는 ‘헌선도(꽃이 피어나는 무대)’, 용과 호랑이의 치열함 검무를 그려낸 ‘검무(용과 호랑이의 운명적 대결)’, 정조와 사도세자의 애틋함을 다룬 ‘무고(운명을 담은 북소리)’ 등이다. 이처럼 ‘봉수당 진찬연 : 그 움직임의 포말’에는 조선 후기 실용의 관점에서 융합을 추구한 정조의 시대정신이 반영돼 있다. 공연의 제작사이자 경기도 지정 전문 예술단체인 ‘아트컴퍼니 예기’의 안영화 단장은 “봉수당 진찬연에는 당시 잔치를 벌이기 위해 수원과 서울 각 지역의 예술가들이 한데 모였다는 점, 수원의 유수부 기생과 악사 등 민간의 연희가 도입됐다는 점 등 예술적인 의미도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당시를 ‘조선의 르네상스’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말한 안 단장은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기록을 현대적으로 해체,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 얼마만큼의 파도가 이는지 ‘포말’을 담아낸 것. 작품에는 젊은 무용수들을 중심으로 의상부터, 몸짓까지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혜경궁 홍씨와 봉수당 진찬연 등의 역사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도 과거를 친밀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공연은 만 7세 이상 관람가이며, 티켓 가격은 1만원으로 자세한 사항은 수원문화재단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천메세나협회가 ㈔인천청년청과 협력해 청년 예술가 지원에 나선다. 18일 인천메세나협회에 따르면 최근 ㈔인천청년청과 지역 청년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했다. 이들 양 기관은 지난 2024년 12월에 시작한 ‘인천메세나프로포즈1기’를 더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참여대학을 3개 대학교에서 10개 대학으로 늘리고 대상을 대학생에서 졸업생까지 확대하는 등이다. 고경남 ㈔인천청년청 이사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청년예술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자원을 제공하고, 청년·기업·지역사회가 함께 청년 문화를 발전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메세나협회 대표인 봄날 이상연 작가는 “인천의 청년예술가들이 인천메세나협회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성장하도록 협회 공간 공유, 전시 지원, 예술활동비 지원 등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메세나협회는 지난 2024년 10월 900여명의 발기인들과 함께 발족해 현재는 사단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며, 같은 해 12월에는 청년예술가지원활동인 ‘인천메세나프로포즈’를 시작했다.
용인문화원과 용인YMCA가 지역 청소년들의 문화 정보 교류와 문화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18일 용인문화원에 따르면 이번 협약은 지역 사회의 문화적 기반을 강화하고, 청소년들이 다양한 문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 11시 용인문화원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용인문화원 최영철 원장·김지혜 사무국장, 용인YMCA 김명돌 이사장·최민열 사무총장 등이 참석해 협력 의지를 다졌다. 이날 양 기관은 ▲애향심 고취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공동 개발 ▲용인의 역사 문화 유적 탐방 프로그램 운영 ▲다양한 지역 사회 구성원을 위한 문화 활동 지원 ▲지역 문화 네트워크 강화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 특히 이번 협약을 통해 지역 청소년들이 보다 폭넓은 문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문화 교류의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양 기관은 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긴밀한 협조 체계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최영철 용인문화원장은 “용인YMCA와 용인문화원의 MOU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이를 도약의 기회로 삼아 더 나은 지역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