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아버지의 헬륨 풍선

한 분기를 마감하는 어반스케치 발표회를 가졌다. 저마다 잔잔한 감동이 있다. 오늘, 봄 햇살 같은 한진옥님의 이야기를 옮겨본다. 아버지는 어느 순간부터 놀이동산 같은 곳엘 가면 커다란 헬륨 풍선을 사곤 했다.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고 하던데 아버지는 풍선을 든 아이 같았다. 아버지의 풍선은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수단이었다. 나는 아버지께 풍선에 의지하지 말고 딸이자 보호자인 나를 따라오라 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헬륨 풍선에 의탁한 채 이곳저곳 돌아다니기에 분주하다. 사신 날이 구십 해를 넘겼어도 골목길, 사잇길, 목적지와 상관없이 끝까지 가보고 눈으로 담아야 직성이 풀리신다. 그러나 아버지와 외출할 땐 보고 싶은 곳이 달라 서로를 놓치기 일쑤다. 귀가 어두운 아버지는 전화도 잘 못 받으시고, 받는다 하더라도 말을 잘 못 들으셨다. 아버지와의 통화는 반복해서 목소리만 높일 뿐 아무 정보도 얻지 못하고 피식 웃기 일쑤다. 결국 핑크색 하트 풍선이나 상어 모양의 파란 풍선을 찾아 헤맨다. 민속촌은 아버지와 자주 찾던 곳이다. 한때는 먼 곳까지 단풍 구경을 가곤 했지만 이젠 1시간만 넘겨도 야단이다. 그래도 근래 자주 가게 된 민속촌과 눈부신 은행나무는 아버지가 매우 흡족해하셔서 좋았다. 오랜만에 활짝 웃는 아버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3년 전 아버지는 쓰러지셨고 후년에 돌아가셨다. 겨울 같은 늦가을이었다. 웃음 담긴 아버지의 뒷모습이 그립다.

수원시립공연단 가족 뮤지컬 ‘신데룰라 이야기’, 4월 18일 빛누리아트홀서

역경과 시련 속에서도 고난을 이겨내고 초자연적인 원조자의 도움을 받아 결국 행복한 삶이 되는 주인공 신데렐라. 흔히 갑자기 출세해 유명해지거나 백마탄 왕자를 만나 예기치 않게 고귀한 신분이 된 여자를 뜻하기도 한다. 이런 고전 속 신데렐라가 개척과 용기의 옷을 입고 새로운 캐릭터 ‘신데룰라’로 탄생했다. 수원시립공연단의 제26회 정기공연 가족 뮤지컬 ‘신데룰라 이야기’가 다음 달 18일부터 20일까지 수원문화원 ‘빛누리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12월 첫 선을 보인 ‘신데룰라 이야기’는 가족 뮤지컬로 호평을 받으며 더 많은 관객과 만나기 위해 올해 재공연이 기획됐다. 이야기는 기존의 신데렐라 이야기와는 다른 개성 넘치는 주인공 ‘신데룰라’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발명과 실험을 즐기는 신데룰라는 엉뚱하지만, 진취적이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지닌 소녀로,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기보다는 자신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인물이다. 동화 속 ‘신데렐라’는 계모와 언니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내용이지만 ‘신데룰라 이야기’ 속 주인공 신데룰라는 새로운 가족과 조화를 이루며 스스로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적극적인 캐릭터다.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자신이라는 것,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가고 개척해 나가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권호성 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은 “지난해 많은 관객이 보내주신 관심과 성원 덕분에 ‘신데룰라 이야기’를 다시 무대에 올릴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이번 재공연에서는 더욱 세밀한 연출과 완성도 높은 무대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전하겠다”라고 밝혔다. 총 5회 공연으로 진행되며, 티켓 가격은 전석 2만 원이다.

인천 강화군, 해양환경 보호 앞장… ‘플라스틱 지구’ 전시로 공감대 확산

인천 강화군의 강화자연사박물관이 ‘플라스틱 지구 : 해양쓰레기전’ 기획 전시를 열었다고 25일 밝혔다. ‘플라스틱 지구 : 해양쓰레기전’은 오는 9월14일까지 열린다. 플라스틱의 재활용 과정을 보여주는 로봇 체험, 병뚜껑을 활용한 만들기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번 기획 전시는 쓰레기가 된 플라스틱이 어떻게 해양 기반 생물들의 번식을 막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군에서 일어난 실제 사례들을 중심으로 한 지역 기반 전시로 꾸며 경각심을 높였다. 대표적인 전시물로 지난 2024년 7월 플라스틱 노끈에 묶여 죽은 채로 발견된 멸종위기 천연기념물 저어새가 눈길을 끈다. 저어새는 강화에서 태어난 어린 새로, 국가유산청의 허가를 받아 전시물로 제작했다. 특히 군은 이번 전시를 서대문자연사박물관과 전시물 폐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협업 방식의 순회 전시로 기획했다. 앞서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지난해 ‘플라스틱 플라넷’ 특별전시를 했다. 강화자연사박물관은 서대문에서 사용되었던 전시물과 함께 강화의 실제 사례들을 더해 더욱 흥미롭게 준비했다. 박용철 강화군수는 “이번 기획 전시는 플라스틱과 바다생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지구를 지켜갈 아이들의 많은 관람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천문화재단, ‘2025 요기조기 음악회’ 뮤직 앰배서더 및 크루 모집

인천문화재단이 찾아가는 문화공연 ‘2025 요기조기 음악회’에서 활동할 ‘뮤직 앰배서더’와 ‘요기조기 크루’를 모집한다. 24일 재단에 따르면 요기조기 음악회는 인천 곳곳을 찾아 시민들에게 무료 공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024년 70개 팀의 뮤직 앰배서더가 약 180회 차례 공연을 통해 시민들을 만났다. 올해는 총 80팀을 선발한다. 뮤직 앰배서더로 선발되면 인천 관내 도서관과 박물관, 주요 행사 등에서 공연을 선보이며 시민들 일상 속에서 버스킹도 하게 된다. 뮤직 앰배서더 지원 자격은 전문예술단체와 개인 및 임의단체로 구분한다. 전문예술단체는 인천에 연고를 두고, 3회 이상 공연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등록 예술단체여야 한다. 개인 및 임의단체는 구성원 중 1명 이상이 인천 연고 기준을 충족하면 지원 가능하다. 재단은 또 뮤직 앰배서더의 공연을 홍보할 ‘요기조기 크루’도 10명 내외로 모집한다. 요기조기 크루는 공연을 리뷰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홍보하는 역할을 한다. 지원 자격은 인천 연고를 가진 19~34세(1990년 1 월 2일 이후 출생자) 청년이다. 뮤직 앰배서더와 요기조기 크루 모집 기간은 오는 31일까지다. 신청 방법은 인천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전시·공연·강연으로 '지역' 문제 들여다본다…‘두산인문극장 2025: 지역 Local’

두산아트센터가 문화예술과 강연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들여다보고 지역 불평등, 소외, 소멸 등 한국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살펴보는 장을 마련한다. 두산아트센터는 다음달 7일부터 7월12일까지 ‘지역’을 주제로 공연 3편, 전시 1편, 강연 8회를 선보이는 통합 기획 프로그램 ‘두산인문극장 2025: 지역’을 선보인다. 두산아트센터가 지난 2013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두산인문극장’은 과학적, 인문학적, 예술적 상상력 등 다양한 분야의 관점으로 동시대를 살펴보는 프로그램이다. 빅데이터, 모헌, 갈등, 공정, 권리 등 매년 다른 주제로 사회 현장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올해의 주제는 ‘지역’이다. 두산아트센터는 지역이 중심에서 벗어난 장소라고 치부되기 때문에 이 같은 인식이 소외, 차별, 소멸을 불러와 대표적인 불평등의 상징을 만든다고 판단했다. 300만년 전부터 끊임없이 변화해 온 지역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지역이 조화로운 상태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한다. 두산인문극장은 8개의 강연으로 시작한다. 강연에선 역사, 경제, 문화,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한국 사회 속 지역과 당면한 지역 문제들을 살펴볼 예정이다. 4월에는 ▲윤신영 과학기자의 ‘1만 년의 고독: 인류의 이동과 지역의 탄생’, ▲안대회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교수의 ‘조선 후기 국토의 발견과 살 곳의 모색’, ▲신혜란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의 ‘지역과 우리, 나의 영토성: 이주와 정체성’, ▲임동근 도시지리학자의 ‘저출산, 설명할 수 없는 명백한 현상’ 강연을 개최한다. 6월에는 ▲박찬일 셰프의 ‘로컬푸드와 장소 정체성’, ▲양승훈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의 ‘지역 청년이 겪는 수도권 바깥에서 먹고 살기’, ▲이정우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의 ‘서울 공화국이냐 균형발전이냐’, ▲조문영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의 ‘지방소멸의 시간들’ 강연이 이어진다. 공연은 총 3편이 진행된다. ▲이민자로서의 삶, 성 정체성, 불법 체류의 위험 등 다양한 불안 속에서 젊은이들이 겪는 갈등과 방황을 다루는 연극 ‘생추어리 시티 Sanctuary City’(4월22일~5월10일) ▲영화감독 겸 극작가 셀린 송의 대표작으로 한국에 살고 있는 노년 해녀들과 지구 반대편의 미국에 살고 있는 극작가 하영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엔들링스 Endlings’(5월20일~6월7일) ▲광장시장과 종로 5가 일대를 배경으로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창작뮤지컬 ‘광장시장’(6월17일~7월5일)이다. 전시는 ▲‘링잉 사가’(6월4일~7월12일) 1편을 선보인다. 두산아트센터가 위치한 종로를 조명하는 전시로 구동희, 김보경, 안진선, 이유성, 홍이현숙 작가가 참여한다. 두산아트센터 관계자는 “‘지역’은 보통 경계가 나뉘어진 물리적 공간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기억, 관계, 문화가 축적될 때에도 형성된다”며 “지역을 경험하고 기억하는 방식에 따라 소속감을 느끼는 모든 장소와 공동체가 지역이 될 수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을 다양한 방향에서 이야기하며 우리 사회가 마주한 지역의 모습을 들여다 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초록우산 경기남부가정위탁지원센터 ‘2025년 제1차 시설운영위원회의’ 개최

초록우산 경기남부가정위탁지원센터는 24일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의 한 식당에서 ‘2025년 제1차 시설운영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올해 열린 첫 운영위원회의로 위탁아동의 건강한 삶을 지원하고 경기남부가정위탁센터의 올 한해 사업에 대한 방향을 함께 살펴보고자 마련됐다. 자리에는 위원장인 장미애 변호사를 비롯해 차은미 수원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정자연 경기일보 문화체육부장, 조현웅 초록우산 경기남부가정위탁지원센터장 등 운영위원과 관계자 10여명이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지난해 결산보고 및 올해 본예산 보고, 올해 센터의 주요 사업 계획과 1분기 사업 보고 등이 공유됐다. 특히 지난 회의 때 자문이 요청됐던 가정위탁 사례의 자문 후속 진행 경과를 함께 인지했으며, 새로운 자문요청 사례와 관련해 함께 머리를 맞대 경기남부가정위탁지원센터가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조현웅 초록우산 경기남부가정위탁지원센터장은 “센터 구성원들의 열정과 운영위원회 위원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관심으로 센터가 지난해 가정위탁지원센터 중 5년 연속 최우수기관에 선정되는 성과를 올렸다”면서 “앞으로도 위기의 아동과 청년이 더 나은 환경에서 성장하고 삶을 가꿔 나갈 수 있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달라”고 말했다.

한국민속촌 봄축제 ‘족보가 사라진 조선, 신분을 증명하라!’…29일 개최

한국민속촌이 오는 29일부터 6월8일까지 ‘웰컴투조선: 너나, 나나 양반’ 봄 시즌 축제를 개최한다. 24일 한국민속촌에 따르면 이번 축제는 조선시대 신분제와 족보위조를 흥미롭게 재해석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관람객들이 직접 스토리에 참여해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올해 축제의 중심 이야기는 마을 곳곳에서 연이어 발생한 ‘족보 실종 사건’에서 출발한다. 족보가 사라지자, 마을은 혼란에 빠지고, 누구나 자신이 양반이라 주장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관람객들은 시대를 초월해 조선시대에 떨어진 듯한 현실감을 만끽하며 다양한 미션을 수행해 양반임을 증명할 것인지, 위조 족보를 통해 양반이 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축제기간 동안 매일 오후 1시 민속마을 공연장에서 열리는 공연 ‘이 양반이 그 양반?’은 신분도, 사랑도, 족보도 뒤바뀌는 한판 애기씨의 진짜 사랑을 찾는 이야기를 다룬다. 웃음 가득한 조선판 맞선 대소동을 유쾌하게 풀어내 주목된다. 관람객 참여형 콘텐츠로는 양반 신분을 건 4 vs 4 매치 ‘신분세탁소’, 족보 도둑을 피해 책 속에 숨겨둔 명문가의 족보를 찾아야 하는 미션형 게임 ‘겉다속족’ 등이 기다리고 있다. 매년 봄마다 인기를 끌었던 ‘엽전환전소’도 진행된다. 한국민속촌 내 엽전환전소에서 엽전을 환전하고 상점에서 물건과 먹거리를 구매하는 등 엽전을 사용해 조선시대 정서에 몰입하게 만드는 기회를 제공한다. 체험프로그램 4종도 다채롭게 마련됐다. 조선시대 신분증인 호패에 자개를 사용해 나만의 커스텀 호패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자개 호패 만들기’, 조선 양반들의 전통 기와집을 미니어처 등으로 제작할 수 있는 ‘기와집 등 만들기’, 갓과 갓끈을 장식해 키링으로 만들어 보는 ‘갓 키링 만들기’, 조선시대 효문화를 경험하고 직접 편지를 작성하는 ‘문안 편지 쓰기’ 등 다채롭게 구성됐다. 이 외에도 아름다운 풍경과 봄꽃과 한옥의 미가 조화를 이룬 ‘담꽃 포토존’, 양반의 상징인 능소화가 가득 핀 담장을 배경으로 운치 있는 조선의 감성을 담아낸 ‘능소화 아래 포토존’ 등에서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 양반 핫플로 재해석한 ‘cafe 수묵’은 한국민속촌 내 ‘민향’ 에서 운영된다. 수묵화처럼 정갈한 분위기의 메뉴와 함께, 한옥의 고즈넉한 공간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감성 카페로, 관람객들에게 조선의 멋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쉼터가 될 전망이다. 다음달 19일부터는 야간개장이 시작돼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조명 아래 고즈넉한 한옥 야경과 함께 색다른 봄밤의 정취를 만끽할 기회다. 한국민속촌 관계자는 “과거의 전통을 단순 계승하고 보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생활 속에서 즐기며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라며 “이번 봄축제를 비롯해 계절마다 새롭고 이색적인 축제를 선보이고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소통하면서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한국민속촌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축제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한국민속촌 누리집을 확인하면 된다

김기라 ‘사람의 발이 잘 닿지 않는 곳에’…수원예술공간 아름서

김기라 작가(51)를 설명하는 데는 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회화에서부터 조각, 설치, 영상 작업, 퍼포먼스, 아트디렉팅에 이르기까지 기법에 한계를 두지 않는 그를 놓고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라고 한다. 여기에 음악·문학·무용 등 타 분야 예술가들과의 협업·지역 커뮤니티와의 협력 프로젝트까지 다채로운 방식으로 예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 위에 작가만의 특유의 위트를 한 스푼 올린 작품은 사회를 냉철하게 끄집어 낸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이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작가는 “기법보다 중요한 것은 메시지”라며 예술과 예술가가 해야 할 오늘의 사회적 역할을 강렬하게, 끊임없이 되묻는다. 그의 작업에도 시작점은 있으니 바로 드로잉이다. 김기라 작가의 예술세계를 구성하는 단초, 드로잉을 엿볼 수 있는 개인전이 수원 예술공간 아름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30일까지 수원 예술공간 아름(관장 홍채원)에서 열리는 전시 ‘사람의 발이 잘 닿지 않는 곳에 A place where people's feet rarely reach’는 작가가 지속적인 작업으로 진행하는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작업의 단초가 되는 드로잉 30여점을 소개한다. 작가에게 드로잉은 어떤 매체가 됐든 각종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다. 개념을 다듬고 사유를 확장하며 무의식에서 떠오르는 조형적 요소를 구체화한 뒤 정리된 생각을 유화 물감을 굳힌 오일 바를 사용해 두꺼운 한지 위에 쓱쓱 드로잉으로 펼쳐낸다. 그 그림들은 그 자체로 작가의 생각을 담은 완결된 작품이 되기도 한다. 작가의 드로잉에서 제시된 사물, 사건들은 단순한 인물, 사물,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라는 좁은 땅덩어리 위에서 펼쳐지고 있는 불편한 진실들, 서로가 서로에게 정제된 언어와 그럴 듯한 이유를 들어 가하는 폭력들, 사회관계의 모순들, 공동체에서 목소리를 얻지 못한 복합적 상징들이 ‘사람의 발이 잘 닿지 않는 곳’으로 드러난다. 전시 관계자는 “그의 예술 활동과 태도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여기의 현실과 마주하는 개인과 공동체에게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라며 “우리의 태도가 여전히 현재를 대하는 유효한 방식인지에 대한 성찰 뿐만 아니라, 새로운 환경을 어떤 자세로 받아들이고 대응해야 하는지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한다”고 말했다. 김기라 작가는 경원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환경조각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이어 영국 골드스미스 컬리지 파인아트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 영국 카운실 킹슬린아트센터 개인전 ‘신기루궁전’, 2008년 대안공간 루프 개인전 ‘선전공화국’ 등으로 활동을 시작해 국제갤러리(2009), 두산아트센터(2012), 페리지갤러리(2014), 보안여관(2016) 등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인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작가상’, 2024년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올해의 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지난해 암 검진 ‘유방암’ 가장 많아

KH한국건강관리협회(회장 김인원, 이하 건협)는 지난 한 해 동안 암 검진을 통해 6천138건의 암을 발견했다고 24일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경기 등 전국 17개 건강증진의원을 통한 암 검진 시행 건수는 총 576만2천615건으로, 이 가운데 0.11%인 6천138건이 암으로 진단됐다. 진단암 중에선 유방암이 가장 많이 발견됐고, 갑상선암, 위암, 대장암, 자궁경부암, 폐암, 전립선암, 간암 순이었다. 췌장암 등 총 50종의 저빈도 발견암으로 분류된 기타암은 443건이었다. 남성은 위암, 대장암, 갑상선암, 전립선암, 간암 순으로 발견됐으, 여성은 유방암, 갑상선암, 자궁경부암, 위암, 간암 순으로 발견됐다. 연령별로는 60대가 1천767건(31.0%)으로 전체 암발생건수 대비(기타암 제외) 가장 높은 발생률을 보였고 이어서 50대, 40대, 70대, 30대, 20대, 80세 이상 순이었다.의 날”로 지정하였다. 김인원 건협 회장은 “우리가 무심코 반복하는 생활습관이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암 조기 발견이 치료 성공률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이며, 정기적인 검진을 통한 예방과 조기 치료가 필수”라며 “앞으로도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보다 정밀한 검진과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커피 한 잔에 예술 ‘한 스푼’…수원시립미술관 ‘시장 커피’ 프로젝트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상점들 가운데 어딘가 낯선 가게 하나가 문을 활짝 열고 있다. ‘COFFEE 핸드드립 진짜로 O원’이란 문구를 따라 안으로 들어서니, 향긋한 커피와 함께 사방에 걸린 손바닥만 한 종이의 글과 그림이 손님을 맞이한다. 인근 수선집의 미싱기 돌아가는 소리, 이불집에서 흘러나오는 TV 소리, 두붓집의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와 커피 내려오는 소리가 한 데 섞인다. 이곳엔 사연이 담긴 글과 그림이 빼곡하다. 9번 출구에서 바나나 노점상을 운영하는 어느 노 주인이 그린 작품 ‘바나나’, 아흔이 넘은 머리 희끗한 아빠가 자신과 마주 앉은 70대 딸을 그려낸 작품 ‘나를 보고 있는 사람’부터 노 상인이 어린 소녀 감성을 한껏 담아내 아름다운 눈망울의 공주를 그린 ‘어느 날에’ 등. 그림만 봐서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작품들은 평범한 이들의 마음 한편에 자리한 청춘을 끌어냈다. 지난달 27일 수원 역전시장 상가에 문을 연 이 작은 카페는 두 달간 시장 안에 미술관을, 사람들의 일상에 예술을 심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 10주년 특별전 ‘모두에게: 초콜릿, 레모네이드 그리고 파티’의 참여 작가인 천근성 작가가 일상 공간에서 사람 간의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과 그 결과물을 담은 신작 ‘시장 커피(Bazaar Coffee)’(2025)와 연계해 운영 중인 프로젝트다. 이곳을 방문한 상인과 방문객은 커피값 대신 자신이 가진 것을 원하는 방식으로 지급하면 된다. 가방 안의 김밥을 교환할 수도, 그림을 그릴 수도, 시를 쓸 수도 혹은 나만의 이야기를 들려줘도 된다. 천 작가(41)는 “시장 상인들은 365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명절이 되든 휴일이 되는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미술관이, 예술이 낯설고 멀게 느껴질 존재들에 대해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카페가 문을 연 지 약 한 달이 지난 이곳은 상인과 손님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 됐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상인들이 찾아와 말을 보태고, 살림을 더하며 장소를 채워갔다. “카페라는 구상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상인들 덕분입니다. 혼자 이곳을 분주히 오가고 있으니, 상인들이 한두 분 말을 걸며 ‘커피 한 잔 줄까?’ 하시더라고요. 시장의 문화였습니다. 어느 가게를 가도 누가 손님인지, 주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둘러앉아 같이 커피를 마시고 정을 나누는 모습 말입니다.” 믹스커피가 익숙하던 그들에게 작가는 서툴지만, 정성을 다해 원두를 내려 대접했고, 손님들은 수다를 떨거나 혹은 조용히 사색에 잠겨 자기 작품을 만들어간다. 그중 한 명이 ‘시장 커피’의 1호 고객이자 단골인 고정애 사장(78)이다. 이곳에서 15년간 각종 장사를 하며 아들, 딸을 키워낸 고씨다. 자신의 아들뻘인 청년이 처음 시장을 기웃거리자 고씨를 비롯한 이곳 상인들은 오며 가며 말을 건넸다. 때로 ‘오지랖’, ‘간섭’이란 말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낭만’이며 ‘정’이었다. 고씨 역시 자신의 가게에서 커튼을 가져와 ‘시장 커피’ 카페 한 면을 채워줬다. 고씨는 이곳에서 ‘역전시장 피카소’로 불린다. 뭘 그려야 할지 몰라 쑥스러웠던 그는 이제는 전날 미리 휴대전화에 그리고 싶은 사진을 챙겨와 자연스럽게 자리를 앉는다. 이곳에선 평범한 이들이 작품의 주인공이 되기도, 작가가 돼 꿈을 펼치기도 한다. 바로 맞은편에 자리한 ‘유명 패션’은 특히 단골 작품 소재다. 역전시장서 11년째 장사를 이어가고 있는 유영순 사장(72)은 “내 그림을 그리고, 또 그곳에 걸린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보며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곳에 채워진 글과 그림은 다음 달 15일 열릴 수원시립미술관 10주년 특별전에 전시된다. “상인분들의 작품이 걸렸으니 꼭 한번 미술관에 방문해 그곳에 걸린 자기 작품을 감상하시라는 미션을 드렸습니다. 예술의 문이 조금 더 넓어져 많은 분에게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프로젝트는 이달 27일까지(월요일 휴무) 수원 역전시장 내 상가 112호에서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며 누구나 방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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