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방식으로 예술의 영역을 확장하는 작가 그 단초가 되는 드로잉 30여점 만나며 오늘의 우리 사회 살펴볼 기회
김기라 작가(51)를 설명하는 데는 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회화에서부터 조각, 설치, 영상 작업, 퍼포먼스, 아트디렉팅에 이르기까지 기법에 한계를 두지 않는 그를 놓고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라고 한다. 여기에 음악·문학·무용 등 타 분야 예술가들과의 협업·지역 커뮤니티와의 협력 프로젝트까지 다채로운 방식으로 예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 위에 작가만의 특유의 위트를 한 스푼 올린 작품은 사회를 냉철하게 끄집어 낸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이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작가는 “기법보다 중요한 것은 메시지”라며 예술과 예술가가 해야 할 오늘의 사회적 역할을 강렬하게, 끊임없이 되묻는다.
그의 작업에도 시작점은 있으니 바로 드로잉이다. 김기라 작가의 예술세계를 구성하는 단초, 드로잉을 엿볼 수 있는 개인전이 수원 예술공간 아름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30일까지 수원 예술공간 아름(관장 홍채원)에서 열리는 전시 ‘사람의 발이 잘 닿지 않는 곳에 A place where people's feet rarely reach’는 작가가 지속적인 작업으로 진행하는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작업의 단초가 되는 드로잉 30여점을 소개한다.
작가에게 드로잉은 어떤 매체가 됐든 각종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다. 개념을 다듬고 사유를 확장하며 무의식에서 떠오르는 조형적 요소를 구체화한 뒤 정리된 생각을 유화 물감을 굳힌 오일 바를 사용해 두꺼운 한지 위에 쓱쓱 드로잉으로 펼쳐낸다. 그 그림들은 그 자체로 작가의 생각을 담은 완결된 작품이 되기도 한다.
작가의 드로잉에서 제시된 사물, 사건들은 단순한 인물, 사물,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라는 좁은 땅덩어리 위에서 펼쳐지고 있는 불편한 진실들, 서로가 서로에게 정제된 언어와 그럴 듯한 이유를 들어 가하는 폭력들, 사회관계의 모순들, 공동체에서 목소리를 얻지 못한 복합적 상징들이 ‘사람의 발이 잘 닿지 않는 곳’으로 드러난다.
전시 관계자는 “그의 예술 활동과 태도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여기의 현실과 마주하는 개인과 공동체에게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라며 “우리의 태도가 여전히 현재를 대하는 유효한 방식인지에 대한 성찰 뿐만 아니라, 새로운 환경을 어떤 자세로 받아들이고 대응해야 하는지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한다”고 말했다.
김기라 작가는 경원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환경조각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이어 영국 골드스미스 컬리지 파인아트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 영국 카운실 킹슬린아트센터 개인전 ‘신기루궁전’, 2008년 대안공간 루프 개인전 ‘선전공화국’ 등으로 활동을 시작해 국제갤러리(2009), 두산아트센터(2012), 페리지갤러리(2014), 보안여관(2016) 등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인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작가상’, 2024년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올해의 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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