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기를 마감하는 어반스케치 발표회를 가졌다. 저마다 잔잔한 감동이 있다. 오늘, 봄 햇살 같은 한진옥님의 이야기를 옮겨본다.
아버지는 어느 순간부터 놀이동산 같은 곳엘 가면 커다란 헬륨 풍선을 사곤 했다.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고 하던데 아버지는 풍선을 든 아이 같았다. 아버지의 풍선은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수단이었다.
나는 아버지께 풍선에 의지하지 말고 딸이자 보호자인 나를 따라오라 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헬륨 풍선에 의탁한 채 이곳저곳 돌아다니기에 분주하다. 사신 날이 구십 해를 넘겼어도 골목길, 사잇길, 목적지와 상관없이 끝까지 가보고 눈으로 담아야 직성이 풀리신다.
그러나 아버지와 외출할 땐 보고 싶은 곳이 달라 서로를 놓치기 일쑤다. 귀가 어두운 아버지는 전화도 잘 못 받으시고, 받는다 하더라도 말을 잘 못 들으셨다.
아버지와의 통화는 반복해서 목소리만 높일 뿐 아무 정보도 얻지 못하고 피식 웃기 일쑤다. 결국 핑크색 하트 풍선이나 상어 모양의 파란 풍선을 찾아 헤맨다. 민속촌은 아버지와 자주 찾던 곳이다.
한때는 먼 곳까지 단풍 구경을 가곤 했지만 이젠 1시간만 넘겨도 야단이다. 그래도 근래 자주 가게 된 민속촌과 눈부신 은행나무는 아버지가 매우 흡족해하셔서 좋았다. 오랜만에 활짝 웃는 아버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3년 전 아버지는 쓰러지셨고 후년에 돌아가셨다. 겨울 같은 늦가을이었다. 웃음 담긴 아버지의 뒷모습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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