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새벽’ 시인 박노해, 12년 만에 신작 발표

시인 박노해가 12년 만에 신작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느린걸음 刊)를 발표했다. 군사 정부의 금서 조치에도 100만부 가까이 팔린 1984년 첫 시집 노동의 새벽 발간 후 긴 수배 길과 지하 밀실 고문장, 사형 선고, 무기 교도소를 살다 나온 시인은 덕분에 한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 됐다. 1988년 자유의 몸이 된 시인은 지난 10여년간 지구 곳곳의 가난과 분쟁의 현장을 찾아다녔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직후 전쟁터로 날아가 시작한 평화활동은 지금까지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으로 이어졌다. 이번 시집은 시인이 그 침묵의 시간 속에서 쓴 5천여편의 시 중 300편을 묶은 것이다. 시인은 21세기 지구가 생태 위기, 전쟁 위기, 양극화 위기, 영혼의 위기에 빠져 있다며 시인은 본질적으로 혁명가이자 예언자로, 목에 칼이 들어와도 억압받는 사람들 편에서 진실을 절규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 한다. 시집에는 세계사의 모순과 고난, 인류의 삶의 고통과 몸부림과 함께 인간다운 삶을 위한 희망을 찾으려는 시인의 노력이 절절하게 담겨 있다.시집의 제목이자 표제작인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는 어떤 경우에도 자기 자신을 잃지 말아라, 자기 영혼을 버리지 말아라,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말라는 시인의 간절한 기도이자 격려다. 지금 세계가 칠흑처럼 어둡고/길 잃은 희망들이 숨이 죽어가도/단지 언뜻 비추는 불빛 하나만 살아 있다면/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중략)//최후의 한 사람은 최초의 한 사람이기에/희망은 단 한사람이면 충분한 것이다.(시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중) 값 1만8천원 채선혜기자 cshyj@ekgib.com

역사공부 쉽고 재미있게

연표를 외우고, 각종 유물들의 이름을 시대순으로 나열하는 암기식 역사공부의 시대는 지났다. 쉽고 재밌는 옛날 이야기로 역사공부를 할 수 있는 학교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국사 이야기: 삼국시대(경향미디어 刊)가 출간됐다. KBS 역사야 놀자라는 프로그램의 제작진과 EBS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직 초등학교 교사 최희진, 김희진 선생님이 뭉쳐 만들어낸 책은 아이들에게 역사를 공부하기보다 역사와 놀게 하기위해 제작됐다.역사는 옛날이야기다. 선조가 살아온 삶의 이야기다. 이야기 듣기를 한창 좋아할 아이들이 역사 과목을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은 그 이유가 역사의 본질인 이야기를 죽이고 암기 과목화시키는 교육방법이 원인일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에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이 어떤 형식의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그 누구보다도 절감하는 두 선생님과 제작팀이 모여 삼국시대 이야기를 맛깔나게 요리했다. 책은 초등학생 독자들의 눈높이 에 맞춰 고구려, 백제, 신라의 역사를 광개토대왕과의 인터뷰, 양만춘의 구수한 사투리 편지, 칠지도를 사이에 둔 한국과 일본의 법정공방 등의 형식으로 꾸며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한 토막의 옛날 이야기처럼 생생하고 유쾌하다. 값 1만3천원 채선혜기자 cshyj@ekgib.com

낸시랭의 솔직담백 에세이

고양이 인형을 어깨에 걸치고 방송가를 종횡무진하는 그녀. 뻔뻔함을 넘어 민망할 정도로까지 보이는 근원을 알 수 없는 자신감을 보이는 사람. 과감한 노출 등 이슈를 몰고 다니며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는 팝아티스트이자 행위예술가 낸시랭이 에세이 난 실행할거야(사문난적 刊)를 펴냈다.내가 하는 활동들 모두 내 퍼포먼스예요. 내 아트의 일부분이예요라고 아무리 말해도 사람들은 네 그렇겠지요. 어련하시겠습니까하는 표정들이다. 그 표정들은 한결같이 그런 것도 다 예술이냐는 의혹과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는 빈정거림의 눈빛이 결합돼 있음을 나는 안다-프롤로그 중프롤로그에서 엿볼 수 있듯 책에는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낸시랭이 겪는 고민과 퍼포먼스의 이유, 그간의 활동과정 등이 솔직담백하게 담겨 있다. 그녀는 자신의 삶과 예술이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자신의 한계에 대한 도전과 모진 삶에 대한 투쟁의 연속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물론, 이 싸움에서의 진정한 적은 자기 자신이었음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따라서 이 에세이는 또한 젊음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 시대 젊은 예술가들의 초상으로도 읽힐 수 있다.책은 또한 낸시랭의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낸시랭의 인생관과 예술관을 집약해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은 터부 요기니 시리즈일 것이다. 금기시되는 신적 존재를 의미하는 터부 요기니는 흔히 천사와 악마의 혼합된 이미지를 갖고 항상 변형된 모습과 형태로 출연하는 신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영적 메신저이다. 이 존재는 금기를 깨고 순간적으로 인간들이 갈망했던 퇴색된 꿈들을 다시 불러일으켜 그것을 성취시켜 준다고 한다. 즉 낸시랭의 작품세계는 터부 요기니의 상징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꿈과 욕망을 드러내면서 마침내 그것을 실현시키는 공간인 것이다.낸시랭의 개성이 묻어나는 톡톡 튀는 대화체 서술법은 한층 독자들의 구미를 자극하고, 그녀가 펼쳐온 다양한 활동 사진이 수록돼 있어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값 1만2천원 오세진기자 st1701@ekgib.com

평범한 3代 가족의 푸근한 이야기

우리는 자신을 어느 정도까지 경험할 수 있는 것일까? 겨우 한 귀퉁이 정도만 볼 수 있는 것이라면 그 나머지는 누가 보는 것일까? 그 나머지의 공간, 그 나머지의 경험, 그 나머지의 이야기들은 어디를 떠돌게 되는 것일까? 나는 늘 그것이 궁금했다.소설가 윤성희(37)씨가 등단 11년 만에 첫 장편소설 구경꾼들(문학동네 刊)을 펴냈다. 소설은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큰삼촌, 작은삼촌, 고모까지 함께 사는 이제는 찾아보기도 힘든 8명의 대가족의 모습을 나의 시각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의 이야기는 아니다. 소설은 나의 입으로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소설 속의 가족 구성원들은 여느 소설의 등장인물에 비한다면 그리 특출난 데 없이 평범한 이들이다. 또한 이야기에 뚜렷한 줄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윤씨는 이런 대수롭지 않아 뵈는 인물들을 통해 연신 빛나는 장면들을 빚어내는 연금술을 선보인다.소설은 아버지가 어릴 때 아이스박스에 이틀이나 갇혔던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아버지와 어머니가 결혼하기 전, 그러니까 나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들을 이야기한다. 아이스박스 이야기는 곧 아버지의 프러포즈가 되고, 이는 하루에 백 개씩 돼지족발을 썰면서 홀로 어머니를 키운 외할머니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처럼 나의 가족의 이야기는 수없이 많은 가지를 뻗어나간다. 온 가족의 바다 여행을 위해 봉고를 빌려준 아버지의 회사 동료 김 대리의 이야기와 외할머니가 일출을 보다 우연히 만난 침낭 속 소녀의 이야기들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저마다 사연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감칠맛 나는 웃음이 끊이지 않고, 어느새 따뜻한 감동이 솟아난다. 결국 소설은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이야기 한다.어머니는 외할머니의 등에 업혀 잠이 들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갑자기 옆에 서 있는 나를 꼭 껴안으며 자주 업어줄걸, 하고 생각했다. 업어 키우면 다리가 휜다는 기사를 읽은 후 어머니는 나를 거의 업어주지 않았다. 나는 속으로, 대신 자주 안아줬잖아요, 하고 대답했다.작가가 삶이란 이런저런 것들을 쳐다보고 그냥 어리둥절해하는 일은 아닐까라며 미로를 헤매다보면 뭔가 희미하게나마 알게 될 것이라며 쓴 이 소설에서, 나는 그렇게 이런저런 것들을 보고 어리둥절해하면서 어른이 돼간다. 값 1만원 채선혜기자 cshyj@ekgib.com

기발한 상상력·속도감 있는 문장 돋보여

1951년 미국 할리우드에서 영화 제작자와 감독이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오는 가 하면, 2000년 한국 인천 M대학교 인문학도의 리포트가 등장하고, 19세기 말 원작자의 할머니 이야기로 거꾸로 들어갔다가, 2005년 MBC 뉴스데스크나 2006년 네이버 블로그에 컬트소녀가 쓴 영화에세이가 등장한다.일견 혼란스럽고 뒤죽박죽인 것 같지만, 끝까지 읽고 나면 이야기라는 게 어떻게 필요에 따라 변형되고 이용당하며 새로운 의미로까지 거듭나는 것인지 흥미롭게 반추하게 되는 책 퀴르발 남작의 성(문학과지성사 刊)이 출간됐다.책의 저자는 지난 2007년 제7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놀라운 신인으로 주목받았던 최제훈. 그는 등단작인 퀴르발을 비롯해 지난 3년간 발표했던 8편의 단편 소설들을 모아 책 한권에 담았다.기존 서사를 해체하고 재구성해 독창적인 상상력을 선보인 저자는 소설집에서 속도감 넘치는 문장, 허를 찌르는 위트로 참신한 이야기꾼으로서의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표제작인 퀴르발은 최제훈 소설 특유의 구조적 완성도와 재기 발랄함을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젊음과 생명을 영원히 유지하기 위해 어린아이들의 인육을 먹는 퀴르발 남작 이야기가 중심이다. 허구의 구전 설화 퀴르발 남작 전설을 토대로 했다. 전설을 소재로 구성된 총 12개의 에피소드들은 한국, 미국, 프랑스, 일본 등 공간을 초월해 각기 다른 시간대의 6월9일에 있었던 일들이다.책은 퀴르발 남작이라는 인물과 그에 대한 이야기가 어떻게 변형되어 다른 시공간의 사람들에게 전달되는지 그 과정을 추적한다. 설화에서 소설, 영화는 물론 각종 블로그와 보고서 등 각종 텍스트에 따라 전달되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이야기가 재해석되는 과정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서간문 형태의 소설 셜록 홈즈의 숨겨진 사건도 흥미롭다. 그는 이 작품에서 명탐정 셜록 홈즈가 코넌 도일의 죽음을 추적하는 과정을 특유의 상상력에 근거해 재구성한다. 메리 셰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분석하고 재해석한 소설 괴물을 위한 변명도 독특하다. 값 1만1천원 윤철원기자 ycw@ekgib.com

새로나온 책

힐링 커피 랜덤하우스 刊, 양선희 著 커피를 통해 마음을 전하고, 커피 향을 음미하며 함께 커피를 마시는 시간을 통해 외로움과 슬픔을 견뎌낸 사람들의 이야기 12편을 담았다. 한 사람을 위해 커피를 내리고 잔을 데우는 시간 속에는 오롯이 그 사람을 위하는 마음만이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서 커피는 사랑의 이음동의어다. 커피를 통해 만나고 어울리며 행복해지는 법을 배운다. 값 1만2천원 왕에게 고하라 평단 刊, 이선호 著 조선의 신하들이 왕에게 문서로 올리는 의견을 상소라 한다. 상소문은 왕을 비롯한 몇몇 신하들에게만 접근이 허용되었던 정부의 공식문서였다. 때로는 왕의 마음에 들지 않는 상소문도 있었지만 상소문을 포함한 실록의 자료인 사초는 왕 자신도 함부로 어쩔 수 없었다. 책은 조선왕조실록 중에서 태종과 세종조의 상소문을 중심으로 조선의 생활풍속, 정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자료들을 추렸다. 값 1만2천원 잠수네 아이들의 소문난 영어공부법 랜덤하우스 刊, 이신애 著 두 아이의 엄마로 학교나 학원에만 맡겨놓을 수 없는 아이 교육을 고민하던 저자 이신애씨가 1997년부터 인터넷에서 직접 교육정보를 찾아 나선 것이 계기가 되어 1999년 오픈한 교육정보 사이트 잠수네 커가는 아이들(www.jamsune.com)에서 출발했다. 책은 확실한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과정과 학습방법 등을 제시하고, 그 방법으로 효과를 본 학생들의 조언이나 노하우를 풍부하게 수록했다. 값 1만3천500원 눈의 심장을 받았네 실천문학사 刊, 길상호 著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현대시동인상, 이육사문학상, 천상병시상 등을 받은 길상호 시인의 세 번째 시집으로, 힘겨운 삶의 무게를 담담히 그린 시 60편을 실었다. 이제 밥상 앞에 홀로 앉아/내가 나를 떠먹는 저녁/밥은 차갑게 굳어 있다/꾸역꾸역 밀어 넣고는/어김없는 체증에 명치를 누른다(그릇 속에서 울다 중) 값 8천원

사색의 계절 “철학과 놀자”

선선한 가을바람은 사색에 잠기기에 딱 좋은 조건을 만들어 준다. 사색의 계절 가을을 맞아 어린이를 위한 동서양 철학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책이 출간됐다. 소크라테스와 꼬마 플라톤의 이야기 철학(조선북스 刊)은 이탈리아 작가 에밀리아노 디 마르코가 글을 쓰고 마씨모 바키니가 그림으로 그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대화편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동화책. 플라톤의 대화편 중에 국가론, 소크라테스의 변명, 향연 등을 바탕으로 진리를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진실일까? 등 4가지 주제로 나눴다.책은 우리가 알고 싶었던 질문들에 대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통해 해결해준다. 어렵고 딱딱한 철학 개념을 설명하는 대신 꼬마 플라톤과 함께 떠나는 신나는 모험으로 아이들에게 철학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 준다. 값 9천원 얼룩소도 철학자가 될 수 있을까(주니어김영사 刊)는 어린이들에게 철학의 기초적인 개념을 소개하고 철학적인 여러 질문에 대해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교사이자 철학자, 아동작가인 스웨덴의 페테르 엑베리가 쓴 책은 어렵고 딱딱한 철학 개념들을 말랑말랑하고 기발한 물음으로 표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친숙한 일상의 예로써 쉽게 풀어 흥미를 이끌어 낸다. 또한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만화풍의 그림이 책 읽는 재미를 더하고 생각의 범위를 넓혀 준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칸트 등 서양 철학사의 계보를 잇는 주요 철학자들의 사상을 모두 다루고 있어 철학의 기초 배경 지식을 쌓을 수 있다. 값 9천500원우리 삶에 유익한 지혜를 전해주는 명심보감 따라가기(학고재 刊)는 동양철학을 어린이들에게 쉽게 소개하고 있다. 학고재의 어린이 동양고전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뒤를 이어 논어, 맹자 등도 출간될 예정이다. 책은 명심보감에서 뽑아낸 내용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구성해 로드 무비 형식의 동화와 엮었다. 명심보감과 함께하는 강릉 따라 길 걷기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의 에피소드 속에 명심보감의 가르침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어려운 한자를 억지로 외우기보다는 우리 조상들이 남겨 준 삶의 지혜와 사람의 도리 등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게 유도한다. 값 1만1천원채선혜기자 cshyj@ekgib.com

죽음의 유혹과 싸우는 인간의 내면

가족의 트라우마가 그 구성원의 운명을 지배한다는 건 불문율이다. 소설가 조경란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그의 할머니가 복어국을 마시고 자살했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그건 그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지만 그 비극은 작가인 그를 내내 압도해 왔다. 그런 그가 12번째 장편인 복어(문학동네 刊)를 통해 그 비극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냈다.전작 장편 혀에서 이미 복어 요리를 좋아하는 것은 죽음의 가능성 때문이라고 했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복어를 매개 삼아 본격적으로 죽음의 문제를 파고들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맹목적으로 죽음의 유혹에 사로잡힌 이들이다.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한 주인공들의 분투 과정을 통해 죽음에 대해 다양한 사유를 전개한다.소설 속의 그녀와 그는 각자 복어 독을 먹고 세상을 뜬 할머니와 투신자살한 형을 가슴에 묻고 산다. 그러나 그녀가 할머니처럼 늘 죽고 싶은 유혹에 빠져 사는 반면, 그는 투신 직전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온 형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자책한다.소설은 그녀의 이야기와 그의 이야기를 한 장(章)씩 번갈아가며 전개하는데 서로 타인이었던 두 남녀가 한국과 일본을 오가다 우연히 만나 사랑을 시작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이들이 말하는 죽음은 아주 말랑말랑한 은유와 상징의 덩어리로 변한다. 슬픔과 아름다움과 두려움과 죽음이라는 예술의 원형을 찾아가는 소설이기도 하다. 서로 모르는 두 사람이 서로 아는 두 사람이 되어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지향한다. 값 1만1천원윤철원기자 ycw@ekgib.com

삶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

교육부장관, 연세대 총장, 한국철학회장 등을 역임한 박영식 연세대 명예교수가 40여년에 걸쳐 집필한 글 중 에세이를 골라 엮은 박영식 교수의 철학적 에세이-자유도 운명도 아니라는 이야기(철학과 현실사刊)를 펴냈다.박 교수는 책에서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인가, 운명적 존재인가?라는 주제로 화두를 꺼낸다. 운명을 흔히 철학관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아닌 개인의 타고난 성격과 지능, 재능, 용모, 체질 등 타고난 것으로 본다면 인간이 얼마나 운명적 존재인가에 놀라게 된다는 것. 또 인간의 삶을 제한 없이 스스로 자유롭게 만들어나간다는 자유론자가 된다면 인간의 오만이자 인생의 깊이를 모르는 미성숙을 드러내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낸다. 결국 인생이란 자유와 운명이 그리는 쌍곡선의 접점들의 결합이요, 운명이라는 거미줄의 틈새를 헤쳐나가는 자유의 행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박 교수는 이렇듯 자신이 살아온 인생사와 사상가들의 논리를 통해 삶의 면면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 담아낸다. 운명에 관해 논한 제1장 자유와 운명의 쌍곡선에 이어 제2장에서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주제로 적당한 거리, 자기와의 싸움, 무소유의 행복 등에 대해 다루고 제3장에서는 고마운 사람들을 주제로 어머니의 교육열, 소크라테스의 처, 교수의 빚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히 담아낸다. 제4장 철학적 단상들에서는 철학이란 무엇인가, 소크라테스의 최후의 삼부작, 인문학으로서의 철학의 위상 등 철학에 대한 담론을 펼치고 제5장 교육 바로세우기를 위해에서는 한국교육의 현주소와 학력사회, 그 갈등과 해법, 외면 받는 대학 교육 등 교육 현장에서 느낀 점을 담아낸다. 제6장 당신에게 이르는 길고도 먼 길에서는 하나님의 뜻을 이르는 기도, 십자가는 지는 것이다, 철학과 기독교의 변주곡 등 올바른 기독교 신앙과 삶의 자세에 대해 다뤘다. 값 1만2천원.오세진기자 st1701@ekgib.com

대한민국 말하기 교과서, 김미경의 아트 스피치

김미경의 아트 스피치 - 대한민국 말하기 교과서 16년간 200만 명에게 강연청중을 열광하게 만드는 바로 그 마법의 스피치!-MBC 희망특강 「파랑새」의 국민 강사 김미경이 전하는 소통, 설득, 공감의 기술스피치에 대한 편견을 깨라!한국인들치고 스피치에 자신 있는 사람이 드물다. 외국인들에 비해 협상력, 설득력, 표현력 등이 모두 떨어진다. 어릴 때부터 말하는 문화와 토론하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성장했기 때문이다.어디서 말대답인가?말이면 단 줄 알아?어이구 말이나 못하면.하여간 말은 많아가지고.말 잘하면 다 사기꾼이야.우리가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던 말이다. 말 잘했다가는 괜히 말만 번지르르하다는 안 좋은 평가를 받기 십상이다. 침묵은 금이고 말 많은 건 똥값이다.그러나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판도가 바뀐다. 말 못하면 바보 취급당한다. 말 값이 몸값이다. 해외 바이어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도, 예산을 따기 위해 상사를 설득할 때도, 팀별 토론을 할 때도 스피치가 관건이 돼버렸다. 세상만사 모두 말로 통한다. 그럴 때마다 속에서 울화가 치밀 지경이다.진즉에 스피치 학원이라도 다닐걸.사람들은 스피치 교육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그냥 포기하고 산다. 그 이유는 말은 배워서 되는 것도 아니고 또 말만 번지르르하면 뭐 하겠냐는 편견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편견일 뿐이다. 스피치는 무조건 배우면 된다. 누구나 잘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가 반 글 반 스피치의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100퍼센트 스피치의 시대가 올 것이다. 스피치의 중요성을 갈수록 커질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스피치를 잘해야만 살아남고 성공할 수 있다. 스피치를 잘하고 싶다면 그런 편견부터 깨야 한다. 스피치란 진실한 말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말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진지하게 다가서야 한다.스피치는 무조건 배우면 된다스피치는 예술이다-아름다운 음악처럼 마음을 울려라!스피치는 과학이다-스피치에 소통, 설득, 공감을 담는 공식이 있다!불후의 명곡이 과학적인 구조를 갖고 있듯 스피치도 콘텐트, 청중, 공간 언어, 채색, 몸짓 언어가 잘 짜여 있어야 한다. 버락 오바마의 스피치가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렸던 이유도 이 5가지가 완벽하게 어우러졌기 때문이다.우선, 스피치에서는 콘텐츠가 가장 중요하다. 다시 말해 할 말이라는 콘텐츠를 갖고 그 다음에 말을 하라는 것이다. 아트 스피치에서는 진실한 콘텐츠 만드는 법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물론 콘텐츠는 개인마다 제각각이다. 하지만 청중을 감동하게 만들고 설득하는 법칙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김미경 원장은 이 책에서 콘텐츠 찾기부터 설계도 짜기, A-B-A' 구조 만들기, 청중의 심리와 정서를 건드리는 황금 분할하기, 에피소드 구성하기까지를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그 다음에는 청중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많은 스피커들이 콘텐츠만 들고 연단에 선다. 청중이 빠진 스피치는 무조건 실패다. 이 책에서는 청중의 특성을 파악하는 법과 청중 속으로 들어가는 법을 알려준다. 나아가 청중의 눈빛을 순간적으로 읽고 청중의 이야기를 즉석에서 대신 해줄 정도의 공감 능력도 키워준다. 그래서 청중이 열광하는 마치 심령 대 부흥회 같은 감동이 넘치는 강연으로 만들어준다. 더 나아가 청중 파악은 물론 청중과의 심리적 거리를 가깝게 만드는 공간 언어에 대해서도 가르쳐준다. 김미경 원장이 16년간 200만 명에게 강연을 하면서 체득한 실전 노하우이다.그 다음으로 아트 스피치의 가장 큰 특징은 스피치에 악상기호를 넣어서 입체적으로 채색을 한다는 것이다. 바로 뮤직 스피치이다. 스피치에서 말이란 내가 한 말이 아니라 청중의 귀에 들린 말이다. 아트 스피치에서는 말의 전달력을 높이는 법칙을 음악에서 찾았고 악상기호를 활용했다. 그러자 기존의 웅변 스피치는 설득과 공감의 스피치로 한층 업그레이드됐다.콘텐츠에 악상기호를 넣어 입체적으로 채색을 한 뒤에는 몸짓 언어를 마스터해야 한다. 바로 비주얼 스피치이다. 아이들이 동요에 딱 맞는 춤을 추면 가사가 더 잘 들리듯 몸짓 언어가 들어가면 콘텐츠 파워가 엄청나게 커진다. 아트 스피치에서 가르쳐주는 몸짓 언어는 단순히 손동작에서 끝나지 않는다. 눈빛, 표정, 허리, 어깨, 상체 등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포함된다. 아트 스피치만의 차별화된 콘텐츠이다.비주얼 스피치의 대가는 바로 미국의 대통령 오바마이다. 그는 그는 교향곡을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그는 콘텐츠에 맞춰 춤을 췄고 청중을 콘서트 관객을 대하듯 대했다.이 책에서는 진실한 콘텐츠를 만드는 법에서부터 공감을 얻기 위해 청중을 파악하는 방법은 물론이고 목소리의 강약 장단 리듬 등을 통해 스피치에 채색을 더해 입체적이고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법과 표정이나 시선 처리 그리고 제스처와 같은 비주얼을 통해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 등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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