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실행할거야 사문난적 刊
고양이 인형을 어깨에 걸치고 방송가를 종횡무진하는 그녀. 뻔뻔함을 넘어 민망할 정도로까지 보이는 근원을 알 수 없는 자신감을 보이는 사람. 과감한 노출 등 이슈를 몰고 다니며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는 팝아티스트이자 행위예술가 낸시랭이 에세이 ‘난 실행할거야’(사문난적 刊)를 펴냈다.
“‘내가 하는 활동들 모두 내 퍼포먼스예요. 내 아트의 일부분이예요’라고 아무리 말해도 사람들은 ‘네 그렇겠지요. 어련하시겠습니까’하는 표정들이다. 그 표정들은 한결같이 ‘그런 것도 다 예술이냐’는 의혹과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는 빈정거림의 눈빛이 결합돼 있음을 나는 안다-프롤로그 중”
프롤로그에서 엿볼 수 있듯 책에는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낸시랭이 겪는 고민과 퍼포먼스의 이유, 그간의 활동과정 등이 솔직담백하게 담겨 있다. 그녀는 자신의 삶과 예술이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자신의 한계에 대한 도전과 모진 삶에 대한 투쟁의 연속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물론, 이 싸움에서의 진정한 적은 자기 자신이었음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따라서 이 에세이는 또한 젊음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 시대 젊은 예술가들의 초상으로도 읽힐 수 있다.
책은 또한 낸시랭의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낸시랭의 인생관과 예술관을 집약해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은 ‘터부 요기니’ 시리즈일 것이다. 금기시되는 신적 존재를 의미하는 터부 요기니는 흔히 천사와 악마의 혼합된 이미지를 갖고 항상 변형된 모습과 형태로 출연하는 ‘신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영적 메신저’이다. 이 존재는 금기를 깨고 순간적으로 인간들이 갈망했던 퇴색된 꿈들을 다시 불러일으켜 그것을 성취시켜 준다고 한다. 즉 낸시랭의 작품세계는 터부 요기니의 상징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꿈과 욕망을 드러내면서 마침내 그것을 실현시키는 공간인 것이다.
낸시랭의 개성이 묻어나는 톡톡 튀는 대화체 서술법은 한층 독자들의 구미를 자극하고, 그녀가 펼쳐온 다양한 활동 사진이 수록돼 있어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값 1만2천원
오세진기자 st1701@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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