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달력 위의 ‘순국선열의 날’ 바라보며

불현듯 쌀쌀해진 날씨에 아침마다 코트 깃을 단단히 여미며 종종걸음으로 사무실에 출근한다. 책상 위에 놓인 탁상달력을 들여다보며 아, 벌써 11월 중순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11월17일 옆에 작은 글씨로 새겨진 순국선열의 날이란 글씨가 문득 눈에 들어온다. 사람은 자신과 관계되는 일이 아니면 관심을 갖게 되기 힘든 것 같다. 어느 해 달력에든 11월17일은 순국선열의 날이라는 글씨가 있었을 텐데, 보훈공무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올해에서야 처음으로 그 글자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게 되니 말이다.많은 사람들이 순국선열의 날에 대해 생소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나 또한 보훈공무원으로 일하기 전까지는 순국선열이라는 용어 자체가 낯설고 생소하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순국선열의 날이 제정된 배경을 알게 된다면 낯설게만 느껴졌던 그 말이 좀 더 가깝게 다가오고, 어쩌면 탁상위의 달력을 바라보며 오늘의 내가 누리는 풍요로움에 감사함도 느낄 수 있는 잠깐의 여유가 생겨날 지도 모르겠다.1905년 11월17일 을사보호늑약이 체결돼 일제에 사실상 국권을 빼앗기게 되자 이날을 전후하여 수많은 선열들이 비분강개해 순절하거나 의병항쟁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하나뿐인 목숨을 던졌고, 이들을 기리기 위해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는 이날을 순국선열공동기념일로 정하여 기념행사를 거행하였다. 1945년 광복이후에는 순국선열단체에서 민간주도로 기념식을 거행하여 오다가 1997년 5월9일 뒤늦게나마 정부에서 이날을 법정기념일로 정하였던 것이다. 순국선열은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부터 1945년 8월14일까지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기 위하여 항거하다가 순국한 의사, 열사를 뜻한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있게 해준 고마운 분들을 가리키는 용어가 이처럼 낯설게 느껴진다는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625전쟁 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에서 작년에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30%, 청소년의 47%가 625전쟁이 언제 일어났는지를 모른다고 한다. 예전에는 이런 조사결과를 보면 설마 그럴까 하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올해 중학교3학년과 고등학교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보훈캠프를 진행하면서 설문조사를 해보니 정말로 많은 수의 청소년들이 625전쟁이 언제 일어났는지를 모르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었다. 반세기 전의 625전쟁이 이렇게 잊혀져가고 있으니, 한 세기 전의 순국선열들이 이토록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순국선열의 날과 같은 기념일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평소에는 바쁜 일상에 휩쓸려 좀처럼 생각하기 힘든 것들을 단 하루, 아니 단 몇 분 몇 초만이라도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던져주니 말이다. 올 한해는 특히나 국가보훈의 의미가 더더욱 부각되는 시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안중근의사 순국 100주년, 419혁명 50주년, 518민주화운동 30주년, 625전쟁 60년, 경술국치 100년 등 10년 주기 보훈기념행사가 연달아 있었고, 천안함 침몰사고로 순직한 젊은 장병들과 유족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바라보며 온 국민이 함께 목 놓아 울기도 했으니 말이다. 너무나 다사다난했던 2010년의 마지막 끝자락을 걷고 있는 오늘, 쌀쌀해진 날씨와 고단한 업무에 하루 종일 종종걸음 치느라 지쳤을 몸과 마음을 잠시라도 쉬게 하며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해준 순국선열들에게 잠시나마 감사하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신아람 인천보훈지청 보훈과

중소기업을 보는 눈이 바뀌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2005년 50%에 육박하는 시청율을 달성한 내 이름은 김삼순 이라는 드라마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극중 삼순이가 울면서 택시를 타자 기사가 왜 우느냐고 묻는다. 수학여행 왔는데 애들이 자꾸 제 이름 가지고 놀려요. 그래서 그냥 도망치듯 집에 가요. 택시기사가 삼순이를 위로하며 아가씨 이름이 좀 촌스러우면 어때 삼순이만 아니면 되지 라는 말에 삼순이는 다시 한번 상처를 받은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이처럼 어떤 주체의 naming이 끼치는 영향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음식물 섭취로 생성된 유전자는 3대를 거쳐 유전되지만 인식은 100배인 300년을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중학교 3학년 사회 교과서에는 작은 염색업체가 폐수 정화시설을 설치했지만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커 폐수를 무단 방류했고 인근 논에서 벼가 말라 죽었다는 부정적 내용과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납품하고도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항상 자금사정이 어렵다며 중소기업을 대기업에 종속된 존재로 묘사하기도 했다.이런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전체 사업체수의 99.9%, 종사자의 87.7%, 즉 국민 4.5인당 1인이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어 경제발전의 가장 큰 버팀목임에도 불구하고 독립 사업체가 아닌 대기업 하청기업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큰 것이 곧 최고라는 사회인식으로 아직도 중소기업(中小企業)을 단순 작은 회사로만 인식하고 있다. 2010년 6월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대학생 3천명을 대상으로 취업희망회사를 조사한 결과 대기업체(23.7%), 공기업 및 공사(22.6%), 정부기관(21.2%) 등의 순으로 나타났고, 9.9%만이 중소기업 취업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 중소기업의 인력난 심각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 제조현장녹색화기술개발사업, 중소기업 정보화 사업, 중소기업 인력구조 고도화 사업 등을 통해 중소기업 현장의 근로조건을 개선해 왔다.언론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중소기업 바로알기, 중소기업 체험활동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또한, 6만여개 우수기업 DB를 보유한 굿컴퍼니 사이트 구축을 통해 국민들에게 우수 중소기업 정보제공, 장기근로자 주택 우선공급, 우수인력 육성을 위해 등록금의 70%를 국가가 지원해주는 계약학과 운영 등 근로자의 복지를 위해서도 노력해 왔다. 특히 경기지방중소기업청에서는 2009년부터 청년층 취업에 영향을 주는 학부모 1일 중소기업 체험단을 구성, 우수 중소기업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해 중소기업의 우수성을 알렸다.2009년 현장체험 참여 학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90.5%가 중소기업에 부정적 인식을 가졌으나 연수 후 긍정적으로 인식 전환이 되었고, 86.2%가 중소기업에 취업할 기회가 온다면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해 중소기업으로 우수 인력이 유입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동 프로그램이 효과적인 것으로 조사됐다.특히 중소기업청장은 중소기업 인식개선 교육관련 과목이 교원 자격검정과 임용 시 평가항목에 포함되도록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협조를 요청할 수 있게 하고 중소기업 인식개선 실태조사 의무적 시행 및 인식개선 사업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도록 했다.이처럼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의 중요성 및 우수성을 널리 알려 청년층이 중소기업을 선호하는 문화가 정착될 때까지 인식개선의 선구자 역할을 할 것이다. 박영수 경기중기청 공공판로지원과장

선의의 경쟁으로 ‘교육 1번가’를 만들자

경기도 16개 지방자치단체가 도교육청의 핵심사업인 혁신교육지구지정과 관련해 4개 지자체의 선정을 앞두고 치열한접전을 벌인 결과 우선 10개 지자체가 선정됐다. 하지만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너무 가열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우선 이번 혁신교육지구지정에 참여한 지자체들은 저마다 새로운 교육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그리고 지방언론을 통해 서로 우리시가 적합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당초 기본계획을 세울 때 이렇게 많은 지자체가 신청하리라고 예측을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민선 자치시대가 열리면서 각 단체장들은 교육에 온힘을 기울여 왔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정치적인 계산도 있겠지만 그 지역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바로 세워보려는 강한 의지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도교육청의 혁신교육지구지정 사업은 과거 평생학습도시 지정과는 달리 정말 교육을 변화시키고 혁신하려는 의지가 있어 보인다. 특히, 교육정책 환경변화에 적극 부응하고 시설사업은 지양하는 대신 교육청과 지자체간 연계 사업의 재구성을 통해 프로그램사업을 중요시 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모두가 환영할 만한 것이다.우리 오산시도 그동안 염원해 왔던 교육협력과를 지난 10월 초에 신설하고 이 핵심사업에 대응해 왔다.먼저, 민선5기 시장공약사항을 보면 총 7대 분야 33건 59개 사업 중 교육분야는 7건 32개 사업이다. 총 사업 수 대비 54%에 달하는 것이다. 열악한 교육환경에 처해 있던 작지만 강한 도시 오산을 전국 최고의 교육도시로 만든다는 시장의 의지가 돋보이며, 누가 보더라도 교육사업에 대단한 열의를 읽을 수 있다. 시 교육협력과는 부서가 신설되면서 더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혁신교육지구를 지정 받기 위해 그렇다. 교육관련 전문가들에게 사업계획 설명회를 개최하고, 학교 측 전문가가 참여한 교육발전연구 T/F팀 구성, 운영 중이다. 관내 초중고교 운영협의회도 운영하는 한편, 학부모를 상대로 설명회도 가졌다. 최근들어서는 지역의 교육발전을 위해 단국대학교와 관학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오산시 특화사업인 학부모 스터디 는 지난 6일 첫 모임을 가졌는데 70여명의 학부모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스터디에 대한 열정을 보였고 향후 지속적인 모임을 유지해 재밌는 공부로써 오산시 비전을 향해 나가는 시책으로 정착될 것으로 기대된다.오산시가 신청한 사업을 모두 열거할 수는 없지만 대략적으로 혁신학교 집중육성(연차별 육성하여 집중지원), 학생선택형 교육과정 운영(학생선택 교과교실, 교육과정 특성화, 방과후 학교, 계절학교 및 체험활동), 학습인프라 구축(작은도서관, 학교시설복합화 운영), 교육복지(위기학생 지원센터, 유치원 에듀케어, 초등 돌봄교실, 무상급식 지원센터 추진), 교육기반확충(교육비 지원확충, 애향장학회 기금 확대출연), 오산시 특화사업-시민참여(교사 및 학부모 스터디모임, 시민 참여학교 비전센터 운영) 등을 들 수 있다. 혁신교육지구에 대한 각 지자체마다 특수한 교육시책들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단체장과 지역 학부모의 추진의지 그리고 관계자들의 불타는 열의라고 본다. 그 의지와 열의가 함께 있는 곳이라면 어느 시가 지정되더라도 훌륭한 교육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바람이 있다면, 비교적 교육여건이 잘 돼있는 도시보다 그렇지 않은 도시가 사업의 효과나 파급성이 크다는 점을 염두해 두고 결정했으면 하는 것이다.

수익 창출형 축제 활성화하자

요즘 농촌은 개방파고로 인해 농업은 산업구조상 수혜는 가장 적고 피해는 가장 크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한미 FTA의 체결로 최대의 피해를 보게 된 농업분야에 파격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부 당국의 확고한 의지와 일관된 노력 없이는 농업, 농촌의 가치와 위상은 갈수록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농촌도 한미 FTA 체결의 국가적인 논리나 대세에 그대로 지역농업의 미래와 운명을 의탁해서는 곤란하다. 비록 농업이 대세를 거스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하더라도 지역농업의 가치와 이익창출에 관계되는 아이템을 찾아내야 한다.그런 의미에서 전남함평의 나비축제와 국화축제의 사례는 본보기가 된다. 함평군은 관광자원이 거의 없는 열악한 지역여건에서도 봄철에는 생태관광 함평 나비축제를 펼치고, 가을에는 국화꽃대전을 창안하여 매년 200만명 이상의 외지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다.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국향대전은 전라남도 함평군 대동면에 있는 함평자연생태공원에서 열리고 있다. 자연생태공원을 통째로 국화 향기로 물들여 놓았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규모도 자그마치 3만3천㎡를 넘는다. 한쪽에선 국화꽃 따기 체험 등 품격 높은 체험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만들어져 있다. 게다가 내년에는 세계 곤충엑스포를 개최하는 등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함평천지의 기적은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엄청난 부가가치와 소득을 지역에 안겨주는 나비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친환경 농업을 관광사업과 연계한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환경에 대한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환경농업이 고소득의 아이템으로 옮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함평군이 그린투어리즘의 실현의 장으로서 이미지를 제고시키기 위한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함평군은 나비와 국향대전을 통하여 친환경농업의 이미지가 확립됐고, 이러한 친환경이미지를 다른 농산물에 연계시킴으로써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농업생산과 관광체험을 연계시킨 국화 꽃 나비의 날개 짓은 지역주민과 대한민국 관광객 모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태풍효과를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축제는 무궁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농촌지역 축제들은 그 지역홍보에 큰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가장 큰 수익사업이자 문화사업이 되기도 한다. 국내의 농촌지역축제들도 잘만 수행된다면 참가자들에겐 독특한 경험과 추억을, 지역사회에겐 지역 브랜드 개발과 수익창출 및 국토균형발전에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가운데 함평천지의 성공은 매우 돋보인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함평이란 지명이 있었는지 조차도 몰랐던 것을 생각하면 함평 나비의 날개 짓이 전국에 태풍효과를 가져오게 된 정말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된다. 다만 지자체별로 축제가 난립하는 상황에서는 시장의 크기와 잠재력을 보고 들어가기 보다는 시장의 변화를 관찰하고 들어가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무도 보고 숲도 볼 줄 알아야 한다. 해마다 5월이 되면 함평에서는 나비를 주인공으로 하는 축제를 벌이고, 가을이면 국향대전을 펼친다. 국화 꽃 나비의 날개 짓은 보드랍지만, 그 위력은 실로 대단 한 것임에는 틀림없다.강 근 태농협중앙회 김포시지부 부지부장

당신도 ‘몰래 산타’가 될 수 있다

나라는 글자와 남이라는 글자의 어원은 잘 모르지만, 나는 남이라는 글자를 통해 남을 대하는 마음의 본을 삼으려 한다. 네모난 상자(ㅁ) 위에 있는 나의 모습에서 남이라는 글자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은 또 다른 나이며, 내가 세상의 중심이면 남은 내 세상을 완성시켜주는 또 다른 자아다. 남을 존중함은 결국 나를 위함이다.지난해 이맘때쯤 이에 걸 맞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초겨울 날씨에 언 몸을 친구들과 김치찌개와 막걸리 한잔으로 푼답시고 약속을 하였다. 친구들과 약속한 장소는 가끔 들르던 팔달문 인근의 한 막걸리 집. 여느 막걸리 집처럼 이곳도 저렴한 가격과 안주가 푸짐하다. 이날도 늘 이용하는 뒤쪽 출입문에 들어서자 뜻밖의 전단지 한 장이 눈에 띄었다. 붉은색과 흰색으로 산타클로스가 크게 디자인 된 사랑의 몰래 산타 모집 안내 전단지. 전단지를 보는 순간 뭔가 머리를 관통하는 게 있었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 어려운 이웃을 돌아 볼 줄 아는 나눔의 실천가들, 사랑의 몰래 산타가 바로 그들이다. 몰래 산타는 크리스마스 저녁에 저소득층과 장애우 아동의 집에 직접 찾아가 산타의 선물과 추억을 만든다. 방문아동들과 사전에 익힌 캐럴송도 불러주고 율동도 함께 나눈다. 여러 차례의 사전모임을 통해 산타클로스가 되기 위한 캐럴송, 풍선아트, 레크리에이션 교육도 받는다.주관하는 수원청년회와 우여곡절을 치른 후 아주 특별한 산타 팀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 팀의 방문대상은 모두 네 가정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고 있는 초등학생과 기초수급자 초등학생 2명 그리고 장애우가 있는 가정이다. 그중에서도 마지막에 방문한 장애우 가정의 즐거워하던 모습엔 지금도 맘이 짠해진다. 지난해 이들 가정과 보낸 크리스마스는 평생 잊혀지지 않을 일이다.몰래 산타는 나눔이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몰래 산타와 같은 나눔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설과 추석에 이웃과 음식과 떡을 나누고, 새 집으로 이사를 했을 때 인사 떡을 나누는 것이 좋은 예다. 하지만 요즘에는 도시는 물론 농촌에서도 이런 아름다운 나눔의 풍속을 보는 것이 쉽지 않아 안타깝다. 몰래 산타와 나눔은 가진 사람들만의 기득권이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공동사회의 행동양식이다.몰래 산타는 즐거움이다. 몰래 산타에 함께한 동료가 선물을 받는 아이들보다 선물을 주는 제가 더 즐거웠었다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몰래 산타를 하게 되면 이와 같은 즐거움이 생긴다. 때문에 몰래 산타는 특별한 자격조건보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된다. 누구나 선물을 받으면 기뻐한다. 그러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주는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처럼 주는 즐거움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몰래 산타가 될 수 있다.몰래 산타는 봉사다. 잘 알지 못하는 소외된 이웃을 위해 도움을 주고자 하는 순수함의 봉사가 몰래 산타다. 아무런 사심 없이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할애하여 소외된 이웃의 손발이 되고자 하는 몰래 산타야말로 진정한 봉사라 할 수 있겠다.봉사와 나눔은 사회와 자신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하는 숭고한 행동양식이다. 올 크리스마스, 연말에는 봉사를 하며 더욱 뜻 깊고 의미 있게 한 해를 마무리 하는 것은 어떨까? 사랑의 몰래 산타가 되어 작은 노력을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기회를 만들어 보자. 나와남 그리고 우리라는 공동사회를 향한 소중한 체험을 맛보는 당신을 기대한다. 장보웅 수원시 문화행정팀장

기후변화 따른 식품안전관리

세계기후변화전문가그룹(IPCC)에서 200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이 1906년에서 2005년 까지 0.74℃가 상승했으며 1961년 이후 매년 해수면이 1.3㎜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는 화석연료 과다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1912년에서 2008년까지 서울, 인천, 강릉, 대구, 목포, 부산 등지에서 관측한 자료에 의하면 지구온난화와 도시화 영향으로 현재까지 1.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고온현상은 모기 등 질병매개동물 활동 증가와 식품 등에 존재하는 세균들의 생존, 증식, 감염능력 증가로 식인성(食因性) 질병 유발 우려를 높이고 있으며 농약의 분해를 촉진해 옥수수, 감자, 대두 등 작물의 농약사용을 점점 높여 건강생태를 위협하고 있다.특히 1890년 국내 최초 기상관측 이후 120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는 기상 이변의 한 징후인 금년 여름의 긴 우기는 가을의 풍성함을 기대하던 우리 식탁에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겨주었다. 배추와 상추 등 다소비 농산물 상당수가 성장하기도 전에 많은 비에 녹아 큰 피해가 있었고, 이미 지난 추석명절에 차례 상을 준비하면서 주부 대부분은 사과, 배 등 과일과 배추, 파 등 야채 거래 가격이 평소 3~4배에 달했다. 정부에서는 시중 물가 안정과 원활한 유통을 위하여 중국산 배추 수입 등 대책을 발표하고 검역 등 안전성도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의지 표명을 하였다. 때로는 예측이 가능한 또는 불가능한 기후변화는 우리 일상을 뛰어넘어 국가적 나아가 세계 식량안보에도 많은 영향을 미쳐온 것이 사실이다. 2008년 발간된 식품저장학에서 평균적으로 1인이 1년에 100만㎉가 필요하며 이를 공급할 수 있는 식량과 생산 면적을 계량화하는 연구결과가 있었고 이는 인구수 대비 필요한 식량과 확보를 추계할 수 있는 의미있는 연구 저서로서 보다 진보된 수준의 국가적 대비책을 가능케 한다.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관리는 식품안전 중요성을 한 단계 앞선 국가적 안보수준의 중요사항으로 오래전부터 이미 식량은 국가 간 무기화 되어 왔다. 기후변화가 가져온 또 다른 영역의 사례로서 해수온도가 올라가면 수은(Hg)의 메틸화가 촉진돼 어패류의 수은 섭취를 증가시켜 인체에 유해 하다는 것이며 최근 남해에서 채취된 굴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신경독(神經毒)이 발견돼 유통 수산물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한층 강화한 것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 기온 1℃ 상승시 식중독 건수 5.27%, 환자수 6.18%가 증가되는 것으로 추산되는 자료가 발표된 바 있다. 특히 아열대 수준의 이상 고온과 우기가 길었던 금년 여름에는 고온다습한 조리환경으로 병원성미생물 증식 등 식중독 발생 요인이 커지면서 9월말 현재까지 도내 47개 집단급식소, 음식점 등에서 2천222명의 식중독 환자가 발생, 전년도 47건 1천73명의 식중독 환자 발생을 훨씬 상회했다. 경기도에서는 2005년도 전국 최초로 온도와 습도 변화에 따른 식중독발생 예보지수 발송과 식중독지수전광판, 무인자동공간살균소독기 보급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한 식중독발생에 능동적 대처를 지속하여 왔다. 매년 식중독발생이 최고조에 달하는 초중고 학교가 개학 시기인 9월에 학교 등 집단급식소를 대상으로 식중독예방 현장진단서비스를 집중 실시한 결과에서 신종인플루엔자 영향으로 식중독 발생이 유난히 적었던 지난해와 비교하여 9월 중 식중독 발생 건수가 다소 줄어들었다는 고무적인 효과가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분석결과에서 수질 오염과 개연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발생율이 전체 18.5%의 우려 수준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상 기후변화가 식품안전에 미치는 영향과 중대성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기후변화가 식품안전관리에 미치는 각종 영향에 대한 연구와 기초자료 수집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식품안전관리 역시 새롭게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왕영애 경기도 식품안전과장

다문화 가정 멘토 역할을 하면서

현재 우리나라는 국제결혼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단일민족의식이 중요시되고 외부혈통에 대한 배척성이 강한 뿌리 깊은 관습은 이러한 다문화 사회를 받아들이는 데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낯선 환경에서 생활해야 하는 외국인 며느리들의 외로움과 향수, 경제적 빈곤과 고된 노동, 문화차이에서 오는 갈등, 의사소통의 어려움, 외모 차이 또는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가해지는 차별적인 대우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전국 다문화 가정의 27%가 경기도에 거주하고 도시보다는 농촌에 외국인 며느리들이 많아지고 있어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경기도 가족여성정책과에서 공모한 다문화가정 멘토링사업에 참여해 활동을 하던 중 지난 9월 다문화가정 멘토들과 그동안의 활동에 관한 토론회를 가졌다.경기도 내에서 생활이 어렵거나 갓 결혼해 친정 부모 역할을 필요로 하는 50명의 멘티를 경기도와 농협에서 추천받아 3월부터 11월까지 고향주부모임 회원들이 시범적으로 멘토 활동을 하게 됐다.처음이라 기대 반 설레이는 마음 반으로 시작을 했지만 다섯 가정은 가정방문과 외부인과의 접촉이 불편하다며 거절의사를 밝혀 다시 다른 가정을 선정하기도 했다.시작은 어렵게 시작했지만 한 달 두 달 활동하는 모습을 카페에 올려주는 회원들도 있었고 문제점을 전화로 의논해 오는 회원들도 있었다.나름대로 멘티와 음식도 함께 만들고 각 동주민센터를 찾아 한국 문화를 배우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각 지역의 농협 지역문화복지센터를 찾아 한글, 노래교실, 산악회 등반, 다문화여성대학, 지역문화 행사 등에 참여하는 멘티가 점차 늘어갔다.좌충우돌 적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살짝 엿보기도 했다. 제가 방문하고 있는 멘티는 결혼한 지 몇 개월 밖에 안됐는데 남편이 많이 속상해 하세요. 낮에는 뭘 하는 지 모르지만 저녁에 퇴근하고 돌아오면 채팅만 하고 있고 밤에도 잠자리에 들 생각도 않고 그저 채팅만 하는 거예요. 전화 요금이 100만원이 넘게 나와 뭐라고 한소리 했더니 골을 내서 말도 못하겠고 너무 섣불리 국제결혼을 한 것 같아요라며 하소연하는 남편의 안타까운 심정을 전해 준다. 아마도 이런 문제가 이 가정의 일만은 아닐 듯하다.명쾌한 해결은 누구도 제시할 수 없겠지만 도청 담당자에게 이 사실을 알려 멘티의 친정나라 언어를 할 줄 아는 상담사와 함께 방문했다.다행히 방문이 헛되지 않은 것이 다문화가정 상담사가 타국에서의 어려움과 외로움을 전하면서 친정아버지께서 편찮으셔서 안부 전화를 해 전화비가 많이 나왔다며 주의하겠다는 말과 함께 다소 남편의 뜻을 전달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어느 회원은 내가 방문하는 멘티는 너무 안됐어요. 가정도 어렵고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데 근처에 사는 형님은 가끔 들러 얼굴만 비추고 나이 어린 이방인 며느리는 과수원 일하랴 집안 살림하랴 허리 한번 못 펴는데 말이 안통한다고 시어머니는 구박하고 제가 눈물이 다 나와요하며 눈시울을 붉혔다.또 다른 회원은 나의 짝꿍은 2개월 전에 몽골에서 왔는데 우선 말이 안통하잖아요. 그래서 인터넷에서 몽골어를 찾아봤어요. 그래서 몽골어로 인사를 했더니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저도 덩달아 몽골어를 공부하고 있지요 하며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한국 어머니들의 특징이 따뜻한 정이 많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면 어찌 빈손으로 방문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과자나 음료수와 같은 간식을 사 들고 방문하다 보니 방문하는 멘토보다 손을 먼저 쳐다본다는 것이다. 문화가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다르다. 손을 바라 볼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은 그들이 아니다. 정이 많은 우리 한국 어머니들의 탓일게다. 그렇다고 우리 어머니들을 탓해서도 안될 것이다. 앞으로도 다문화 가정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편견보다는 다문화 가족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과 이해를, 그리고 같은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보장받아야 할 것이다.문애숙 고향을 생각하는 주부들의 모임 경기도지회장

‘G20 성공 개최’ 온 국민 힘 합쳐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G20 정상회의가 불과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국민 모두가 대한민국 브랜드를 향상시키고 국격(國格)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 한껏 고무돼 있다. 혹자는 단군 이래 우리나라 최대의 행사라고까지 말한다. 저마다 각자의 분야에서 손님 맞이를 위한 준비에 분주하다. 총력 태세에 들어간 정부는 물론,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이 G20 홍보대사로 열심히 활동하고 거리 곳곳에 정상회의의 성공 개최를 염원하는 플래카드가 나부낀다. G20 개최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30조원 이상으로 2002년 월드컵을 뛰어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위해 정부와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다. 그런데 얼마 전 경찰청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들은 얘기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국내 일부 단체들이 G20에 맞춰 테러에 버금가는 도심 과격시위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국가적 대사를 앞두고 정말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지 여부를 떠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그들의 입장과 이익도 중요하겠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국익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다.G20의 성공적 개최를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는 G20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해 보려는 개인이나 집단의 과격한 집회 시위일 것이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 원정을 오는 시위 단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G20 특별법을 통해 행사장 주변의 경호 경비대책을 마련했지만, 그것으로 충분한 안전이 보장된다는 보증은 없다. 경찰이 꽤나 골머리가 아플 일이다.더구나 야간 집회 시위를 둘러싼 여야(與野)의 대립과 다툼도 우려스럽다. 작년 9월 헌법재판소는 일몰 이후 일출 이전 야간집회를 제한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고 올해 6월 말까지 개정토록 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야권은 야간집회를 허용해도 아무런 부작용이 없고 야간 집회를 규제하는 것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주장한다.반면 여권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는 과도한 집회 규제가 헌법불합치라는 것이지 규제를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며, 야간까지 이어지는 집회와 시위로 일반 시민들의 피해가 크기 때문에 적정한 시간 규제는 꼭 필요한 일이라 주장한다. 그래서 하루빨리 집시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쪽 모두 일리가 있지만, 이쯤에서 한 사람의 권리는 다른 사람의 권리가 시작되는 데서 그쳐야 한다는 격언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겠다.사실 우리나라가 눈부신 민주화와 현대화를 이루고 발전해 온 이면에 남에게 피해를 주든 말든 자신의 이익만을 극단적이고 과격하게 주장하는 잘못된 문화도 있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심야시간까지 집회를 허용해야 할 것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이 있다. G20은 선진국 정상들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소문난 잔치다. 손님들에게 풍성한 먹을거리, 볼거리, 얘깃거리를 내놓고 우리의 저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 한뜻이 돼 세심하게 살피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조금의 불편함은 참을 줄 아는 인내심, 우리끼리 할 얘기들은 잠시 뒤로 미루는 어른스러움이 필요한 때다.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는 우리나라가 선진 일류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로가 될 것이다. 우리 모두 법과 질서를 지키고, 남을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야 하는 이유다. 선진국가의 국민이 되는 길은 1인당 GNP가 높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 각자가 성숙한 질서의식을 가지고 행동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상원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공공도서관의 민간위탁경영

오늘날 도서관은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문화정보의 광장 혹은 문화 사랑방이란 측면에서 볼 때 지역주민의 복합문화공간으로서 공공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공공도서관의 운영을 자치단체가 직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선진국도 1980년 신자유주의 등장과 시장경쟁의 원리가 공공부분에 도입되면서 도서관 운영에 대한 비판과 함께 경영마인드 도입으로 제도 운영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재원과 인력 부족으로 공공도서관의 개방시간을 단축하거나 도서대출 및 열람에 필요한 대출카드 유료화 및 연회비를 부과한다. 또 신간서적(베스트 셀러), 음악 및 동화 CD, 영상물 등의 이용료를 받고 있다. 이와 같이 선진국도 재원 부족에 따른 도서관 운영에 공공성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으며, 도서관이 제공하는 낮아진 문화정보 서비스의 질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도 신설 도서관 개관의 경우,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지 않고 민관위탁 경영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자치단체와 일부 시민단체 및 전문가 등의 찬반논쟁이 팽팽하다. 앞으로 자치단체는 행정수요의 증가로 내부인력이 더 필요하지만, 현행 제도의 공무원 총정원제와 총액인건비가 도서관에 필요한 인력 제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자치단체는 최선책은 아니지만 차선책으로 신설 도서관에 전문경영인을 채용 기존 공공도서관과의 서비스 경쟁 및 효율적인 경영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주장은 다르다. 공공도서관이 민간위탁으로 운영될 경우 공공성의 훼손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 제공될 서비스 질의 저하가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위탁경영은 계약기간(2~3년)에 따라 평가를 받아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재계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예산절감은 물론, 수익사업을 한다든지,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이로 인해 도서관의 공공성과 전문성이 훼손되고 서비스의 질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의 경우 상당수 자치단체가 새로 개관할 도서관에 대해 위탁경영을 검토하거나 실시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해법은 없는가? 위탁경영에 대한 몇 가지 방안을 언급하고자 한다.필자는 도서관 위탁경영으로 야기될 사서직의 고용불안과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 불안 및 공공성 등을 중시하고 있다. 하지만 자치단체가 직면한 대안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위탁경영을 할 경우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서직의 고용불안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어떤 단체에 맡겨야 잘 운영될 수 있는지, 이것만 해결된다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자치단체가 신설 도서관의 민간위탁 공고 시 고용승계 조건을 명시한다면 수탁자가 바뀌더라도 고용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 특히 사서직의 고용승계가 지켜지지 않을 것을 대비해 단체장과 지방의원, 시민위원회(가칭) 등이 참여해 고용승계를 논의할 수 있는 기구 구성을 조례로 규정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또 도서관의 민간위탁은 수탁자의 선택도 신중해야 한다. 2010년 현재 도내 지자체 소관 도서관은 총 139곳으로 전문경영인(사서자격 보유 관장)은 13.7%에 불과하다. 그러나 위탁경영을 했을 경우 실무 경험이 풍부한 인력과 사서자격을 갖춘 전문경영인이 운영함으로써 서비스의 질 및 경쟁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지자체는 새로 신설될 공공도서관의 민간위탁을 위해 보다 철저한 준비와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전문경영인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자치단체가 고민하고 있는 공공도서관의 민간위탁을 최선책이라 할 수 없으나,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해 볼 때 차선책의 대안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자치단체는 공공도서관의 민간위탁에 따른 사서직의 신분 불안을 해소하고, 우수한 수탁자 및 전문경영인을 찾는 것이 민간위탁경영의 성공조건이란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농업, 기상이변에 안전한가

지구촌이 태풍, 한발, 집중호우, 폭설 등 기상이변에 따른 피해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올여름 파키스탄과 중국, 미국은 집중호우로 최악의 홍수를 기록했고, 인도차이나반도 국가들은 건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인 폭우와 홍수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갑작스런 기상재해는 한국 농민들도 피해갈 수 없었다. 초속 3040m의 강한 태풍(곤파스)이 휩쓸고 지나가 비닐하우스, 축사 등 시설뿐 아니라 과일, 고추 등 밭농사도 초토화됐다. 봄철 이상저온으로 과일농사를 망쳤다고 한탄했었는데 가을에는 태풍까지 겹쳐 농민들은 망연자실한 채 자연재해를 지켜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이었다.21세기 과학기술 분야의 트렌드는 저탄소 녹색성장이다. 현재 세계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이상 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인류의 생존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식량 부족 문제가 있겠으나 지금 우리나라는 우수한 육종기술의 발달과 체계화된 물 관리 시설로 수년째 풍년농사를 이루고 있어 오히려 쌀 소비 장려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정말 행복한 비명이 아닐 수 없다.UN 보고서에 의하면 2025년까지 지구 인구는 약 80억이 될 것이며 전 세계 경지 면적은 매년 0.25%씩 증가하는 반면 인구는 1.55%씩 증가해 전 세계 인구 중 15억명은 하루 1달러 이하의 음식으로 생존하고 하루 3식도 못 먹을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구온난화 효과는 기름에 불 붓는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인류는 이에 대한 범지구적 환경 보존 노력을 기울여 1972년 인간 환경에 대한 국제연합선언, 1992년 지구보존환경 회의, 1997년 도쿄기후협약 등 다양한 국가차원의 규제와 협약을 통해 환경보존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지구 기후가 변하고 환경이 파괴됨에 따라 수많은 생물 종들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증가에 의한 온난화문제, 사막화 등으로 인한 식량 부족문제에 대해 가장 시급하고 효과적인 대안의 하나가 스트레스에 강한 씨앗을 생산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까지 연이은 가뭄과 석유파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절, 일반 벼는 키가 커서 태풍이 불면 쓰러지고, 무더운 날씨에서는 벼멸구 피해가 심해 농사를 망치기 일쑤였다. 식량문제를 해결하려면 수량이 많고 병 저항성이 있는 새로운 품종의 쌀이 필요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통일벼이다. 농촌진흥청에서 1965년 자포니카형 일반벼와 인디카형 남방계통 벼를 교잡해서 만들었다. 통일벼는 일반벼보다 40% 이상의 수량을 얻으면서 녹색혁명의 신화를 이룩했다. 자포니카형 일반벼와 인디카형 남방계통 벼와 같이 신품종 개발의 원료가 되는 종자를 유전자원이라고 한다. 통일벼와 같은 신품종을 개발하려면 우수한 유전자원을 다양하게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세계 각국의 식량안보와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유전자원 확보경쟁이 가속화되고 종자가 가진 경제적 가치가 커지면서 자원으로서 이를 지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총성 없는 종자전쟁 시대가 도래해 정부에서도 종자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종자산업 육성대책의 일환으로 농촌진흥청에서는 2008년 농업유전자원센터를 개소해 전략적으로 유전자원을 수집, 보존하고 있으며 미래 수요를 반영한 천연의약 소재, 기후변화에 대응한 내재해성, 아열대 과수 및 채소 등과 같은 식물 유전자원 및 미생물자원 등의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기후변화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현재와 미래의 농업의 시작은 유전자원이다. 유전자원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자. 마경호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농학박사

가을에 부치는 기후변화의 소고

가을이 만발(?)했다. 산마다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었고, 들마다 누런 황금빛 결실이 풍성하다. 너도 나도 단풍놀이에 한창이고, 농부들은 가을걷이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산야의 아름다움과 풍요로움도 잠시일 뿐, 길어진 여름으로 빼앗긴 가을의 한편이 어느새 고개 들어 자리 잡은 이른 겨울에 그 자리를 뺏기게 될 터이다.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대기 중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 메탄, 오존, 산화질소, CFCs 등의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지면서 지구 복사열의 흡수가 과다하게 일어나 지구의 에너지 균형이 깨지게 되고, 이로 인해 지구 온도가 상승하는, 이른바 지구 온난화 현상이 변화무쌍한 기후변화를 야기하기 때문이다.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에 따르면 지금 지구촌 곳곳에서는 홍수, 폭우, 태풍을 포함한 극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폭우 빈도 역시 대부분의 지역에서 증가하고 있다. 또 이상 기온이 나타나 해양 생태계 및 농업 생산 지역이 이동하고 병충해가 늘어나는 등 자연생태계의 질서가 파괴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00년간의 평균기온이 1.5℃ 상승했고, 특히 2000~2009년 평균기온은 0.5℃가 높아졌다. 2100년까지 평균온도가 약 4℃ 상승할 것이고, 2020년대 5%, 2050년대 7%, 2080년대 15%의 강수량 증가와 함께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약 8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기상청과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한반도 평균기온이 6℃ 상승할 경우 금세기말 우리나라 기존의 산림생물들이 고사되거나 고립되는 등 멸종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 상태로 지구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태백산과 소백산 인근 내륙지역을 제외한 남부지방 전역과 경기, 충남의 서해안 지역이 아열대기후로 변하고, 하루 1000㎜ 이상의 비를 뿌리는 강한 태풍이 잦아지게 된다.뿐만 아니라 계절적 주기도 변하고 있다. 1920년대에는 겨울이 11월 하순부터 3월 중순까지 4개월 정도 지속됐지만 1990년대에는 12월 중순부터 3월 상순까지 약 3개월로 1개월 정도 짧아졌다. 반면 여름은 1920년대에는 6월 중순부터 9월 중순이었지만 1990년대에는 5월 하순부터 9월 하순까지 길어졌다. 또 지난 겨울의 잦은 폭설에 이어 올봄의 이상저온 현상과 여름철 폭우폭염은 우리에게 기후변화를 실감케 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 내일로 미뤄서는 안되는 이유다. 조금만 더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자. 나부터 시작해 보자. 내 가정, 내 직장에서부터 출발해 보자. 우리 일상 생활에서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고 산림을 보호하는 것, 이것이 지구 온난화 방지의 첫 걸음이다. 먼저 환경 친화적 상품으로의 소비양식을 전환해 보자. 에너지효율이 높거나 폐기물 발생이 적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 다음 에너지와 자원절약을 실천하자. 가정 및 직장에서의 냉난방 에너지 및 전력의 절약, 수돗물 절약, 차량 공회전 자제, 대중교통 이용, 카풀(car pool) 활용, 차량 10부제 동참 등의 노력과 참여가 필요하다. 그리고 폐기물 재활용에 적극 참여하고,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에 적극 나서자. 나무는 이산화탄소의 좋은 흡수원이다. 소나무 1그루는 연간 5㎏의 CO₂를 흡수한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생활 속의 지혜, 지속적인 관심과 실천이 강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우리는 지금까지 가을이 오면이라는 기다림으로 설레는 마음을 얘기해 왔고, 늘 새롭게 다가오는 가을의 향취를 그리워해 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의 감정에 파고드는 이러한 낭만적 시각에 어쩌면 마침표를 찍어야 할지도 모른다. 기후변화로 인해 오늘 느끼는 가을과 내일 느껴지는 가을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황경철 동남보건대학 교수

현장행정으로 행복한 중구 만들기

취임한 지도 어느덧 4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부지런히 발품 팔아가며 구민들을 만나고 지역의 현안사항을 파악하려고 무던히도 뛰어다녔지만 아직은 갈 길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7월부터 신포동을 시작으로 구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사업현장 방문, 주민설명회, 지역내 사회단체 등 각계각층과 대화하면서 앞으로 중구가, 그리고 인천이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됐다.새희망! 중구발전, 큰감동! 중구구민 무엇보다 구민들이 바라는 것은 구민이 직접 참여하고 구민들의 의견이 실현되는 것이다.그래서 소통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았다. 열린구정을 실현하고 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복지사회 구현, 인재양성을 위한 선진교육 인프라 구축, 풍요롭고 청정한 주민중심 지역개발, 활력과 여유가 넘치는 지역상권 부활,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품격 높은 관광중구 조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우선 지금까지와는 차별화된 관광자원을 개발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주안점을 둘 예정이다. 답동성당 성역화와 북성포구 주변 관광지 개발사업은 이미 첫발을 뗐다. 답동성당 성역화는 성당 지하에 160대의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 지하주차장을 만들어 인근 지하상가의 주차문제를 해결하고 성당 주변을 구민을 위한 공원으로 조성, 개항장 문화지구, 신포시장, 답동성당으로 이어지는 대규모의 관광코스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북성포구 주변 관광지 개발 사업은 부두준설, 선착장 신설, 진입로 포장과 주변에 각종 편의시설을 설치해 월미도, 북성포구, 차이나타운이 연결되는 또 하나의 매력 있는 관광벨트를 만들어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사업이다.예산확보가 관건인 만큼 국시비 확보와 관련기관과의 협의에 주력하고 모든 중구 공무원을 독려하고 있다.인천의 명물인 차이나타운도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차이나타운 범위를 확대하고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한다. 파라다이스호텔과 차이나타운을 구름다리로 연결해 인천항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를 설치하는 문제를 호텔측과 협의하고 있다.자장면박물관이 차질 없이 조성되고 중국 천안문을 본딴 문화관을 지어 차이나타운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명물로 개발할 것이다.섬, 바다의 빼어난 경관과 육지의 다양한 근대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하면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명품 관광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교육도 빼놓을 수 없다. 국가 100년 대계를 위한 정책의 핵심이기도 하며 인재가 중구에 정착해 지역발전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려면 혁신적 교육도시로 거듭나야 한다.기초자치단체로서는 하기 어려운 장학재단도 설립했고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이나 노인학교 및 평생교육센터 증설, 어린이 전용도서관 건립 등 교육분야 7개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복지분야 또한 저소득가정 긴급지원 확대, 장애인 일자리 창출 및 자립 지원, 독거노인 등 소외노인을 위한 도우미지원 강화, 여성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자립지원, 사회참여형 노인 일자리 확대, 보육시설 확충 및 보육아동 지원 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또 재래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상품구매권를 늘리고 신포시장을 국제 상인시장으로 조성하는 토대를 만들었다.신포시장으로는 벌써부터 손님들이 몰려오는 모습이 눈에 띈다.나름대로 숨 가쁘게 달려왔다. 변화와 희망만이 중구가 살 길이라는 각오로 구민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한다. 구정에 동참하고 격려해 준 구민들과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 구석구석 현장을 다니고 소통하면서 각종 현안사항과 추진사업들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민들과 함께 행복하고 활기찬 중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김홍복 인천 중구청장

농업유전자원에 주목하자

산업화 이래로 환경변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많은 동식물 자원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멸종돼 가고 있다. 다양한 유전자원들은 그들 나름대로 진화과정을 겪으면서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해 왔지만 무분별한 개발과정에서 발생한 환경 파괴, 번식력이 뛰어난 외래 도입종에 의한 도태 등의 원인으로 다양한 자생자원이나 각 지역의 토종자원들이 사라져 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곧 현재까지 형성된 환경적응인자 즉, 미래에 훌륭하게 이용될 수 있는 육종소재가 사라져버리는 것을 의미한다.예를 들면, 최근 새로운 흰잎마름병 병원균의 등장으로 벼 품종들이 대량으로 피해를 받아 수량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신종 병원균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농약을 개발하기도 하지만 비용 혹은 처리시기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보다 근원적 처방은 새로운 병원균 저항성을 갖는 새로운 품종을 육종하여 활용하는 것이며, 이에는 다양한 유전자원 중에서 원하는 저항성 유전인자를 갖는 자원을 스크린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목적 형질을 갖는 유전자원을 조사하고 선별하는 방법은 실제 형질을 조사해 보거나 간접적 유전분석을 통하여 원하는 유전형질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전자가 정확성의 측면에서는 우수하나 조사해야 할 대상 자원이 많은 경우 시간과 비용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다양한 유전자원들 중 유전분석을 통하여 필요한 자원을 1차적으로 선발하여 육종에 활용하는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이처럼 유전자원의 가치를 따져본다면 첫째, 유전자원은 약 40억년 이상 지구환경 변화와 함께 선택과 도태에 의해 유전적인 변이가 집적된 생명체이므로 한번 사라지고 나면 두 번 다시 재생이 불가능하다. 둘째, 새로운 품종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형질을 가진 재료, 즉 유전자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의약품이나 기능성 물질의 대부분이 식물이나 미생물, 곤충과 같은 생물체로부터 유래된 천연물질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유전자원은 신약, 신소재, 기능성 식품 등 미래 녹색성장을 주도할 무한한 잠재적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에서는 사라져가는 유전자원들의 다양성 보존이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미래 식량소재로서의 가치에 의미를 두고 현재 식물 종자, 사과나무와 같은 영양체, 미생물, 가축, 곤충 등을 포함해 약 27만2천점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세계 6위 수준의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전자원을 이용해 지난 1970년대 녹색혁명을 통한 주곡 자급자족 달성을 비롯해 2007년까지 약 2천477개의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여 보급해 왔다. 현재의 종 다양성을 보존하면서 변화무쌍한 미래 환경에 대비하기 위하여 다양한 농업유전자원들을 지속적으로 수집보존하는 한편 이들의 개별적 특성을 지속적으로 조사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병 저항성 등 개별 자원의 실측 특성조사뿐만 아니라, 분자표지를 활용한 유전분석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등 미래 농업의 유망 육종소재로서 보존돼 있는 유전자원들이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고 있다.최근에는 유전자원이야말로 미래의 식량난을 해결할 열쇠이자 국가에게 엄청난 부를 창출해 줄 무한한 가치를 지닌 자원이라는 중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이런 유전자원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대단히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두 번 다시 재생이 불가능한 유전자원에 주목하여 많은 연구가 이뤄지길 바란다. 김정곤 농진청 농업유전자원센터 소장

디지털 지적정보로 재해 예방 기대

매년 자연재해로 인한 인명 및 재산상의 손실은 엄청나며 그 중 수해가 주는 피해는 여러 자연재해 중 가장 심각한 문제로 경제적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자연재해가 빈발하게 된 원인에 대해 기상학자들은 지구온난화와 엘니뇨현상을 꼽고 있다. 급속한 산업화와 산림파괴 등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증가로 지구가 온실처럼 따뜻해지면서 기상이변으로 천재지변이 끊이지 않고 돌발하고 있다. 지난 추석 연휴 첫날이었던 지난 달 21일 서울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 최대 200㎜가 넘는 집중호우로 많은 이재민이 발생하고 주택침수 및 파손 등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이번 국지성 집중호우는 기상청의 예보와 크게 다른 것이어서 기상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폭우폭설 등이 앞으로 더욱 잦아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비한 과학적인 기상예보시스템이나 인프라스트럭처는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일본은 이미 77년부터 대규모개발지, 학교, 공원 등에 빗물을 모으는 저류시설 등을 설치해 저지대의 주거지역이 단시간 내에 침수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아울러 침수지역에 대하여는 수년전부터 정확한 측량과 조사를 통해 침수흔적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예측 가능한 재해예방에 활용하고 있다.중요한 것은 재해가 발생하였을 경우 신속한 피해복구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재해지역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하며, 또한 과학적인 재해관리와 방재대책수립을 위해서도 이미 발생한 재해에 대하여도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피해조사와 그 원인 분석을 통해 향후 발생될 재해를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재난방재시스템 구축이 절대 필요하다.우리나라는 수해의 예방을 위해 국토해양부가 작성한 침수예상지도와 같은 아날로그적인 대응시스템이 있으며, 소방방재청의 자연재해대책법을 근간으로 풍수해로 인한 침수흔적침수예상 및 재해정보 등을 표시한 재해지도를 작성하여 상습침수지역이나 재해위험도가 높은 지역에 대하여 침수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가동 중에 있다. 그러나 침수예상지도는 지형도면에 스케치형식으로 침수지역을 색깔별로 작성 관리함으로 인해 아날로그형태의 고전성을 면치 못해 과학적인 관리와 활용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다행히 2006년부터 소방방재청은 아날로그 관리형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국 네트워크가 구축된 대한지적공사를 침수흔적도 작성 전담기관으로 지정, 디지털화된 정밀한 지적도면을 기본도로 전국의 침수지역을 실시간 조사측량하여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다. 매년 축적된 침수흔적 데이터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관리를 위해 침수흔적관리시스템에 탑재하여 운용되고 있으며, 국가공간정보의 중요한 인프라로 국가재난대응 의사결정지원과 재해예상지역의 안전한 개발계획을 수립하거나, 재해발생시 주민들이 신속하게 대피하는데 유용하게 활용 될 것이다.지적정보를 바탕으로 구축된 침수흔적데이터는 향후 정확도 측면은 물론 최신성을 가진 고부가가치 공간정보로 자리매김 될 것으로 기대되며, 정부가추진하는 사이버 국토 구축과 융합을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국가정보로 거듭나길 바란다.이렇듯 디지털화된 정밀한 지적정보는 국민의 소유권보호와 더불어 국가의 공간정보인프라로서 재난, 국토개발, 토지정책, 과세, 정확한 위치정보 서비스 등 그 활용도가 날로 다양화되고 증대되고 있어 지적 분야는 이에 상응한 역할과 비전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김태훈 대한지적공사 경기도본부장

잘 노는 아이가 행복하다

약 한달 전, 친한 후배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10개월된 아이를 둔 후배는 아이에게 해주는 것이 별로 없다는 푸념 섞인 넋두리를 하면서, 아이의 인지발달에 좋은 장난감이나 동화책, 학습지 등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며칠 전에는 15개월 된 아이를 둔 친구에게서 한글과 영어교육을 언제부터 시키면 좋을지, 또 이 시기에 어떤 교육이 좋은지에 관하여 진지한 질문을 받았다. 사실 필자는 유아교육을 전공하였다는 이유로, 선후배와 같은 지인뿐만 아니라 주변에 사는 아이엄마들에게도 이런 질문들을 자주 받는다.그리고 그들은 한결같이 필자가 어떤 대답을 해줄지 잔뜩 기대하고 필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그러나 필자는 이런 질문들을 받을 때마다 어떤 답변을 해줘야 할지 난감하기 짝이 없다. 왜냐하면 필자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맘껏 놀게 해주세요라는 말은 그들에게는 실망스럽고 무성의한 대답으로 밖에 보이지 않고, 혹자는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맘껏 논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삶이고, 기쁨이며, 발달의 원동력이고, 살아가는 힘을 배우는 배움터다. 놀이를 하면서 어린이들은 이기고, 지고, 성공하고, 실패하며, 견디고, 부딪치고, 어울리면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놀이가 문제해결능력, 집중력, 학습 적용능력, 사회성, 자존감 및 자기조절력 등을 길러준다는 주장은 많은 선행연구들에서도 밝혀진 바이다.그러나 우리들의 모습은 어떨까? 아이들을 맘껏 뛰어놀게 놔둘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잘 놀게 하는 부모와 잘 노는 아이를 못 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다. 198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신경생리학자 로저 스페리는 상상력 및 창의력과 관계가 높은 우뇌가 영유아기에 집중적으로 발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이런 맥락에서 보면, 좌뇌기능을 요구하는 과도한 인지학습은 창의성과 정서를 담당하는 우뇌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에는, 뇌량의 앞부분과 고차적인 정신활동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발달이 영유아기에 촉진된다는 두뇌연구결과가 나왔다. 뇌량의 앞부분이 발달한다는 것은 양쪽 뇌의 교류와 전두엽의 발달을 촉진하는 다양한 놀이활동이 영유아기에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공차기, 공주고 받기, 뛰기, 정글짐 오르기, 자전거 타기, 모래놀이 등 팔다리를 움직이면서 노는 놀이가 그러하다. 특히, 동작피질과 뇌량이 급격히 발달하는 생후 1, 2년 아이를 붙잡아 놓고 이런 저런 학습을 시키는 것은 학습효과도 없을뿐더러 아이의 자율성을 차단시키고 학습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형성시킬 수 있다. 자신의 온몸을 움직이면서 마음껏 주변 세계를 탐색하고, 만지고, 실험할 수 있는 놀이 기회를 주는 것이 오히려 아이의 인지발달에 더 효과적이다. 유니세프 아동권리협약 31조에는 어린이들은 충분히 쉬고 놀 권리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UN어린이 권리장전에도 놀이는 건강한 어린이가 정열적으로 자유분방하게 참여하는 몰입행동이며, 어린이의 기본권리의 하나로 제시되어 있다.한창 뛰어놀아야 할 시기에 과도한 조기학습에 치여 충분히 놀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자란 어린이들의 미래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어린이들을 놀게 해주자. 안전하게 놀이할 수 있는 공간과 충분히 놀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주자. 놀이는 아이들에게 단순히 유희, 재미가 아니다. 아이들은 놀면서 크고, 충분히 잘 놀아야 잘 클 수 있다.

中·日 고령화정책, 타산지석 삼아야

슈퍼차이나를 표방하며 문호를 개방한 중국의 투자가 확대되기 시작하면서 나온 이 말이 빠른 속도로 현실화되고 있다. 스스로를 세계의 공장이라고 자처하며 경제 성장기를 거친 중국은 2010년 2/4분기 GDP에서 일본을 제치며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일본은 지난 2분기 경제성장이 내수와 수출 경기의 동반 부진으로 크게 둔화돼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자리를 중국에 뺏기기는 했지만, 일본은 자타가 공인하듯이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선진국이다. 한국은 어떠한가? 대한민국은 반세기 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최강 20개국 정상과 국제경제기구 수장이 모이는 서울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자타공인 경제발전 롤 모델 국가다. 위기를 넘어 다 함께 성장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개최되는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는 개발도상국은 물론 아시아역 내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데다 경제파급효과가 몇십조 원에 이를 정도로 우리 역사상 빅 이벤트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것이 2010년 10월 현재 중국,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3개국의 외형적인 모습이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체제, 서로 다른 경제발전 상황을 갖고 있는 이들 3개국의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사람이 태어나서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는 모습도 다를까? 이와 관련하여 우리 연구원은 개원 5주년 기념으로 한중일 동아시아 3개국의 가족변동과 고령화를 주제로 한 국제포럼을 올 봄부터 기획했다. 이번 국제포럼을 진행하면서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은 사회주의 체제에서 개혁개방으로 변화 중인 중국사회와 경제대국으로 이미 선진국인 일본, 그리고 선진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 3개국은 다른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 규모의 축소, 핵가족의 증가, 노인인구의 빠른 증가라는 공통된 가족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유사한 추세 하에서 고령화와 가족변동에 대처하는 정부정책은 다소간의 차이를 가지며 국가상황에 맞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세부적으로 살펴보자. 중국의 가족변동의 내용을 살펴보면 가족 규모의 축소, 핵가족의 증가, 노인인구의 빠른 증가라는 3개 특징을 갖는다. 중국은 이에 따라 늘어나는 노인인구에 대비하기 위해 지역적으로 특징적인 정책을 발달시켜 왔다. 자녀별거노인에 대한 DB구축(상하이), 새로운 재택 양로서비스 모델(상하이 징안구), 자녀별거노인에 대한 자원봉사(양저우), 그리고 노인가구대상 사랑의 6620활동(베이징 자우와이길) 등 다양한 지역 노인정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세계 최고령국인 일본 또한 그에 맞게 고령자를 위한 정책을 오래전부터 다양하게 발달시켜 왔다. 1989년 고령자복지보건추진 10개년 전략(골드플랜)이 있고, 1994년 신고령자보건복지추진 10개년 전략(신골드플랜), 99년 골드플랜 21, 그리고 2000년 4월 개호보험법 시행 등으로 일본의 고령화 정책을 설명할 수 있다. 한국 사회 또한 가족 규모의 축소, 핵가족의 증가, 노인인구의 빠른 증가를 경험하고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 정부에서는 제1차(2005) 및 제2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2010년)을 세우고 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 관련 사업을 추진하면서 보완책 마련에도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하였듯이 고령화속도가 너무 빨라서 이에 맞는 정책을 마련하는 데 시의적절하게 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다. 따라서 향후 우리사회는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 지역마다 다양한 정책을 선보이는 중국 등 유사한 고령화와 가족변동을 겪고 있는 이웃나라의 예를 통해 더욱 실효성 있는 노인 및 고령화정책을 마련해 실행하려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영혜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기획부장

줄탁동시<口卒啄同時>

줄탁동시(口卒啄同時) 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어미 닭이 알을 품고 있다가 때가 되면 알 속의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하여 안에서 껍질을 쪼는데 이것을 줄(口卒)이라 하고 어미 닭이 그 소리를 듣고 바깥에서 껍질을 마주 쪼아 주는 것을 탁(啄)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줄탁은 어느 한 쪽의 힘이 아니라 동시에 일어나야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다. 만약에 껍질 안의 병아리가 힘이 부족하거나 반대로 껍질 바깥 어미 닭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병아리는 죽음을 면하지 못하게 된다. 껍질을 경계로 두 존재의 힘이 하나로 모아졌을 때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어미 닭은 껍질을 다 깨어 주는 것이 아니라 처음 껍질을 깨뜨릴 때만 도와준다. 나머지는 안쓰럽지만 병아리가 스스로 깨고 나오도록 놔둔다. 그래야만 껍질을 깨고 날개를 퍼덕이며 억지로 빠져 나오는 동안 날개와 다리가 튼튼한 건강한 병아리가 된다. 농업인과 정부의 관계가 바로 줄탁동시의 관계라 할 수 있다. 농업은 제조업과 달리 농업만이 갖고 있는 특수성에 의해 생산성이 저조하고 투자회임 기간이 길고 자연재해 등 우발적인 요인들이 많아서 제조업에 비해 여러 가지로 열세에 놓여 있다. 그러므로 농업인은 병아리에 비유할 수 있고 정책적인 지원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1994년 UR 농어촌 대책으로 57조원, 2003년 한칠레 FTADDA 대책에 119조원 등 농업 부문에 많은 지원을 했으나 농업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뉴질랜드의 농정 개혁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1982년 뉴질랜드 농민연합은 인플레를 막기 위해 인플레의 주범인 농업보조금 삭감을 요구하게 되었다. 이후 3년간 농가수익성 저하, 농지가격 급락, 부채 급증, 농촌지역경제 침체 등 고통스런 시기가 있었으나 일관된 개혁 정책을 유지하였다. 한편 정부는 농정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걸친 동시적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개혁을 통한 고통을 농민을 포함해 국민 전체가 분담하였다. 개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채 재조정을 통한 농가 회생 프로그램 실시, 한계 농가에 대한 한시적인 특별영농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였다. 이렇게 해서 뉴질랜드는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농업구조로 탈바꿈하였다. 서울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가 귀농을 해서 친환경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생명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어느 회장의 성공 사례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 준다. 23명의 회원이 연간 26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무엇보다도 주목할 점은 정부를 비롯한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영농비가 적게 드는 자립형 농업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탁의 의미로 농업인들이 스스로 일어서도록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원을 하고 신품종 개발, 기술개발 R&D 투자, 농지은행 및 농지의 장기임대차 문제, 농업정책자금 금리 인하, 자연재해보험 확대 등 농업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여야 한다. 농업인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일어서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 나오기 위해 몸부림치듯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새로운 농법이 개발되는 등 창의가 나오고 경쟁력이 생긴다. 하느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는가. 구자대 농협구미교육원 원장

‘희망의 땅’ 일구는 농업기술 지원

최근 들어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과 지원에 대한 화두가 부쩍 늘었다. 아프리카는 지구 육지 면적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53개국으로 이뤄졌으며 약 10억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앞으로 5년 뒤에는 약 14억명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그동안 많은 선진국들이 아프리카에서 겪고 있는 가난과 기아 해방을 돕기 위해 원조를 했다. 하지만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영향력이 있는 잠비아 출신 담비사 모요가 저술한 죽은 원조라는 책에서 말하듯이 일부 고위층의 생활은 개선되었을지 모르나 아직도 농업 농촌은 어렵고 대다수의 국민이 하루 1달러가 안 되는 돈으로 기아와 질병으로부터 고생하고 있다. 필자는 아프리카 케냐에 있는 국제축산연구소에서 2년6개월간 근무를 했었다. 그때 든 생각이 우리나라의 농업 기술자가 3년 정도 그곳의 농업인 및 농업관련 담당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우리의 앞선 농업기술을 몸소 전수해 준다면 앞으로 아프리카의 땅을 희망의 땅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아프리카 농민들은 평균 1ha 전후의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작은 면적에서 최고의 수량과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내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노하우를 아프리카 농민들에게 전수해 준다면 선진국의 죽은 원조와는 차원이 다른 원조가 되지 않을까?에디오피아는 1억1천100만ha의 농지가 있다. 하지만 농업에 사용하는 농지는 20%도 안 된다. 만약 우리나라의 영농법인이나 기업이 에디오피아에 농업기술을 투자한다면 세계 빈국 중의 하나인 이 나라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개발도상국에서도 고위층은 선진교육을 받고 나름 세계적인 기술이나 정보 등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술을 실제 필요한 농민들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이 없어 농민들은 아직도 예전의 고전적인 방법으로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다. 특히 비료나 농약 등이 비싸고 구입이 어려운 것도 생산성 저하의 한 원인이다. 또한 도로사정이 안 좋고 유통 경로도 복잡할 뿐만 아니라 일부 중간상의 독점으로 농업인이 실제 농산물을 생산해 이익을 내기란 매우 어렵다. 해외에서 농사를 지을 경우 우리가 필요할 때 식량 등을 가져오기만 하는 농업 투자는 이제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그들 나라의 식량 문제를 해결해주고 선진 농업기술을 전수하면서 농가소득을 높여주면 자연스럽게 우리가 어려울 때 식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에디오피아나 탄자니아, 우간다, 케냐 등 동부 아프리카의 경우 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한다면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동에도 판매가 가능할 것이다. 최근 이들 나라의 국가경제가 6~10%까지 매년 발전하면서 국내에서도 일부에선 고품질의 농산물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좁은 국토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젊고 미래 지향적인 농업인들은 아프리카로 진출하는 것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 아프리카의 거대 농업기업도 꿈꿔볼 수 있다. 어렸을 때 읽었던 심훈 선생의 상록수에서와 같이 농촌을 계몽하고 우리뿐만 아니라 어려운 나라도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우리의 경험과 지식, 기술을 전수하며 마음과 마음을 나누기 위하여 농촌진흥청에서는 KOPIA(해외농업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아프리카 농업에 새로운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 농업은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수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에서 실험한 데이터를 현지 기후와 환경, 그리고 수많은 요인들을 고려해 적용해야 한다.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제프리 삭스교수는 한국인들은 스스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했고 지구에서 빈곤을 몰아내는 절박한 싸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다. 우리 스스로 지구의 빈곤 퇴치를 위하여 선두자가 되어 보자. 은근과 끈기를 자랑하는 우리 민족은 할 수 있을 것이다.오성종 농촌진흥청 축산생명환경부장

기후변화에 따른 식품안전관리

세계기후변화전문가그룹(IPCC)에서 200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이 1906년에서 2005년까지 0.74℃가 상승했으며 1961년 이후 매년 해수면이 1.3㎜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는 화석연료 과다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1912년에서 2008년 까지 서울, 인천, 강릉, 대구, 목포, 부산 등지에서 관측한 자료에 의하면 지구온난화와 도시화 영향으로 현재까지 1.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고온현상은 모기 등 질병매개동물 활동 증가와 식품 등에 존재하는 세균들의 생존, 증식, 감염능력 증가로 식인성(食因性) 질병 유발 우려를 높이고 있으며 농약의 분해를 촉진해 옥수수, 감자, 대두 등 작물의 농약사용을 점점 높여 건강생태를 위협하고 있다.특히 1890년 국내 최초 기상관측 이후 120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는 기상 이변의 한 징후인 금년 여름의 긴 우기는 가을의 풍성함을 기대하던 우리 식탁에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겨주었다. 배추와 상추 등 다소비 농산물 상당수가 성장하기도 전에 많은 비에 녹아내렸다는 표현으로 대변되는 정도의 큰 피해가 있었고, 이미 지난 추석명절에 차례 상을 준비하면서 주부 대부분은 사과, 배 등 과일과 배추, 파 등 야채 거래 가격이 평소 3~4배에 이르는 물가에 놀라움과 더불어 넉넉한 상차림은 접어두고 조상님께 눈치가 보이는 수준의 간소한 상차림으로 대신하였을 것이다. 현재 배추 가격은 포기 당 1만원 선을 넘어선지 오래되었고 그래서인지 식당에서 배추김치는 아예 내놓지도 못하고 상추는 금추로 고기를 상추로 싸서먹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유행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시중 물가 안정과 원할한 유통을 위하여 중국산 배추 수입 등 대책을 발표하고 검역 등 안전성도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의지 표명을 하였다. 때로는 예측이 가능한 또는 불가능한 기후변화는 우리 일상을 뛰어넘어 국가적, 나아가 세계 식량안보에도 많은 영향을 미쳐온 것이 사실이며 지구촌 전역에서 매년 5세 이하 어린이 1천800만명이 기아와 설사병으로 사망하고 세계 인구 중 10억2천만명이 영양결핍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변화가 가져온 또 다른 영역의 사례로서 해수온도가 올라가면 수은(Hg)의 메틸화가 촉진돼 어패류의 수은 섭취를 증가시켜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것이며 최근 남해에서 채취된 굴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신경독(神經毒)이 발견돼 유통 수산물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한층 강화한 것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 기온 1℃ 상승시 식중독 건수 5.27%, 환자수 6.18%가 증가되는 것으로 추산되는 자료가 발표된 바 있다. 특히 아열대 수준의 이상 고온과 우기가 길었던 금년 여름에는 고온다습한 조리환경으로 병원성미생물 증식 등 식중독 발생 요인이 커지면서 9월말 현재까지 도내 47개 집단급식소, 음식점 등에서 2천222명의 식중독 환자가 발생, 전년도 47건 1천73명의 식중독 환자 발생을 훨씬 상회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분석결과에서 수질 오염과 개연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발생이 전체 18.5%의 우려 수준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상 기후변화가 식품안전에 미치는 영향과 중대성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기후변화가 식품안전관리에 미치는 각종 영향에 대한 연구와 기초자료 수집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식품안전관리 역시 새롭게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한쪽 목소리만 들으려 해서는 안된다

화성시의 장안 산업단지는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자랑스레 내세우는 외국인 투자유치의 현장이다. 토지임대료가 국내기업의 1/5수준인 데다가 그나마 50%에서 100%를 감면해주고 있으며 법인세, 소득세, 관세와 각종 지방세의 감면, 고용 및 교육훈련에 대한 현금 지원등 막대한 혜택을 주고 있다. 특혜를 주는 이유는 신기술 이전 등 지역경제활성화, 고용 창출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러한 특혜에 상응하는 경제효과가 얼마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평가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관리감독권을 화성시에 위임했으니 화성시에 물어보라고 하고 화성시는 무엇을 관리감독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눈치다. 단지 내 7개 기업에서 화성시민 560명이 근무하고 있다며 이것이 고용창출효과라고 주장하면서도 퇴직 및 해고는 얼마나 있었는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비율은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알아본 바가 없다고 한다. 과연 얼마만큼의 신규 고용 창출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것이다.장안단지 내의 포레시아, 3M, 한일파카 등 3개의 회사는 지금 노사분규중이다. 노동조합을 결성하자 갑자기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다며 정리해고를 단행했고 우리 노동자들이 있었던 자리를 용역노동자로 채우고 있다. 지금 그들은 1년이 넘는 시간을 회사 밖에서 복직과 노동조합의 인정을 요구하며 힘겹게 싸우고 있다. 한 50대 노동자는 자식들 보기가 미안해 집을 나와 거리에서 지내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3M, 포레시아의 해고노동자와 조합원들은 회사 앞 인도에 농성장을 꾸렸다. 여전히 투쟁하고 있음을 알리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갈 곳 없는 몸을 누일 수 있는 소박한 공간이다. 그런데 지금 화성시에서는 그나마의 농성장을 철거하겠다고 으름장이다. 불법으로 도로를 점유해 도로교통을 방해하기 때문이란다. 심지어는 계고장 없이 기습, 강제 철거할 수도 있다고 협박하기도 한다. 하루종일 10명이 지나가기도 어려운 외딴 곳의 도로에, 그것도 인도에 놓인 천막과 컨테이너가 과연 주민들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준단 말인가?외국인 사장들 눈치보기에 급급하여 자국민 노동자들의 벼랑 끝에 선 외침에 눈감고, 귀 닫아 버리고 있는 것이다. 해고된 노동자들을 추운 거리로 내몰아서는 안된다. 분규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못할망정, 알량한 법조문을 내세워 힘없는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공간마저 시의 이름으로 빼앗으려 한다면 과연 그들을 시민의 충복이라 이름 붙일 수 있겠는가? 진정 시민을 위한 화성시라면 억울함을 호소하며 싸우고 있는 우리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단 한 번만이라도 진지하게 들어봐야 한다. 박 혜 명화성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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