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는 국제결혼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단일민족의식이 중요시되고 외부혈통에 대한 배척성이 강한 뿌리 깊은 관습은 이러한 다문화 사회를 받아들이는 데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낯선 환경에서 생활해야 하는 외국인 며느리들의 외로움과 향수, 경제적 빈곤과 고된 노동, 문화차이에서 오는 갈등, 의사소통의 어려움, 외모 차이 또는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가해지는 차별적인 대우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전국 다문화 가정의 27%가 경기도에 거주하고 도시보다는 농촌에 외국인 며느리들이 많아지고 있어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경기도 가족여성정책과에서 공모한 ‘다문화가정 멘토링사업’에 참여해 활동을 하던 중 지난 9월 다문화가정 멘토들과 그동안의 활동에 관한 토론회를 가졌다.
경기도 내에서 생활이 어렵거나 갓 결혼해 친정 부모 역할을 필요로 하는 50명의 멘티를 경기도와 농협에서 추천받아 3월부터 11월까지 고향주부모임 회원들이 시범적으로 멘토 활동을 하게 됐다.
처음이라 기대 반 설레이는 마음 반으로 시작을 했지만 다섯 가정은 가정방문과 외부인과의 접촉이 불편하다며 거절의사를 밝혀 다시 다른 가정을 선정하기도 했다.
시작은 어렵게 시작했지만 한 달 두 달 활동하는 모습을 카페에 올려주는 회원들도 있었고 문제점을 전화로 의논해 오는 회원들도 있었다.
나름대로 멘티와 음식도 함께 만들고 각 동주민센터를 찾아 한국 문화를 배우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각 지역의 농협 지역문화복지센터를 찾아 한글, 노래교실, 산악회 등반, 다문화여성대학, 지역문화 행사 등에 참여하는 멘티가 점차 늘어갔다.
좌충우돌 적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살짝 엿보기도 했다.
“제가 방문하고 있는 멘티는 결혼한 지 몇 개월 밖에 안됐는데 남편이 많이 속상해 하세요. 낮에는 뭘 하는 지 모르지만 저녁에 퇴근하고 돌아오면 채팅만 하고 있고 밤에도 잠자리에 들 생각도 않고 그저 채팅만 하는 거예요. 전화 요금이 100만원이 넘게 나와 뭐라고 한소리 했더니 골을 내서 말도 못하겠고 너무 섣불리 국제결혼을 한 것 같아요”라며 하소연하는 남편의 안타까운 심정을 전해 준다. 아마도 이런 문제가 이 가정의 일만은 아닐 듯하다.
명쾌한 해결은 누구도 제시할 수 없겠지만 도청 담당자에게 이 사실을 알려 멘티의 친정나라 언어를 할 줄 아는 상담사와 함께 방문했다.
다행히 방문이 헛되지 않은 것이 다문화가정 상담사가 타국에서의 어려움과 외로움을 전하면서 친정아버지께서 편찮으셔서 안부 전화를 해 전화비가 많이 나왔다며 주의하겠다는 말과 함께 다소 남편의 뜻을 전달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어느 회원은 “내가 방문하는 멘티는 너무 안됐어요. 가정도 어렵고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데 근처에 사는 형님은 가끔 들러 얼굴만 비추고 나이 어린 이방인 며느리는 과수원 일하랴 집안 살림하랴 허리 한번 못 펴는데 말이 안통한다고 시어머니는 구박하고 제가 눈물이 다 나와요”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다른 회원은 “나의 짝꿍은 2개월 전에 몽골에서 왔는데 우선 말이 안통하잖아요. 그래서 인터넷에서 몽골어를 찾아봤어요. 그래서 몽골어로 인사를 했더니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저도 덩달아 몽골어를 공부하고 있지요” 하며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한국 어머니들의 특징이 따뜻한 정이 많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면 어찌 빈손으로 방문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과자나 음료수와 같은 간식을 사 들고 방문하다 보니 방문하는 멘토보다 손을 먼저 쳐다본다는 것이다. 문화가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다르다. 손을 바라 볼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은 그들이 아니다. 정이 많은 우리 한국 어머니들의 탓일게다. 그렇다고 우리 어머니들을 탓해서도 안될 것이다.
앞으로도 다문화 가정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편견보다는 다문화 가족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과 이해를, 그리고 같은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보장받아야 할 것이다.
문애숙 고향을 생각하는 주부들의 모임 경기도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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