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글자와 ‘남’이라는 글자의 어원은 잘 모르지만, 나는 ‘남’이라는 글자를 통해 ‘남’을 대하는 마음의 본을 삼으려 한다. 네모난 상자(ㅁ) 위에 있는 ‘나’의 모습에서 ‘남’이라는 글자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은 또 다른 ‘나’이며, 내가 세상의 중심이면 ‘남’은 내 세상을 완성시켜주는 또 다른 자아다. 남을 존중함은 결국 나를 위함이다.
지난해 이맘때쯤 이에 걸 맞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초겨울 날씨에 언 몸을 친구들과 김치찌개와 막걸리 한잔으로 푼답시고 약속을 하였다. 친구들과 약속한 장소는 가끔 들르던 팔달문 인근의 한 막걸리 집. 여느 막걸리 집처럼 이곳도 저렴한 가격과 안주가 푸짐하다. 이날도 늘 이용하는 뒤쪽 출입문에 들어서자 뜻밖의 전단지 한 장이 눈에 띄었다. 붉은색과 흰색으로 산타클로스가 크게 디자인 된 ‘사랑의 몰래 산타’ 모집 안내 전단지. 전단지를 보는 순간 뭔가 머리를 관통하는 게 있었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 어려운 이웃을 돌아 볼 줄 아는 나눔의 실천가들, ‘사랑의 몰래 산타’가 바로 그들이다. 몰래 산타는 크리스마스 저녁에 저소득층과 장애우 아동의 집에 직접 찾아가 산타의 선물과 추억을 만든다. 방문아동들과 사전에 익힌 캐럴송도 불러주고 율동도 함께 나눈다. 여러 차례의 사전모임을 통해 산타클로스가 되기 위한 캐럴송, 풍선아트, 레크리에이션 교육도 받는다.
주관하는 수원청년회와 우여곡절을 치른 후 ‘아주 특별한 산타 팀’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 팀의 방문대상은 모두 네 가정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고 있는 초등학생과 기초수급자 초등학생 2명 그리고 장애우가 있는 가정이다. 그중에서도 마지막에 방문한 장애우 가정의 즐거워하던 모습엔 지금도 맘이 짠해진다. 지난해 이들 가정과 보낸 크리스마스는 평생 잊혀지지 않을 일이다.
몰래 산타는 나눔이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몰래 산타와 같은 나눔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설과 추석에 이웃과 음식과 떡을 나누고, 새 집으로 이사를 했을 때 인사 떡을 나누는 것이 좋은 예다. 하지만 요즘에는 도시는 물론 농촌에서도 이런 아름다운 나눔의 풍속을 보는 것이 쉽지 않아 안타깝다. 몰래 산타와 나눔은 가진 사람들만의 기득권이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공동사회의 행동양식이다.
몰래 산타는 즐거움이다. 몰래 산타에 함께한 동료가 “선물을 받는 아이들보다 선물을 주는 제가 더 즐거웠었다”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몰래 산타를 하게 되면 이와 같은 즐거움이 생긴다. 때문에 몰래 산타는 특별한 자격조건보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된다. 누구나 선물을 받으면 기뻐한다. 그러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주는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처럼 주는 즐거움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몰래 산타가 될 수 있다.
몰래 산타는 봉사다. 잘 알지 못하는 소외된 이웃을 위해 도움을 주고자 하는 순수함의 봉사가 몰래 산타다. 아무런 사심 없이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할애하여 소외된 이웃의 손발이 되고자 하는 몰래 산타야말로 진정한 봉사라 할 수 있겠다.
봉사와 나눔은 사회와 자신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하는 숭고한 행동양식이다. 올 크리스마스, 연말에는 봉사를 하며 더욱 뜻 깊고 의미 있게 한 해를 마무리 하는 것은 어떨까? ‘사랑의 몰래 산타’가 되어 작은 노력을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기회를 만들어 보자. ‘나’와‘남’ 그리고 ‘우리’라는 공동사회를 향한 소중한 체험을 맛보는 당신을 기대한다. 장보웅 수원시 문화행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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