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terror)란 원래 공포, 흉폭, 전율을 뜻한다. 테러를 무기화하는 테러리즘, 테러리스트는 이래서 대체로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목적 이행의 수단이 비인도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녀가 아이를 낳아도 할 말이 있다’는 속담처럼 테러를 가하는 입장에서는 할 말이 있다. 그같은 말이 말이 되느냐, 안되느냐는 것은 역사의 평가에 따라 다르다. 테러에는 객관적 종류가 있다. 프랑스 대혁명기의 자코벵 공포정치 같은 혁명적인 것은 백색테러리즘, 반면에 독일 스파르타구스단에 의해 가해진 반혁명적인 것은 적색테러로 정치학은 분류한다. 또 집단적 테러와 개인적 테러가 있다. 앞서 예시한 적·백색의 두 테러는 집단테러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처를 암살한 세르비아 청년 프린치프의 권총 저격은 개인적 테러다. 이밖에 또 테러의 범주에 드는 구테타는 원어로 ‘국가의 일격’이란 뜻을 가졌다. 쿠테타나 혁명은 모두 비합법적인 정권탈취인 점에서는 같지만 지배계급 내부의 권력 이동이 쿠테타인데 비해 혁명은 체제 변혁인 점에서 다르다. 동양은 서양의 이같은 개념과는 좀 다르다 혁명(역성혁명), 반정, 의거, 폭거, 암살(시해) 등 좀 더 구체적 어휘로 표현된다. 서양의 쿠테타를 포함한 테러의 관점에서는 같은 개념인데도 세분화되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같은 동양적 개념으로 보면 4·19혁명은 혁명이 아니고 의거이며, 5·16 군사혁명은 혁명이 아니고 쿠테타다. 그럼, 예컨대 안중근의사의 이또 히로부미 저격 살해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겠지만 분명히 의거다. 형태는 개인적 테러이면서 민족을 초월한 공분의 정의 구현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일부 학자들도 인정한다. 세계 경제의 중심지 뉴욕을 아수라장화 하고 미국을 공포속에 몰아넣은 전율의 테러사건이 비인도적 만행으로 지탄받는 것은 무고한 인명을 수많이 해친 집단 살인행위이기 때문이다. 테러사상 가장 잔혹한 무차별 대규모 살상으로 기록된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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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2001-09-1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