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술문화는 역사가 매우 깊다. 삼국시대 이전인 마한시대부터 한 해의 풍성한 수확과 복을 기원하며 맑은 곡주를 빚어 조상께 먼저 바친 다음 술을 마시며 가무를 즐겼다.
삼국시대의 술은 발효원인 주국(酒麴·누룩)과 맥아(麥芽·엿기름)로 빚는 주(酒)와, 맥아로만 빚는 례(醴·감주)의 두가지였다. 이 가운데 ‘고려주’와 ‘신라주’는 중국 송나라에까지 알려져 문인들의 찬사 대상이 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지금 유명주로 꼽히는 술이 자리를 잡았다. 제조원료도 멥쌀에서 찹쌀로 바뀌고 발효기술도 정교해졌다. 이때 명주로 꼽힌 것이 삼해주· 이화주·부의주· 하향주· 춘주·국화주 등이다. 조선시대 후기에는 지방주가 전성기를 맞았다. 지방마다 비전(秘傳)되는 술들이 맛과 멋을 내면서 출현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전통민속주는 중국술처럼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지 않는다. 일본처럼 섬세하지도 않다. 보드카처럼 독하지도 않다. 과실주가 아닌데도 느껴지는 은은한 향, 자연스러운 빛깔이며 같은 알코올 도수라도 유난히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서울·경기지역에서 많이 제조되는 문배주는 조, 찰수수를 주원료로 하는데 술이 익으면 배꽃이 활짝 피었을 때의 향이 난다. 옥로주는 조선 순종 때인 1880년쯤부터 제조됐다. 쌀, 천연암반수, 율무가 주원료인데 향기가 독특하고 술맛이 부드럽다.
옥수수가 주원료인 강원도 지역의 옥선주는 알코올 농도 40%의 증류식 순곡주로 여린 연갈색 빛깔과 청량한 향이 특징이다. 충청도 지역에서는 한산소곡주·계룡백일주·가야곡왕주·두견주가 유명한데 두견주는 신경통, 부인냉증, 요통 등에 효능이 많다고 동의보감에 나와 있다. 진달래꽃에서 나오는 아자라성분이 진해작용을 한다.
영남지역은 과하주·국화주·안동소주·송엽주·솔송주가 유명하고 호남지역에선 송화백일주·송죽오곡주 ·추성주·이강주 등이 옛부터 전해 내려온다.
올 한가위에는 예년에 비해 전통주가 많이 판매됐다고 한다. 명절 때 음미하는 술은 아무래도 전통주가 제격이다. 달빛이 가슴에 스며드는 휘영청 달 밝은 밤, 일가 친척들이 마주앉아 전통주를 즐기는 광경은 보기만 하여도 정겹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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