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기둥에 벽은 수수깡을 엮어 짚을 작두로 쓴 지푸라기를 함께 버무른 황토흙을 발라 집을 지었다. 구식 한옥이 이런 집이다. 그래도 수백년 갔다. 수십년 가기는 예사였다. 요즘 집은 어떻게 된판인지 20년만 가면 헐어내야 한다고 야단들이다. 노후 건물이라는 것이다. 단독주택도 대개는 그렇고 아파트나 다세대주택도 대부분 이모양이다.
도내에 안전이 우려되는 노후건물이 275곳에 이른다고 한다. 서울은 2천500곳으로 전한다. 주민들은 벽체가 갈라지고 뒤틀려 불안하지만 갈곳이 없어 ‘설마’하나만 믿고 살고 있는 실정이다. 재건축을 할려 해도 돈이 없기 때문이다. 은행융자도 어렵지만 갚을 대책이 없어 무작정 끌어 쓸 수도 없는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주택뿐만이 아니다. 교육부자료에 의하면 전국의 초·중고교 가운데 개축이 시급한 D급, 철거대상인 E급 판정의 교실이 84개교에 110개 건물이다. 이 역시 지은지 아마 20여년밖에 안됐을 것이다.
또 있다. 각종 공공시설물도 역시 이모양이다. 예컨대 1994년 붕괴사고로 참사를 낸 성수대교가 새로 가설된지 얼마 안됐는데도 벌써 위험요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제 구조물이 곳곳에서 뜨고 콘크리트도 얇아 보수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제1한강철교는 1900년7월5일 준공된지 100년이 지났어도 아직껏 어디가 잘못됐다는 소릴 듣지 못했다. 이에 비해 성수대교가 아니라도 다른 한강다리는 걸핏하면 수중에선 다 썩어가고 있는 것처럼 들리곤 한다.
한강철교는 수작업형태로 한 공사였다. 이에비해 지금은 각종 장비를 동원한다. 장비를 동원한 기계작업의 다리가 수작업형태의 다리보다 못하고, 나무기둥에 흙벽을 바른 집보다 못한 것이 지금의 철근 콘크리트 주택이다. 외국의 같은 공공시설이나 주택은 100년이 지나도 끄떡 없다는데 우리는 20년만 지나도 D급이다 E급이다 해서 걱정이다. 건축법 등 관련 법규가 잘못돼서가 아니다. 기술이나 재능이 없어서도 아니다.
법규나 기술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그런데도 이 모양이다. 이것도 고쳐야 할 ‘한국병’이다. 고치지 못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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