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민요

경기민요는 서울과 경기도지방을 중심으로 불려지던 민요다. 충청도 북부의 일부와 강원도지방의 일부 민요들도 포함하고 있어, 중부지방 민요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 쓰여진다. 전문적인 소리꾼들에 의해 불려진 통속민요와 그렇지 않은 토속민요가 있는데 ‘노랫가락 ’‘창부타령 ’‘방아타령 ’‘양산도 ’‘오봉산타령 ’‘사발가 ’‘군밤타령 ’‘흥타령 -천안삼거리 ’‘강원도아리랑 ’등의 통속민요가 잘 알려져 있다. 연주형태에 따라서 앉아서 부르는 소리 좌창(坐唱)과, 서서 부르는 소리 입창(立唱)으로 나누어진다. ‘노랫가락 ’‘오봉산타령 ’‘양유가 ’등이 좌창, ‘양산도 ’‘ 방아타령 ’‘경복궁타령 ’등이 입창에 속한다. 남도민요에 비해 한 글자에 여러 개의 음이 붙는 일자다음식의 선율이 많아, 가락의 굴곡이 유연하면서도 다채롭고 명쾌하다. 경기도지방의 토속민요는 오래 전 서울의 영향을 받아서 이미 많이 없어졌다. 1960년대 이후 녹음에 의해 채집된 민요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 음악적 특징을 찾아내기 힘들다. 그러나 ‘ 양산도 ’‘ 방아타령 ’과 같은 통속화된 민요를 통해서 옛날 경기지방의 토속적인 민요도 얼마만큼 명쾌하고 흥취있는 가락과 장단으로 짜여져 있었는가를 유추할 수 있다. 경기민요 가운데 “아니,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 창문을 닫아도 스며드는 달빛, 마음을 달래도 파고드는 사랑 ”이라는 ‘창부타령 ’이 있다. 이 ‘창부타령 ’을 감칠 맛 나게 불렀던 명창 지화자(池花子)씨가 지난 1일 59세로 타계했다. 명창 묵계월(81·인간문화재 57호)씨의 제자인 고인은 시흥시 군자면 출신으로 청아하면서도 뼛속 깊이 파고드는 음색으로 노래 듣는 이들을 사로 잡았다. 묵계월·이은주씨와 타계한 안비취·김옥신씨 등을 잇는 경기민요 2세대로 주목받았던 고인은 전주대사습 민요부문 심사위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특히 국악의 대중화에 힘썼다. 3일 오전 10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범국악인장으로 영결식이 있었는데 애제자 10여명이 고인이 생전에 좋아하던 민요인 ‘ 한오백년’을 불렀다. 경기명창 지화자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淸河

메밀꽃 피는 계절

메밀은 모밀·메물이라고도 부르며 한자어로는 교맥(蕎麥)이라고 한다. 꽃은 7 ∼10월에 피며 보통 흰빛깔인데 때로는 담홍색을 띠기도 한다. 메밀은 한발이나 추위에 잘 견디면서 생육기간이 짧아서 흉년 때의 대작(代作)이나 기후·토양이 나쁜 산간 흉작지대의 응급작으로의 적응성이 크다. 영양가가 높으면서도 저장력이 강한 특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는 메밀은 주로 여름에 심어 초가을에 수확하기 알맞은 가을메밀이다. 여름메밀은 7월 하순에서 8월 상순, 가을메밀은 10월에 수확한다.메밀은 단백질이 많아 영양가가 높고 독특한 맛이 있어 막국수·냉면·묵· 만두 등의 음식으로 널리 쓰인다. 특히 제주도에는 메밀가루로 만든 수제비 ‘ 메밀저베기 ’가 유명하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메밀이 강원도 평창군에서만 많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강원도 평창군 출신 소설가 가산 이효석( 可山 李孝石·1907 ∼1942)선생이 1936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모밀(메밀)꽃 필 무렵 ’이 하도 유명하기 때문이다. “밤중을 지날 무렵인지 죽은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이 흐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의 걸음도 시원하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의 한 대목이다. 이효석의 소설로 더욱 유명해진 메밀꽃은 여주를 비롯 전국 각처에 단지를 이룬 곳이 많지만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일대 메밀꽃밭은 특히 더 아름답다. 소설 속의 허생원·조선달· 동이가 등장하는 봉평장터와 아닌 게 아니라 소금을 뿌린 듯한 메밀꽃밭,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녀가 단 한번의 정사를 나눈 물레방앗간도 그대로 남아 있다. 평창군에서는 지난 8월31일부터 9월3일까지 제3회 효석문화제를 열어 이효석문학과 메밀꽃 향기를 기렸다. 경기도에서도 자연과 어우러진 문화제가 열린다면 오죽 좋으랴.아무튼 요즘 봉평에 가면 4만여평에 그윽히 핀 메밀꽃 꽃길 사이를 걸을 수 있다. 봉평장터나 이효석 생가에서 메밀전을 안주 삼아 메밀주도 마실 수 있다. 지금은 바야흐로 메밀꽃 피는 가을이다. /淸河

루비콘 江

BC 49년의 일이다. 로마의 케사르는 크랏수스의 사망으로 삼두정치가 무너져 폼페이우스와의 결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같은 사정은 폼페이우스 역시 같았다. 폼페이우스는 원로원과 결탁, 케사르를 실각시키기 위해 갈리아 지방에 나가있는 케사르의 군 지휘권을 박탈, 단신으로 귀환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케사르는 이에 응하지 않고 폼페이우스 제압을 위해 대군을 이끌고 이탈리아와 갈리아의 국경지대인 루비콘강을 건너 로마로 진격했다. 이때 케사르가 한 말이 지금도 유명한 ‘루비콘강을 건너다’‘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는 말이다. 어떤 중대한 결단을 내릴때의 ‘루비콘강을 건너다’, 예측 불허의 모험을 감행할때 쓰는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는 서양속담은 그때 케사르가 한 말에서 유래했다. 임동원 통일부 장관의 해임안 국회 가결사태가 가져온 DJP공조 균열은 마침내 결별을 가져와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건넜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루비콘강을 건너므로써 이미 주사위를 던진 가운데 공조파기의 책임을 서로가 전가하고 있다. “공조와 표결은 별개인데도 이를 구실로 민주당은 공조를 부순다”는 자민련의 주장에 “표결공조의 거부 자체가 배신”이라는 것이 민주당측 주장인 것이다. 공조란 원래가 그런 것인지, 숙적이 되고만 케사르와 폼페이우스도 한동안은 공조관계였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DJ가 곧 단행할 대대적인 당정개편의 결과가 주목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정쇄신이다. 당정개편을 하면 그와함께 국정쇄신 방안 또한 아울러 밝혀야 한다. 나무를 파먹는 좀벌레 처럼 나라를 좀먹는 오두(五두)란 게 있다. 한비자(韓非子) 오두편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나라 안의 백성 모두가 정치를 말하고, 상앙과 관중의 법을 적은 책을 집집마다 갖고 있지만 나라는 갈수록 가난해지고 있다. 그 이유는 밭갈이를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쟁기를 잡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또 나라 안 모든 사람들이 다 병법을 말하고 손자와 오자의 병법을 적은 병서를 집집마다 갖고 있지만 군대는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입으로 말을 앞세우는 사람만 많을뿐 실제로 갑옷을 입는 사람은 적기 때문이다’라고. /白山

성범죄자 공개

소도시 한적한 오솔길에서 식료품을 사들고 가던 소녀가 두 건달들에게 무참히 윤간당한다. 작업중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달려온 아버지는 만신창이가 된 딸이 “식료품을 망가 뜨려서 죄송해요…”하는 말에 오열을 터뜨린다. 마침내 범인들이 보석신청을 내어 석방이 거의 확실해진 분위기속에 보석신청 심리를 받으러가는 두 범인을 향해 아버지는 기관총을 난사해 죽이고 만다. 통분을 참지못한 부정으로 살인죄를 진 아버지는 ‘무엇이 정의냐’며 고독한 법정투쟁을 벌인다. 미국 영화 ‘타임 투 킬’이다. 조엘 슈마허 감독에 사무엘 젝슨이 아버지역을 맡았다. 성범죄자 명단이 공개되자 찬반 양론속에 부작용이 여간 심각하지 않다고 한다. 아버지가 성범죄자인 것을 알게된 딸이 가출을 하는가 하면 아내마저 역시 행방을 감춘 사례가 적잖다는 것이다. 본인도 이미 죄의 대가를 치룬데다가 명단까지 공개되는 것은 이중 고통일 것이다. 아무 죄없는 가족이 누구의 아버지, 아무게의 남편이 이런저런 성범죄자로 알만한 사람에게 공개되는 역시 견디기 힘든 고통일 것이다. 그래서 반대하는 말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또 하나의 불행을 싹틔우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런 것처럼 형사정책 역시 모든 것을 충족시킬 수는 없다. 문제의 해답은 어느쪽에 더 비중을 두는 것이 사회 공익에 우선하느냐에 있다. 만약에 반대론자가 피해자의 부모라면 그래도 반대할 수 있을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영화 ‘타임 투 킬’의 소녀 아버지는 영화속에서만 있는게 아니다. 미국에만 있는것도 아니다. 우리 사회 주변에도 그런 위험요소는 다분하다. 성범죄자는 신상공개로 본인뿐만이 아니고 가족들에게까지 누를 끼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움으로서 여성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공개가 부득이 하다. 인권보호가 우리보다 잘된 미국에서는 ‘여기엔 성범죄자가 삽니다’라는 팻말가지 붙인다고 한다. 우린 그같은 팻말은 안붙인다. 아버지나 남편이 일시적 과오로 공개된 가족들은 어려운 고통을 슬기롭게 극복해 주기를 소망한다. /白山

ARS

복권 3웍원짜리가 당첨됐다. 시흥에 사는 어느 40대 당첨자는 꿈만같아 당첨을 안내하는 ARS(자동응답전화시스템)를 통해 네번이나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막상 당첨금을 타려고 가니까 ARS가 고장나 잘못 안내됐다는 것이다. 며칠전 신문에 난 얘기다. 그 사람은 소송제기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런 일이 아니어도 ARS를 이용하다 보면 분통 터지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란 게 중론이다. 어떤곳은 안내에 앞서 자체 선전부터 시작하는게 있다. 어떻든 ○○은 ○번, XX은 X번 등 이런식으로 해서 또 △△은 △번을 해가며 여러차례 이어 나가기가 일쑤다. 대부분의 ARS가 안내번호를 지나치게 많이 녹음해놔 연결하는데 시간이 지루하도록 오래 걸린다. 이용자로써는 불필요한 번호 설명을 듣다보니 짜증이 난다. 거기다가 발음이 잘 안들려 다시 듣자면 처음부터 또 들어야 한다. 핸드폰으로 이용하면 통화료 또한 만만치가 않다. ARS는 수년전 시작하여 이제는 거의 보편화되긴 됐다. 말인즉슨 서비스 개선이라지만 인건비 절감이 목적이다.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는 것을 나쁘다 할 수 없겠지만 글쎄, ARS가 꼭 좋은 것인지는 판단하기가 간단치 않다. 녹음도 사람의 목소리다. 전화통화도 역시 사람의 목소리다. 다같이 사람의 목소리지만 녹음은 마치 기계소리를 듣는 것 같다. 대화가 아닌 일종의 로봇이기 때문이다. “벽을 마주보고 듣는것 같은 삭막한 기분이 든다”는 것은 ARS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의 얘기다. ARS는 고독감을 준다. 인간미를 빼앗는다. 인간사를 너무 기계화 한다. 이러다 보니 어쩌다가 녹음이 아니고 사람이 직접 안내하는 육성을 듣게 되면 무척이나 반갑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도 인정을 느낀다. 육성안내를 해주는 기관이나 업체에 호감이 가기도 한다. ARS 대체로 경비가 얼마나 절감되는진 모르겠다. 그렇지만 육성안내는 ARS가 갖지 못하는 큰 강점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 자산의 잇점이 많다. 굳이 복권소동 처럼 시스템 고장이 아니어도 ARS는 썩 좋은건 못된다. ARS보다 육성안내가 훨씬 더 많아지면 좋겠다. /白山

단속 희망

어떤 업종이든 기관에서 단속나오는 것을 좋아할 업소는 없다. 그러나 엊그제 지지대자는 자신을 노래방 경영자라고 소개한 시민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제발 좀 노래방을 단속토록 해달라는 호소였다.불법·변태영업을 일삼는 탈선 노래방들을 도대체 언제까지 방치할 것이냐는 항의도 곁들였다. 그 시민은 자신을 포함한 정상적인 노래방 업주들의 피해도 문제려니와 노래방 문화가 당초처럼 건전하게 정착되기 위해서는 경험으로 비춰 강력한 단속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소신도 함께 밝혔다. 도하 각 언론의 보도를 통해서 이미 오래 전에 드러난 사실이지만 일부 노래방 변태영업은 이미 그 도를 지나쳤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근절불능의 사회악이 될 게 분명하다. 요즘의 일부 노래방은 마치 유흥주점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분위기가 흥청거린다. 절대금물인 술을 비롯 과일 안주 등을 나르는 종업원들과 짙은 화장에 화사한 의상의 여성들이 복도를 오가는 광경은 누가 봐도 절대로 노래방이 아니다. 게다가 시간당의 봉사료를 받고 노래방 손님들과 어울리는 ‘ 도우미 ’들의 언행은 손님들을 오히려 당황케 한다. 현재 전국에는 노래연습장업연합회에 공식 가입한 3만여 업소를 포함, 약4만∼5만여개 노래방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주변에서는 이 가운데 수도권 대도시의 경우 지역별로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60%의 업소가 각종 변태영업을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같은 노래방의 불법·변태영업이 종종 매매춘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대부분이 주부들인 도우미들이 노래방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매춘을 뜻하는 소위 ‘2차’를 서슴지 않는 것이다. 불법·변태영업 노래방이 자리를 제공해주는 부적절한 행위는 가정파괴는 물론 폭력, 절도 등으로 이어져 혼탁한 사회악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단속이 참으로 시급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같은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단속을 희망하겠는가. 지지대자에게 전화한 시민의 주장대로 건전한 노래방 문화가 정착되려면 무엇보다 강력한 단속이 우선이다. 강권을 써서라도 선의의 피해자를 보호하고 윤리를 지키게 하는 일이 법치국가의 사회질서 유지방법이기 때문이다. /淸河

총 없는 경찰

얼마 전 경북 경주에서 강도 피의자가 경찰의 권총을 빼앗아 경찰을 쏴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경찰이 처음부터 총을 꺼내 피의자를 제압했으면 이같은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지만 숨진 경찰은 인명사고를 우려해 그저 몸으로 막으려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적절한 총기사용문제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경찰청 홈페이지에 개설된 토론방과 각 경찰서 홈페이지에 강력사건 발생시 총을 사용하지 않은 경찰을 비난하는 시민의 글이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위험할 때 안 쓰는 총을 왜 무겁게 갖고 다닙니까’ ‘경찰총은 비비탄?’등 비난성 글만 수백건이다. 현재 경찰의 총기사용 수칙은 1998년 7월 탈옥수 신창원 검거실패 후 대폭 완화됐다. 정당방위, 긴급피난에 해당하거나 장기 3년 이상의 범인이 항거·도주할 때에는 범인에게 총을 쏠 수 있게 했다. 또 간첩이나 살인·강도범, 무기·흉기사용범 검거시에도 실탄을 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일선 경찰들은 거의가 총 쏘기를 꺼린다. 실수로 피해자나 제3자가 총에 맞거나 범인을 맞추더라도 사용요건에 맞지 않을 경우 국가가 보상해야 하고 국가는 다시 경찰에게 구상권을 청구, 책임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더구나 총기를 한번 쓰면 진상보고서만 수십장 써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도 총기 사용을 꺼리게 한다. 경찰청 홈페이지에 뜬 ‘위험할 때 안 쓰고 언제 쓰나’라는 비난에 ‘경찰은 가족 없나, 총 쏴서 범인 죽으면 경찰 생명도 끝’‘경찰이 슈퍼맨인가, 사용규제 완화 없이는 몽둥이 들고 나가야 할 판’이라는 반응은 그래서 나온다. “총 안 쏴서 범인 놓쳐도 징계, 총 쏴서 범인을 맞춰도 징계라서 요즘 총은 거의 사용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폼으로 차고 다니는 꼴”이라고 경찰들은 탄식한다. 그러나 경찰의 총기남용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순찰차에 태워달라는 취객에게 경찰이 실탄을 쏴 상처를 입힌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의 총기 휴대는 자신 보호용이 아니라 공무집행용이다. 범법자 검거용인 것이다. 문제는 범법자들이 경찰의 총기 사용 약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무법자들을 뒤쫓는 서부의 보안관이 맨손인 격이니 이래 저래 경찰은 고생이 많다. / 淸河

소설의 힘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김진명(金辰明)의 장편소설 ‘황태자비 납치사건’에 나오는 명성황후 시해 대목은 읽기에도 끔찍하다. 일본인의 만행이 독자들을 분노케 한다. 민망스럽지만 인용하면 이렇다. “스에마쓰 장관님, 정말로 이것을 쓰기는 괴로우나 건청궁 옥호루에서 민비를 시해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보고를 드리고자 합니다. 민비는 강제로 저고리가 벗겨져 가슴이 훤히 드러난 상태로 머리채를 잡혀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낭인 하나가 거센 발길로 민비의 가슴을 밟고 짓이기자 또 하나의 낭인이 민비의 가슴을 칼로 베었습니다. 일은 그 후에 시작되었습니다. 왕세자를 불러 죽은 여인이 민비임을 확인한 낭인들은 모두 민비의 주위에 모여 들었습니다. 그들은 조선의 가장 고귀한 여인을 앞에 두자 갑자기 숙연해졌습니다. 왕비를 시해했다는 기분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조선 제일의 미녀를 앞에 두어서였는지…낭인들은 민비의 하의를 벗겼습니다. 한 낭인이 발가벗겨진 왕비의 음부를…숫자를 확인하기는 어려우나 몇몇 낭인이 결국은 바지를 벗고 성기를 꺼내 왕비의 희고 깨끗한 몸에…정액으로 얼룩진 조선 왕비의 시체를 앞에 놓고 낭인들은 대일본 만세를 불렀습니다. ” 1895년 10월 8일 새벽 경복궁에서 일본의 낭인들이 조선의 명성왕후를 시해할 때, 그 광경을 지켜보았던 전직 법제국 참사관이자 당시 조선 정부의 내부고문관이었던 이스즈카 에조가 한성공사관에서 법제국 장관이었던 스에마쓰 가네즈미에게 보낸 전문이라고 작가는 쓰고 있다. 한성공사관이 명성황후 시해사건 전말을 본국에 보고한 5장의 전문 중 일본이 극비문서로 보관했다는 ‘한성공사관 제435호 전문’내용이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과정을 고발한 이 소설은 일본의 비윤리성과 잔학성을 한국인들의 비겁함과 함께 질타하고 있다. 일본인들이 우리의 황후를 모욕하고 시해할 때 조선 최고의 정예병들은 모두 어디에 있었느냐고 꾸짖고 있다.그러니까 오늘날도 일본이 우리를 이토록 혐오하고 멸시한다고 개탄한다. “우리는(일본만행을)용서할 수 없다. 그러나 잊어 버렸다”고 스스로 조소하면서도‘황태자비 납치사건’은 항일과 극일의 길을 동시에 일러준다.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이 주는 힘이다. / 淸河

호랑이

고양이과에 속하는 호랑이 중에도 한국호랑이는 색채가 영롱하고 자태가 특히 당당하다. 몸체가 약 180cm로 민첩하기가 짝이 없다. 먹이사냥을 위해 하루에 80㎞, 100㎞의 산야를 누비는가 하면 배가 부를땐 온종일 자며 푹 쉬기도 한다. 호환을 두려워 했을만큼 무서워 하면서도 풍수설이나 민화, 고담등에 많이 등장할 정도로 인간과 가까운 존재였다. 남한에서는 1922년 경북 경산군 대덕산에서, 북한에서는 1946년 평북 초산군에서 포획한 것을 마지막으로 한반도에서 사라졌다. 오래전의 일이다. 광주(光州) 사직공원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새끼를 낳았다. 어느 중앙지는 사회면에 사진과 함께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나왔는데 경쟁지는 완전히 낙종했다. 낙종한 신문사 현지 기자는 보도가 하루 늦는 열차송고를 한 반면에 특종한 현지 기자는 당일 보도되는 전송을 했던 것이다. ‘호랑이 새끼가 그토록 소중한 것을 미처 모른 무지의 소치로…’라는 낙종기자의 시말서 서두는 한동안 두고두고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최근엔 대구 MBC가 경북 청송에서 자동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근거로 호랑이 보도를 했다. 대구 MBC는 지난 2일 뉴스데스크 시간대에 본사 뉴스방영을 잘라내고 자체 제작한 ‘한국호랑이 살아있다’를 20분간 내보냈다. 이번 역시 종종 살쾡이를 호랑이로 착각했던 것처럼, 그런게 아니냐는 진위논란 끝에 환경부는 ‘사진이 불분명해 정확히 판단하는데 한계가 있긴하나 호랑이로 보기는 어렵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만약에 남한지역 산야 어디서든 진짜로 야생호랑이가 나왔다면 국내는 물론이고 온 세계 동물학계가 발칵 뒤집힐 만큼 빅뉴스가 된다. 야생호랑이가 이처럼 소중한 존재가 된 가운데 알마전에 묘향산서 호랑이가 발견됐다는 북측 소식이 있었으나 역시 확실치 않다. 만약에 있다면 한국호랑이의 본산이라 할 장백산맥에 있을 것이나 그곳에서도 이미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호랑이 뿐만이 아니다. 한국곰이라 할 반달곰도 멸종돼 가고 있다. 야생동물을 보호할줄 모르는 몹쓸 인간들의 남획 탓이다. 지리산국립공원은 사육곰에게 야생능력을 키워 산에 풀어주었다. 한반도 산야에서 한국호랑이는 이제 영영 볼 수 없는 것인지 심히 안타깝다. 이러다간 언젠가는 동물원 호랑이를 풀어주자는 말이 안나올지 모르겠다. /白山

구스마오

통티모르의 독립영웅 사나나 구스마오가 건국 대통령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전한다. 당선이 가장 유력시 되는 대통령 후보인데도 나서지 않고 사진작가로 제2의 인생을 걷겠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정치집회 때면 군중앞에 나서기보단 인파를 헤집으며 사진기자와 나란히 카메라 앵글을 잡기에 바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정치불참 선언이 사실이 될지 어떨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새겨 들을만한 말 한마디는 있다. 대통령 불출마 천명을 통해 “과거 신생국가의 자유투사들이 독립 후 권력을 장악함으로써 혼란에 빠진 사례를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우리만 해도 그러하다.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한 많은 분들 가운데 광복 후 정치에 참여한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독립운동가로는 혁혁한 공적을 남겼으면서도 정치가로서는 실패를 거듭했다. 집권의 말로를 독재로 장식한 이승만이나 재야의 김구가 당시의 현실과 동떨어진 남북합작을 주장하며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한 것이 그같은 사례다. 북측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는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에 이미 수립돼 불행히도 남북합작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화투쟁의 정치가와 집권의 정치가가 또한 다른 듯싶다. 김영삼(YS), 김대중(DJ)은 온갖 핍박을 무릅쓰가며 민주화 장정을 이끈 민주투사의 거목이다. 민주화운동으로는 청사에 남을만 하다. 그러나 두 분이 다 대통령으로는 성공한 대통령의 평가를 받기에는 무리일 것 같다. 독립운동가가 유능한 정치가가 못되고 민주화운동가가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지못하는 것은 학문적 연구과제가 될만하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잘 알 수 없으나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독립운동이나 민주화운동과는 다른게 분명하다. 더욱 경계되는 것은 권력 중독증이다. 거머쥔 권력에 스스로 삼가지 못하고 심취하면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한다. 동티모르의 구스마오가 경고한 자유투사의 권력 경계는 진리다. 白山

마이동풍?

시장·군수들에게 쓴 소리를 더 해야 되겠다. 내년 6월 실시예정인 지방선거에 출마할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선심성 행정과 선거법 위반 행위가 도를 지나쳐도 너무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선거관리위원회 등 단속기관의 사전 경고조차 무시하고 있으니 도대체 무엇을 믿고 부리는 배짱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니 심히 걱정된다. 경인지역 외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례는 들지 않겠다. 안양시의 경우 지난 5월초 시장 이름이 새겨진 효도사진(영정) 1천300여개를 시민들에게 배포하다가 선관위에 적발됐고 하남시에서는 지난 3월 이후 4차례에 걸쳐 지역 헬스클럽 등 건강관련 단체들의 협의체인 ‘잉카홍보팀장’회원 7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일 집체교육을 실시해 교육배경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성남시는 지난 4월 노인회가 청와대 관광을 가자 시청과 구청버스 3대를 지원해 선관위로부터 선거법 위반으로 경고조치를 받은 사실이 있다. 국가경제나 지역사정에는 아랑곳 없이 그럴듯한 명분을 붙여 해외시찰, 축제, 간담회 등 선심행정을 펼치고 있는가하면 시·군정 설명회 및 반상회 등을 활용해 현직 지자체장인 자신의 치적을 알리고 있는 것도 시비거리다. 마을 단위 무료관광을 알선하고 체육대회와 경로잔치 현장을 방문하는 등 현직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내 일선 시군이 올들어 수천명의 주민을 동원하는 선심성 축제와 행사를 대규모로 개최한 것도 선거를 앞둔 얼굴 알리기 전략이라는 의혹을 살 수 있다. 경기도내에서 올들어 홍보물에 의한 선거법위반으로 선관위에 단속된 지자체장은 8명이며 축의금, 격려금, 반상회 지원 보조금을 통한 사전선거운동도 7건에 달했다. 인천지역의 일부 전·현직 구청장들이 선거에 앞서 선점을 하기 위해 ‘선거법은 나몰라라 ’하기는 마찬가지다. 선거에서는 물론 이기는 것이 제일 목표다. 그렇다고 관계 기관의 규제를 위반해서야 되겠는가. 이런 사실은 당사자들이 너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지대자가 고언을 거듭하는 이유는 불행한 승리, 실패한 당선자가 되지 말기는 바라는 마음에서다. 참다운 인물은 자기 선전을 하지 않아도 유권자들이 먼저 잘 알고 있다. 이 쓴 소리가 부디 마이동풍이나 우이독경이 아니되길 바란다. / 청 하

금가루술

금가루를 넣은 국내산 술이 애주가들을 한때 유혹했었다. 북한에서 수입된 술 가운데도 금가루가 첨가된 게 있다. 우황청심환 한 알에는 4mg의 금이 들어있는데 국내 생산 술의 금 함유량은 7mg정도라고 한다. 금은 천연감미료, 천연 색소 등 식품 첨가물로 허가된 177개의 물질중 유일한 금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구체적인 사용량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고 ‘최소한 양을 적절하게 사용하라 ’고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리 시제품에 대한 순도 검사와 확인시험을 거치기 때문에 시판중인 제품의 금이 인체에 유해하지는 않다고 한다. 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귀와 영화의 상징으로 통한다. 인류역사상 지구에서 생산된 금의 양은 대략 12만5천t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위기 직후 김밥속에 금가루를 넣거나 금가루를 뿌린 ‘금밥 ’이 서울 신촌에 출현,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금이 몸에 좋다는 풍문을 타고 화장품에 금가루를 섞어 미용효과가 뛰어나다고 선전하는 업체가 나왔고 비누와 속옷에 금가루를 뿌린 제품도 등장했다. 일식집에서도 참치 등 횟감에 금가루를 얹어 특별서비스로 제공하면서 생색을 크게 냈다. 국내 주류업체는 지난해 말부터 매실주에 금가루를 넣어 제품을 출시했는데 음식과 주류에 금가루를 첨가한 업체들은 금이 혈액순환을 촉진, 신경안정과 해독, 피부정화에 효능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5월14일 금가루 효능에 관해 ‘금박섭취는 건강상의 기능을 기대할 수 없다 ’는 공식의견을 냈다. 건강상 실익은 기대할 수 없고 외관을 좋게 하는 착색제 용도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떨떠름해진 금가루 제품 출시 업체들이 반대의견은 내지 못하고 “고급 이미지로 상품을 활용했을 뿐 ”이라고 우물쭈물 넘어갔다. 금이 류머티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보건당국은 금을 섭취해도 90%이상 자연 배출되며 금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임상실험결과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금에 대한 소비자들의 ‘좋은 이미지’때문에 극소량이 식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인체에 유해하지는 않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임상실험 결과는 아직 없다는 것이다. 효과가 명쾌하지 않은 금가루술보다는 순 소주를 마시는 편이 훨씬 속도 편하고 기분도 좋을 것 같다. /淸河

문학과 언론

세미나의 기조강연 ‘문학과 언론의 역할 ’, 제1주제 ‘문학과 언론의 개연성’, 제2주제 ‘신문과 문학, 그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 및 토론이 벌어졌다. “어려운 시대에 문인들은 진실을 표현하여 민족과 국가를 대변하여 왔듯이, 언론도 국가나 민족이나 시대를 대변하는 그릇이 되어왔다 ”는 말로 시작돼 “ 언론은 사주(社主)나 기자들의 목소리가 아니라, 이 사회의 목소리인 동시에 국민들의 소리가 되어야 한다. 문학도 어디까지나 문학이어야 하는 동시에 어떤 정책이나 정치적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 시대에 문학이 탄압을 받을 때, 혹은 언론이 탄압을 받을 때 분연히 일어서 대항하는 것은 이 때문 ”이라는 사실이 재강조됐다. “문인들이 언론을 상업적으로 내몬다 ” “문인과 언론인은 몇 사람의 위인을 만드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다수의 사람을 창조해야 한다 ”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언론의 자유 ’이다. 그러나 언론의 자유를 남용하는 짓은 가장 추악한 것이다 ”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언론 문화면에서 특정 작가와 특정 단체, 특정 출판사를 의도적으로 띄워주는 경향이 짙다. 한국의 문인들과 단체, 출판사가 과연 언론에 자주, 집중적으로 언급되는 몇 소수뿐인가 ”“정치인을 선거할 때 시 몇편쯤은 암송할 줄 아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사법·행정은 물론 모든 국가고시에 문학 관련 문제가 반드시 출제돼야 한다 ”고도 했다.“일부 문인들의 언론을 통한 야합 ”“좋은 작품을 위한 고민이 아니라 잘 팔릴 작품을 위해 고심하는 ‘베스트셀러 만들기 ’에 급급 ” “ 언론에 등장하는 소위 베스트셀러는 정말 문학적인가 ”등 수많은 지적과 자탄들이 쏟아져 나왔다. 장시간의 토의끝에 ‘ 문학과 언론 ’은 “……모든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건강하고 예리한 비판정신으로 오늘의 비정상적인 흐름을 경계하고 감시해야 할 일부 언론이 도리어 분위기를 조성하고 부추기는 현실에는 반드시 자성과 자책이 주어져야 한다 ”는 방향으로 귀결돼 갔다. 한국현대시인협회가 지난 18, 19 이틀간 충북 보은 속리산 유스호스텔에서 개최한 ‘2001 여름 세미나 ’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이다. /淸河

去勢

바티칸교황청의 시스티나 성당은 1473년부터 1481년까지 8년에 걸쳐 세워졌다. 교황 식스투스 4세 때다. 르네상스 시절의 유명한 화가들이 그린 벽화, 천장화가 많다. 교황청이 잠비아 루사카 대교구 엠마뉴엘 밀링고 대주교(71)가 한국출신 여성 성마리아씨(43)와 가진 결혼 및 이혼파문으로 곤혹을 치른데 이어 이번엔 시스티나 성당의 거세한 남성 성가대 카스트라토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다. 중세기엔 전통적으로 여성을 배제한 남자들만의 성가대에서 고음을 내는 거세한 남성 소프라노, 즉 카스트라토를 두었던 것이다. 시스티나 성당의 카스트라토는1599년에 시작해 1902년 금지교령 발표에도 불구하고 1913년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의 유력 일간지, 인권단체 등에서 역사적 과오에 반성을 구하는 교황의 공개사과 요구의 목소리가 높다고 보도됐다. 또 옥스퍼드대학의 어느 역사학 교수는 “가톨릭 당국이 부적절한 방법으로 카스트라토를 용인해왔다면 역사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카스트라토는 변성기에 변성되지 않음으로써 계속 여성음역을 가진 고음을 내는 방법으로 거세했기 때문에 소년시절에 거세해야 했던 것이다.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역시 거세했던 왕조시절의 궁중 내시가 생각난다. 내시 또한 소년시절에 거세를 했다. 대개는 내시가 양아들로 들인 소년을 거세해 성장한 뒤 양아버지를 이어 내시가 되곤하면서 같은 방법으로 대를 이었다. 비록 거세한 몸이지만 품계는 상당하여 재물은 요족했으므로 가난한 집 아이들이 내시의 양아들로 많이 들어갔다. 지금은 사람을 거세하는 일은 어디에도 없는 대신에 가축에 대한 거세가 성행한다. 특히 영농의 기계화로 사역우의 개념이 비육우로 바뀐 가운데 숫소는 씨내리 숫소만 놔두고 거의가 거세한다. 거세하면 빨리 크기 때문이다. 만일 고려나 조선왕조가 아직까지 있다고 가정하면 이 역시 거세 내시에 대한 역사적 과오의 사과요구가 나왔을지 모른다. 거세 소프라노에 공개사과를 요구받고 있는 바티칸 교황청의 대응이 주목된다. 거세는 지금처럼 대상이 짐승이라 해도 역시 잔혹하다. /白山

지구

중국 원난(雲南)성에 있는 푸셴(撫仙)호수는 면적 212㎢에 수심이 157m에 이르는 거대한 호수다. 이 호수에 수중도시가 발견된 것은 1992년 이다. 도자기 등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은 지난 6월 1차 탐험에 의해 오는 가을쯤에 2차 탐험을 시도할 예정이다. 중국인들은 이곳에 있던 전설속의 덴 왕국이 실재했던 것으로 지진에 의해 갑자기 지반이 침하되면서 수중도시화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암염이 나온다. 지하에서 산출되는 천연의 이 소금덩어리는 바닷물에서 채취하는 소금보다 순도가 더 높다. 내륙에서 암염이 생산되는 것은 태고적엔 바닷물 속이었다는 것을 입증한다. 또 소돔과 고모라는 사해(死海)근처에 실재했던 고대 도시라는 주장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질학상으로 지진 취약지구인 이 지역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두 도시는 지진에 의해 가스층이 불붙은 대화염속에 멸망했다는 것이다. 국내에도 제주도 근해에 있는 전설의 수중섬 ‘이어도’역시 예전에는 수상 섬이었을 것으로 보는 학설이 지배적이다. 최근에는 백두산이 점점 높아간다는 연구발표가 외신으로 보도돼 눈길을 끈다. 중국 지린(吉林)성 지진국 연구조사 결과 백두산의 높이가 해마다 4mm씩 높아간다는 것이다. 이는 백두산 지하 암장의 움직임이 활발해져 산 전체가 융기되고 있는 것으로 화산 폭발을 예고하는 징후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지구는 이처럼 바닷물이 대륙이 되고 육지가 바닷물속이 되는 표피의 부침속에 지진과 화산폭발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도 지구의 온난화로 남·북극의 빙벽이 급속히 녹아내려 남태평양의 몇몇 섬이 점점 바닷물에 잠기고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가하면 언젠가는 우주의 무법자인 소행성과의 충돌로 지구가 치명상을 입을지 모른다는 관측이 우주과학자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 순탄치 않는 지구의 장래를 보면서 인간의 오만을 경계한다. /白山

대학

교수임용 관련 회의록 허위작성, 선발 지연작전(내정자를 뽑기위해), 무자격자를 정년보장 교수로 채용, 수학교수가 현대문학교수 임용을 심사하는 등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 교육부가 적발한 교수임용 실태감사 보도내용의 일부다. 감사는 국립 2개대, 사립 8개대 등 10개 대학에 대해 실시했다. 이같은 실태는 작금의 일은 아니다. 조금도 시정되지 않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박사학위 소지자를 겸임교수로 채용한다고 공고해 놓고 고졸자를 채용한 사례도 있다. 하긴 특정분야의 뛰어난 전문가라면 고졸자라고 강의못할 이유는 없지만 그럴바엔 자격조건으로 학위제시를 말았어야 한다. 겸임교수는 시간강사와 마찬가지로 국내 대학이 가장 애용하는 품목이다. 월급이 기껏 50만원 정도로 싸기 때문이다. 정식교수 한 사람의 인건비로 여러 과목의 인건비로 쓸 수 있는 것이 겸임교수다. 대학에 따라서는 대학원이 운영하는 비정규 학력의 일반인 단기강좌 수강생 모집도 할당한다. 그래도 겸임교수를 하겠다고 기를 쓰고 덤벼들어 모집때면 경쟁이 치열하다. 교수라는 타이틀 때문이다. 시간강사 또한 대우가 겸임교수 수준이지만 전임강사를 바라보고 열심히 뛴다. 국내 대학에 대체로 시간강사와 겸임교수가 넘쳐나는 이유가 이때문이다. 대학측은 이를 재정의 열악성 탓이라고 말한다. 지성의 전당, 학문연구의 보고라는 국내 대학이 이래서는 외국의 대학과 경쟁능력이 있을 수 없다.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이 오는 가을부터 영국의 앤서니 기든스 런던정경대에서 강의를 맡는다고 한다. 그에게 영국은 1968년부터 1970년까지 로즈장학생으로 옥스퍼드대학에 유학했던 곳이기도 하다. 객원교수로 국제정치학을 강의할 클린턴의 연봉은 우리 돈으로 약2억1천600만원에 해당하는 12만파운드며 출강때면 묵을 숙소를 제공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외의 교수로 초빙하는 것이 객원교수다. 국내 대학에서는 정원에 드는 겸임교수, 시간강사의 인건비마저 무척 인색한 마당에 객원교수에 거액을 투자하는 외국의 대학이 무척 부럽다. 국내 대학이 장차 세계수준에 접근하려면 경쟁력 회생이 불가능한 대학답지 않은 대학은 차라리 일찌감치 도태돼야 한다. /白山

악수

‘정치인의 손에는 지문이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다른 사람들과 악수를 많이 한다는 얘기다. 정치인에게 하루 100∼200회의 악수는 보통이다. 선거 때는 매일 1천명 이상과 악수한다.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자연스러운 악수로 인기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3년 고교 재학시절 케네디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험프리 전 부통령은 후배 정치인들에게 늘 “상대방에게 먼저 손을 흔들도록 허용하면 선거에서 진다. 먼저 상대방의 손을 잡고 흔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악수를 싫어하는 정치인도 있다. 2000년 미국 대선출마를 검토했던 부동산 왕 도널드 트럼프는 악수를 “야만적이고 불결하며 감기를 옮길 수도 있는 접촉”이라고 말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거론됐던 엘리자베스 돌 적십자사 총재도 악수를 하는 즉시 손을 씻는 습관이 언론에 공개돼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는 악수를 청하기보다 받는 쪽이다. 지역구인 대구 달성에 가면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이 얼굴을 알아보고 몰려와 집단적으로 악수공세를 펼치곤 한다. 박 부총재 역시 악수를 즐기며 잘 하는 의원으로 꼽힌다. 반드시 두손으로 악수를 하고 상대보다 허리를 많이 굽힌다.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는 따스한 느낌이 가는 악수를 한다고 전한다. 오른손으로 상대방의 오른손을 잡고 왼손으로는 상대방 오른손 등을 조용히 감싼다. 다정한 눈길로 상대방의 근황을 묻는 등 정감있는 말을 건넨다고 한다. 이인제 민주당 최고위원은 늘 당당한 모습으로 손을 내밀고 상대방 손을 굳게 잡는다. 악수하는 폼 때문데 ‘역시 이인제’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악수는 민심을 느끼게 한다”고 말할 정도로 악수 예찬론자다. 이수성 전 국무총리는 총리 시절 정부청사 여직원과 수위들에게도 정중하게 악수를 해 화제가 됐다. 총리를 그만두고 청사를 떠날 때는 화장실 뒷정리하는 여직원을 밖에서 기다렸다가 악수할 정도였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치인들에게 악수는 단순한 인사 수단이 아니다. 대부분의 정치인은 악수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의사를 유권자에게 전달하려고 한다. 악수한 수만큼 표를 얻는다고는 하지만 악수는 두 사람의 손을 통해 혈맥이 만나야 한다.진정한 악수를 건네는 사람이 과연 누구인가를 몰라 섭섭하다. /청하

전통음료

청량 음료는 말 그대로 마셔서 시원한 청량감을 주는 음료다. 하지만 섬유 음료나 스포츠 음료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청량 음료에는 설탕이 10%나 들어있다. 이렇게 당분이 많은 든 음료를 마시면 오히려 갈증을 부채질하고 비만을 초래하기도 한다. 산도가 높아 치아를 쉽게 부식시키고 충치를 생기게 하므로 청량 음료를 마신 후에는 양치질을 하는 등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사춘기 청소년들이 소다수와 같이 거품이 있는 청량 음료를 많이 마실 경우 호로몬 이상 분비로 여자는 유방암, 남자는 전립선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적당히 양을 조절해서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다. 그런데‘우리 몸은 전통 음료를 원한다’고 한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금수강산의 좋은 물로 음료를 만들었다. 특히 계절적인 감각을 음료에 담았다. 이른 봄에는 진달래꽃을 따다가 오미자국물에 띄워 진달래 화채를 만들어 먹기도 했으며, 원소병(元宵餠)·유자장(柚子漿) 등 건강에 좋고 맛도 뛰어난 전통 음료를 즐겼다. 우리의 전통 음료엔 자연의 멋과 선조들의 풍류가 깃들어 있어 운치를 더해 준다. 유자장은 유자의 껍질을 저며서 꿀이나 설탕에 재워 우러나온 맑은 유자즙, 즉 유자청을 물에 타서 마시는 저장 음료의 하나다. 유자장은 건더기를 걸러서 버리고 맑은 액인 유자청만을 병에 담아 두고 한여름에 차게 해서 마신다는 점에서 유자차와 다르다. 유자는 예로부터 감기의 예방과 치료에 널리 이용돼 왔으며 신경통이나 풍(風)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유자가 함유한 ‘헤스페리딘’이라는 성분이 모세혈관을 보호하고 튼튼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신맛 덕분에 한 여름에 마시면 갈증을 해소하고, 체하거나 토하고 설사가 심할 때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또 정신을 맑게 하고 잠을 쫓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마시면 집중력이 높아진다. 직접 만든 전통 음료로 여름을 건강하고 시원하게 나는 것도 생활의 지혜라고 하겠다. 도심이나 시골의 전통찻집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현상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우리 몸은 전통 음료를 원한다’는 말은 거듭 새겨 들을만 하다. / 淸河

克日

1931년 9월18일 심양 북쪽에 있는 간선철도가 일본군에 의해 폭파되는 사건이 있었다. 일본군은 이를 중국군 소행이라고 날조, 전쟁을 일으켜 중국 동북부 일원을 장악했다. 이듬해 3월에 만주라는 국호의 일본의 괴뢰정부를 세워 대륙진출의 교두보로 삼았다. 이것이 만주사변이다. 1937년 7월7일 북경 근교 영정강 다리 노구교에서 일본군은 훈련중인 중국군을 향해 일부러 총을 쏘아 무력충돌을 도발했다. 그러나 중국군이 먼저 일본군을 향해 총을 쏘아댄 것처럼 사건을 조작했다. 이른바 노구교사건이다. 이것이 발단이 되어 중일전쟁이 일어났고 마침내는 태평양전쟁으로 확전했다. 1941년 8월8일 새벽에 일본군 해상항공대가 미국 하와이 진주만의 태평양함대를 기습하고 나서 일본은 주미대사를 시켜 선전포고 문서를 미국무성에 접수시켰다. 당시 국무성은 “유례없는 몰염치한 외교 문서”라고 혹평했다. 태평양전쟁 발발의 비사다. 60년이 지났다. 미국의 주력 전함 애리조나호가 침몰된 수중 잔해를 지금도 볼 수 있도록 만든 ‘애리조나기념관’은 진주만의 성역으로 돼있다. 당시의 생생한 공습 기록영화로 일본군의 만행을 고발하고 1천177명의 사망자 명단을 동판으로 새겨놓고 있다. 방문객들이 관람하는 동안 추모곡이 울려퍼진다. 미국은 진주만의 치욕을 이렇게 해가며 아직도 잊지않고 있다. 고이즈미 일본총리는 지난번 방미때 부시 미국대통령에게 “패전국 일본에 승전국 미국이 관대하게 대해준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한국와 중국에는 여전히 오만하다. 심양철도 폭파사건, 노구교사건을 날조한 일본은 지금도 역사교과서를 날조하고 있다. 한국 침략사에 대한 날조 또한 열거할 수 없을만큼 많다. 이는 미국은 자기들보다 힘이 있고 한국과 중국은 자기들보다 힘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본은 그들 주도의 소위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즉 아시아의 맹주를 자칭하던 침략근성을 아직껏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이즈미가 지난 13일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전격 강행, 태평양전쟁 전범자들을 경배해 규탄의 소리가 드높다. 규탄도 물론 해야 하지만 크게 다짐할 것이 있다. 일본사람들은 진실로써 우리를 두렵게 알도록 하는 깊은 국력배양이다. 나라의 힘을 빨리 키워 저들못지 않게 힘이 있는 나라로 인식시키는 노력이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이다. /白山

온달장군 묘

바보 온달의 얘기는 삼국사기에 전해 그가 평강공주와 결혼, 고구려 평원왕의 부마가 된 것은 잘 아는 일이다. 공주가 시키는대로 무술을 연마하여 임금이 친림한 사냥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 마침내 장군이 된 것도 다 아는 이야기다. 충북 단양군 영춘면 하리 온달산성(사적 264호)은 일명 아단성으로 온달이 전사(AD 590년)한 곳이다. 산성밑 남한강변에 장군이 수련했다는 석회암 동굴(사적 261호)이 있고 상리나루는 장군을 장사지낸 곳이다. 상리마을엔 그가 윷놀이 윷판을 그린 쉰돌이 있고 인근의 군간교가 있는 옛 군간나루는 장군이 군사를 주둔시켰다 해서 군간(軍看)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군간교 건너의 선돌은 장군을 도우려고 달려가던 누이동생이 패전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 굳어 돌이 됐다는 전설이 전한다. 온달이 여기에 온 것은 후주(後周)의 무제가 고구려에 쳐들어온 것을 선봉에 서서 물리치고 난 뒤였다. 왕에게 아뢰기를 “신라에 빼앗긴 계립현(鷄立峴·죽령 서쪽의 땅)을 되찾지 못하면 돌아오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출정했었다. 그러나 신라군의 유시에 맞아 뜻을 이루지 못하고 전사한 장군의 관이 들리지 않아 평강공주가 관을 어루만지며 “죽고 사는 길이 이미 갈라졌으니 이제 떠나세요”하니까 움직였다는 애틋한 설화가 전한다. 한양대 박물관팀이 이곳에 있는 온달장군의 묘를 곧 발굴할 것이라고 한다. ‘태장이 묘’라고도 하는 온달 묘는 고구려 계통의 방단형 적석총, 즉 돌무덤이다. 발굴 동기는 북측이 온달과 평강공주 부부의 묘가 평양근교 동명성왕릉 부근에 있다고 주장함에 따라 진위를 가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북측은 단군의 유해를 발견했다면서 단군릉을 조성한 바가 있다. 온달의 묘를 확인하기 위해 파헤치는게 글쎄, 진위를 가리는게 문화재 보호보다 더 소중한 것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매장문화재는 발굴로 드러나면서부터 훼손되기 때문이다. 온달장군이 전사한지 1천411년째다. 천년이 훨씬 넘는 천고의 비밀을 다투는 인간들이 극성이다. 기왕 발굴할 요량이면 유구, 유물에 손상이 덜 가도록 하는 최선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白山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