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중독

카지노, 사우나 휴게실, 골프장, 여관방 등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도박판이 이젠 가히 망국적인 지경에 이르렀다. 심심풀이 오락이 아닌 일확천금을 꿈꾸는 한탕주의가 경기침체와 정치권 정쟁 등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를 타고 급속히 확산, 가정파탄은 물론 폭력·살인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적발된 도박사범은 5만2천400명으로 IMF체제 이전인 1997년의 3만2천600여건보다 60.4%나 늘었다.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도박장소도 점점 은밀한 장소로 옮겨지고 사행심리를 바탕으로한 도박은 사이버 공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사이버 고스톱과 바둑 등 시간때우기용도 있지만 포커·블랙잭·룰렛 등의 카지노 게임이나 회전판돌리기·슬롯머신 등 사이버 도박은 신용카드를 이용해 돈을 정산, 외화유출이라는 부작용까지 양산되고 있다.심지어 고리사채를 얻어 도박을 하는 한심한 사람들도 있다.더구나 최근 등장한 성인용 카지노 오락기를 흉내낸 어린이용 게임기는 이 나라의 장래마저 어둡게 한다. 초등학생들이 특히 좋아하는 어린이용 게임기는 ‘카드따기’‘메달따기’등으로 단순한 놀이수준을 넘어선 도박성이어서 문제가 심각하다. 이러한 오락기들에 중독된 어린이들은 한달 용돈 수 만원을 단 수십분만에 날린다. 문제는 기계에서 쏟아지듯 나오는 동그란 메달이 카지노의 칩처럼 교환된다는 점이다. 칩 한개에 50원으로 환산돼 문구점에서 파는 문구용품 또는 과자 등과 교환되기도 하고 직접 돈으로 교환해 주기도 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대박’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사행심을 부추기고 있는 이들 오락기는 수십개의 무허가 제조업체에 의해 만들어져 전국에서 2천여대가 성업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렇게 어린이들의 사행심을 조장하고 정서를 해치는 불법오락기가 초등학교 앞에서 버젓이 판을 치고 있는데도 교육당국은 뒷짐만 지고 방관하고 있다. 카드나 칩을 이용한 어린이용 도박성 게임기는 명백한 불법이다. 동심까지 멍들게하는 도박성 게임기는 경찰의 강력한 단속이 요구되는 또 하나의 사회악이다.하기야 많은 어른들이 여기저기서 못된 짓만 일삼고 있으니 어린이들이 무슨 흉내는 내지 않겠는가. / 淸河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나는 올라갑니다 ”전설적인 에베레스트 등반가인 조지 말로니에게 사람들이 “당신은 왜 그토록 위험한 산에 오르는가”하고 물었을 때 대답한 말이다. 칼 메스너란 등반가도 있다. 세계 최초로 산소통, 안내인, 그리고 어떤 안전 장치도 없이 에베레스트를 등반했으며 8000m 이상 되는 히말라야의 14개 봉우리를 역시 최초로 올랐던 사람이다. “정상에 오르는 것 보다 어떤 방법과 길을 택하여 오르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한번 올라갔던 산일지라도 조건과 방법을 달리하면 그 산은 우리에게 늘 새로운 도전의 대상이 됩니다 ”칼 메스너가 한 말이다. 그는 어렵고 힘든 등산을 마치고 돌아와서 얼마후 또다시 길은 나서려고 했을때 주위에서 왜 위험한 곳을 또 가려하느냐고 만류했다.“갈 수 있으니까 갑니다. 올라갈 수 있으니 길을 나서려고 합니다”그가 한 대답이었다. 조지 말로니의 ‘산이 있기 때문에 올라간다’는 말은 모험정신과 창조정신이 가득한 말이다. 칼 메스너가 ‘정상에 오르는 것 보다 어떤 방법과 길을 택하여 오르느냐가 중요하다’고 한 말은 정복욕과 이기심에 가득차 어떤 방법을 쓰든지 일단 정상에 올라가 놓고 보자는 사람들에게 맑고 청량한 음성으로 다가온다. 우리의 삶은 가끔 난기류에 휩싸인다. 예기치 않은 슬픔과 환란이 파상적으로 찾아오고 올처럼 극심한 가뭄과 홍수로 시련을 겪기도 한다. 이 예기치 않은 고난은 인생의 피할 수 없는 본질이지만 얼마나 그것을 담대하고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느냐에 인생의 승패가 달려 있다고 하겠다. 성경에 어떤 사람이 예수에게 와서 “헤롯이 지금 예수님을 죽이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으니 얼른 피신해야 합니다 ”고 했을 때 예수는 “그러나 오늘과 내일과 모레는 내가 갈 길을 가야하리라(죽13:33) ”고 말씀하셨다. 범인들이 어찌 성인에 비하겠는가. 그래도 지금 나는 과연 나의 길을 올바로 걷고 있는가. 목표를 정하고 당당히 가고 있는가. 가끔은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자성이 필요하다. 어려운 시대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 淸河

양복

양복(洋服)이란 서양의 옷이라는 뜻이다. 양복을 입기 시작한 확실한 연대를 확인할 수는 없으나 서양문물을 도입한 1884년(고종21년)의 갑오경장 이후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니까 110여년은 된 셈이다. 그간의 양복 복식사 또한 많은 변천을 해왔다. 대충 개화기, 일제시대, 한국전쟁전후, 70년대를 중심으로한 고속성장시대, 기성복시대 등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양복의 유행 역시 시대에 따라 변화하였으며, 기성복시대 이전은 다 맞춤복이었다. 나사점(羅紗店)이라고도 불리운 양복점에 가서 천을 골라 체격을 재고 주문하는 것이어서 값이 비싸 양복 한벌 해입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나사(raxa)란 모직물이나 인조 견사 등을 섞어짠 양복감을 지칭한다. 지금도 나사점이 없지 않아 맞춤복을 해입는 사람이 있긴하나 대체로 기성복을 사입는다. 맞춤은 일일이 잔손이 들어가는 수공업 제품이기 때문에 비쌀 수 밖에 없고 가봉(假縫)을 거쳐 완성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린다. 이에비해 기성복은 대량생산의 기계제품이어서 값이 싸고 언제든 몸에 맞는 것을 골라 입을 수 있는 편리한 점이 있다. 기성복시대를 구가한 신사복 제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는 어느 신문보도가 있었다. 신사복 대신에 캐주얼 차림의 신사들이 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절있는 옷차림을 하거나 점잖은 모임에 참석하려면 정장의 양복을 입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긴 하다. 이런 상식속에서 고정관념을 잠식하는 탈(脫) 정장바람이 심상치 않아 양복제조업계에서 개성있는 캐릭터 정장 등 대체상품 개발에 고심한다는 것이다. K업체는 올 신사복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100억원이 줄어든 80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H백화점의 경우 올해들어 신사복 매출이 작년에 비해 약 15%가 감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이유를 벤처기업에서 일어난 자율복장 붐이 SK그룹을 비롯한 많은 대기업이 받아들여 자율복장을 날마다 하거나 주간에 며칠씩 하는 풍조때문으로 꼽고있다. 하지만 민간기업체 뿐만이 아니고 사회생활 가운데서도 탈 정장차림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도 시류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을는지, 기성복시대의 위협에 이어 장차는 또 어떤 변천이 있을 것인지 흥미롭다. /白山

피사의 사탑

사탑(斜塔)으로 유명한 피사(pisa)는 이탈리아 서북부 리그리아해에 연한 소도시다. 사탑과 함께 대성당, 대학도 유명하다. 12세기경 번영이 절정에 달했고 지금도 그 후광을 업고있다. 사탑 또한 이때 건립됐다. 높이 55m, 지름 17m의 사탑공사가 시작된 것은 1174년이다. 기초공사 과정에서부터 지반이 약해 대리석 건축물을 지탱하기 어려운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나 공사는 중단되지 않고 간헐적으로 계속돼 276년만인 1350년 완공됐다. 완공되고도 탑은 계속 기울어 정상의 경사도가 수직면과 4.5m 간격이 날만큼 기울었다. 마침내 관광객 출입이 중단된 것은 1990년, 붕괴의 위험이 짙었기 때문이다. 최근 외신보도에 의하면 보수공사가 끝나 오는 11월부터는 관광객 출입이 허용될 것이라고 한다. 사탑 북쪽 하단의 흙을 조금씩 빼내어 중심이 기우는 것을 바로잡고 밑바닥을 공고히 다져 더이상 기울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보수공사에 무려 11년이 걸렸지만 300년 가까운 건축기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사탑은 이탈리아의 물리학자며 천문학자인 갈릴레오(1564∼1642)가 낙하물체의 가속법칙 등 인력을 실험했던 곳이기도 하다. 인력의 가속도, 즉 ‘S=2분의1 g(물체무게) t(낙하시간) 제곱’의 낙하법칙 공식이 산출된 곳이 바로 여기다. 기원전 2세기 로마시대에 도시로 형성된 피사가 아직껏 인구가 고작 20만명도 안되는 전원형 유지의 도시정책도 놀랍고 문화재를 끔찍이 아끼는 이탈리아인들의 참을성 역시 놀랍다. 이번의 보수공사로 적어도 300년은 안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탑에 오를수 있는 일시 인원은 30명, 관광 시간은 45분으로 제한하는 것 같다. 이역시 문화재 보호를 위한 이탈리아인들의 배려인 것이다.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희박하여 불도저로 밀어부치기가 일쑤이고, 설사 보존공사를 해도 얼렁뚱땅 눈가림식이 예사인 우리네들은 깊이 생각할 점이 많다. 문화재를 아낄줄 아는 민족이어야 미래가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白山

고이즈미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 純一郞) 일본 총리의 인기가 취임후 날로 치솟고 있다. 일본 국민의 지지율이 90%를 육박하는 것은 전후 총리로서는 전례가 없는 파격적 현상이다. 지난 14일 창간호가 나간 ‘고이즈미 메일 매거진’은 구독신청이 이미 70만명을 넘어 조만간에 1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총리 관저 홈페이지를 통해 구독을 접수한 이 전자잡지는 그의 정책과 생활모습 등을 담아 관방장관실에서 희망한 구독자들에게 전송한다. 자민당은 이같은 총재(총리)의 인기에 힘입어 내달 29일 실시되는 참의원(상원)선거에서 의석수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닥다리 정치의 본산으로 여겨지던 집권 자민당의 이미지가 고이즈미 돌풍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괴짜’별명을 듣고 있는 고이즈미의 무엇이 일본 국민들을 이처럼 사로잡는 것일까. 무엇보다 우경화를 들 수 있다. 오는 8월15일의 야스쿠니 신사 공식참배 선언은 전후 총리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자위대의 집단자위권행사 발표도 획기적이어서 절대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고있다. 그는 일본 국민에게 잠재된 본성을 일깨워 ‘야마토 타마시 정신’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인간적 매력을 겸비하고 있다. 우선 홀아비 독신이다. 총리공관에 퍼스트레이디가 없어 파출부가 돌보지만 파출부가 없을땐 라면같은 것을 직접 끓여 먹는다. 잘 생기지 않은 외모에 언제나 더부룩한 머리카락처럼 꾸밈없는 몸차림, 소박한 면모가 대중의 친근감을 더해주고 있다. 무릎을 다친 오기 국토교통상의 휠체어를 총리가 밀고 함께 각의에 참석하는가 하면 전철의 승객 가운데서 곧잘 총리가 발견되기도 한다. 일본 국민의 서민층은 고이즈미의 ‘서민총리’풍모에서 바로 보상심리를 찾고 있는 것이다. 그는 화려한 언변이나 단아한 외모나 거창한 공약으로 일본 국민을 사로잡은 것이 아니다. 가장 일본인다운 민중의 친구로 접근해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일본인들에게는 좋아도 우리에게는 무서운 부담이 된다. 걸핏하면 거짓말 하기 일쑤이고 목에 힘을 주어야 위엄을 지니는 것으로 아는 우리네 정치인들에게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白山

도박 중독

카지노, 사우나 휴게실, 골프장, 여관방 등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도박판이 이젠 가히 망국적인 지경에 이르렀다. 심심풀이 오락이 아닌 일확천금을 꿈꾸는 한탕주의가 경기침체와 정치권 정쟁 등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를 타고 급속히 확산, 가정파탄은 물론 폭력·살인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적발된 도박사범은 5만2천400명으로 IMF체제 이전인 1997년의 3만2천600여건보다 60.4%나 늘었다.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도박장소도 점점 은밀한 장소로 옮겨지고 사행심리를 바탕으로한 도박은 사이버 공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사이버 고스톱과 바둑 등 시간때우기용도 있지만 포커·블랙잭·룰렛 등의 카지노 게임이나 회전판돌리기·슬롯머신 등 사이버 도박은 신용카드를 이용해 돈을 정산, 외화유출이라는 부작용까지 양산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등장한 성인용 카지노 오락기를 흉내낸 어린이용 게임기는 이 나라의 장래마저 어둡게 하는 현상이다. 초등학생들이 특히 좋아하는 어린이용 게임기는 ‘카드따기’‘메달 따기’등 단순한 놀이 수준을 넘어선 도박성이어서 문제가 심각하다. 이러한 오락기들에 중독된 어린이들은 한달 용돈 수 만원을 단 수십분만에 날린다. 문제는 기계에서 쏟아지듯 나온 동그란 메달이 카지노의 칩처럼 교환된다는 점이다. 칩 한개에 50원으로 환산돼 문구점에서 파는 문구용품 또는 과자 등과 교환되기도 하고 직접 돈으로 교환해 주기도 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대박’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사행심을 부추기고 있는 이들 오락기는 수십개의 무허가 제조업체에 의해 만들어져 전국에서 2천여대가 성업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어린이들의 사행심을 조장하고 정서를 해치는 불법오락기가 초등학교 앞에 버젓이 판을 치고 있는데도 교육청과 학교는 뒷짐만 지고 방관하고 있다. 카드나 칩을 이용한 어린이용 도박성 게임기는 명백한 불법이다. 어린이들의 마음까지 멍들게하는 도박성 게임기는 경찰의 강력한 단속이 요구되는 또 하나의 추악한 사회상이다. /淸河

토론문화

“몽리면적이 뭐야?” “부장이 그런 것도 모르고 형편 없구먼!”“부장도 모르는 것은 모르지…임마!”아주 오래전 서울신문사 제2사회부에서 있었던 촌극이다. 스포츠기자로만 일하던 유홍락차장이 초임부장으로 제2사회부에 부임했으니 몽리면적이 뭣인지 모르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제2사회부 일을 차츰 익히면서 명부장 소릴 듣은 그가 나중에 스포츠서울 편집국장을 할 때였다. 부장에게 조크를 먹였던 정신모기자가 경제부로 옮겨 명성을 떨치더니 부장이 되고나서 얼마안돼 우연찮게 점심식사 자리를 같이하게 됐다. “야! 정부장, 네가 끝발 내는것 보니까 경제부 일도 별게 아닌것 같다야…”유국장의 농담에 좌중은 폭소가 터졌다. 얼마전 당정의 보험재정 안정대책에 반발, 민주당 제3정책조정위원장직을 사퇴한 김성순의원과 김원길 복지부장관이 국회에서 설전을 벌였다. ▲김의원:보험수가에 대한 연구가 계속중인데 동결방침은 성급하다. ▲김장관:동결하면 하는 것이다. ▲김의원:(의사가)허위 부당청구로 금고형 이상이 아닌 벌금형을 받으면 어떤가. ▲김장관:(면허가)박탈되지 않는다. ▲김의원:금고형 이상을 받은 전례가 없어 실효성이 없다. 이상은 신문에 보도된 설전의 일부를 간추린 내용이다. 김장관의 답변은 문제의 실체접근에 노력하기보단 정치 선배로서의 위세가 더 역연해 보인다. 서울신문 뿐만이 아니다. 신문사는 선후배간의 대화와 토론문화가 발달해 있다. 위세가 통하지 않으므로 저마다 공부를 열심히 하기 마련이다. 모르는것 묻는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는다. 이에비해 정치권은 다른것 같다. 토론문화는 이의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도 정치권의 토론문화는 윗사람에 대한 이의는 곧 불경으로 각인된 오만에 차있어 보인다. 모르는 것도 아는채 해야 행세하는 걸로 아는 것 같다. 대화가 이때문에 막혀 있는듯 하다. 대화가 막히긴 정부부처도 예외가 아니다. 김대중대통령이 ‘재난’이라고 지난 12일 언급한 가뭄국난에도 불구하고 유관부처가 대책회의를 가진것은 대통령의 언급이 있기 겨우 이틀 전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노총의 연대파업이 시작되기까지 관련부처는 대책회의 한번 갖지 않았다. /白山

하늘 탓?

처참한 가뭄으로 한반도 전역 농경지가 황무지로 변하고 있다. 대지만 타들어가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목도 마르다. 영국 BBC방송도 “한반도가 근 100년만의 가뭄으로 인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옛날에도 강줄기가 끊길 정도의 가뭄의 여러차례 있었다. 조선조 숙종 47년 속리산의 하류이자 달천의 상류로써 근원이 가장 멀어 큰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청천강물이 5리 가량이나 끊어졌으며 인조 42년에는 경상도 가뭄으로 낙동강 물줄기가 끊겼다. 인조 20년에는 경기 관내에 가뭄이 심해 하얀 벌레가 벼줄기를 갉아먹고 또 검은 벌레가 벼 싹을 거의다 먹었다. 가뭄으로 해충까지 발생한 것이다. 가뭄이 심해지자 왕과 조정에서는 명산대천을 찾아 기우제를 지낸 것은 물론이고 태종 5년에는 가뭄으로 인해 물을 허비하는 것을 금했다. 중종을 비롯한 많은 왕이 날씨가 가물다는 이유로 금주령을 내렸다. 태종·광해군·영조·정조 때는 가뭄을 걱정, 음식 가짓수를 줄이라고 명하기도 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문은 다른 자연재해에서도 그렇듯 왕과 신하들은 가뭄을 자신의 허물로 돌린 점이다. 태종과 세종이 그러했고 영조도 가뭄을 ‘모두 내 탓이오’라고 자신의 허물로 돌리고 “비가 내리지 않고 있는데 무슨 마음으로 약을 먹겠느냐 ”며 병중에도 탕약을 거절했다. 그런데 최근 청와대 인터넷 홈페이지 ‘열린 마당 ’에서 한 네티즌이 “대통령이 기우제를 지내는데 대해 특정종교가 반발할 수 있다면, 총리나 농림부장관이라도 기우제를 지낼 수 없겠느냐 ”고 제의했다.이에 대해 다른 네티즌이 “ 아무리 대통령제라지만 자연재해를 대통령1인에게 뒤집어 씌우는 건 짐승보다 못한 생각 ”이라고 응대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기우제를 지낸다고 비가 온다면 해보겠다. 그러나 그런 걸 하면 비과학적 대통령이란 얘기가 나올 것 같아 못한다 ”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민·관·군이 합심하여 밤낮없이 가뭄극복에 피땀,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때 ‘내 부덕의 소치 ’인 것 같다고 언급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쉽다. / 淸河

항공대란

노동의 개념이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를 가리지 않고 있다. 노동과 근로의 어의 또한 사실상 동의어로 쓰인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했다. 노동조합법은 근로자의 정의를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 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고 했다. 법의 이름은 노동조합법이면서 조합원의 주체조항은 노동자로 하지 않고 근로자라고 명문화 했다. 농경시대의 개념으로는 농업 이외의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블루칼라 직업인을 노동자로 여겼다. 정신노동에 종사하는 화이트칼라 직업인은 사무원이라고 했다. 그러나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사회로 치닫는 지금은 노동의 심신분야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가 노동자다. 근로자라는 것은 노동자를 좀더 듣기좋게 표현하는것 뿐이다. 일하는 대가로 보수를 받아 생활하는 사람은 노동자고 보수를 주고 사람을 부리는 사람은 사용자인 것이다. 다만 사용자의 정의는 ‘사업주 외에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포함하므로 이런 의미에서 임원은 보수를 받는 월급쟁이긴 하지만 사용자에 해당한다.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보수가 점점 고액화하는 추세다. 웬만한 사용자보다 실질소득이 더 높을 수가 있다. 연봉이 평균 1억원대인 민항기 조종사 역시 이에 속한다. 서민들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높은 연봉이다. 조종사들이 연장수당, 야간수당, 휴일수당의 인상 및 추가지급 등 12개항목을 요구하며 파업했다. 물론 그들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을 것이다. 외국인 조종사에 비해선 보수가 낮을 수 있고 또 고급 직종인 조종사가 되기까진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고급직종이므로 파업이 능사일 수는 없다. 예컨대 의사나 변호사 또한 결코 조종사 못지 않은 고급직종이지만 사회공익에 반하는 파업이 용인될 수는 없는 것이다. 자신들 나름대로의 권리 주장도 좋지만 사회정서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원만한 노사타협으로 항공대란이 조속히 수습돼야 하는 것이다. /白山

명당도 DJP공조?

풍수지리 신안계물형설 연구소 원장 박민찬씨는 지관의 대가다. 지관이면서 화장을 적극 권장한다. 경기도를 비롯한 도내 관련단체의 초청특강이나 텔레비전 방송대담, 심지어 저서에서까지 화장을 권하고 있다. 국토가 한정되어 묘역이 제한된 실정에서 더이상 마땅한 묘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매장은 잘못하면 화가 미치는 반면에 화장은 무해무득하므로 화장을 하는게 오히려 무난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또 명당이라고 해서 무조건 발복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매장시각, 방향, 깊이 등 묏자리가 지닌 자연조건에 순응하여 잘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방위가 조금만 틀려도 명당의 효험이 없다”는 얘기다. 복지부에 의하면 국내 묘지면적은 1천여㎢에 이르러 국토면적의 1%를 넘어섰다. 묘지는 연평균 20만기 가량이 늘어 2천61만여기다. 여기에 호화분묘까지 등장, 국토잠식을 가중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때문에 화장률이 23%인 것을 영국 67%, 일본의 97% 수준까지는 다 끌어올리지 못해도 화장을 적극 권장하는 등 지도층이 앞장서는 장례문화 개선을 모색하는 판이다. 김종필(DJ)자민련명예총재가 충남 부여군 외산면 반교리에 있는 부모의 묘를 예산군 신양면 하천리 산막산으로 지난 8일 이장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이장한 묘터는 왕기가 서린 명당이라는 것이다. 지난 1995년 11월 김대중씨도 야인시절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있는 부모의 묘를 용인에 숨겨진 명당자리를 찾아 이장했다. 천주교 신자인 DJ가 명당이란 것을 믿는지 안믿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리고 나서 2년뒤 치른 대선에서 당선됐다. 공교롭게 대선을 1년반 앞둔 시점에서 JP도 왕기서린 묏자리로 이장한 것은 DJ를 본받은 명당 DJP 공조인 것인지. 국민적 추앙을 받고 있는 드골 프랑스대통령은 유언으로 검소한 가족장 끝에 향리의 공동묘지에 묻혔다. 부모의 묘를 이장하든 말든 사생활에 관한 일을 뭐라고 말할수는 없다. 다만 정부의 장례문화 개선 정책이 이래가지고 어떻게 국민에게 제대로 파급될 수 있을는지 걱정이다. /白山

김치와 ‘기무치’

白山우리 여고생가운데 김치 담글줄 아는 학생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일본의 여자고등학교중엔 김치를 정규 교과 과목으로 가르치는 학교가 있는데 비해 국내에는 김치 교과를 둔 학교가 있다는 말을 아직 듣지 못했다. 지난해 7월 오사카 오카마치, 이즈미 등 두 여고가 공교육 기관에서는 처음으로 김치교실을 정규 과목으로 채택한 이후 확산되고 있다. 오사카에서 시작한 김치교실은 도쿄까지 퍼져 10여개 여자고등학교가 김치 수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 학교는 이론과 병행한 실습 등을 통해 배추 고르는 법에서 김치 담그는 법, 보관요령 등을 가르치는데 연간 40여차례의 교과 단원을 할애하고 있다. 배추김치, 무김치, 오이김치 등은 물론이고 김치를 이용한 볶음밥, 부침, 덮밥 만들기도 교육한다. 김치교과 채택은 김치를 세계적 식품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큰 역할을 한다는 농수산물유통공사의 건의를 문부성이 받아들여 파급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의 농수산물유통공사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때 자기나라 김치를 선수촌에 납품하려다가 우리 농협에 의해 제지당한 적이 있다. 또 무슨 세계식품기구에 ‘기무치’(일본식 발음)를 일본 식품인 것처럼 보고를 시도한 적도 있다. 이같은 좌절에도 꺾이지 않고 여전히 김치 개발에 힘쓰고 있는 것이 오늘의 일본이다. 일제땐 ‘조센징(조선인)에겐 기무치(김치) 냄새가 난다’며 싫어해대던 사람들이 해방후 재일 동포들을 통해 뒤늦게 맛들이기 시작한 이래 이젠 아예 자기네들 고유의 음식인 것처럼 행세하기에 이르렀다. 이러다가는 김치종주국의 위치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어머니로부터 전래의 장맛, 김치맛 솜씨의 전수를 거부한 많은 신세대 주부들은 김장김치마저 시중에 주문하는 형편이다.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여져 조리와 점점 멀어져가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상이다. 국내 여고에서 김치 교과를 정규 과목으로 가르친다면 어떻게 될까. 필수과목이 아닌 선택과목으로 하면 대입수능시험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우려는 학생이 별로 있을 것 같지 않다. 대학입시가 여기서도 문제다.

국회의원 정수 줄이기

현역 국회의원들이나 미래 국회의원 출마자들이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겠지만 다음 17대 국회에서는 국회의원 정수를 91명으로 줄여야 한다는 언론인 윤창중(尹昶重) 논객의 주장이 또 다시 널리 회자되고 있다. 현행 273명에서 3분의 1로 줄이자는 이 주장은, 일반 기업체도 인력을 3분의 1, 4분의 1로 구조조정하고 있는데 국회라고 해서 의원수를 줄이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강조한다. 사실 서울시 국회의원을 현행 45명에서 3분의 1인 15명으로, 경기도 국회의원을 현행 41명에서 14명, 인천광역시 국회의원을 11명에서 4명 정도로 줄인다고 해서 국정운영에 지장받을 리도 없다. 지금 정치인력이 부족해서 정치가 잘 풀리지 않는 것은 절대 아니다. 되레 잘낫다고 떠드는 입이 너무 많아서 혼란을 가중시킨다. 국회의원 지역구를 현행 227명에서 70명, 전국구(현행 46명)를 20여명 정도로 축소시키면 정치의 엄청난 소모성이 나라 전체에 걸쳐 줄어들게 된다.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면 의원 각자의 권력은 3배 이상으로 확대되니 이 얼마나 좋은가. 국민대표성이 더 늘어나기 때문에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견제력이 높아지고 책임감이 커져 공부하고 연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공천권을 유일무기로 꽉 쥐고 있는 당 총재가 막강해진 의원들을 거수기로 전락시키거나 대권경쟁의 들러리로 쉽게 내세울 수 없게 된다. 의정활동에 대한 국민 감시도 용이해져서 좋다.그러나 의원축소작업은 정치권에 맡기면 안된다. 국민·시민단체·언론 등 시민세력이 기존의 선거구를 3분의 1로 줄여 국회통과를 추진토록해야 한다. 수원시의 경우 3명의 국회의원을 1명으로 줄인다고 해서 어려울 것 하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역의원 3명 중 2명이 차기 공천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의원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다. 위법여부가 시끄러운 낙선운동을 따로 할 필요도 없다. 이런 운동을 시작하면 아마 이번 국회부터 확 달라질 것이다. 당리당략이나 개인의 영달을 위해 지역구 유권자들과는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당적을 옮기는 의원도 없어질 게 분명하다. 국회의원 정수 줄이자는 여론이 왜 형성하고 있는지 당사자들은 심각히 받아 들여야 한다. 방탄조끼 입고 국회에서 국민의 뜻과는 전혀 다른 싸움질이나 계속한다면 이런 여론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16대 국회의원들은 그 사실을 알아야 한다. /淸河

이혼 고아

淸河지난 한햇동안 33만쌍이 결혼하고 12만쌍이 이혼했다고 한다. 30년 사이 10배 이상 급증한 이혼건수다. 이는 자기 중심적인 사고와 독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이혼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매년 10만명 가량의 어린이가 본인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낯선 환경으로 내몰린다. 이러한 실태를 반영하듯 요즘 고아원에는 가난 고아, 미혼모 고아 대신 ‘이혼 고아’가 그 자리를 메워가고 있다. 서울시립아동상담소가 지난해 보호아동의 문제요인을 분석한 결과 부모의 이혼과 재혼, 별거 등으로 맡겨진 어린이가 전체의 36%를 차지했다. 반면 부모의 사망으로 인해 입소한 원래 고전적 의미의 고아는 2.5%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의 요보호 어린이가 전국에서 7천760명에 이르며 생활고 등으로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어린이는 16%에 달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정이 이렇게 해체되고 있는 첫째 원인은 계속되는 경제불황 탓이다.‘가장은 돈을 벌어야 제 역할을 다하는 것 ’이라는 고정관념으로 인해 돈 못 버는 가장은 스스로 위신이 추락했다고 느끼며 가정을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가정 살림이 어려우면 부부가 힘을 합쳐 ‘일’을 하여 가난을 극복해야 되는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가장과 주부가 서로 먼저 가출하려는 해괴한 풍조가 생겼다. 부부가 이혼하면 누가 가장 큰 피해를 받는가. 어린 자녀 아닌가. 부부는 설령, 마음이 잘 안 맞아도 ‘자식때문에’사는 가정이 많다. 각각 성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고 성장배경이 다른 남녀가 만나 한 평생을 살면서 어찌 의견충돌이 없겠는가. 부부싸움 안한 가정이 과연 있겠는가. 병 들어 죽으면서도 어린 자식의 앞날 걱정으로 눈을 못감는 부모들도 있는데 건강한 부부가 이혼하는 것은 자녀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다.자녀의 장래를 어둡게 만드는 것이다. 덕은 쌓는대로 높아지고 죄는 짓는대로 깊어진다고 했다. 그런데도 ‘내 인생은 나의 것, 자식보다 내 인생이 더 소중하다 ’는 부모가 있다면 할말은 없다. “결혼하기 전에는 두 눈을 뜨고 , 결혼한 뒤에는 한 눈을 감으라 ”는 말을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협박당하는 議員들

지방자치의원들과 국회의원들이 각종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이해 당사자들 또는 단체들로부터 온갖 협박을 받는다고 한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협박전화와 사이버테러, 시위와 함께 낙선운동을 공공연히 선포하며 엄포를 놓는 바람에 의원들 가족까지 불안에 빠진다는 것이다. 지방자치의원들의 경우 최근 알려진 사례는 과천시의회이다.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녹지를 보존하고 용적률 규제를 강화한다 ’는 내용의 조례를 통과시킨 후 과천시의회 의원들이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는 주민들로부터 갖은 협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과천시의회가 지난달 21일 중앙동 관악산 일대 12㎡의 녹지를 공원으로 고시해 훼손을 방지하고 3종 일반주거지역(5층 이상)의 용적률 상한선을 기존 400%에서 250%로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조례안을 시가 제출한 원안대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주민들이 “녹지를 공원으로 지정하면 개발이 불가능해져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게 되고 용적률이 250%가 되면 아파트 재건축시 가구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며 시의원들을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당사자 개인의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는 애로점은 물론 있다.그렇다고 시의원들 집에 “ 법은 가깝고 주먹은 멀다 ” “죽여버리겠다”는 등의 전화가 걸려 온다니 실로 난감한 일이다. 심지어 집앞까지 몰려온 주민들로부터 ‘죽여버리겠다’는 협박까지 당했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진료비를 허위·부당 청구한 의사에 대해 최장 10년까지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 의료법안을 발의하려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성수 의원 사무실 앞에서 서울 송파구의사회 의사들이 단체행동을 통해 ‘개정의료법안은 의사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악법 중의 악법 ’이라며 항의 시위를 계속하는 것이 그 사례 가운데 하나다. 특정지역 주민과 특정업의 이해득실과 관련된 정책을 수립,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사건건 항의시위와 협박행위가 나타난다면 지방의회나 국회나 다수를 위한 정책 수립, 시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없다. 100%가 찬성, 동의하는 공청회나 정책입안이 과연 있겠는가. 지금은 대다수의 공동이익을 위한 소수의 아량과 양보가 필요한 시대이다. 그러나 저러나 일하면서도 욕 먹는 의원들이 불쌍하다.

金聖順 의원

민주당 김성순 제3정책조정위원장이 지난 4일 당·정의 건강보험 재정대책에 반발, 당직사퇴서를 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의사들의 허위청구서는 철저히 막아야 하고 외국에서도 건강보험 대책을 세울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사항인데 제대로 안됐을뿐 아니라 담배에 특별세를 부과하는 것도 국민세금’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한다. 또 당·정의 건강보험 재정대책은 내년도 재정추계가 잘못돼있어 문제가 생길것 이라고 경고했다. 한마디로 모든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가장 안이한 방법을 택한데 대해 문제를 제기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상 자신이 더 할 일이 없다는게 사퇴 이유다. 김성순의원은 사회학박사 학위를 지닌 학구파 서울시 공무원 출신이다. 대인관계가 무척 원만하여 남의 말 듣기를 좋아하면서도 판단엔 소신을 갖는 합리주의자다. 1988년 무렵 서울시 공보관을 지냈다. 날마다 50여명의 출입기자를 상대해야 하는 힘든 자리다. 처세의 기교라고는 조금도 부릴줄 모르는 그가 기자실의 호평을 받은 명공보관이었던 것은 순박한 인품 때문이었다. 자신의 직책에 비추어 불리한 것도 주저없이 시인, 거짖말 할줄 모르는 공보관으로 각인돼 신뢰를 받았다. 청내에서도 잘못된 일은 직언하고 확신을 갖는 일엔 상대를 설득시키는 집념의 추진력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송파구의 민선구청장이 되어 역시 그다운 참신한 면모로 명성을 떨치더니 지난해 4·13 총선때 송파구에서 출마해 당선, 정계에 진출했다. 초선 의원인데도 당이 제3정책조정위원장의 당직을 맡긴 것은 돈후한 인품과 깊은 학식, 풍부한 경륜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재를 제대로 알아본 것은 다행이나 인재를 제대로 쓸줄 모르는 것은 불행이다. 당직사퇴쯤은 김성순의원의 성품으로 보아 능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우려되는 것은 당·정의 안이한 건강보험 재정대책이다. 국민 부담을 잔뜩 가중시키고도 조만간 재정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많다. 한 해도 못가 미봉책이 또 한차례 터져 치도곤을 치르기 전에 어렵더라도 근원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白山

경기도장애인 인권위원회

어제 수원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불우장애노인 100쌍을 초청한 가운데 가진 합동회갑연은 시종 인정의 훈기가 감돌았다. 부대행사 역시 풍성했다. 김광자 수원대교수의 고전무용에 이어 칸텔레나 싱어즈 등이 출연한 연예인 초청공연이 있었다. 선물 또한 푸짐했다. 경기농협, 수원시교육청과 행사임원 등이 각종 옷가지 1천여점을 기증했다. 이무광 수원시부시장, 김용서 수원시의회의장 등 많은 내빈들이 참석해 축하했다. 행사는 경기도장애인 인권위원회(회장 연창흠)가 베풀었다. 장애인 인권신장을 위해 지난 3월 13일자로 경기도에 등록, 출범한지 얼마 안되는 이색 민간 사회단체다. 첫 행사로 가장 소외되고 있는 불우장애노인들의 합동회갑연을 가진것도 특이하다. 연창흠회장은 인사말에서 “장애인 상당수가 생활고 때문에 일생에 단 한번뿐인 회갑연을 갖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불우 장애인들에게 다소나마 생활의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행사는 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기에 충분하다. 장애인복지는 순간의 관심보다 더불어 사는 평생의 직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본질이긴 하다. 그러나 이미 자활의 능력을 갖기 어려운 불우장애 노인들에게는 순간의 관심이나마 마음의 보약이다. 선진사회는 궁극적으로 사회복지가 잘된 사회를 말하며, 복지사회 척도는 장애인, 특히 불우장애 노인들에 대한 관심도가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사회복지 정책은 이 수준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사회의 따뜻한 관심이 절실한 이유는 이때문이다. 살기가 점점 힘들다 보니 더욱 삭막해진다.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으면 친구도 소원해지는 세태가 돼간다. 이런가운데 아무도 돌보지 않은 소외계층을 보듬는 독지가들이 있다는 것은 한줄기 빛이다. 연이나 메마른 세태에도 신선한 인정의 샘은 있다. 경기도장애인인권위원회는 불우장애노인 합동회갑연을 해마다 지속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을 앞장서 맡는 뜻깊은 마음이 무척 돋보인다. /白山

학도호국단

한국전쟁시 학도병이 최초로 참전한 곳은 1950년 6월28일 한강방어선이다. 이틀뒤인 6월30일엔 수원에서 5백여명이 지원, 비상학도대가 결성됐다. 서울 및 인천을 포함한 경기도 일원의 재학생들이었다. 이후 전국의 중학생(그땐 고등학교가 없는 5년제) 상급학년 가운데 많은 수가 학도병으로 출전했다. 미처 군복으로 갈아 입지못한 채 교복을 입고 참전, 장렬히 산화한 학생이 부지기수였다. 육탄 돌격으로 인민군의 탱크를 폭파하고 함께 전사한 학생도 많았다. 가장 많이 희생된 작전은 포항전투로 시산혈해를 이루었다. 학도병은 북한의 원산등지까지 북진했다가 1951년 3월 이승만대통령의 복교령으로 해산돼 학원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불행히도 전사해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 학생들은 군번이 없는 이유로 유족들은 지금껏 연금 혜택마저 받지 못하고 있다. 포항등 격전지에 위령탑을 세우거나 학교에 따라 명예졸업장을 추서하는 것으로 그쳤다. 학도호국단이란게 있다. 1951년8월24일 중학교 이상의 학생으로 발족, 1960년5월에 폐지됐다가 1975년 고등학교에 한해 부활됐다. 학생의 자치능력 배양과 사회봉사 및 애국정신 함양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실제로 학도호국단을 운영하는 고등학교는 전국 어디에도 없다. 다만 국무총리실 산하 비상계획위원회가 전시에 대비해 서류상으로 편성, 도상 훈련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교원단체 일각에서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다. “비록 서류상이라 해도 본인 모르게 동원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것이 세월이다. 50여년이 지나는 동안 학도호국단의 도상훈련에 ‘인권침해’를 말할 만큼 전쟁의 참화가 망각됐으니. 인간을 비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전쟁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전방은 전방대로 후방은 후방대로 생사의 갈림길뿐 인권따윈 한가한 잡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토록 무서운 전쟁을 막음으로써 인권을 지키는 길은 힘을 기르는 길밖에 없다. ‘유비무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평화는 스스로 지켜야지 누가 평화를 지켜주는 것이 아니다. 만약에 불행히도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51년 전처럼 학도병 지원이 밀물처럼 일 것인지, 가상조차 하기싫은 전쟁이지만. /白山

교통 파파라치

淸河교통법규 위반현장을 촬영, 1건당 3천원의 보상금을 받는 신고포상금제도가 지난 3월 10일 실시된 이후 경기도의 경우 18만9천여건, 전국적으로는 72만3천300여건에 21억7천여만원이 지급됐다고 한다. 대구에 사는 S씨의 경우는 1만105건을 신고, 두달새 3천만원이 넘는 보상금을 지급받아 전국 1위를 차지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이 신고포상금제가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보상금을 노리는 교통법규 위반차량 사진촬영 전문꾼인 일명 ‘교통 파파라치 ’가 양산되는 등 매우 고약한 부작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찬반 논란이 거세졌다. 이른바 ‘물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 치열해졌는가 하면, 일부지역에서는 조직폭력배들이 개입, 전문 신고꾼들을 위협해 ‘자릿세’를 받거나 배타적으로 자리를 독차지한 채 ‘독점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경기침체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어렵게 된 대학생들이 전문 신고꾼으로 나서는가 하면 위반차량을 촬영한 뒤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운전자들로부터 돈을 갈취하는 신종 공갈범죄까지 등장했다. 특히 2차선 이상의 넓은 도로가 많고 교통정체가 심한 지역이나 중앙선 침범이 비교적 잦은 아파트단지 입구 등은 한 장소에서만 2∼3팀이 경합을 벌이는 등 목 좋은 곳의 ‘영역다툼’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시간당 1천500원 정도의 커피숍 등의 아르바이트에 비해 1건에 3천원씩하는 신고포상금제가 훨씬 좋다는 예찬론까지 나오는 지경이 되었다. 이러한 전문촬영꾼, 자릿세, 공갈 행위의 원인제공자는 교통환경 등 이유야 어떠하든 교통법규 위반 운전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신고포상금제 실시 초기의 이같은 과도기적 현상은 차차 사라질 것이라는 식의 경찰의 인식은 너무 안이하다. 교통위반 현장 적발 신고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수 없는 이유는 모든 운전자들이 교통법규를 준수한다면 교통 파파라치는 자연히 사라질 것 같기 때문이다. 운전자들의 이의제기와 집단민원이 늘어나자 도내의 상습위반구역에 사진촬영 전문꾼에 걸리지 말고 운전 잘 하라는 뜻의 ‘중앙선침범사진촬영신고장소 ’라는 플래카드를 설치한 경기경찰청의 아이디어가 어쨌든 미소를 짓게 한다.

야스쿠니神社

일본 도쿄의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는 1869년 메이지(明治)왕이 전몰자를 위해 만든 쇼콘샤(招魂社)가 전신이다. 1879년 야스쿠니신사로 명칭이 바뀌었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만주사변, 2차세계대전 등에서 숨진 2백46만6천여명의 군인 군속 위패가 있다.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등 2차대전 A급전범 14명의 위패도 이곳에 있다. 일본사람들은 히로히토(裕仁) 전 왕이 1945년8월15일 정오에 무조건 항복발표 한 날을 패전이라 않고 ‘종전기념일’이라고 부른다. 해마다 이날이 되면 신사경내 참배단 주변은 물론이고 1백여m의 진입로까지 발디딜 틈이 없을만큼 참배객들로 붐빈다. 신사밖엔 군가를 틀어대는 확성기 소리가 하루종일 요란하고 가미가제(神風), 인간어뢰 등 특공대를 찬양하는 각종 행사가 잇따른다. 옛 군복차림에 일장기를 앞세운 2차대전 노병들은 “댄노해이카 반사이”(천황폐하 만세)를 외쳐대기도 한다. 일본 각료와 의원들의 참배가 있었지만 개인자격이었다. 이때문에 “총리가 이웃나라 때문에 공식참배를 안한다니 그는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비난이 참배객들의 입에서 쏟아지곤 했다. 고이즈미(小泉) 일본 총리가 오는 8월15일 야스쿠니신사 공식참배를 공개적으로 밝혀 주목을 끈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희생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한국과 중국은 이를 외교문제로 삼지말라”고 지난 30일 참의원에서 말했다. 우리나라와 중국 당국은 이에 매우 우려하고 있으나 고이즈미가 전후 야스쿠니신사 공식 참배의 첫 총리가 될 것은 거의 확실하다. 일본은 2차대전 패전후 56년을 지나면서 이토록 달라졌다. 과거의 군국주의 문화에 향수를 갖는 풍조가 젊은층까지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 한국전쟁의 참상을 잊어가는 사람들이 적잖은 우리들과는 정반대의 현상이다. 저들은 이웃 나라와 선린관계를 말하면서도 일본 주도의 대동아 공영권(大東亞 共榮圈)을 부르짖던 과거로 철저히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1894년 청일전쟁, 1904년 노일전쟁, 1931년 만주사변, 1941년 12월8일의 2차세계대전 등 발단엔 공통점이 있다. 일본의 미국 하와이 해군기지 기습으로 2차세계대전이 시작했던 것처럼 청일전쟁, 노일전쟁, 만주사변 등도 일본군의 선제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됐다. 야스쿠니정신은 곧 허를 찌르는 ‘기습’이란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白山

군인 범죄

최근 잇따라 발생한 군인들의 범죄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범법자 당사자를 용서할 수 없다. 굳건한 국토방위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할 신성한 의무와 책임이 있는 현역 군장교들이 연약한 부녀자들을 상대로 살인· 강도· 납치·강간·폭력 행위를 자행하였으니 입이 열개라도 말 못할 것이다. 손모라는 육군 중위는 군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탈영해 여대생의 하숙방에 침입, 성폭행하고 현금과 신용카드를 빼앗은 것도 모자라 목까지 졸라 숨지게 하였다. 더구나 손 중위는 10여차례에 걸친 강간 등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15년을 선고받고 군 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허리 치료차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한 뒤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주한 파렴치범으로 밝혀져 더욱 놀라웁다. 군 환자 관리 상태가 허술함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이모 공군 대위와 그의 친구 박모씨 등은 채팅으로 알게된 20대 여자 두명을 훔친 차량으로 납치, 김포공항 인근 공터로 끌고가 강간한 뒤 현금을 빼앗았다고 한다. 이들은 최근 두달동안 10명의 부녀자를 강간하거나 폭행하고 2천여만원의 현금을 갈취한 혐의도 있다고 하니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병영생활을 했는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피해자들이 자신들을 신고하지 못하도록 범행 후 알몸 촬영을 하고 “신고하면 알몸을 인터넷에 공개하겠다”는 가증스러운 협박까지 했다. 지난해 사단장의 성추행 사건 이후 국방부가 군기강 확립 특별대책을 마련, 예하부대에 시달했는데도 이같은 사고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기강이 생명인 군의 질서가 무너지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모두가 이렇게 참담해 하고 있는 것은 작전을 지휘하고 휘하 사병들을 이끌어 나가야할 장교들이 부녀자를 살해, 강간하고서도 뉘우치는 기색을 전혀 안보인다는 점이다.비록 소수라고 하여도 이러한 사고가 걱정스러운 것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국토방위에 여념이 없는 대다수 국군 장병의 명예에 먹칠을 했기 때문이다. 군은 기강을 하루 빨리 다듬어 민간인들이 국군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수립,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 군인들은 모름지기 ‘군인의 길 ’을 잠시도 잊지 말고 내 가족을 위해, 국민을 위하여 국토방위에 전념해야 된다. /청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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