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는 1869년 메이지(明治)왕이 전몰자를 위해 만든 쇼콘샤(招魂社)가 전신이다. 1879년 야스쿠니신사로 명칭이 바뀌었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만주사변, 2차세계대전 등에서 숨진 2백46만6천여명의 군인 군속 위패가 있다.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등 2차대전 A급전범 14명의 위패도 이곳에 있다. 일본사람들은 히로히토(裕仁) 전 왕이 1945년8월15일 정오에 무조건 항복발표 한 날을 패전이라 않고 ‘종전기념일’이라고 부른다. 해마다 이날이 되면 신사경내 참배단 주변은 물론이고 1백여m의 진입로까지 발디딜 틈이 없을만큼 참배객들로 붐빈다. 신사밖엔 군가를 틀어대는 확성기 소리가 하루종일 요란하고 가미가제(神風), 인간어뢰 등 특공대를 찬양하는 각종 행사가 잇따른다. 옛 군복차림에 일장기를 앞세운 2차대전 노병들은 “댄노해이카 반사이”(천황폐하 만세)를 외쳐대기도 한다. 일본 각료와 의원들의 참배가 있었지만 개인자격이었다. 이때문에 “총리가 이웃나라 때문에 공식참배를 안한다니 그는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비난이 참배객들의 입에서 쏟아지곤 했다. 고이즈미(小泉) 일본 총리가 오는 8월15일 야스쿠니신사 공식참배를 공개적으로 밝혀 주목을 끈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희생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한국과 중국은 이를 외교문제로 삼지말라”고 지난 30일 참의원에서 말했다. 우리나라와 중국 당국은 이에 매우 우려하고 있으나 고이즈미가 전후 야스쿠니신사 공식 참배의 첫 총리가 될 것은 거의 확실하다. 일본은 2차대전 패전후 56년을 지나면서 이토록 달라졌다. 과거의 군국주의 문화에 향수를 갖는 풍조가 젊은층까지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 한국전쟁의 참상을 잊어가는 사람들이 적잖은 우리들과는 정반대의 현상이다. 저들은 이웃 나라와 선린관계를 말하면서도 일본 주도의 대동아 공영권(大東亞 共榮圈)을 부르짖던 과거로 철저히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1894년 청일전쟁, 1904년 노일전쟁, 1931년 만주사변, 1941년 12월8일의 2차세계대전 등 발단엔 공통점이 있다. 일본의 미국 하와이 해군기지 기습으로 2차세계대전이 시작했던 것처럼 청일전쟁, 노일전쟁, 만주사변 등도 일본군의 선제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됐다. 야스쿠니정신은 곧 허를 찌르는 ‘기습’이란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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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2001-06-0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