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洋服)이란 서양의 옷이라는 뜻이다. 양복을 입기 시작한 확실한 연대를 확인할 수는 없으나 서양문물을 도입한 1884년(고종21년)의 갑오경장 이후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니까 110여년은 된 셈이다. 그간의 양복 복식사 또한 많은 변천을 해왔다. 대충 개화기, 일제시대, 한국전쟁전후, 70년대를 중심으로한 고속성장시대, 기성복시대 등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양복의 유행 역시 시대에 따라 변화하였으며, 기성복시대 이전은 다 맞춤복이었다. 나사점(羅紗店)이라고도 불리운 양복점에 가서 천을 골라 체격을 재고 주문하는 것이어서 값이 비싸 양복 한벌 해입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나사(raxa)란 모직물이나 인조 견사 등을 섞어짠 양복감을 지칭한다. 지금도 나사점이 없지 않아 맞춤복을 해입는 사람이 있긴하나 대체로 기성복을 사입는다. 맞춤은 일일이 잔손이 들어가는 수공업 제품이기 때문에 비쌀 수 밖에 없고 가봉(假縫)을 거쳐 완성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린다. 이에비해 기성복은 대량생산의 기계제품이어서 값이 싸고 언제든 몸에 맞는 것을 골라 입을 수 있는 편리한 점이 있다.
기성복시대를 구가한 신사복 제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는 어느 신문보도가 있었다. 신사복 대신에 캐주얼 차림의 신사들이 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절있는 옷차림을 하거나 점잖은 모임에 참석하려면 정장의 양복을 입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긴 하다. 이런 상식속에서 고정관념을 잠식하는 탈(脫) 정장바람이 심상치 않아 양복제조업계에서 개성있는 캐릭터 정장 등 대체상품 개발에 고심한다는 것이다. K업체는 올 신사복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100억원이 줄어든 80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H백화점의 경우 올해들어 신사복 매출이 작년에 비해 약 15%가 감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이유를 벤처기업에서 일어난 자율복장 붐이 SK그룹을 비롯한 많은 대기업이 받아들여 자율복장을 날마다 하거나 주간에 며칠씩 하는 풍조때문으로 꼽고있다. 하지만 민간기업체 뿐만이 아니고 사회생활 가운데서도 탈 정장차림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도 시류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을는지, 기성복시대의 위협에 이어 장차는 또 어떤 변천이 있을 것인지 흥미롭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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