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 국토에 매장돼 있는 묘지가 2천만기에 이르러 앞으로 10년 후면 웬만한 땅은 모두 묘지로 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묘지대란을 막는 방안은 장묘문화를 매장에서 화장으로 바꾸는 것 외는 대안이 없다. 그래도 몇년 전부터 매장에서 화장으로 장묘문화가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 것은 큰 수해로 공동묘지와 가족묘 등이 유실되면서 부터다. 여기에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화장과 화장서약 등이 장묘문화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크게 변화시켰다고 한다.예컨대 수원 출신인 故 최종현 SK그룹 회장의 화장과 고 건 서울시장의 화장서약 등이다. 그런데 예전에는 화장을 하면 고인의 유해를 강이나 산, 호수, 바다 등지에 모셨으나 지금은 납골당에 안치하고 싶어하는 유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제2 추모의 집’으로 불리는 납골당에 모시고 산소를 성묘하듯 자주 찾아뵙기를 희망하는 것이다.그러나 문제가 있다. 화장과 납골당을 이용하는 사례가 확산되는 반면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 확장이 너무 어려운 점이다. ‘혐오시설’을 내 고장에 들여 놓을 수 없다’는 지역주민들의 님비(NIMBY)현상 탓이다. 후손에게 금수강산이 아니라 묘지강산을 물려줘야 할 판이라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파주시 용미리에 있는 납골당인 ‘제2 추모의 집’의 경우 혐오시설이라는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다. 울창한 나무와 깨끗한 시설이 마치 외국의 유명공원을 연상케 한다. 중앙통제시스템으로 작동되는 시설과 유족·추모객들이 마음의 상처를 달랠 수 있는 휴식공간 등이 예술공연장 같은 느낌을 준다. 앞으로는 내 고장에 화장장·납골당이 들어선다 하여도 반대만을 할 일이 아니다. 어느 때고 내가 죽은 뒤 매장을 하건 화장을 하건 안치될 곳 없어 혼령이 떠돌아 다닐런지 누가 아는가. 상전벽해라고 했다. 선산이 변하여 아파트단지가 될런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고인이 생각나면 언제든지 찾아가서 영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납골당은 사회복지관처럼 하나의 공익시설로 이해돼야 한다.아울러 가족납골묘 등 다양한 장묘묘설을 개발해야 한다. 이제는 추석이나 명절 때 묘소처럼 납골당으로 꽃다발을 들고 찾아가는 모습이 점점 좋게 보인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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