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망언’

예루살렘의 원주민인 아랍사람들은 처음엔 기독교도의 성지순례를 방해하지 않았다. 분쟁이 생긴것은 11세기 터키가 이 지역을 점령, 기독교도의 순례를 탐탁하게 생각지 않은데서 비롯됐다. 이어 1096년 성지회복의 기치를 내세운 1차십자군을 시작으로 1291년까지 근 200년동안 8회에 걸친 십자군 원정이 있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1212년엔 소년소녀 십자군을 보냈으나 리스본을 떠난 이들의 배 두척이 지중해에서 풍랑을 만나 난파하고 간신히 이스라엘 해안에 도착한 다섯척의 배 십자군 소년소녀들은 대부분 터키군에게 체포돼 이집트 등지에 노예로 팔려가기도 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동안 ‘십자군 전쟁’의 구설수에 휘말렸다. “테러를 응징하는 십자군전쟁”이라며 자신의 대 아프간전을 십자군전쟁에 비유했던 것이다. 이에대해 하필이면 ‘기독교 세력의 팽창주의와 식민지주의를 상징하는 십자군전쟁을 왜 아프간 공격에 비유하느냐’는 주변의 충고끝에 백악관의 사과성명과 함께 취소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그러나 “부시는 내키는대로 총질하는 서부시대 총잡이가 아닌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미국 언론의 따가운 질책을 면치 못했다. 부시가 서부시대의 망나니와 비슷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인듯 싶다. 수개월전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을 공식 방문한 공식 석상에서 부시는 남의 나라 원수를 가리켜 “이사람(this man)”이라고 하는 망발을 한 적이 있다.

하긴, 부시의 거친말, 말 실수는 전부터 유명하긴 하다. 이의 잘못을 직언한 참모들로 인해 근래엔 언어순화 의지를 표명하긴 했다. 그 자신부터 험한 말을 자제하면서 정치권의 언어 순하를 촉구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개꼬리는 역시 삼년을 묵혀도 황모가 되지 못한다’는 속담처럼 어쩔 수 없는 그 자신의 속성을 드러낸 것이 아프간전의 십자군전쟁 비유다. 인간이 오만하면, 더욱이 거느리는 자가 오만하면 적이 아니었던 사람도 적으로 만드는 오류를 범한다. 미국 대통령의 자질이 의심되는 부시의 재임기간이 무척 걱정스럽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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