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독일 감성을 곁들여…성명순 시인 시집 <하얀 비밀> 출간

▲ 하얀 비밀 지난해 번역 논란을 빚은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사례에서 보여지듯 다른 나라의 언어를 우리 말로 옮기는 건 어려운 작업이다. 단순히 문장을 매끄럽게 번역하는 걸 넘어서 그 안에 담긴 뉘앙스와 숨겨진 의미 등 행간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성명순 시인이 출간한 시집 하얀 비밀(해드림출판사 刊)은 우리말과 독일어가 고루 섞여 눈길을 모은다. 이번 시집은 목차와 시인의 말, 축사부터 50여 편의 시가 우리말에 독일어 번역을 곁들여 이색적인 형태를 보인다. 번역은 알브레히트 후베 전(前) 독일 본 대학 한국어번역학과 교수가 진행해 문학계마저 글로벌화 돼 가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 문학이 나아가고 모색할 방향을 제시한다. 더욱이 책 후반부 목차에 있는 번역에 대한 작은 비고: 언어의 신비-시의 신비에서는 후베 교수가 인간이 느끼는 감정과 그가 사용하는 언어는 긴밀히 연결돼 있다며 그런만큼 시가 지닌 고유성을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게 기존 의미를 줄이거나 확장할까봐 조심스러웠다라고 말한 대목에서는 그가 느낀 시 번역의 난점과 이를 극복하려 했던 노력이 담겨 있어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시집에는 총 6부 50여 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이 중 나무의 소리에서는 그리운 이의 접히지 않는 엽서에 써 볼~, 볼 때마다 듬직해 사랑하는 언어를 잉태하며~ 등의 구절을 통해 흡사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표현한 듯한 인상을 선사한다. 또, 나래 편 한글에서는 한글의 우수성과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예찬하고, 이 같은 예찬을 독일어로도 옮겨 색다른 느낌을 준다. 권대근 문학평론가는 이번 시집은 독일어를 통해 글로벌화 돼 가는 문학계의 현실을 반영함은 물론 자연을 시적 등가물로 생각하고 노래해 의미가 깊다라고 평했다. 값 1만5천 원 권오탁기자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 <경기도 근현대 생활문화> 발간

경기도의 근현대 문화유산을 담은 경기도 근현대 생활문화Ⅰ, Ⅱ, Ⅲ이 발간됐다.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가 경기그레이트 북스18~20책으로 펴낸 이 책은 경기도에 남아있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 그 가치를 발굴하고 조명했다. 개항기부터 한 세대 전까지 경기도와 관련이 있었던 인물이나 특정 공간의 역사를 취재, 발굴해내고 관련 자료까지 망라해서 쉽고 글맛 나는 문체로 풀어냈다. 거창한 유적이 아니라 경기도민의 근현대 생활과 관련 있는 건물이나 장소, 인물 등을 발굴해 새롭게 의미를 부여했다. 생활사와 관련된 문화유산도 보존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기문화재단은 사라져가는 근대의 자취를 발굴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2009년부터 2010년 11월까지 2년에 걸쳐 경기도 31개 시군에 남아있는 100여 곳의 근현대 문화유산을 전문가(양훈도)에게 의뢰해 취재, 기록토록 했다. 이번에 발간한 책은 전체 조사 보고서 가운데 108건을 사진과 함께 3권의 책자로 묶었다. 소개된 생활문화공간은 청평유원지와 대성리 유원지, 가평 청평수력발전소, 고양 강매동 석교, 고양고등학교 옛 강당, 신도제일교회 돌 예배당, 한국항공대학교 활주로와 격납고, 행주성당, 구세군 과천양로원, 남태령 옛길, 가학광산(시흥광산), 광명 설월마을, 광동 재건학교, 분원리의 삶, 신대리교회 교육기념관, 노은 김규식 장군 집터, 구리 교문동 망우리 근현대인물 묘역, 금성종묘사, 오산교회, 은계동 미군호텔, 죽미령전투 기념비, 풍농 공장 등이다. 이 책은 언론인 출신인 양훈도씨(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가 현장을 직접 답사해 인터뷰한 내용과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했다. 책은 경기도사이버도서관의 경기도메모리에서 원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다음 달부터 인터넷 서점에서 살 수 있다. 값 1만8천 원 정자연 기자

[인터뷰] “일제와 끝까지 싸운 청년에 바치는 작은 공양”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소개한다면. 일제 강점기를 온몸으로 맞서며 사람을 사랑한 젊은 지식인의 이야기다. 당시 우리 집안에 서울로 유학 간 청년(내겐 집안 어른)이 있었는데 그분을 모티브로 해 현성이란 인물이 탄생했다. 이 소설은 실존했던 그분의 삶의 재구성한 것이다. 그분은 당시 조선 청년이라면 당연히 했을 일제저항운동을 했다. 비밀결사를 조직해 항거하다 잡혀서 고문을 받았고 끝내 폐인이 되고 말았다. 그토록 바라던 조국 광복의 기쁨을 제대로 누릴 수 없었다. 밝은 세상 한번 못보고 세상을 떠난 그를 기리며 쓴 작품이다. 1915는 현성이 태어난 해이다. ■집필에 4년이 걸렸다. 어려움은 없었나? 당연히 힘들었다. 그를 이해하려면 강점기 지하 항일운동에 대한 공부가 필수였다. 20세기 초반 전 세계 젊은이들에겐 사회주의가 유행처럼 번졌고 국내 젊은이들도 접해 독립운동으로 연결했다. 앞날이 보장된 엘리트 청년들이 독립운동과 사회주의를 왜 선택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집필하면서 괜한 고생을 사서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만둘 순 없었다. 고통을 즐기면서 끝까지 써내려갔다. 초고는 900쪽이 넘었고 수차례 탈고를 거쳐 500여 쪽으로 줄였다. ■집안 이야기라면 오히려 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일제강점, 한국전쟁, 이념 갈등 등 굵직한 한국 현대사의 고통을 실제로 집안사람들이 겪었다. 나는 그걸 보고 들었다. 그 와중에 차별, 갈등, 모멸 같은 입에 담기도 어려운 일들을 체험했다. 이런 이야기를 남에게 맡기고 싶지 않았다. 부족한 스스로 채우고 치열하게 노력했다. ■무엇에 중점을 두고 소설을 썼나? 재밌는 서사로 꾸며갔다. 이야기만 보면 어둡고 무겁다. 전도유망한 젊은 청년이 고문을 받아 반신불수가 돼 세상을 떠난 이야기가 어떻게 재밌을 수 있겠나. 평생을 항일 투쟁만 하며 그게 전부인 줄 알던 사람들이다. 그분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싶어 연애에 중점을 뒀다. 소설의 하이라이트는 찬란했던 시절 그들의 연애 이야기다. 일제 강점기, 지하 조직으로 끝까지 싸우다 사라져 간 우리의 선조, 백성, 애국자 그들의 영전에 작은 공양이 됐으면 한다. ■책 속에 있는 현성의 흑백사진이 인상적이다. 누구인가. 현성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이다. 정확히 밝히기는 어렵다. (책을 덮고 다시 사진을 보며 감동한다는 독자들이 있다.) 그들의 치열하고 순수했던 삶 그 자체가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 것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을 통해 현성의 순수한 열정과 꿈이 독자들에게 남기를 바란다. ■독자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나? 분열과 갈등으로 점철된 이념 논쟁에 새로운 화해의 길을 제시하고자 했던 소설, 그리고 독서광들에게 오래 사랑받는 소설로 남고 싶다. 또, 선대의 삶을 이분법적으로 보지 말았으면 한다. 제대로 받아들이고 교육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민현배기자

전쟁이 일상화 된 시대를 말한다 <푸른 옷을 입은 소녀>

19세기 중후반 발칸 반도는 세계의 화약고라고 불렸다. 제국주의에 편승한 강대국들의 영토 전쟁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난 지역으로 이 같은 세계의 화약고는 시간이 지나면서 장소를 옮겨갔다. 그렇다면 2020년대를 사는 현대에서 세계의 화약고는 어디일까? 아마도 중동이 유력한 후보지일 것이다. 미군의 시리아 철수로 심화된 터키ㆍ쿠르드 분쟁, 이란 군부의 실세 솔레이마니 살해로 세계 정세가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복잡미묘한 중동의 갈등과 서방 세계의 관계가 왜 현재까지 이르렀는지를 고찰하는 소설 푸른 옷을 입은 소녀(구픽 刊)가 출간됐다. 이 소설은 허구의 인물들이 실제 역사를 살아가는 과정과 묘사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지난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 주둔 미군 알우드 홉스와 타임즈 기자 토마스 벤턴이 우연한 만남을 통해 시달리게 된 전쟁 트라우마를 시작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당시 벤턴은 미군 부대 밖 마을로 취재를 나가게 되고 홉스는 곧 공습이 시작된다는 말을 듣고 벤턴을 데리러 부대 밖으로 나온 상황에서 한 소녀가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한다. 이로 인해 홉스는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게 되며 벤턴은 모든게 자신의 책임 같다는 생각에 전쟁터를 떠나게 된다. 이들은 22년 후에도 끝나지 않은 중동 전쟁인 시리아 내전에서 다시 마주하게 된다. 자신들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한 소녀가 난민 뉴스에 출연한 걸 보고 막연하게 전장으로 떠난 가운데 지속적인 활동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딜레마에 빠진 NGO 활동가 마르타 스트롬과 함께 새로운 시각으로 전쟁을 바라보고 스스로를 구원하는 과정을 그렸다. 저자인 데릭 B. 밀러는 에드먼드 월쉬 외교대와 제네바 국제연구대학원에서 국가안보와 국제관계 분야 박사 학위를 받고 2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은 UN 군축연구소, 노르웨이 국제문제연구소, 국제문제 정책연구소에서 일해온 인물로 지난 1991년 걸프전 당시 이스라엘에서 공부하던 중 약 40일 동안 이어진 이라크의 미사일 공격을 실제로 목격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 신간은 종전 메시지를 낭만주의적 포장이 아닌 중동의 지속적인 비극을 조명하며 진정한 관심을 촉구하는 형태로 전달한다. 아울러 은유적인 희생자인 푸른 옷을 입은 소녀를 통해 보여 주는 어린 난민들의 절박한 위치와 서방 세계의 수동성을 동시에 들춰내며 불편하면서도 희망을 촉구하는 시선을 선사한다. 이 작품은 지난 2017년 골드 대거 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그해 MEOC(중동원조회의) 도서 상을 수상하며 셀프 어웨어니스 선정 최고의 책의 영예를 안았다. 값 1만4천800원 권오탁기자

[이 주의 신간소개] 황제의 세계사 外

황제의 세계사 /조지 무쇼 著 /생각의길 刊 이번 신간에는 고대 바빌론 제1왕조부터 근대 제정 러시아를 아우르는 30인의 황제가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이집트의 람세스 2세 이야기에서는 기원전 13세기를 살았던 그가 미라가 돼 기원후 20세기에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 파리로 떠난 사례를 담았다.수복 작업을 받기 위해서인데 이집트 정부는 람세스 2세의 미라가 화물이 아닌 여객으로 대우받도록 직업 칸에 파라오라고 기재된 여권을 발행했으며 파리 공항에서도 프랑스 대통령의 의장대가 람세스 2세의 미라를 예우에 맞게 영접해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도 각 챕터별로 옛 로마 제국의 영광을 바란 불면의 일벌레 유스티니아누스 대제, 싸우지 않고 기발하게 영토를 따먹은 헨리 2세, 지구에서 가장 넓은 땅을 가진 부동산 부자 쿠빌라이 칸, 인류 역사상 최고의 사무직 황제 펠리페 2세, 최고로 무능했던 최고의 교양인 니콜라이 2세 등 그들의 업적이나 별명, 특징을 흥미진진하게 요약한 한 줄 문장으로 이야기를 연다. 값 1만6천원 작은 것들의 신 /아룬다티 로이 著 /문학동네 刊 1997년 데뷔와 동시에 부커상을 수상한 걸작이 다시 한번 대중 앞에 선다. 1969년 인도 케랄라 아예메넴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단 하루 만에 모든 것이 바뀐 한 가족의 비극을 섬세하게 다룬다.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축을 오가는 초반에서 정신적으로 이어져 서로의 기억을 공유하는 이란성 쌍둥이 에스타와 라헬의 탄생, 영국에서 놀러왔다가 사고로 익사한 외사촌 소피 몰의 장례식, 경찰서에 갇힌 벨루타, 그를 구하고자 진실을 밝히려는 암무 등 앞으로 전개될 주요 사건 등이 이어진다. 이 같은 사건에는 카스트 제도에 짓밟힌 이들의 사랑을 담아 더욱 눈길을 모은다. 값 1만6천500원 아이 가져서 죄송합니다 / 김노향 著 /루아크 刊 저자는 사회의 보이지 않는 아이 혐오, 아이 낳아 키우는 게 때로는 죄송한 일이 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여러 제도와 분위기 속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직장에 다닌다. 오랫동안 쌓은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다시 일을 시작했지만 아이 권하는 사회에서 직장맘으로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매번 깨닫는다. 지은이는 그 과정에서 느낀 여러 감정과 고민을 이 책에 진솔하게 풀어놓는다. 책은 한국 사회가 아이 가져도 죄송하지 않은 사회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지 진지하게 묻는다. 값 1만3천500원

정규성 전 기자협회 회장, 4년 임기 되돌아 본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정규성 전 한국기자협회장(45~46대)이 4년간의 활동을 돌아보며 책을 통해 소회를 털어놨다. 지난 2014년부터 4년간 한국기자협회를 이끌어온 전 회장은 임기 내내 마음 편한 날이 몇 날이 있었을까, 손꼽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회원 수 1만여 명의 협회를 이끌어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각종 민원성 전화, 회원 간 갈등과 이견 있는 정책에서 내부 이견 조율 등 어려움이 뒤따랐다. 하지만, 그는 저널리스트라는 공동의식을 갖고 서로 존중하고 아껴줘야 한다는 다짐을 내부에 확고히 심고 실천했다. 책 제목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는 그가 회원을 만나면 하는 첫 마디이기도 하다. 책은 기자협회 회장으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었던 그의 활동 사항과 아쉬움 등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회비 투명 공개, 인사추천위원회 설립, 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언론자유특별위원회 신설 등 회장 중심이 아닌 협회 중심을 만들기 위한 그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또 청탁금지법, 해직기자 복직 문제, 공영방송 정상화, 기자협회 주최 대선후보 합동토론회 등 회장으로 재직할 때 있었던 주요 현안들의 뒷이야기를 상세하게 담았다. 미디어강사 양성과정, 사랑나눔봉사단 발족, 주니어기자 베트남 교류 신설, 해외 기자들과 교류, 2017년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아시아 최초로 언론자유지수 발표 등 기자협회 활동의 다양한 얘기도 풀어냈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회원들 간의 의견, 협회 운영이 소용돌이에 휘몰아친 내막 등도 생생하게 담았다. 전ㆍ현직 기자가 쓴 내가 본 정규성이란 글도 함께 실렸다. 그는 1964년 8월 17일 군사정부의 독재에 맞서 탄생한 한국기자협회는 반세기를 넘어오면서 세월 속에 숱한 역경을 회원의 단합된 힘으로 이겨냈다며 앞으로 가야 할 100년, 200년을 위해 좀 더 잘했어야 했는데 라는 짙은 아쉬움과 회원에 대한 미안함이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라며 겸손한 인사를 마쳤다. 정자연기자

오늘날 대학의 문제를 고발하다, 고광률 <시일야방성대학>

오늘날 대학, 교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그동안 끊임없이 문제로 제기돼 온 대학 내의 기득권, 대립, 비리 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시일야방성대학(나무옆의자刊)이 출간됐다. 우리 현대사를 유기적 연결고리로 꿰뚫으면서 통시적으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은 오래된 뿔의 고광률 작가의 신작이다. 무대는 교육부에서 부실 판정을 받고 재정 지원이 제한될 위기에 처한 일광학원 산하 일광대학교다. 학생들은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급기야 총장실을 점거하는 사태에 이른다. 총장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관계자들을 불러들인다. 이어 고소, 고발전으로 이어지는 진흙탕 싸움이 벌어진다. 총장 자리를 둘러싼 오너 일가와 전임 총장 간 대립, 그 과정에서 폭로되는 재단 비리, 재단의 줄 세우기, 교수들의 자기 사람 심기 등 대학 사회 내부의 치부와 비열한 권력 다툼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고광률 작가는 스스로 30년 동안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고민하고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부분을 투사와 반투사의 장치로 책을 펴냈다. 소설에서 현 총장 모도일과 전 총장인 주시열, 직원 출신 비정년 교원 공민구를 중심으로 얽힌 이들의 미로와도 같은 이해관계도인 동시에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욕망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봤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이 소설을 통해 오늘날 대학의 문제가 무엇이고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등을 잘 들여다보길 바랄 뿐이라며 글을 많이 아는 지식인들이 그 신분과 지위를 이용하여 어떻게 사실을 뭉개고 진실과 정의를 어떻게 조리돌림 하는지, 그리고 그 책임을 어떻게 벗어나는지, 이 얕은 소설을 통해 깊이 들여다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밀도 높은 언어와 단단한 구성, 확고한 리얼리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권력 다툼과 특권 의식, 이권을 위해 양심과 인격과 자존심마저 남김없이 내던지는 교수라는 이름의 인간 군상이 보여 주는 진실을 위장한 거짓투성이 성채를 만날 수 있다. 값 1만4천원. 정자연 기자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박물관 '3.1 운동과 경기, 인천지역' 학술서 발간

경기문화재단과 인천문화재단, 한국역사학연구회가 『3ㆍ1운동과 경기, 인천지역』 연구서를 발간했다. 3개 기관은 지난해 3ㆍ1운동 100주년 기념을 맞이해 3ㆍ1운동과 경기ㆍ인천지역을 주제로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박물관 강당에서 학술회의를 공동으로 열었다. 이어 3ㆍ1운동에 대한 지역사 연구의 시급함을 인지하고 그간의 연구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에 발간된 연구서는 지난 학술회의 등에 대한 결실이다. 책은 도면회 교수의 3ㆍ1운동과 경기ㆍ인천지역에 대한 전체적 총론에 이어 1부에서는 경기ㆍ인천지역 만세시위의 추이와 일제 탄압과 관련된 4가지 주제를 다룬다. 김헌주 경기ㆍ인천지역 3ㆍ1운동의 배경 재검토, 최우석 경기ㆍ인천지역 만세시위의 확산 양상, 이양희 경기ㆍ인천지역 3ㆍ1운동 탄압 양상, 한성민 경기ㆍ인천지역 3ㆍ1운동 판결과 정치적 함의 등이 이어진다. 2부에서는 경기ㆍ인천지역 만세시위의 양상과 특징에 관해 지역별 연구가 담겨 있다. 이지원 개성의 3ㆍ1운동, 남기현 3ㆍ1운동기 인천지역 시위의 양상과 특징, 김정인 수원 만세시위의 양상과 특징, 허영란 안성군 3ㆍ1운동의 새로운 이해를 통해 지역별 시위 양상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경기도와 인천 지역의 3ㆍ1운동 전개 양상을 살펴본다. 특히 전국적인 대규모 항쟁이라는 거시적 관점보다는 지역 사회의 측면에서 새롭게 재조명한다. 이를 위해 경기와 인천, 개성과 수원 등 경기 각 지역의 항일 운동의 양상을 검토했다. 연구서 발간에 이어 3ㆍ1운동에 대한 미시적 접근들이 모여 전국 단위의 항일운동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재확인할 필요성도 도출됐다.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박물관 관계자는 임시정부 수립은 3ㆍ1운동의 결실이기도 한만큼, 학계의 연구가 활발하고 경기도박물관 역시 근현대사 연구에 관심을 두고 연구성과를 전시에 반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자연기자

가족과 역할에 대한 무대를 고민하다…<엄마의 책장> <서툰 가족> <나대지마라 슬픔아>

그 어느 집단보다 나와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대상의 첫 번째로 거론되는 명사는 가족이다. 가족의 모습은 다양하다. 누군가에게 가족은 든든한 울타리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때론 짐처럼 버거울 수도, 떼어내고 싶지만 떼어낼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서점가에서도 가족과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각각 다른 고민과 역할로 가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자신의 자아를 정립해가는 신간을 소개한다. 지난해 열린 제3회 경기 히든작가 당선작들이다. ■나대지 마라_슬픔아 아들아, 엄마 2년밖에 못 산대. 아들은 답한다. 엄마, 나 제대할 때까지 꼭 기다려. 저자가 입대를 앞둔 어느 날 엄마가 루게릭병을 진단받았다. 제대 후 저자는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소방관 시험을 치지만, 백지 답안지를 제출한다. 얼마 남지 않은 엄마 곁을 지키고 싶어서다. 책은 루게릭병 엄마를 8년간 돌보고, 그 엄마를 떠나보낸 전용호씨의 애틋한 마음을 다음 수필이다. 2년밖에 못산다던 엄마는 8년을 버티고 57세의 생을 마감했다. 20살부터 28살까지 매일 엄마를 간호한 아들에게 20대의 추억은 엄마뿐이다. 때론 도망치고 싶고, 때론 감사하고, 괴로워하고 주저앉을 때도 있지만, 결국은 가족의 힘으로 화해하고 사랑을 확인한다. 책은 저자의 이야기이자 그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서툰가족 결혼하면 당연히 아기가 생기는 줄 알았던 저자 김혜연은 병원에서 불임 진단을 받는다. 우연히 찾아간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유난히 눈이 가는 모찌를 만난다. 그리고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책은 입양 가족을 주제로 했다. 난임 부부가 겪는 절망과 아픔, 아기를 입양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기쁨과 심경, 험난한 과정을 가슴 저릿하게 써내려갔다. 글쓴이는 아이가 자랐을 때 우리 딸이 되어줘서 고맙다고 당당히 밝힐 예정이란다. 입양을 망설이는 난임 부부에게 입양에 대한 정보와 마음가짐, 수많은 난관을 지나는 현재를 알려주고, 입양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해준다. ■엄마의 책장 엄마라는 역할만큼 광범위한 일도 없다. 아이들은 엄마가 있으면 웃고, 없으면 운다. 매일 씻기고 먹이고 달래고 재우고, 그렇게 살림을 하고 부업으로 생활비를 보태며 가족을 지키다 훗날 어머님 은혜라는 칭송을 듣는다. 교육과정에도, 가르쳐 주는 학원도 없는데 그렇게 엄마들은 엄마가 되는 순간부터 역할과 책임을 짊어진다. 엄마의 책장은 아내와 엄마로 살아가는 저자가 독서를 통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의 기록이다. 책은 네 칸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책장은 아이를 키우면서 어린 나를 만나는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단란한 가족 안에 숨어 있던 아픈 가족사도 있다. 두 번째 책장은 아내로서의 이야기다. 세 번째 책장은 엄마로 사는 이야기다. 엄마의 모습은 밖의 세계와 완전히 다르다. 육아로 삶이 완전히 바뀌면서 아픔도 컸지만, 덕분에 진정한 나를 만난다. 네 번째 책장은 앞으로 되고 있은 나에 관한 이야기.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지친 엄마들에게 말한다. 엄마라는 이름이 버거운 당신, 여기 앉으세요. 정자연기자

[이 주의 신간소개] 뉴스 다이어트 外

뉴스 다이어트 /롤프 도벨리 著 / 갤리온 刊 우리는 뉴스로 둘러싸인 하루를 살고 있고 많은 이들이 뉴스 중독을 앓고 있다. TV나 신문과 같은 올드 미디어뿐만 아니라 실시간 검색어와 SNS 피드, 이메일 구독 서비스 등 뉴스의 형태는 더욱 다양해졌다. 하지만 우리가 뉴스에 쏟는 시간에 비해, 뉴스를 통해 얻는 정보가 삶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시대에 현대인에게 필요한 건 뉴스 다이어트라고 말한다. 이 책은 수많은 뉴스와 정보 더미 속에서 우리는 왜 더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없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뉴스와 매체의 진실을 짚어보고, 뉴스 중독으로 겪는 부작용과 폐해를 조목조목 설명한다. 그리고 교양인으로서 의무를 저버리는 것 같은 죄책감 때문에 뉴스 소비를 줄이지 못하는 독자들을 위해 맞춤형 뉴스 다이어트를 제공한다. 값 1만5천 원 크리미널 조선 / 박영규 著 /김영사 刊 살인, 강도, 위조, 방화, 미제사건 등 70가지 범죄로 조선사를 프로파일링한 책이 찾아왔다. 한 마을이 사라질 뻔한 살인사건, 권력층의 사건 은폐, 반역으로 비화된 위조사건 등 조선을 뒤흔든 범죄부터 치밀하고 정교했던 검시와 과학수사, 부조리한 법 앞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 쳤던 재판 과정까지. 지위 고하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인간 군상의 욕망이 뒤얽힌 범죄사건을 통해 500년 조선의 죄와 벌을 읽는다. 밀리언셀러 실록사가 박영규가 속속들이 밝힌 조선인의 본능과 민낯. 지금, 역사책에는 없는 날 것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값 1만5천 원 음악과 수학 / 프리드리히 키틀러 著 /매미 刊 근대화라는 이름 아래 급격하게 우리에게 들이닥쳤으며 세계화라는 이름과 함께 더욱더 곳곳에 스며든, 서구의 문화와 학문이란 무엇이며 또 그 시초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독일의 매체학자 고(故) 프리드리히 키틀러는 이번 신간 도서에서 유럽의 시원으로서의 고대 그리스를 생생하고도 새롭게 우리에게 펼쳐 보여준다. 그는 호메로스의 음악과 피타고라스학파의 수학부터 아테네의 소크라테스ㆍ플라톤ㆍ아리스토텔레스로 시작하는 정규 철학사와 인문학이 사유하기를 포기하는 수학을 근본적인 학문으로 내세울 뿐 아니라 시에서조차 사라져 버린 음악을 문화와 예술의 근원이라고 강조했다. 값 3만8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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