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류로 내면을 살피다…서호미술관, 최목운 작가 ‘의식의 무의식’展

미술은 작가의 사회적, 개인적 현실에 대한 형상적 결과물이다. 미적 형식의 창조를 통한 내적 진실과 세상을 연결하는 뚜렷한 소통의 작업이기도 하다. 남양주 서호미술관이 오는 14일까지 선보이는 최목운 작가의 ‘UNCONSCIOUSNESS OF CONSCIOUSNESS’전시에선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내면에 시시때때로 올라오는 다양한 감정과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느낄 수 있다. 최목운 작가는 물을 이용해 내면 깊은 곳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작업을 주로 한다. 물 표면의 파문을 형성해 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고, 물을 담은 원반을 움직여 마음 한곳을 집중할 수 있는 키네틱 작업으로 작품을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 최목운 작가는 물이라는 자연물을 이기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물과 마음을 연결 지어 물이 담기고 변화되는 현상에 집중했다. 작가의 작품을 자세히 보면 마치 멈춰있는 것 같은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작가는 ‘층류’라고 칭하며, 흐르고 있지만 멈춰있는 것은 더 나아가 ‘무위’의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도 전한다.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일을 이룬다는 역설적 의미다. 작품 ‘의식의 무의식’은 투명한 벽 형태의 오브제 안에 물이 작은 틈을 통해 마치 비처럼 벽을 타고 내려오는 물줄기가 어디로 뻗어 나갈지 모르는 현상을 드러냈다. 층류로 시작해 난류로 변화하는 현상을 유체역학과 같은 양상으로 표현했다. 미술관 관계자는 “작가는 이를 통해 층류 현상일 때의 모습을 의식의 영역, 예측 불가능한 난류 현상을 무의식의 영역으로 간주해 우리들에게 찾아오는 마음의 형태는 밖이 아닌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 이야기한다”며 “동시에 의식과 무의식을 작은 모터와 물로 엮어내어 작품으로 가시화하려는 시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18점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에서 작가는 물과 모터를 이용해 내면에 흐르는 다양한 마음의 형태를 투명한 벽을 통해 가시화 했다.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대상을 지그시 바라볼 때, 또 잠시 멈춰서서 요동치는 자신의 내면을 객관화 해 볼 필요성이 있다는 메시지가 전해진다. 내면의 회복과 평화를 기대함과 동시에 잠시 멈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을 엿볼 수 있다. 한편 북한강과 바로 맞닿은 안뜰을 가진 서호미술관은 자연에 관한 탐구와 실험을 통해 미술의 영역을 확장하고, 생태와 환경에 관심을 환기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서 시도를 해오고 있다. ‘UNCONSCIOUSNESS OF CONSCIOUSNESS’는 서호미술관의 ‘2024년 시도지원 사업 기획 초대전’으로 ‘형형색색’이라는 주제 아래 참여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경험하고, 작가 작업의 고유한 형색을 자유롭게 느낄 수 있도록 기획한 첫 번째 전시다.

경기아트센터, ‘장애인의 날’ 맞아 선보이는 연극 ‘내 모든 걸’

경기아트센터가 ‘장애인의 날’을 맞아 오는 19~20일 소극장에서 연극 ‘내 모든 걸’을 선보인다. 연극은 후천적인 장애로 서서히 청력을 상실하는 천재 지휘자 ‘건우’와 농아인 아버지를 모시며 세상을 씩씩하게 살아가는 수어 통역사 ‘이유’가 만나 장애로 단절된 세상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다. 이번 공연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오던 주인공 건우의 두 귀가 닫히는 과정을 통해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에게도 비장애인이 장애인이 돼가는 고통, 슬픔, 인정, 적응 등의 과정들을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또 누군가 세워둔 ‘평범함’과 ‘다름’의 기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다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출연 배우진이 직접 선보이는 수어와 지휘, 노래, 연주 등이 극의 몰입감을 높일 예정이다. 주인공 ‘건우’ 역에는 연극배우 석현이, ‘이유’ 역에는 연극배우 한이연이 출연하며, 그 외 연극배우 김서율·황영준·서태이·김중이 극의 서사를 함께 이끌어갈 예정이다. 시나리오는 2019년 연극 ‘뷰티풀라이프’로 대한민국 한류대상 순수문화대상을 수상하고, 연극 ‘뚜껑없는 열차’, ‘학도’, ‘연애 불변의 법칙’ 외 다수의 작품을 집필한 인기 작가 김원진이 맡았다. 경기아트센터 관계자는 “수어와 음악이 함께하는 이번 공연을 통해 몸이 불편한 관객들에게도 열린 문화예술 향유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불교미술 속 여성의 자리…용인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시리뷰]

불교에서 여성은 어떤 존재일까. 분명 불교는 만물이 부처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가르침을 전파하지만, 여성은 자질이 부족해 성불할 수 없는 존재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불교 사회와 불교 미술이 성행했던 시기, 수많은 여인들은 그 모순과 충돌 속에서도 불교를 지탱해왔다. 지난달 27일부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조망하는 대규모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은 그 흔적과 자취를 찾아나선다. 이번 전시는 한국, 중국, 일본의 불교미술 속 다양한 여성상을 만나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이면에 자리한 사회와의 관계, 그들 내면의 자기 인식과 고뇌까지 엿볼 수 있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전세계 27개 컬렉션에서 모은 불화, 불상 등 불교미술 작품 92건(한국 48건, 중국 19건, 일본 25건)이 한데 모였다. 리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국립중앙박물관 등 9개 소장처에서 가져온 국보 등 문화재 40건뿐 아니라 미국, 영국, 일본 주요 소장처에서 대여한 미술품과 문화재 52건도 전시됐다. 1부 ‘다시 나타나는 여성’에서 관람객들은 불교미술에서 여성이 어떤 형상과 모습으로 나타나 어떤 존재로 자리매김해왔는지 살펴볼 수 있다. ‘어머니’는 전근대기 동아시아 사회가 여성에게 기대했던 가장 큰 역할이었기에 어머니와 연관된 여성상이 눈에 주로 띈다. 석가모니의 어머니 마야부인이 위엄 있게 앉아 있는 ‘석가탄생도’가 그렇다. ‘이모육불도’ 역시 석가모니의 이모이자 양모인 ‘대애도(大愛道)’를 최초의 여성 출가자 대신 태자의 이모이자 양육자로 그려낸 작품이다. 동아시아 불교문화권에서 여성은 정념과 집착을 만들어내는 부정한 근원으로 비춰지며 작품 속에 소환되기도 했다. 일본 무로마치시대의 ‘구상시회권’이 대표 예시다. 이 불화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적나라한 시신으로 묘사하면서 신체를 대상화 했기 때문이다. 부처의 자비를 나타내는 관음보살의 형상은 시시각각 변해왔다. 이 가운데 관음보살이 여성처럼 묘사되고, 또 여성으로 인식되고 재현되는 과정 역시 전시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자비를 여성의 가치로 인식하던 중국 문화권에서는 아이를 안고 있는 관음보살을 그린 ‘송자관음보살도’와 같은 작품들이 만들어졌다. 전시장엔 부처와 불교도들을 지키는 수호신, 부처의 가르침을 받드는 신들의 모습도 여신으로 나타났던 사례들도 많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당시 교단과 사회가 여성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떤 가치로 엮어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2부 ‘여성의 행원(行願)’는 불교미술 속 여성들의 공헌을 조명하는 자리다. 공덕을 쌓고, 성불을 꿈꿨던 여성들은 불상과 불화를 만들면서 시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발원 기록을 남겼다. 공식적인 역사서나 문헌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꿈꿨던 내세에 대한 바람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장을 열어준다. 전시장 곳곳의 불상과 불화, 자수불화 등 미술품을 통해선 후원과 제작의 주체였던 여성들의 마음도 살필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이승혜 리움미술관 학예연구원은 “한·중·일에서 발전해온 불교미술을 젠더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최초의 대규모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여성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불교미술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여성의 공헌과 염원이라는 관점에서, 전통 미술 속에서 새로운 동시대적 의미를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6월16일까지.

미술계 흐름 한 눈에… 2024 화랑미술제, 눈 여겨 볼 점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대규모 미술 장터 ‘화랑미술제’가 3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오는 7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C, D홀에서 열린다. 화랑미술제는 1979년 국내 미술작품을 대중에게 알리고 미술시장을 발전시키고자 한국화랑협회가 출범한 국내 최초의 아트페어다. ‘2024 화랑미술제’에선 156개 갤러리가 참여해 900여명 작가의 작품 1만여점을 만날 수 있다. 올해 화랑미술제에선 신진 작가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기존 컬렉터들에게는 또 다른 취향 발견의 기회를, 신규 컬렉터들에게는 미술 시장 입문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이다. “행사에서는 모든 갤러리가 6명 이하 작가의 작품만 부스에 내걸도록 해 나열식의 아트페어가 아닌 세심하게 기획된 전시로 질을 높였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화랑들은 젊은 작가들을 내세우며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소개한다. 국제갤러리는 김홍석을 비롯해 쟝-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 등 지속적으로 조명해온 저명한 국내외 작가들을 화랑미술제에서 선보인다. 지난 키아프 서울 2023의 메디힐 팝업스토어에서 굿즈, 게임, 체험형 구조물 등의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며 주목받은 윤필현의 위트 있는 작품(금산갤러리)을 만날 수 있다. 옛것과 새것의 교감에 관심을 기울여온 학고재는 이우성, 장재민, 지근욱, 김은정 등 현대미술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작가들을 내세웠다. 갤러리위는 고스와 허필석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미술계의 흐름을 선두하는 1세대 행위예술가 이건용과 실험미술의 주역으로 꼽히는 이강소의 작품 등도 만날 수 있다. 일본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도 한자리에 모인다. 가나아트는 90년대 이후 일본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로 인정받는 작가 히로시 스기토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갤러리밈에서는 일본 미술전문지 미술수첩에서 2021년 ‘일본작가 100인’에 선정되며 차세대 작가로 꼽히는 카이토 이츠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부대 행사로는 만 39세 이하 신진 작가 10명(곽아람·김보경·김한나·심예지·이성재·이호준·장수익·최명원·최혜연)의 작품을 소개하는 특별전 ‘줌인(ZOOM-IN) 에디션 5’와 미술계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아트 앤 아티스트 톡’ 등이 마련된다. 오는 6월 수원컨벤션센터에선 ‘젊은 화랑미술제’라고 할 수 있는 제2 화랑미술제 ‘아트 퍼스트’(가칭)가 열린다. 광교 신도시에서 신생 갤러리, 신진 작가들의 중저가 작품을 선보여 MZ세대를 적극 공략하겠다는 취지다.

‘열 번째 봄, 위로와 치유의 몸짓’…경기민예총, 제2회 춤이야기마당 ‘액자속의 나비’ 개최

경기도 각 지역의 예술인이 한 데 모여 안전한 사회를 위한 간절한 바람을 담아 위로와 치유의 몸짓으로 승화하는 예술공연이 펼쳐진다. (사)경기민예총은 오는 5일 오후 7시에 과천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제2회 춤이야기 마당 ‘액자 속의 나비’ 공연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경기민예총이 주최하고 경기도 8개 지부의 춤꾼으로 구성된 경기민예총 산하 춤위원회가 주관하는 정기 공연이다. 지난해 7월 정전 70주년을 맞아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주제로 한 첫번째 춤이야기 마당에서는 창작춤 공연 ‘그길, 희망을 내딛다’를 개최한 바 있다. 올해 공연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이해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주제에 기후재난, 산업재해, 감염병, 10.29 이태원 참사까지 재난과 참사가 반복되는 현실을 짚어보는 내용이 주제다. 무대는 경기민예총 각 지부에서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은 ‘검은 영혼의 춤(과천)’, ‘평화의 춤(여주)’, ‘절규의 춤(의정부)’, ‘저항의 춤(부천)’, ‘해원의 춤(성남)’ 등 다섯 개의작품으로 구성된다. ‘절규의 춤’에서는 벨트에 끼어 죽어가는 노동자 등에 대한 애도의 몸짓을, ‘저항의 춤’에서는 풍물굿과 무속굿에 사용되는 춤과 음악을 통해 저항정신을 표현하며, 고대가요 공무도하가를 바탕으로 한 ‘해원의 춤’에서는 액자 속에 머물러 있는 검은 나비와 영혼들의 평안을 기원하는 춤이 펼쳐진다. 정영미 경기민예총 춤위원장은 “때론 말의 표현보다 강렬하고 예술적이며 큰 울림을 주는 것이 몸의 표현”이라며 “특히 올해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이해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마음뿐만 아니라 비극이 반복되는 현실과 잊지 말아야 할 사건을 되짚어보고, 10년 전 ‘생명과 안전’에 대한 다짐을 되새기는 의미를 담았다”며 “경기도 곳곳에서 모인 춤꾼들이 예술혼을 담아 위로와 치유의 시간을 함께하고자 하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공연은 전석 무료이며 경기민예총으로 관람을 신청하면 된다.

도자의 일곱 매력에 흠뻑…한국도자재단 도자 100인전 ‘LAST SEVEN’

한국 도예계에서 다양한 시도와 예술성을 선보이고 있는 작가들과 저명한 중견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한국도자재단은 경기생활도자미술관에서 ‘2024 한국생활도자 100인전 14차-LAST SEVEN’을 오는 6월 2일까지 선보인다. ‘한국생활도자 100인전’은 현대 도예계의 저명한 중견 작가나 다양한 시도와 예술성으로 재조명받아야 할 도예가 100인을 릴레이 형식으로 초청하는 경기생활도자미술관의 대표 기획전이다. 지난 2012년부터 시작해 이번 7인의 전시를 끝으로 100인을 모두 소개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LAST SEVEN’에는 강석영, 신상호, 양지운, 오향종, 이동하, 이영호, 이정미 등 현대 도예가 7명이 참여한다. 옹기부터 백자, 청자, 오브제 및 설치 작업까지 생활 속 도자가 지닌 저마다의 아름다움과 공예적 가치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전시 공간마다 참여 작가별 개인전 형식으로 구성돼 작가의 작품과 세계관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오향종 작가의 웅장한 흙기둥, 무소성 옹기작품을 만나게 된다. 2.5m나 되는 18점의 기둥은 ‘Live’라는 하나의 작품으로 작가가 30일간 미술관 로비의 개방된 공간에서 생방송을 진행하듯 제작한 과정을 작품 제목에 반영했다. 관람객은 기존의 옹기 형태에서 벗어나 흙과 작가가 만나 즉흥적으로 만들어 낸 색다른 옹기작품을 접할 수 있다. 이영호 작가의 공간에는 조선백자를 작가만의 현대적 시각으로 새롭게 구현한 작품이 전시됐다. 조각도로 둥근 면을 깎아내 백자 고유의 질감을 강조한 ‘백자 호’ 작품부터 재료와 형태, 색, 질감이 한데 어우러져 정제된 정서를 표현한 ‘백자 화병’, ‘백자 발’ 등의 작품이 눈에 띈다. 이정미 작가의 작품은 독특한 형태와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아름다운 색감이 특징이다. 푸른색의 ‘비발디, 사계 봄’, 녹색의 ‘소리의 반복’, 적색의 ‘우물 시리즈’ 등 소성과 냉각 과정을 거치며 유약 표면이 유리질화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현상인 결정유를 통해 피워낸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색다른 청자 세계는 이동하 작가의 작품을 통해 만나게 된다. 이 작가는 수많은 실험을 거쳐 고려청자에서 보이는 삼족형태를 적극적으로 작품에 반영했다. ‘청자 삼족 접시’, ‘청자 소반’ 등 숙련된 작가의 손에서 빚어진 완성도 높은 조형미와 맑고 푸른 물빛을 띠는 아름다운 빛깔의 청자를 감상할 수 있다. 양지운 작가의 공간에선 상감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금(金)연마상감’ 기법의 독특한 작품을 만나게 된다. 도자 표면에 수금을 바르고 소성한 뒤 수공으로 벗겨내 장식했다. ‘징검다리’, ‘내 발에 등, 내 길에 빛’ 등 작가의 다양한 화병과 오브제 작품 속, 흙으로 빚어낸 이색적인 금속성 작품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신상호 작가는 성당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케 하는 ‘Beyond’n Surface’부터 불교의 가부좌 이미지를 담은 ‘Frame of Reference’, 아프리카 미술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동물 형상의 ‘아프리카의 꿈’ 시리즈까지 새로운 시도로 도자의 영역을 확장한 작품을 선보인다. 강석영 작가는 슬립 캐스팅 기법을 활용해 점토가 지닌 물성을 표현했다. 유약을 입히지 않고 점토가 지닌 본연의 색을 드러내는 방식을 취한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은 이 과정에서 태어난 순도 높은 백색의 백자의 단아함을 느낄 수 있다. 전시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한국도자재단·경기도자미술관 누리집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봄바람 타고 오는 용인문화재단 공연으로 주말 만끽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지는 완연한 봄 날씨에 제쳐뒀던 문화생활이 그립다면 용인문화재단이 준비한 두 편의 공연으로 주말 나들이를 나가보자. 관객 참여형 연극 ‘예외와 관습’이 오는 13~14일 오후 5시 용인시평생학습관 큰어울마당에서 시민들과 만난다. 대한민국연극제 용인 유치를 기념해 열리는 이번 공연은 시민이 연극을 더 많이 접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된 시리즈의 일부다. 이번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예외와 관습’은 극 중 배심원이 된 관객이 서사에 개입하는 구조로, 일차원적인 관람 형식에서 벗어나 있어 주목받고 있다. 관객들은 재판의 유·무죄를 판단하고 투표에 참여해 작품의 결말을 함께 만들어 간다. 연극 전문 극단 ‘연극집단 반’은 이번 공연을 위해 브레히트의 원작 희곡에 나오는 시 형태의 대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곡을 붙여 노래로 완성했다. 연극보다 뮤지컬에 가까운 움직임과 노래로 가득한 음악극으로 소통의 장을 만들어냈다. 용인문화재단 관계자는 “과거 계급사회가 엄격한 시절에 집필된 작품이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도 생각할 지점과 큰 울림을 주며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객이 함께 관람하기 좋은 공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3일 오후 5시 용인포은아트홀에서 열리는 용인시립소년소녀합창단 제44회 정기연주회 ‘환경 음악극-지구의 노래’는 4월22일 지구의 날을 기념해 개최되는 공연이다. ‘지구의 날’은 지구 환경 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자연보호자들이 제정한 지구 환경 보호의 날이다. 합창단원들은 그 취지에 맞춰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인다. 이와 함께 이현승 기상캐스터가 내레이션에 참여해 합창단의 하모니와 어우러지는 환경음악극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국악 뮤지컬 보고 체험도…경기국악원 어린이 공연, ‘뚝딱하니 어흥!’

경기국악원이 어린이 공연 브랜드 ‘움직이는 이야기’를 신설해 선보인다. ‘움직이는 이야기’는 지난 2004년 개관 이후 평일 낮을 이용해 국악아동극을 꾸준히 선보여 온 경기국악원이 올해 어린이 고객의 눈높이에 더욱 맞춘 공연을 선보이고,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으로 위해 신설한 어린이 브랜드 공연이다. 상·하반기 각 1개의 작품을 선정해 8회씩 총 16회의 공연을 통해 경기도 내 어린이 및 가족 관객, 어린이집 등 단체 관객, 아동극과 아동문학에 관심 있는 지역 주민들을 만난다. 첫 번째 이야기는 4월 17일부터 6월 19일까지 매주 수요일 11시 ‘뚝딱하니 어흥!’이 공연된다. ‘뚝딱하니 어흥!’은 36개월 이상 유아를 대상으로 한 국악뮤지컬이다.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전래동화인 ‘호랑이와 곶감’, ‘호랑이 형님’,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속 호랑이 캐릭터와 꼬마 도깨비가 등장해 재미있는 이야기와 흥겨운 노래를 들려준다. 도깨비방망이 만들기 체험도 공연 초반에 열린다. 공연이 끝나면, 마당에서 전통놀이 체험이 이어진다. 가족 또는 친구들과 투호 던지기, 굴렁쇠 굴리기, 버나 돌리기 등 흥겨운 우리의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다. 하반기에는 두 번째 이야기 ‘향기장수 이야기’가 9월부터 11월 매주 수요일 11시에 관객과 만난다. 서춘기 경기아트센터 사장은 “올해 경기아트센터는 인구 감소 위기와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가족친화적 공연을 많이 기획해 출산과 육아 환경에 대한 부정적 인식개선에 신경 쓰고 있다” 며 “경기국악원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공연과 체험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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