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경×이랑, 장르·세대 초월한 두 작가의 ‘아름다운 조우’ [전시리뷰]

“젊은 분과 미술행위를 하는 게 나는 손해 볼 게 하나도 없어요. 상상력이 많은 사람을 좋아하는데 딱 그런 것 같아요. 훌륭한 가수와 전시를 함께할 수 있어 행운이고 행복합니다.”(성능경) “그동안 해온 작업이 미술관에서도 전시가 될 수 있구나 생각해 감격스러웠어요. 무엇보다 성 작가께서 매일매일을 메모하시고 성실함으로 미술을 대하시더라고요. 그 태도를 배웠습니다.”(이랑) 1세대 전위예술가 성능경과 청년 싱어송라이터 이랑의 예술세계가 한 곳에 응집됐다. ‘저항’을 키워드로 각자의 영역에서 예술적 행위를 선보여온 이들의 작품은 다루는 매체와 40년의 나이 차, 성별을 아무렇지 않게 뛰어넘었다.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지난달 26일 개막한 ‘2024 아워세트: 성능경Х이랑’ 전시에선 서로 다른 매체를 다루는 창작자 간의 협업을 넘어 이질적 시너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 개념미술가 성능경은 자본주의에 종속되지 않은 비물질 예술을 평생 이어오고 있다. “없음 여김을 당하다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고 있다”는 그의 표현대로 성 작가는 지난해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주요 작가로 초대되기 전까지 제도권 미술계에서 ‘아웃사이더’의 길을 50년 가까이 걸었다. 그 중심에는 억압과 탄압에 대한 저항이 있다. 1970년대 독재정권의 언론탄압을 풍자하며 신문을 읽고 오리는 ‘신문: 1974. 6. 1. 이후’ 등 문자가 떨어져 나간 신문지 작업들로 한국 개념미술과 전위실험미술의 터전을 닦았다. 이랑은 고통과 가난, 죽음, 불안이 개인의 문제로 국한되는 사회구조에 의문을 제기하는 싱어송라이터다.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받은 ‘최우수 포크 노래상’ 트로피를 즉석에서 경매에 부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예술인의 가난을 마땅히 여기는 사회, 청년의 절망 등에 목소리를 냈다. 전시에선 청년들이 느끼는 심정을 담은 뮤직비디오와 가난한 자를 업신여기는 사회에 대한 풍자를 담은 노래 등이 어우러진다. 범상치 않은 둘의 만남은 자발적 비주류들의 강렬한 목소리와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 동질감을 공통으로 안고 있다. 4개의 분야로 나뉘어 소개되는 전시는 두 창작가의 궤적을 모은 그림과 사진, 설치영상 등 33점이 전시됐다. 전시는 세대와 성별, 이념이 충돌하고 빈부격차가 커지는 시대적 단절을 한반도를 통해 들여다본 ‘가깝거나 먼’에서 출발한다. 이어 ‘편집술’에서 1970~80년대 성능경의 신문 비물질 예술 실험과 이랑의 ‘늑대가 나타났다’ 노래가 병치돼 두 작가의 관점을 잇는다. ‘분신술’에선 장르를 넘나드는 두 작가의 전방위 예술가의 면모를, ‘시간예술’에선 매일을 기록하고 시간과 그 경계에서 지속되는 두 작가의 창작을 만날 수 있다. 고정화되지 않고 변주되는 작가들의 작품과 창작세계를 엿보는 재미는 덤이다. 성능경 작가의 신문오리기와 읽기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가변적인데, 신문의 위기에 대비한 신문읽기의 방법 역시 전시됐다. 성 작가가 2021년 작성한 ‘신문읽기 행위 얽이 개념서에 덧붙이는 글’에서는 ‘2. 환경 매체의 바뀜과 달라짐-2000년 처음을 지나 소통환경이 전자매체로 빠르게 바뀌면서 종이 매체의 힘이 줄어들어 사라지게 될 꼴이 되었다. 그랫을 때 신문읽기 하기질의 목숨이 끊어져 살아있는 힘을 부려 쓸 수가 없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예견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노동자들의 반복과 숙련된 행위로 안무를 짠 이랑의 ‘신의 놀이’ 등 뮤직비디오 8편은 스크리닝되며 곡의 박자와 리듬, 메시지가 어떻게 시각화되는지 볼 수 있다. 예술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 일상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8월4일까지 이어진다.

민복진미술관 상설전 ‘기쁨’ 개최 … 3D 애니메이터 문선우, 미디어 아티스트 소마킴 작품 전시

양주시립 민복진미술관은 상설전 ‘기쁨’을 지난 2일 개막해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개방형 수장고라는 독특한 전시공간에서 조각가 민복진의 예술이 지닌 의미를 살펴본다. 민복진(1927년~2016년)은 한국 현대조각 1세대로 인체 형상을 독자적인 미감으로 단순화 한 모자상, 가족상 조각가이다. ‘인간에 대한 긍정’을 조각으로 실천하며 현재까지도 많은 조각가에게 영감을 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구상조각가로 알려졌다. 상설전에는 3D 애니메이터 문선우와 미디어 아티스트 소마킴이 참가해 민복진이 만든 모자상과 가족상의 형태가 불러일으키는 감정 ‘기쁨’을 재해석 하고 의미를 확장했다. 영화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문선우 작가는 ‘미디어 아트와 공간의 상호작용’을 주제로 반응형 미디어 파사드, 증강현실 등 다양한 디지털 작업을 하고 있으며, 문선우의 가족의 달을 기념하는 영상작품인 ‘행복, 가족의 달(2024)’을 오는 6월2일까지 전시한다. 미디어 아티스트 소마킴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음악가이자 미디어 아티스트다. 주로 기술과 스펙터클의 틈새에서 발생하는 오류와 유격을 중심으로 어트랙션과 댄스플로어 등 다양한 매체의 작업을 있다. 소마킴의 영상 작품 ‘기쁨(2024)’은 다음 달 4일부터 상영한다. 전시는 내년 6월1일까지.

조선 후기 '어류 백과사전' 그림으로 만나다...‘그림으로 다시 쓰는 자산어보’展

조선 후기 해양생물 백과사전인 정약전의 ‘자산어보’가 색색의 그림으로 재탄생했다. 실학박물관은 개관 15주년을 맞아 지난 달 30일부터 오는 10월27일까지 특별기획전 ‘그림으로 다시 쓰는 자산어보’를 선보이고 있다. 조선 후기 대표적인 실학 백과사전인 ‘자산어보’는 정약전이 바다생물의 생김새와 특징, 잡는 방법, 이동 경로, 조리법, 맛 등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분류하고 설명해 놓은 책이다. 정약전이 최초로 자산어보를 구상했을 땐 그림 백과 형태였지만, 동생 정약용의 권유에 따라 오늘날 전하는 자산어보엔 그림이 없다. 이에 이번 전시에선 정약전이 처음 구상한 그림 백과 형식의 ‘자산어보’를 구현했다. 특히 39명의 발달장애인 예술가가 저마다 독창적인 형태로 자산어보에 수록된 해양생물 39점을 그려 의미를 더했다. 전시는 총 6부로 구성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조현서 어린이가 작곡한 전시 주제곡 ‘자산어보 속으로’를 배경음악으로 한 미디어아트 영상이 펼쳐진다. 미디어아트는 자산어보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통로’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자산어보 주위로 생물의 이름들이 나오면서 마치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게 한다. 이와 함께 1부 ‘자산어보 속으로’에서는 정약전이 흑산도로 유배된뒤 자산어보를 집필하게 된 배경을 알 수 있다. 2부 ‘나눔과 묶음으로 한눈에 쏙’에서는 바다생물을 쓰임새와 사는 곳에 따라 네 가지로 분류한 체계를 볼 수 있다. 정약전은 쓰임의 정도에 따라 비늘이 있는 물고기, 비늘이 없는 물고기, 껍데기류, 잡류 순으로 바다생물을 분류했다. 226가지 바다생물 분류체계는 체험형 미디어콘텐츠로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해양생물 분류체계를 다시 만들어 볼 수 있는 코너가 마련돼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정약전은 해양생물을 두드려 보거나 소리를 듣고 해부하며 그림을 그리듯이 생생하게 기록했다. 3부 ‘보고 듣고 알아내다’에선 정약전이 섬사람들의 경험담을 귀기울여 듣고, 생물을 해부하는 과정을 멀티미디어 전시자료로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정약전은 특히 226가지의 바다생물 중 131가지 바다생물의 이름을 지었는데, 4부 ‘이름을 짓자’에서는 정약전이 이름을 지어준 방식을 설명한다. 5부 ‘쓰임을 찾자’는 병이나 상처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생물과 생물을 통해 날씨와 고기잡이의 풍흉을 예측하는 방법 등을 소개하고, 이를 연구했던 정약전의 실학정신을 알린다. 또 6부 ‘그림백과로 쓰다’에선 관람객이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그림 백과 자산어보’를 만들어보는 동시에 발달 장애인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완성된 ‘그림으로 다시 쓴 자산어보’를 감상할 수 있다. 김필국 실학박물관장은 “전시는 정약전이 생전에 완성하지 못한 그림 백과 ‘자산어보’를 오늘날의 우리가 함께 완성한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며 “낯선 유배지에서도 지식을 나누고자 노력했던 정약전의 열정과 실학의 현재적 가치를 느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극 '맥베스'…고전 맛 살리고, 현대화 더하고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는 욕망과 쾌락을 추구하다 파멸에 이르는 인간의 내·외면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햄릿>, <리어왕>, <오셀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량이 짧은 대신 주제의식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어 영화·오페라·웹툰·게임 등 각종 2차 작품으로 각색돼 왔다. 특히 조명해보고자 하는 건 '연극'으로서의 맥베스다. ■ 황정민·김소진·송일국 등 출연… ‘고전 맛’ 살리고 샘컴퍼니㈜가 제작하고 양정웅 연출가, 여신동 무대미술가 등이 참여한 연극 '맥베스'는 오는 7월13일부터 8월18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황정민(맥베스 役), 김소진(레이디 맥베스 役), 송일국(뱅코우 役), 송영창(덩컨 役), 남윤호(맥더프 役) 등의 화려한 배우진이 함께 합을 맞춘다. 10일 오후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선 연극 ‘맥베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배우 황정민은 "개인적으로 제게 연극무대는 힐링하는 시간이자 힐링하는 공간이다. 배우로서의 행복감을 오롯이 느끼고 관객과 소통하는 게 기분 좋다"면서 "(원작이) 수많은 작품으로 오마주·재창작됐는데 저도 무대 위에서 예술하는 배우로서 (연극 '맥베스'에) 꼭 함께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우 송일국은 "이 장소는 제가 처음으로 연극을 했던 곳이면서, 제가 배우 생활을 하며 가장 행복했던 곳"이라고 소개하며 "이 무대에 발을 딛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설레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맥베스'에게 두려움을 주고, 시기를 받는 역할을 멋지게 표현할 수 있도록 고민하며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꾸릴 연극 '맥베스'는 고전의 매력을 고스란히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양정웅 연출은 "셰익스피어의 완성도 높은 비극을 본연의 맛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현대적인 미장센을 더해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욕망의 끝을 달려가고, 그 끝에 얻는 큰 상실감과 죄책감을 잘 짚어 표현하고자 한다"며 "매 장면이 시그니처가 될 수 있도록 여신동 무대감독과 시각적인 장면을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배경 및 캐릭터 손질…현대화 더하고 사실, '고전은 어렵다'는 편견 때문에 고전 작품 <맥베스>를 연극화하는 데 있어서도 무대 위 다양한 시도들이 벌어져 왔다. 일례로 지난해 경기도극단이 선보였던 2023년 레퍼토리 시즌 마지막 작품인 연극 '맥베스'의 경우, 원작의 중세 배경을 현대의 전쟁터로 옮기고 기관총과 폭탄 등을 등장시켰다. 당시 작품은 원작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작품 속 상황이나 메시지를 현대적으로 바꿔 동시대성을 강조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에 앞서 국립정동극장 역시 2022년 연극시리즈 '맥베스 레퀴엠'을 통해 맥베스라는 인물을 야망·탐욕이 아닌 보편적인 인간상으로 그려냈다. 극단 고도 또한 창단 20주년이었던 지난 2015년 '맥베스'를 '피지컬 연극' 형태로 새롭게 풀면서 맥베스 외의 선(善)한 권력자들 모습을 반대로 뒤집어 담아낸 바 있다. 이 속에서 오늘날 '고전 연극'으로서의 '맥베스'가 갖는 목표는 무엇일지, 그리고 그 '고전의 맛'이 관객들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받을지 주목된다. 아울러 비슷한 시기에 이호재·전무송·박정자·손숙 등 원로배우들이 출연하는 연극 '햄릿'도 관객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터라, '맥베스'와 함께 고전 연극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진다. 배우 황정민은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저는 선배들의 고전극을 보고 자랐고, 거기서 기본을 공부했다. 최근에는 고전극을 하는 곳이 많지 않은데 관객 분들이 ('맥베스'와 ‘햄릿’ 등) 친숙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고전 작품들이 많아져 행복하실 거라 생각한다"면서 “매회 공연마다 느낌이 다른 만큼 관객들을 빨리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맥베스’는 승전을 이끈 용맹한 장군 맥베스가 장차 왕이 되리라는 마녀의 예언을 듣고 덩컨 왕을 죽이며 스코틀랜드 왕이 되지만, 왕위를 지키기 위해 많은 이들을 죽이는 과정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파멸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늦깍이 성악도가 펼칠 감동의 하모니”…성악연구소 라루체, ‘꿈을 노래하다’ 창단연주회

일터에서, 가정에서 분주한 일상을 보내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성악과에 입학한 늦깎이 성악도들이 음악에 대한 사랑으로 똘똘 뭉쳤다. 성악연구소 라루체(la luce)는 오는 14일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아트홀에서 ‘꿈을 노래하다’라는 주제로 창단연주회를 개최한다. 이탈리아 말로 ‘빛’이란 뜻의 라루체는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이뤄져 있으며 ‘노래를 통해 우리 사회 곳곳을 더욱 밝혀준다’라는 목표로 지난해 창단했다. 특히 무대에 서는 것이 특정한 사람들만 향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누구나 준비해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성악 저변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단원들은 주로 수원에서 연주 활동을 하고 있으며 거주 지역은 수원, 안양, 용인, 서울, 일산, 세종 등 다양하다. 이날 연주회는 저녁 7시30분부터 진행되며 독창과 여성중창, 남성중창, 합창 등 다채롭게 구성해 오페라 아리아와 한국 가곡, 이태리 가곡, 프랑스 가곡 등 봄의 음악선물을 한아름 선사할 예정이다. 오세진 라루체 대표는 “연령대도, 모습도, 살아온 세월도 다르지만 노래로 위로와 행복을 느끼고,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단체를 만들게 됐다”며 “늦게 시작했지만 더 뜨겁고, 더 열정적으로 노래하며 작은 ‘빛’이 돼 세상 곳곳에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라루체는 앞으로 오페라와 가곡 연구, 마스터클라스 등을 통해 쌓은 기량으로 정기 연주회와 지역 순회 연주회, 연주 봉사 등을 활발히 하며 지역사회에 성악의 아름다움을 나누고 알린다는 계획이다. 창단연주회는 전석 초대이며, 초대권 없이 입장 가능하다.

수원시향 ‘파크 콘서트’ 개최…“봄바람 부는 야외, 온가족 함께 즐길 음악 축제 한마당”

5월 봄바람 부는 저녁, 야외 음악당에서 수원시민이 함께 즐기는 음악 축제가 열린다. 수원시립교향악단은 오는 10일 오후 8시 수원제1야외음악당에서 ‘파크 콘서트’를 개최한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최희준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수원시립교향악단과 피아니스트 임현정, 테너 존노, 베이스 바리톤 길병민, 바리톤 박현수가 협연을 펼친다. 사회는 재치 있는 멘트로 유쾌한 진행을 자랑하는 신영일 아나운서가 맡았다. 콘서트는 수원시향의 웅장한 사운드를 느낄 수 있는 작곡가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로 포문을 연다. 이어 피아노 협주곡 중 명작으로 꼽히는 작곡가 거쉰의 ‘랩소디 인 블루’를 피아니스트 임현정이 연주한다. 임현정이 연주할 될 ‘랩소디 인 블루’는 미국을 대표하는 음악가 거쉰이 뉴욕에서 보스턴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악상을 떠올려 2주 만에 완성한 곡으로 먼저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작곡 후, 오케스트라 곡으로 편곡해 발표했다. 서막을 여는 클라리넷 선율이 인상적이며, 다채로운 관악의 음색이 흥미를 이끈다. 올해는 특히 랩소디 인 블루가 초연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로 수원시향과 피아니스트 임현정이 어떤 하모니를 들려줄지 주목된다. 이어 영화 ‘스타워즈’의 배경음악으로 유명한 윌리엄스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중 1번 ‘메인테마’가 연주된다. 테너 존노, 베이스 바리톤 길병민, 바리톤 박현수가 웅장하고 화려한 무대를 선사한다. 봄 밤의 분위기를 살려줄 ‘Quizas, Quizas, Quizas’를 비롯해 타이타닉 OST ‘My heart will go on’ 등 트리오로 선보일 다양한 무대도 마련됐다. 콘서트는 시민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돗자리 지침 시 수원제1야외음악당의 잔디밭에서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수원시향 관계자는 “계절의 여왕 5월,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 멋진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수원시향 파크콘서트에 오셔서 아름다운 음악의 감동을 누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양 음악사의 정점’에 도전하는 ‘젊은 거장’의 피아니즘 [공연리뷰]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가 지난달 5일 부천아트센터 프라임클래식 시리즈를 통해 부천을 찾았다. 트리포노프는 스무 살 무렵부터 콩쿠르에 참가해 ‘콩쿠르 사냥꾼’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많은 수상을 기록했다.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참가 당시 스무 살이었던 그의 연주를 본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모든 것, 그 이상을 가졌으며 그의 연주는 섬세한 동시에 신 들린 듯하다”고 평했다. ■ 과감하고 학구적인 레퍼토리 트리포노프가 ‘젊은 거장’으로 전 세계 클래식 팬들에게 추앙받는 가장 큰 이유는 한 시즌 동안 연주하는 프로그램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때때로 흥행을 고려하지 않은 듯 과감하고 학구적인 곡들로 구성하는 편인데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그랬다. 서울 롯데콘서트홀(4월 1일)에서 트리포노프는 ‘Decades’라는 부제에 걸맞게 알반 베르크, 프로코피예프, 바르토크, 코플랜드, 메시앙, 리게티, 슈토크하우젠, 존 애덤스, 코릴리아노 등 20세기 작곡가들의 피아노 독주곡을 시기 순으로 연주해 마치 강의하는 음대 교수 같다는 평을 들었다. 다음 날 예술의전당의 프로그램은 부천아트센터 연주와 동일했으며 마지막 곡 ‘Hammerklavier’를 부제로 달았다. 전반부는 장필리프 라모의 ‘새로운 클라브생 모음곡집 a단조, RCT5’,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2번 F장조, K.332’, 멘델스존의 ‘엄격변주곡, Op.54’를 연주했고 후반부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9번, B♭장조, Op.106, Hammerklavier’를 배치했다. 롯데콘서트홀에 비해 대중에게 익숙한 작곡가들의 작품이었지만 부천아트센터에서의 프로그램도 결코 만만치 않은 작품들이었다. 라모의 클라브생 모음곡집과 멘델스존의 엄격변주곡, 거기에 베토벤의 ‘함머클라비어’를 하루에 몰아 연주한다는 건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집중력과 체력을 요하는 일이다. ■ 개성과 본질의 경계에 있는 해석 이날 프로그램의 핵심이었던 베토벤의 함머클라비어는 음악적으로 곡의 특징을 담은 제목은 아니다. 그저 셈여림 조절이 안 되던 과거 건반에서 두드려 소리내는 방식의 개량된 ‘피아노포르테’를 뜻하는 독일어인데 그런 의미에서 이 곡은 현대 피아노포르테의 특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곡이라고 볼 수 있다. 1악장부터 두드러지는 셈여림은 이 곡의 기술적 어려움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다만 트리포노프는 피아노의 음량을 어떻게 하면 자유자재로 크고 충실하게 낼 수 있는지 간파하고 있는 듯 보였다. 분명 가장 큰 소리, 포르테시모(ff·아주 세게)를 내고 있는 모습이라곤 믿기 어려울 만큼 부드럽고 섬세한 몸짓이 대비돼 조금 이색적이기까지 했다. 함머클라비어 소나타의 백미는 단연 3악장이다.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는 “서양 음악사의 정점”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이 악장은 한 음 한 음 소리를 잃어가는 베토벤의 절절함이 기도처럼 연주된다. 여기에서 트리포노프는 시종일관 보여온 개성있는 연주와 해석을 잠시 멈추고 가장 곡의 본질에 가까운, 정석적이고도 사색적인 연주를 보여줬다. 이어지는 4악장은 3악장의 고귀한 분위기는 가져가되 다소 빠른 템포로 전환돼 함머클라비어와 함께 베토벤 후기 대표 작품으로 꼽히는 ‘교향곡 9번, 합창 4악장’과 자주 비교된다. 합창 4악장과 함머클라비어 4악장, 두 악장을 듣다 보면 소리를 잃어가는 베토벤은 아직 이 세상 사람이지만 또 다른 면에서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무언가가 됐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그것이 ‘죽음’이라는 어둠의 세계가 아닌 이면의 세계의 시작이었던 것으로, 모든 것을 초월한 경계에 올라 슬픔도 기쁨도, 환희도 절망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품고 품다가 그 자체의 진주알을 뱉어낸 듯하다. 이날 트리포노프가 연주한 함머클라비어는 말년의 베토벤이 갖고 있던 만감 중 자신에게 닥친 온갖 고난을 이겨낼 강인함과 끝까지 도달하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느끼게 하는 연주였다. 굳이 비교하자면 베토벤 소나타에 있어 교과서적인 연주를 들려주는 알프레드 브렌델의 연주가 작품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해석을 추구하는 편이라면 트리포노프는 자신만의 언어, 색채, 해석을 온전히 보여주는 연주였다. 그리고 각자 느끼는 생소함의 크기는 다르더라도 그가 세계적으로 가장 바쁜 연주자이자 ‘젊은 거장’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납득 가능한 해석과 연주였다.

말러의 음악세계로 초대...‘경기필 마스터즈 시리즈 II’ 23~24일 공연

김선욱 예술감독이 이끄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이달 ‘경기필 마스터즈 시리즈 II – 말러 교향곡 1번’을 공연한다. 오는 23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2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공연에선 김선욱의 지휘로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연주한다. 김선욱 지휘자가 말러 교향곡 1번을 연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선욱 지휘자는 “말러 교향곡 1번은 어릴 때 지휘자를 꿈꾸며 스코어를 보고 피아노로 치던 곡”이라며 “오랫동안 바라왔던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자 동시에 말러의 음악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첫 관문”이라고 공연을 준비하며 소감을 밝혔다. 구스타프 말러(1860∼1911)가 29살에 작곡한 1번 교향곡은 다른 말러 교향곡들의 가장 기본이자 토대가 되는 작품이다. 말러는 1번 교향곡 4악장을 ‘상처받은 마음의 절규’라고 표현했다. 그의 다른 교향곡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곡이라 ‘말러 입문용’으로 인기가 많은 편이지만, 말러의 교향곡 중에선 1번이 가장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로서는 야심적인 규모인 4관 편성(목관악기 파트당 연주자가 4명씩)으로 작곡했다. ‘가장 어려운 문제부터 푼다’는 김선욱은 마스터즈 시리즈I에서 베토벤 교향곡 중 가장 어려운 3번을 연주했고, ‘마스터즈 시리즈 II’에서도 말러 교향곡 중 가장 어려운 1번을 골랐다.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몬트리올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차이콥스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준우승한 마크 부쉬코프가 협연한다.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꿨던 시벨리우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현악기의 고음 처리, 팀파니의 잦은 사용, 격렬한 음향 등 시벨리우스 음악의 바탕을 이루는 요소들을 작품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원복과 복제 사이 관계를 묻다”…수원시립미술관 ‘세컨드 임팩트’展 [전시리뷰]

모든 원복은 복제본에 비해 우월한 위치를 갖는가. 모든 복제본은 원본에 비해 열등한가. 무엇을 원본이라 하고, 무엇을 복제본이라 할 수 있나. 지난 16일부터 경기도 수원시립미술관 4전시실에서 시작한 2024 수원시립미술관 소장품 상설전 ‘세컨드 임팩트’ 전시회는 관람객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원본과 복제의 관계를 조명한다. 과거 사진기의 등장은 수많은 예술가를 혼란으로 빠뜨렸다. 눈 앞의 실재하는 존재를 100% 똑같이 구현해낸 사진은 예술가들이 그린 회화에 대한 전면 도전이었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관점과 의도가 들어간 창작물로서 예술작품은 다시 그 가치를 인정 받았고, 사진 역시 수많은 논란을 거쳐 현재의 예술 장르로 자리 잡았다. 기술의 발전은 또다시 세상에 질문을 던졌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똑같이 구현해내는, 심지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원본의 훼손되고 낡은 모습까지 그대로 출력해내는 3D프린터와 생성형 AI로 제작된 예술작품에 제기된 숱한 질문에 대한 답은 지금 시대에 복잡한 합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이남의 ‘인왕제색도-사계’(2009) 작품은 유명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활용한 2차적 저작물로 원작품에 작가만의 관점이 담긴 연출과 해석을 가미해 2차적 저작물이 가져야 할 ‘창조성’을 보여준다. 비가 오고, 짙은 푸른 녹음에서 노랗고 붉은 단풍이 들며 불 떼는 아궁이로 눈발이 날리는 사계절을 표현한 4분짜리 영상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세계로 빠져들게 만든다. 이어 관람객은 230cm의 거대한 인형탈과 마주하게 된다. 인형탈은 비닐형태로 제작된 에어슈트로 푸근한 풍채를 자랑한다. 시립미술관은 특정 이벤트 시간 때 관람객이 직접 에어슈트를 착용할 수 있게 했다. 에어슈트를 입어본 관람객은 바로 앞에 자리한 거울을 통해 직접 손을 흔들며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 등 자신을 관찰할 수 있다. 인형탈은 바로 홍순모 작가의 높이 61cm의 조각작품 ‘나의 죄악을 씻으시며’(1990)라는 원본을 바탕으로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작품이다. 사람 몸보다 거대한 인형탈을 한참 구경하고 뒤를 돌면 그 뒤에 까맣고, 작고, 단단한 원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이며 겉옷을 걸친 어두운 표정의 작품은 삶에 지친 가장을 떠올리게 만든다. 원작은 힘겨운 삶을 지나온 노동자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시꺼먼 석탄이 마치 인간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원작은 사람이 돌이 된 건지 돌이 사람이 된 건지 의심케 한다. 인간을 주제로, 인체를 소재로 삼는 홍 작가는 1950~60년대 목포에서 마주한 삶의 형상을 작품에 담아냈다. 전시를 기획한 수원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일반적인 전시에서 관람객의 작품별 관람 시간이 평균 15~30초 사이로 조사됐다는 2014년 뉴욕타임스 보도에 기반해, 보다 오래도록 작품에 깊은 시선을 가지길 바랐다”고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2차 창작물을 보고 그 후에 전혀 다른 분위기의 1차 원작물을 볼 때 그 충격은 2배로 다가와 비로소 ‘세컨드 임팩트(두번째 충격)’가 전해진다. 이어 김경태의 사진 작품 ‘서북공심돈’(2019)에는 작가의 작품과 같은 피사체를 촬영한 자료 사진이 나란히 놓여있다. 서북공심돈은 수원 화성에 있는 조선 후기 치성 위에 공심돈을 설치한 망루로 여러 시간 동안 복원을 거쳤다. 작가는 서북공심돈을 여러 시간대, 여러 각도에서 촬영하고 이를 조각조각 구성해 하나의 평면 화면에 구성했다. 모든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합성한 사진이기에 현실의 사진과 다른 비현실성을 갖는다. 바로 그 작품 앞에 놓인 모니터를 통해 관람객은 서북공심돈의 다양한 사진을 직접 확대하고 축소해보며 어느 부분을 촬영했는지 유추할 수 있다. 전시는 관람객에게 어떠한 지점에서 사진이 ‘예술’과 ‘자료’로 구분되는지 질문한다. 4전시실의 마지막 파트 주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테세우스의 배’이다.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아테네에 귀환한 테세우스의 배를 아테네 사람들은 배의 판자가 썩으면 낡은 판자를 떼어버리고 더 튼튼한 새 판자를 박아 넣으며 계속해서 보존했다. 시간이 흐르고 테세우스가 있었던 원래의 배의 한 조각도 남지 않을 때 과연 그 존재를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전시실에는 유의정 작가의 도자기로 만든 ‘액체시대’(2014) 작품과 크기 및 형태가 같은 3D 출력물, 그 출력 과정을 담은 영상 데이터 총 3가지가 삼각형의 구도로 전시돼 있다. 테세우스의 배처럼 원본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느 정도의 변형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이때 태초의 원본을 그 모습 그대로 출력해낼 수 있는 데이터(기능적 저작물)-지금 시점의 원본의 모습을 그대로 복사한 3D 출력물(복제물)-태초의 원작품 사이의 삼각관계에 대해 사유하게 만든다. 수원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원본과 복제 간의 가치 관계 및 경계와 원본에 대한 정의 등의 질문은 메타버스와 가상화폐에 대한 논의로도 확장될 수 있다”며 “수원시립미술관 소장품을 활용한 전시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찾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상] 선사시대 체험, 놀거리 한가득 ‘연천 구석기축제’ 개막

“아슐리안으로부터의 주먹도끼 초대장이 도착했다!” 한반도 최초의 인류가 살았던 선사의 도시 연천에서 ‘제31회 연천 구석기축제’가 3일 개막했다. 오는 6일까지 4일간 전곡읍 전곡리유적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는 ‘아슐리안으로부터의 주먹도끼 초대장’을 주제로 선사 시대 체험과 전시, 공연 등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마련됐다. 현대문명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을 탐구하며 살았던 과거 인류의 지혜를 엿보고 특별한 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 축제 첫날엔 오전 11시부터 연천군 일대에서 화려한 퍼포머 퍼레이드가 열리며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또 청학동 예절학교의 김봉곤 훈장이 진행하는 ‘아슐리안 몸짓골든벨’에 이어 오후 2시엔 ‘연천 어린이 동요대회’, 버블쇼 마술쇼(오후 4시~5시)가 축제를 풍성하게 한다. 오후 7시30분부터 10시까지는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구석기 나이트’ 프로그램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 예정이다. DJ 수라, DJ 아스터, 조주봉이 위로와 힐링에 초점을 맞춰 EDM 축제를 이끈다. 특히 다채로운 변화를 시도해 쏘카(쏘카 타고 연천 여행 이벤트), 하나투어 등 기업 협업을 통한 축제 브랜드 마케팅과 함께 연이, 천이 등 관광캐릭터 굿즈도 만날 수 있다. 연천 구석기축제의 기원은 32년전인 1993년으로 거슬러올라 간다. 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장은 “1993년 약200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주먹도끼를 만들고, 석기로 돼지 삼겹살도 썰어보는 등의 소박한 구석기체험 행사로 시작했던 전곡리구석기문화제가 오늘날 수 십 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구석기문화를 즐기고 배우는 연천 구석기축제로 성장했다”며 “문화재 보존과 활용의 세계적인 모범사례 손꼽히며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세계적인 구석기문화 축제로 자리 잡았다”고 평했다. 특히 수도권 전철 1호선이 전곡역까지 연장돼 대중교통을 타고 편리하게 축제에 방문할 수 있다. 또 전철 1호선 전곡역에서 축제장까지 이동하는 셔틀버스(20~30분 간격)가 운행돼 이를 이용하거나 도보(10~15분)로 이동하면 된다. ■연천 전곡리 유적은?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에 있는 사적 제268호로, 국내에서 발견된 구석기 시대 유적지 중에서 가장 오래됐다. 유적의 발견은 우연에서 시작됐다. 1978년 그렉 보웬(Greg Bowen, 1950~2009)이라는 고고학 전공의 주한미군 공군 상병이 당시 여자친구였던 아내와 한탄강에서 데이트를 하다 커피를 마시려고 코펠에 물을 끓이기 위해 주변에서 돌을 모았다. 그때 아내가 지나가다 주워 온 돌을 보고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고 챙겨와 프랑스의 고고학 권위자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후 김원용 서울대 고고인류학과 교수가 조사하게 됐는데 그 돌이 약 30만 년 전 것이라고 추정된 전기 구석기시대의 유물인 ‘전곡리 주먹도끼’로 밝혀졌다. 서울대학교박물관은 전곡리 일대에서 유물 4천여 점을 획득했다. 전곡리 유적은 서양의 주먹도끼 문화권과 동아시아의 찍개 문화권으로 구분된다는 기존의 모비우스 학설을 폐기하게 하는데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동아시아 이른 시기 구석기 문화의 대표적인 유적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란? 연천 전곡리의 구석기 유적에서 발견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는 세계의 구석기 역사를 다시 썼다.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는 이전의 주먹도끼와는 달리 정교하며 양면 가공돼 날이 선 형태다. 동아시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세계 고고학계의 정설이었으나 전곡리에서 주먹도끼가 발견되면서 학설이 뒤집어진 것. 한 손에 쥘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는 석기기술의 진보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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