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준 탄생 150주년 기념, 서울경기춤연구회 ‘묵은 조선의 새 향기’

서울경기춤연구회(이사장 김미란)가 서울춤연구시리즈1 ‘묵은 조선의 새 향기’ 정기 공연을 선보인다. 11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남산국악당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한성준(1874~1941) 탄생 150년을 기념해 1938년 한성준의 조선음악무용연구소 공연으로 올려진 작품 중 일부를 ‘근거 있는 상상력’으로 재연한다. 1938년 한성준과 조선음악무용연구회가 서울 부민관에 올린 작품 중 일부를 신문기사와 대담 자료, 구술사, 선행연구자료 등 다방면의 연구를 통해 공연화 했다. 연구회 측은 “소멸해 가는 서울춤을 재조명하고 근대 시기 전통춤의 무한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연은 한성준-강선영-조흥동의 계보로 전해지는 ‘신선무’를 시작으로 1900년대 초기 한국춤의 기본으로 여겨지는 ‘승무’에 이어, ‘바라무’, ‘검무’, ‘군노사령무’, ‘서울무당춤’과 삼일유가의 풍습을 재연한 ‘급제무’가 올려진다. 또한, 연구시리즈인 만큼 국악평론가 윤중강의 해설로 공연의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 윤종현 총연출 및 안무가는 “젊은 무용가들을 통해 다시 올리는 이번 공연은 원형의 재현이 아닌 근거 있는 상상력으로 재연되는 공연으로, 일부 전통춤의 편향된 전승을 넘어 다양한 우리 유산을 깊게 들여다보는 데 그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우리 전통춤의 옛것을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는 의미 있는 공연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성주는 오늘의 한국 춤을 만든 ‘한국 춤의 아버지’로 불린다. 1930년대 후반 조선음악무용연구소를 창립하고 100종목에 달하는 전통춤을 집대성하며 무대양식으로 정착시켰다. 왕실과 민간·권번에서 행해지던 전통 춤을 체계화시킨 장본인으로 오늘날 최고 전통춤으로 꼽히는 태평무, 승무, 학무, 단가무, 검무, 한량무, 살풀이춤 등을 창안했다.

여름과 함께 찾아온 예술의 향연…mM아트센터, 3개 전시 개최

mM(엠엠)아트센터는 ‘Like-150mm_반복의 영속’, ‘탈출의 형식으로서의 회화’, ‘수평의 미학’ 등 3개 전시를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우선 전시실1~2에선 제이영 작가가 우연히 주워온 돌과 나무, 모래 등을 활용한 기획초대전인 ‘Like-150mm_반복의 영속’이 진행된다. 전시에 앞서 작가는 자연에서 가져온 재료 위에 직접 만든 붓으로 흙 위에 흔적을 남기는 퍼포먼스를 통해 ‘삶은 반복의 영속이고 작고 짧은 것의 무한한 반복’이라는 주제를 전했다. 작품은 전시실1에 남겨져 작가가 작업하는 영상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전시실3에선 엠엠아트센터 소장품전인 ‘탈출의 형식으로서의 회화’가 전시 중이다. 이번 전시에는 엠엠아트센터가 소장 중인 러시아 회화 80여점을 선보인다. 당시 소련 당국에서 정한 양식인 ‘사회주의 리얼리즘’으로부터 벗어난 ‘비공식 미술’인 풍경화, 추상화 등이다. 오늘 28일부터는 전시실4에서 평택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평택문화예술연대 작가 단체전 ‘수평의 미학’이 열린다. 연대 소속 공예롭다, 꽃피랑, 꿈담아마을공동체, 도담갤러리 등 10개 공방과 예술가 참여한다. 전시기간 동안 플리마켓도 진행, 체험 행사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최승일 관장은 “전시실1~2에선 반복과 영속의 예술, 영원과 인간의 본질적 표현인 제이영 작가의 예술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다”며 “또 러시아 소장품전 작품 80여점과 평택문화예술연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평범한 일상 생활 속 예술작품으로 삶의 즐거움을 만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창작 뮤지컬 ‘청춘연가’, 발레 ‘세비야의 이발사’ 등 의정부문화재단서 올린다

의정부문화재단이 이달 29일 창작 뮤지컬 ‘청춘연가’를 시작으로 2024년 ‘공연예술 유통’과 ‘지역맞춤형 중소규모 콘텐츠 유통’ 공모사업에 선정된 총 5편의 예술성 높은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2024년 공연예술 유통 사업’과 ‘지역맞춤형 중소규모 콘텐츠 유통 사업’은 문예회관·공연단체·예술인들과 협력을 통해 공연시장의 활성화를 이끌고 문화 취약지역에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자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사업이다. 의정부문화재단은 올해 부족한 재정을 극복하기 위해 공연 사업의 저비용 고효율 강화를 목표로 공모사업에 적극 참여, 5편의 공연(총 2억9천500만원)을 지원 받아 무대에 올리게 됐다. 창작 뮤지컬 ‘청춘연가’(6월 29일)에 이어 판소리극 ‘종이꽃밭:두할망본풀이’(7월12~13일), 연극 ‘선녀씨 이야기’(7월 26일~27일),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8월 31일), 발레 ‘세비야의 이발사’(10월 25~26일) 등이 공연된다. ‘청춘연가’는 트로트 기반 주크박스 공연이다. 7인조 라이브 밴드의 생생한 음악을 배경으로 각자의 사정상 사이가 소원해진 삼 남매가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오해를 풀며 화해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가족 공동체와 이웃 정서를 노래하는 작품으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뮤지컬 배우 남경주가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는 ‘종원’역을, TV조선 미스터트롯에 출연한 트로트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 신인선이 삼 남매 중 막내 ‘동환’역을 맡는다.

“음악 흐르는 문화예술 도시”…‘2024 수원뮤직페스티벌’ 12~13일 개최

수원시음악협회가 창립 60주년을 기념하며 수원 음악계의 정통을 이어가는 풀뿌리 음악제로 여름 밤을 수놓는다. 수원시음악협회는 오는 12~13일 수원 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한국 가곡과 실내악의 선율이 함께하는 ‘2024 수원뮤직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수원뮤직페스티벌은 지난 1998년 제1회 ‘수원향토음악제’를 시작으로 수원 출신 전문 음악인들이 수준 높은 연주를 선보이며 수원의 정체성과 위상을 높여주는 전통 클래식 음악축제이자 수원을 대표하는 음악회로 자리매김해 왔다. 특히 올해 제16회 수원뮤직페스티벌은 수원시음악협회 60주년을 기념하며 오현규, 배용재, 양원섭 등 전 수원음악협회장들이 참석해 의의를 더한다. 또 수원을 음악이 흐르는 문화예술 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해 수원을 빛낸 연주인들의 화려한 무대로 구성했다. ‘가곡의 밤’을 주제로 열리는 첫째 날은 음악감독 소프라노 남지은과 소프라노 변지영, 메조소프라노 허향수, 테너 장명기, 베이스 김재찬 등 세계적인 성악가들의 무대가 콘서트 가이드 이현승의 해설과 함께한다. 연주곡으로는 수원시음악협회와 수원시문인협회가 협업을 통해 서기석 시·김은혜 곡의 ‘화성의 달’, 최동호 시·주용수 곡의 ‘그림자의 벽’, 조영실 시·이경우 곡의 ‘물결 고을’ 등 창작 가곡을 초연한다. 이와 함께 한국인들이 애창하는 다양한 국내 가곡 및 오페라 아리아 무대와 경기소년소녀합창단의 하모니로 관객에게 기쁨을 더할 예정이다. ‘실내악의 밤’을 주제로 한 둘째 날은 음악감독 플루티스트 백준호와 수원 출신 정상급 연주자들이 함께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과 기품을 느낄 수 있는 무대를 선보인다. 서정적인 멜로디에 깊이 있는 분위기와 동시에 화려한 테크닉이 특징인 멘델스존 ‘피아노 삼중주 1번’을 ‘트리오 알투스’(피아니스트 유미정, 바이올리니스트 김홍준, 첼리스트 배기정)의 연주로 포문을 연다. 이어 색소포니스트 임승훈, 플루티스트 왕명호, 피아니스트 김수영의 트리오로 관악기들과 피아노 소리와 색깔이 서로 오묘하게 어우러지면서 현대음악이 지니는 독특한 색채를 뽐낸다. 후반부 첫 곡으로는 피아니스트 노지영과 윤은경이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를 통해 피아노 연주의 정수를 펼치고, 경기색소폰앙상블의 연주자들이 대중들에게 친숙하고 흥겨운 곡을 선보이며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제10대 수원시음악협회 지부장으로 선출된 김명신 회장은 “올해로 창립 60주년의 수원음악협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수준 높은 공연을 준비했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아름다운 한국 가곡과 실내악의 선율로 수원시민에게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앞으로도 시민의 품격을 높이는 음악으로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회화의 초석 ‘구상회화’ 총망라… ‘MMCA 기증작품전: 1960-1970년대 구상회화’

한국회화의 토양이 된 1960~1970년대 ‘구상회화’가 총망라 됐다. 자연에 관한 서정성, 사실적 표현으로 민족적 정서를 표현한 이병규, 도상봉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9월22일까지 과천관에서 ‘MMCA 기증작품전: 1960-1970년대 구상회화’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최근 5년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작품 가운데 한국 화단의 형성과 성장에 자양분이 된 1960~1970년대 구상회화를 재조명한다. 1960년대 이후 추상화가 한국 현대미술의 대세가 되면서 아카데믹한 그림은 구시대의 미술로 여겨지거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추상회화의 파상에 밀리면서도 구상회화의 영역에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키워낸 작가들이 있었다. 이들은 시대가 변하고 새로운 조형개념이 출현함에도 작가의 개성적인 시선으로 인물, 풍경, 사물, 사건 등을 충실히 묘사하는 표현양식을 지켜왔다. 특히 이번 전시는 ‘이건희 컬렉션’ 104점을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작품 150점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2부로 구성됐다. 1부 ‘한국 구상미술의 토양’에서는 국전을 통해 아카데미즘 미술의 초석을 다진 1세대 유화 작가들을 중심으로 근대 서양화 양식의 사실주의 작품을 선보인다. 자연주의적 발상을 토대로 엄격한 사실성을 보인 이병규, 도상봉, 김인승, 이종무, 김숙진, 김춘식 등 작가들의 작품이 펼쳐진다. 녹색이 주조를 이루며 인상주의적 색채를 구사해 주변 풍경과 인물을 섬세하게 묘사한 이병규의 ‘고궁일우(古宮一隅)’와 ‘자화상’, 작가의 취향이 스며든 정물을 자연스럽고 안정되게 화면에 채워나간 도상봉의 ‘국화’, ‘포도와 항아리’, 어촌 풍경이나 노동하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일상을 한국적인 인상주의 화풍으로 담아낸 김춘식의 ‘포구(浦口)’ 등이 대표적이다. 2부 ‘새로운 의미의 구상’에선 변화하는 미술 조류에 감응하며 구상과 비구상의 완충지대에 속했던 작가들을 망라한다. 자연에 바탕을 둔 조형적 질서를 추구했던 윤중식, 박수근, 황염수를 시작으로 황유엽, 이봉상, 최영림, 박고석, 홍종명 등 1967년 구상전을 발족한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됐다. 이들은 종전의 아카데믹한 양식의 틀에서 벗어나 대상에 대한 수동적 태세를 지양하고 내면의 이미지를 독자적으로 표출한 작가들이다. 야수주의와 표현주의 양식을 바탕으로 대담한 요약과 강렬한 색채의 구사를 특징으로 하는 윤중식의 ‘금붕어와 비둘기’, 모래나 흙을 화면에 첨가해 독특한 질감을 만들며 민담이나 설화로 해학적인 표현을 보여주는 최영림의 ‘만상(滿想)’, 특유의 대담하고 거친 화풍으로 전국의 명산을 다뤄 산의 화가로도 불렸던 박고석의 ‘도봉산’ 등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 복도에는 ‘기증, 모두를 위한 예술’을 주제로 기증의 의미와 가치를 되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술품 기증은 지난 1971년부터 시작돼 지난해 기준 전체 소장품 1만1천560점 중 기증 작품이 6천429점으로 전체의 55.6%를 차지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최근 5년간(2018~2023년) 기증받은 작품의 경향을 분석하고, 동시대 회화 등 주요 작가들의 작품이 대량 수집된 결과 소장품의 양과 질이 높아진 점을 도식화해 보여준다. 앞서 지난 2021년 이건희컬렉션을 기점으로 미술품 기증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개인 소장가나 작가 유족 등이 미술품을 기증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이병규와 윤중식의 작품은 이건희컬렉션에 포함돼 각각 5점, 4점이 기증된 뒤 유족들에 의해 2021년 하반기에 각각 13점, 20점이 추가 기증됐다. 이에 이병규, 윤중식 등 유족들의 인터뷰 영상으로 기증의 뜻과 공유 과정을 밝혔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예술을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기증자의 뜻이 전시장을 찾은 수많은 국민들에게 향유의 즐거움을 주고 한국 미술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이번 전시가 다채롭게 전개돼 온 한국 구상회화의 바탕과 여정을 살펴보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의 감성과 재즈 사운드의 결합, 판소리극 ‘종이꽃밭 : 두할망본풀이’

“생명을 점지해주는 신, 누가 진짜 ‘생불할망’이 될 것인가?” 신의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두 아기씨가 있다. 경쟁과 미움, 혐오가 만연한 세상에서 주인공 두 아기씨는 그들 앞에 놓인 숱한 위기와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그리고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다. 생명의 탄생줄을 쥐고, 아기를 돌보는 삼신할매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동양 고유의 신화이자 민족의 전통사상이 담긴 이야기가 소리와 재즈, 국악과 만나 판소리 1인극으로 탄생했다. 오는 14~15일 양일간 수원문화재단 정조테마공연장에서 열리는 ‘종이꽃밭 : 두할망본풀이’는 제주 무속신화 ‘생불할망본풀이(삼승할망본풀이)’를 각색한 판소리 드라마다. 극 속에는 아기를 점지해주는 생불신의 탄생과정을 통해 인간의 탄생과 생명의 가치를 담아내는 한편 그 속에 사랑과 연대의 가치가 담겨있다.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지원의 ‘2024 공연예술 유통’에 선정돼 무대에 오른다. 작품은 망망대해 바다에서 발견된 무쇠석갑, 그 안에 있던 동해용왕과 서해용왕의 딸 ‘동이’에서 시작된다. 동이는 생불신이 되라는 어머니의 뜻대로 자신을 구해준 임박사에게 아기를 점지하지만, 해산(解産)의 방법을 알지 못한다. 이때 또다른 생불신 ‘명이’가 하늘에서 내려와 아기를 해산시키고, 동이와 명이는 옥황상제에게 누가 진정한 생불신인지 판결을 요청한다. 옥황상제는 은대야에 은꽃씨를 주며 두 아기씨에게 꽃 피우기 내기를 제안한다. 관객은 작품을 통해 다양한 악기가 어우러진 판소리의 듣는 즐거움과 한국적인 무대 언어를 만나게 된다. 작품은 1인 소리꾼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관객이 상상하도록 만들며 이야기의 핵심인 두 아기씨의 꽃피우기 내기와 동해안 별신굿의 전통 지화(종이꽃·紙花)를 연결해 화려하게 무대를 수놓는다. 제작단체인 ‘판소리아지트 놀애박스’는 공연을 통해 1인과 2인 코러스의 소리와 함께 베이스, 피아노, 기타, 장구 연주가 어우러진 10여곡의 소리대목을 선보인다. 제주라는 섬 특유의 감수성과 재즈 사운드가 결합돼 민요와 무가를 색다르게 경험할 수 있다. 공연은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이며 자세한 사항은 수원문화재단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실상과 환상 사이, 가짜들의 ‘유쾌한 반란’…‘유쾌한 FAKE’ 展

딥페이크 기술이 진화하고, 가짜뉴스가 난무하면서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진실과 거짓이 뒤엉킨 현실에서 ‘가짜’, ‘모조품’ 등을 의미하는 ‘페이크(fake)’가 새로운 형태의 예술표현으로 자리매김했다. 양평 구하우스 미술관에선 이태수, 다니엘 피르망 등 작가 10명의 작품 20여점을 모아 진실과 환상의 경계를 탐구하는 ‘유쾌한 Fake’ 전시를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실제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통해 예술의 본질을 다시 성찰하게 하고, 반전과 위트의 미학을 공유한다. 특히 미술관은 창의와 기발함이 가미된 ‘페이크’가 관객들에게 유쾌하고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는 발상으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다니엘 피르망의 작품 ‘Youna’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성이 벽에 기댄 찰나의 순간을 재현한 조각으로, 섬세하고 사실적인 표현이 돋보인다. 작가는 한 여성이 벽에 기댄 자세에서 나오는 슬픔, 우울 등 복잡한 감정의 찰나를 포착했는데, 흐르는 시간 속에 정지된 상태의 ‘현재’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특히 성공한 사업가이자 예술가로 알려진 씨킴(CI KIM)의 ‘Shopping bag’은 언뜻 보면 명품 브랜드의 흔한 쇼핑백을 모아둔 듯 보이지만, 청동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작품이다. 쇼핑백을 둘러싼 테이프, 택배용지조차 청동으로 제작해 진짜보다 더 진짜인 듯한 형태를 띠며, 사과나무와 그 주변에 떨어진 사과를 먹는 몇 마리의 쥐를 표현한 ‘사과나무와 사과’ 역시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태수는 거칠고 무게감 있는 사물을 정밀하게 묘사해 시각적으로 육중함을 전한다. 전시장 허공을 가로지르는 줄 위에 위태롭게 놓인 커다란 바위는 사실 스티로폼이다. 작가는 ‘Stone Composition 023’ 작품을 통해 가벼운 오브제로 찰나에 느끼는 감각적 치환에 주목했다. 페이크를 가장한 ‘진짜’로 ‘공생’에 대한 화두를 던지기도 한다. 토마스 사라세노는 거미줄을 오브제로 사용한 작품 ‘Solitary Mapping of Triton’을 통해 인류와 동식물이 공생할 수 있는 유토피아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이 밖에 철에 새로운 물성을 부여해 탐구하는 김경환의 ‘의자의 진화’, 꽃들이 만개한 순간 얼려 죽임으로써 영원히 피어 있는 상태로 역설을 보여주는 마크 퀸의 ‘Garden’ 등을 만날 수 있다. 구하우스 미술관 관계자는 “우울과 불안, 불확실성이 감도는 사회에서 관람객들이 잠시 떨어져 나와 미술관에서 유쾌한 경험을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며 “페이크가 주는 놀라움과 반전으로 관람객이 즐거움을 찾고 현실과 허구사이에서 진정한 가치를 탐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8월25일까지.

경기도무용단, 태평성세 담은 ‘찬연’ 통해 경기아트센터 재단법인 20주년 ‘축하’

경기도무용단이 경기아트센터 재단법인 출범 20주년을 맞아 다음 달 1일 ‘찬연(燦然)’을 선보인다. 재단법인 20주년 페스티벌 개막공연으로 펼쳐지는 ‘찬연’은 눈부시게 영광스럽다는 뜻을 상징적으로 담아 경기아트센터 20주년의 성과를 소개한다. ‘찬연’은 전통무용 레퍼토리에 서사구조를 결합해 스토리텔링화 한 공연이다. 서사구조에 전통무용을 배치해 레퍼토리 춤에 대한 해석이 가능하게 하는데, 전통무용 레퍼토리의 고유성을 살리면서도 관람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더한 것이다. 대부분 조선시대의 복식으로 전승되는 전통무용의 구성과 맥락을 같이 해 한 편의 사극처럼 다양한 상황을 통해 춤의 정조가 드러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공연은 조선시대 임금의 태평성세 내용을 바탕으로 2막으로 구성됐다. 나라를 바로 잡아 백성이 태평한 시대를 맞이하는 가상의 상황을 구성하고, 어진 임금이 되기 위해 고뇌하는 어심과 백성이 태평한 상황을 보여준다. 특히 조선시대의 예악사상에 기반한 임금의 지혜로운 악무를 통한 치세를 표현하도록 전통무용 개별 춤을 의미있게 배치했다. 1막 ‘월대(月臺)에 서서 하늘의 소리를 담고’에선 훈령무, 무고, 태평무를 선보이고 2막 ‘민도(民度, 또는 민도(民道)에서 백성의 소리로 조화를 이루다’에선 진쇠춤, 강강술래, 풍물굿 등을 펼쳐보인다. 공연은 임금의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되며, 소리꾼 이봉근이 서사자의 역할을 맡는다. 이봉근은 지난 2020년 KBS국악대상 판소리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젊은 명창이다. 독립영화 ‘소리꾼’으로 제28회 대한민국 문화 연예 대상 영화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서도 그 역량을 인정받았다. 경기아트센터 관계자는 “명창 이봉근이 펼치는 서사는 아니리로 풀어 다채로운 전통예술의 미학이 생동한다”며 “한바탕의 춤과 소리로 펼치는 대서사 ‘찬연’이 관객들에게 아름다운 사극의 정감을 만나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트마켓으로 학생 예술가의 꿈 응원…수원대 ‘미술에 美치다’

‘지금 1만원에 산 작품이, 훗날 몇 억원의 작품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유쾌한 상상에서 출발한 제1회 수원대학교 디자인앤아트대학 아트마켓 ‘미술에 美치다’가 오는 6월14일까지 수원대 고운미술관에서 열린다. ‘미술에 美치다’는 30여년 전 수원대 디자인앤아트대학이 개설된 후 처음 열린 학생 작품 기획판매전이다. 학생들의 잼재된 예술성을 발견하고, 예술가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전시 겸 판매 형태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트마켓을 준비한 이상희 수원대 디자인앤아트대학 학장 겸 고운미술관 관장은 “어린 학생들은 열심히 작업만 하면서 자기 작품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느낄 기회가 없었다”면서 “예술가가 작품을 제작하는 것만큼 여러 발표의 장을 통해 그 가치를 평가받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시엔 수원대 디자인앤아트대학 25명의 학생이 참여해 작품 50여점을 선보인다. 관람객들은 수원대학교 디자인앤아트대학 학생들의 수준 높은 작품을 호당 1만원이라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작품과 예비작가들의 잠재력을 눈여겨 본 아트 컬렉터들의 관심을 끌면서 현재까지 작품 10여점이 이미 판매됐다. 이상희 관장은 “작업에 대한 새로운 동기부여는 물론 자신의 예술적 역량을 재발견하고, 꿈을 포기하지 않고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시를 열었다”며 “청년 예술가가 자신의 예술기량을 자신있게 펼치고 발전시키는 아트마켓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길 기대하며 많은 관심 바란다”고 전했다.

“그날을 오늘처럼”…시민 함께한 종합예술공연 제28회 수원민족예술제 ‘기억’ 성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과거의 기억을 간직하고 이를 공유하는 힘도 필요하다. 짙고 푸른 지난 날의 ‘기억의 정원에 핀 꽃’을 반추하고 ‘돌아오지 못한’ 이름을 낭독하며 ‘해원의 소리’로 ‘오늘 우리’가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지난 26일 (사)수원민예총은 수원시 권선구 수원문화원 빛누리아트홀에서 ‘제28회 수원민족예술제’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태현 경기민예총 이사장, 김향미 평화나비 공동대표, 황인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 김봉식 수원문화원장, 오영균 수원문화재단 대표, 오현규 수원예총 회장 등이 참석했다. 민족예술제는 매해 수원민예총이 주최·주관하고 수원시가 후원하는 문화공연이다. 수원민예총의 문학·사진·시각매체·음악·풍물굿·춤 등 6개 위원회가 시민 앞에 여러 장르의 종합 예술을 펼친다. 이날 예술제는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시민이 예술인과 한 곳에 모여 시 낭독과 전통춤, 풍물놀이와 발레 등 문학·음악·춤의 종합예술로 승화한 과거의 기억을 공유하고 내일의 희망을 다짐하는 자리로 열렸다. 올해의 화두는 ‘기억’이었다. 수원민예총은 ▲세월호 10주기 ▲수원 소녀상 10주년 ▲임면수 선생 탄생 150주년의 특별한 해를 맞이해 우리 사회가 기억해야 할 ‘그날’을 예술로 엮어냈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철거될 위기에 놓인 가운데 ‘수원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2014년 3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의 인권과 명예 회복을 바라며 수원시민의 자발적 성금으로 건립됐다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또한 필동 임면수 선생은 수원의 민족교육을 위해 삼일학교 건립 및 경제독립을 위한 국채보상운동을 이끌고 독립군을 양성한 인물이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이날 행사는 전시, 체험부스, 공연의 세가지 형태로 진행됐다. 먼저 1층과 2층 실내에서는 서수원의 과거를 향유할 수 있는 골목사진과 ‘소망’이라는 주제가 담긴 설치미술, 시화전 등이 열렸다. 비가 오는 가운데 3시부터 시작된 체험부스에는 각양각색의 시민들로 북적였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방문한 어린 시민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나만의 책을 만들고, 손수건에 그림을 그리며 빨갛고 노란 색색의 한지를 엮어 서리화를 만들기도 했다. 오후 5시 사전공연과 개막식으로 시작된 공연은 총 3부의 무대로 구성됐다. 제1장 ‘짙고 푸른날’에서는 세월호 참사 10주년을 기억하고 모두가 함께 행복하고 안전한 삶에 대한 기원을 담은 시낭독과 전통춤, 밴드 음악과 합창이 이어졌다. 세월호 당시 사랑하는 제자를 잃었다는 한 음악위원회 멤버의 이야기와 그 뒤에 이어진 ‘제주도 푸른밤’ 연주에 관객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어 수원 지역의 독립운동가들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제2장 ‘다시 여자로 살아보고 싶어요’에서는 일본군 위안부이자 인권 운동가로 활동했던 용담 안점순 선생, 수원시내 독립 운동의 불씨를 담긴 기생 김향화 등 여인들의 이야기가 승무와 발레 등 춤과 시낭독으로 이어졌다. 마지막 3장 ‘기억 그리고 오늘’은 소고와 북, 반주단이 함께하는 풍물놀이와 ‘아름다운 나라’ 합창이 대미를 장식했다. 객석의 시민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이날 체험부스에서 직접 만들었던 서리화를 흔들거나 박수를 치며 각자의 방식으로 그날의 기억을 함께했다. 이창세 수원민예총 지부장은 “빛누리 아트홀 개관기념 주간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어 무엇보다 기쁘다”며 “우리 사회가 아픔의 기억은 잊지 말고 가슴에 안고, 또한 희망찬 내일을 향해 멋지게 살아갈 수 있도록 스물여덟살 청춘을 맞이한 민예총이 시민과 문화예술로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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