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공세의 진실성?

한나라당이 제기한 ‘대통령 일가 관련 비리의혹’이란 또 무슨 소린지 잘 알 수 없다. 미국에 유학중인 김대중 대통령의 셋째아들 홍걸씨(38) 가족이 무기중개상인 로스앤젤레스 모교포소유의 시가 360만달러(40억원) 호화주택에 살고 있다면서 두 집안간의 커넥션 의혹을 들고 나섰다. 이 교포는 대통령의 일산 저택을 50만달러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저택구입자금 반입경위와 함께 역시 교포가 경영하는 비너스사와 국방부간의 무기구매 명세 공개를 한나라당은 촉구했다. 이에 청와대측은 홍걸씨는 은행에 저당잡히고 구입해 월세 1천500달러씩 갚아나가는 방 3개짜리 집에서 다섯 가족이 산다며 한나라당 이신범 의원의 허위사실주장에 법적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동영 민주당 대변인도 이회창 한나라당총재는 즉각 흑색선전을 중단하라면서 이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우리는 전혀 상반된 두 주장에 도시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은행빚을 내어 산 집에서 정말 살고 있는데도 터무니없는 호화주택 거주설이 나온 것인지, 아니면 그집은 그대로 있으면서 호화주택에서도 사는 것인지 진실이 궁금하다. 문제의 호화주택은 교포소유로 빌려주었다는 것에 불과한 내용이지만 한나라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의심 사기에 충분한 도덕적 흠집을 면할 수 없다. 반대로 한나라당이 청와대측 말대로 전혀 사실무근의 음해를 한 것이라면 그에 따른 응분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4·13총선을 앞두고 불거진 이 충격적인 의문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국민앞에 조속히 가릴 책임이 여야 모두에게 있다고 믿는다. 어느쪽의 치명상이 불가피한 것은 지극히 유감이지만 결코 유야무야할 일이 아니다. 아울러 한나라당이 제기한 무기구입 및 일산 저택 구입자금 반입 경위에 대해서도 국민이 알아들을 수 있는 적절한 관계 당국의 해명이 있어야 할 것으로 안다. 또 미국에 유학중이라는 홍걸씨가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하고 있느냐는 것도 청와대측이 분명한 사실을 밝힐 필요가 있다. 이에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 것은 바로 이같은 권력의 비리를 거부하는 개혁작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증거를 대지 못하거나 폭로내용이 허위일 경우, 무책임한 정치공세로 공당의 신뢰가 크게 추락한다는 사실 또한 명심해야 한다.

인천-파주시의 ‘환경’시각

인천시와 해양수산부가 강화도를 비롯 인천연안의 습지 및 조수보호지역 등에 대한 관리를 대폭 강화키로 한 것은 올바른 정책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본란이 주장해온 갯벌 살리기사업에 정책당국이 뒤늦게나마 눈을 돌리게 된 것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퍽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겨울철새들의 서식지로 널리 알려진 파주시 교하면 임진강 하구가 각종 개발사업 때문에 훼손돼 철새들이 떠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그동안 우리 정부의 환경정책은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 60∼70년대는 오로지 경제성장을 구가하며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었을뿐 낙동강 오염 등 일련의 환경사고를 겪고 난 후에야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지난 십수년간 정부도 환경예산을 늘리는 등 환경보호를 위해 적잖은 노력을 해오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정부의 환경정책이 많이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그 본류는 아직도 수질·대기 등의 오염대처 행정이며, 환경예산도 상하수도 확충과 환경기초시설 설치 등에 집중적으로 배정돼 있다. 그래서 자연생태계 관리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때문에 인천시의 습지보전책에 기대를 걸고 주목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자연은 너무나 훼손돼서 생태계 복원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러나 훼손된 자연을 복원해야 할 시대에 우리는 아직도 개발이란 미명으로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 해마다 겨울철이면 각종 철새들이 찾아오는 파주군 교하면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형개발 사업들도 그중의 하나다. 90년초 자유로가 개통되면서 교하면 산남·문발 등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갈대밭의 재두루미가 사라진지 오래됐고, 출판문화단지 통일통산이 조성되면서 청둥오리 쇠기러기 등 철새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개발사업으로 서식지를 잃게 된 철새들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주지 않으면 우리 나라를 찾아오는 철새들은 갈곳을 잃게 될 판이다. 철새들의 보금자리 하나 마련해주지 못하는 나라에서 삶의 질이나 자연보호를 외치는 것은 공허할 뿐이다. 이제 관계당국은 철새들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고 보호대책을 모색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심각한 중고생들의 결핵증상

경기도내 중·고등학생 중 0.08%가 결핵증상을 보이고 있다는 경기도 교육청의 병리검사 조사결과는 충격적이다. 지난해 도내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병리검사 결과 결핵검진을 받은 중·고생 45만5백33명 가운데 중학생 79명, 고등학생 3백4명이 경증, 중등증, 중증 등 결핵 유증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또 초·중·고등학생 1백39만9천4백63명을 대상으로 소변검사를 실시한 결과 0.84%인 1만1천7백55명이 단백양성, 담양성, 당, 담백 동시양성, 잠혈증상 등의 이상자로 나타났다니 이만저만 심각한 현상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결핵은 제3종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환자 발생수·사망자수로 보아 우리나라 전염병중 가장 중시되는 위치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사망률이 감소하고 있으나 계속 질병관리에 힘써야할 전염병인 것이다. 중·고등학생들의 0.08%가 결핵 증상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염려스러운 것은, 결핵은 결핵환자의 기침·재채기 등을 통해서 직접 흡입되거나 공기중의 균을 흡입하여 전염되기 때문이다. 또 직접 감염에 비해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결핵균이 오염된 일상용품·식기 등을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핵은 일반적으로 유전적 요인 이외에 과로·영양실조 등이 원인이 되는 병이다. 결핵은 의학·보건적인 대책만으로 근치될 수 없다하여 ‘사회적 질병’이라고도 한다. 그동안 결핵의 감염률과 발병률이 계속 감소하여 온 것은 의학·보건적인 대책이 성과를 거두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생활환경 및 영양관리의 개선, 교육수준의 향상 등도 결핵예방 및 치료에 큰 도움을 주었다. 따라서 조사결과 이상자로 나타난 학생들에 대해서는 해당 학생들의 심리적인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가운데 학교·의료기관, 특히 학부모와 긴밀히 협조하여 조기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생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교육 당국은 해당 학생들이 완치될 때 까지 분기별로 병리검사를 실시하는 등 학생건강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해 주기를 바란다.

밀실공천 깨야 한다

선거법이 개정됨에 따라 각 정당이 4·13 총선에 출마할 후보자 공천작업을 서둘고 있다. 이번 16대 총선은 진통끝에 개정된 선거법에 의해 의원정수 26명을 감축한 273명 전원을 새 천년 들어 처음으로 새로 뽑는 선거라는 데 의미가 있다. 더욱이 시민단체들이 낙천 낙선운동을 벌이는 등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만큼 총선에 대한 기대는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공천과 관련된 잡음과 돌아가는 형국을 듣고 보고 있노라면 실망감이 앞선다. 얼마전 민주당 소속 두 정치신인이 밀실공천 관행을 통렬히 비판한데 이어 엊그제는 야당인 한나라당 총재실이 낙하산 공천을 반대하는 지방당원들에 의해 점거 당하기도 했다. 정치권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우리 정치발전의 최대 걸림돌인 1인 보스 중심의 정치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각당 당내에서조차 일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야 각당이 후보자 공모를 마감한 결과 과거에 비해 비공개 신청자가 크게 늘어 밀실공천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각당의 영호남 텃밭 의원들이 선거구 축소에 따라 지역색채가 약한 경기 인천지역 진출을 모색하고 있어 낙하산공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제 정치권은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국민들의 바람이 무엇인가를 알고 이에 따라야 한다. 물론 여야 각당은 공천심사기구를 구성하고 심사기준을 마련해 놓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의석 늘리기에만 급급해 당선가능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하다보니 개혁성 참신성 도덕성 등은 뒷전으로 밀릴 소지가 많다. 또 후보 선정 기준으로 삼은 ‘애당심’의 잣대가 추상적이고 주관적일 수밖에 없어 이 잣대가 자칫 사실상의 공천권자인 총재에 대한 충성도로 매겨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공천 및 전국구 후보선정과 관련한 특별당비 문제도 간간이 들리고 있다. 만약 공천이 인맥·정실과 돈에 좌우된다면 구악정치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정치권은 변화된 정치 여건에 맞추고 국민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민주적 절차에 의한 공천을 해야 한다. 여야가 아무런 개혁 노력없이 구태적 공천으로 총선에 임한다면 우리의 정치 장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공천의 투명성 합리성이 전제되지 않는 총선은 처음부터 진흙탕 싸움이 될수밖에 없을 것이며, 유권자들의 지지도 얻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려되는 부실 골프장 양산

정부가 지난 달 25일 확정, 2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은 이용자는 고려치 않고 해당 사업주 입장만 반영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투자비 한도 내에서 회원수를 모집토록 했던 회원 모집 총금액 한도를 폐지한 점이 그렇다. 5년이던 입회금 반환 및 탈퇴기간을 사업주와 회원간의 자율에 맡기도록 한 것이다. 골프장 등 등록체육시설업의 시설설치 공사기간 6년, 연간 사업계획 승인 건수 제한 총 20건, 그리고 골프장건설 때 재해예방시설비 예치조항도 모두 없앤 점도 그렇다. 각종 규제완화와 사업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관련법을 보완한 조치라고 문화관광부는 그럴듯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이 개정안은 골프장 사업주의 자율권이 크게 보장되는 반면 수요자인 회원이나 이용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특히 회원모집 총금액 한도 폐지와 입회금 반환문제, 회원모집 총금액한도 폐지는 현재 사업승인을 받고 공사중단 및 미개장으로 회원을 모집중인 골프장이 해당되기 때문에 큰 논란이 일어날 게 분명하다. 투자비 내에서만 회원을 모집해 왔지만 앞으로 사업주가 원하면 투자금의 2배, 3배 마음대로 회원모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업주의 부실여부를 확인할 수 없고 이에 대한 규제조항도 마련되지 않아 사업주가 나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악용, 회원모집 후 부도를 내거나 공사가 중단될 경우 모든 불이익은 회원 몫이 될 수 밖에 없는 우려가 있어서다. 정부는 보완책으로 사업승인시 모집회원수를 사전에 제출, 무분별한 회원 모집은 막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렇다면 왜 회원수 변경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방안을 개정안에 마련해 놓지 않았는가. 회원권 구입시 사업주의 자금력, 신뢰도 등을 꼼꼼히 따지도록 부담을 주는 이와 같은 개정안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는 셈과 마찬가지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의무반환조항 삭제로 골프장이 운영을 잘못해 회원권 시세가 폭락하더라도 아무런 보상장치가 없어 분양가조차 보상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우려가 큰데 왜 이렇게 체육시설 이용법을 개정했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골프의 대중화는 골프인구의 확대에 있는 것이지, 골프장 사업주의 편익을 위한 일이 아니다. 보다 정확하고 세밀한 당국의 후속대책이 있어야 한다.

民意 외면한 정치개혁

2년 이상 지루한 시간을 끌어온 정치개혁 관련 법안이 8일 밤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아닌 표결로 마무리되었다. 제16대 총선을 불과 2개월 남겨 놓은 상황에서 시민들의 압력에 못이겨 겨우 체면치레 정도로 선거법을 비롯한 정당법, 국회법을 개정했다. 이런 정도의 개정이라면 벌써 마무리되었어야 할 법개정이다. 그동안 국회는 이 정도의 개정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였는가. 여야는 정치개혁특위를 만들 때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고비용·저효율, 지역주의, 보스정치 구조를 타파하여 저비용·고효율, 정당민주화 등을 실시하는 정치풍토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된 내용을 보면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정치개혁안은 헛말이 되고 선거구 획정과 같은 지엽적인 문제만 가지고 시간을 보냈다. 물론 정치개혁에 잘된 부분도 있다. 비록 시민들의 압력 때문이기는 하지만 의원 정수를 현재보다 26명 감축하여 273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에 여성후보를 30%로 배정하였으며, 선거법 87조와 58조를 부분적으로 개정하여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국회에 예산결산특위를 상설화하고, 매 짝수달 1일에 임시국회를 자동 소집하기로 했다. 또한 선거공영제가 확대되고, 후보자 등록시 병역사항 및 세금납부 실적 증명서를 첨부하였으며, 노조의 정치자금 기부를 허용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이런 내용도 시민단체들의 압력에 못 이겨, 또는 이미 다른 법에서 실시되고 있는 것을 정비한 것에 불과하다. 운영비가 많이 들어 폐지하겠다던 지구당은 그대로 존속되고,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위한 정치자금 실명제는 거론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국정원장 등 주요 공직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16대부터 실시한다는 원칙만 정했다. 공천민주화를 위한 정당법 개정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이 제 몫챙기기에 급급하여 정치개혁의 본질엔 제대로 접근하지도 못했다. 민의를 외면하는 국회는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이런 국회의 모습을 분명하게 인식하여 총선에서 투표로 보여 주어야 될 것이다.

선거법 개정, 시간 없다

국회일정에 의하면 오늘 임시국회가 속개되어 지난 2월1일 처리하지 못한 선거법을 비롯한 정치관계법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여야 총무간에 진행된 협상과제이나 여야 지도부가 가지고 있는 상이한 생각 때문에 오늘 통과될 전망도 결코 밝은 편은 아니다. 제16대 총선은 불과 2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아직까지 선거구 획정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으니, 과연 국회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현재 국회에서 여야간에 진행되는 협상을 살펴보면 국민들이 요구하는 선거법 개정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선거법 개정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선거구 획정은 지난 1월말 민간인까지 포함된 선거구 획정위에서 결정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이미 여야는 선거구 획정위에 전권을 위임한다고 수차례 공언하였으며, 국민들도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위헌이니 하는 등등의 이유를 들어 처리를 지연시키거나 또는 나눠먹기식으로 개정하면 정치권은 더 이상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다. 선거구 획정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고비용·저효율의 정치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선거구 획정이 정치인들에게 중요한 관심사항이 될지 모르나, 국민들은 돈적게 드는 정치, 깨끗한 정치, 정당민주화, 지역주의 타파와 같은 한국정치구조를 변경시키는 것이다. 선거법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정당법, 정치자금법, 국회법이다. 지난 번과 같이 적당히 국고보조금이나 상향하려는 술책은 더 이상 없어야 된다. 지난 2일 일본 국회는 중의원 비례대표를 20명 감축하는 법안을 가결하였는데, 한국 국회는 스스로 감축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슬쩍 부활시키려 하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더 이상 정치관계법 개정이 지연되어서는 안된다. 선관위도 선거를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한데, 이미 준비 시간이 늦었다. 문제가 된 선거법 87조는 이번 개정에 포함되어 여야당이 약속한 대로 개정해야 된다. 87조 개정은 여야당이 이미 약속한 사항이다. 국회의원들은 정치관계법을 다루는 오늘의 국회 움직임을 국민들이 엄정하게 감시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단체장과 국회의원

기초단체장과 국회의원은 길이 다르다. 어느것이 더 좋고 나쁠 수가 없다. 단체장도 정당 가입이 허용돼 정치인으로 볼 수 있겠으나 그보다는 행정인으로 보는 것이 더 걸맞다. 단체장에 비해 국회의원은 완전 정치인이다. 4·13총선을 앞두고 도내 몇몇 단체장의 출마설이 나돈다. 이에대한 거취는 당사자의 임의에 속한다. 하지만 몇가지 관점에서 참고로 말해두고자 한다. 우선 직선에 의해 위임된 단체장 임기는 지역주민과의 약속임을 일깨운다. 임기를 채우지 않고 도중에 또다른 선출직에 나서는 것은 약속을 어기는 것이다. 국회의원 후보로서 시장 군수직 사퇴에 대한 주민 심판을 다시 받는다고 말하겠지만 개인 편의에 의한 도중하차의 부도덕성이 합리화되긴 어렵다. 단체장직의 도중하차는 보선의 막대한 선거비부담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행정에 큰 혼선을 가져온다. 일신의 개인 편의로 이같은 과외부담을 안겨줄 권리는 있다고 보지 않는 것이다. 또하나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기초단체장직의 막중함이다. 지금의 시장·군수는 관선때와 달라서 그 권능이 실로 대단하고 책임 또한 크다. 국회의원 선거구가 인접군과 함께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선거구는 기초단체장의 행정구역에서 두세명의 국회의원을 뽑기도 한다. 기초단체장의 위상이 국회의원보다 결코 못하지 않는 것이다. 단체장과 국회의원의 길은 제각기 달라 우열을 비할바가 아니지만 민선의 비중이 그만큼 높은 것은 사실이다. 본란이 새삼 이를 언급하는 것은 유능한 단체장을 잃지 않으려는 충정임을 솔직히 밝힌다. 유능한 단체장이 민선에 의했던 것일지라도 국회의원에 출마해서 반드시 당선된다는 보장은 없다. 설사, 당선된다 해도 초선의원으로 국회에 가서 할 수 있는 행동 반경은 제약이 없을 수 없다. 더욱이 나이가 젊을 것 같으면 정치인으로 입신키 위한 장래를 내다본다 하겠으나 그렇지 못한 입장에서는 신중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성도 있지만 지역의 대표성이 더 강하다. 지역사회의 자치행정을 맡아 경륜을 펼치는 단체장이야말로 국회의원보다 더한 지역대표의 소신을 펼칠 수 있는 자리다. 4·13총선을 앞두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몇몇 단체장에게 거듭 신중한 판단이 있기를 당부해 둔다.

개정해야 할 청소년보호법

국무총리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관련법 위반업주와 청소년을 함께 처벌하는 ‘업주와 미성년 쌍벌’방안을 공청회 등을 거쳐 9월 하반기 정기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청소년(미성년자)에게 술·당배를 판매하거나 유흥업소에 출입시킨 업주는 처벌하면서, 실제 불법행위를 한 청소년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현행 청소년보호법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업주가 몰랐거나, 일부 청소년들에게 속임을 당하는 사례가 많음에도 단속에 적발될 경우 업주만 억울하게 처벌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단체 회식 손님 가운데 직장 상사들과 함께 온 직원이 미성년자임이 적발돼 9백만원의 과징금을 낸 서울의 호프집 업주가 있는가하면, 술과 안주를 시켜먹고 업주에게 주민등록증을 보여준 후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아도 되느냐’며 미성년자들에게 오히려 협박당한 인천의 호프집도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아마 전국 각처에서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97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현행 청소년보호법은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술·담배를 팔거나 유흥업소에 출입시킨 업주에게 3년 또는 2년 이하의 징역과 2천만∼3천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으나 청소년에게는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고 있어 현행 법령이 청소년의 탈선을 부추긴다는 여론이 높다. 이에 따라 청소년의 유흥업소 출입 등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업주만큼의 처벌은 아니더라도 청소년에게도 ‘최소한’의 제재를 가하는 쌍벌규정으로 법을 개정해야 된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자신이 알고 한 행위는 처벌하지 않고 업주들만 범법자로 만드는 현행법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우리는 동감을 표시한다. 그렇다고 형사처벌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와 학교에 통보하고 금주·금연 교육, 건전문화체험교육, 공공시설봉사 등을 강제명령하는 방안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미국, 영국, 독일에서도 현재 위반업주에 대해서는 구속이나 영업장 폐쇄 등 강력한 조치와 함께 청소년들에게는 농장체험 훈련, 사회훈련, 금주·금연훈련 등 교육적 처분을 내리고 있다. 처벌보다는 선도가 효과적으로 가미된 청소년보호법이 신중하게 개정되기를 바란다.

지방의회 감사일정 왜 바꾸나

정부가 지방의회의 행정사무감사 일정을 매년 6월로 못박은 것은 문제가 많다. 행정사무감사는 다 알다시피 국회의 국정감사와 같이 행정기관을 견제 감시하는 지방의회의 주요 기능의 하나다. 주민대표들이 자치단체가 집행한 예산과 조례의 시행상 착오를 가려내고 이를 바탕으로 새해 예산안과 조례안 심의를 통해 이를 시정 또는 개선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이처럼 지방의회의 핵심기능인 행정사무감사가 회계연도와 관련 연도말에 실시해야 함에도 정부가 종전 12월 정기회에서 6월의 1차정례회로 변경토록 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정부가 지방자치법 개정과 함께 시행령을 고쳐 1회뿐인 정기회를 6월과 12월의 2차 정례회로 나눈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12월 정기회에 집중된 핵심 의정활동을 분산, 1차 6월 정례회에서는 행정사무감사와 결산안승인 및 기타 안건을 처리하고, 2차 12월 정례회는 예산안 의결 및 기타 안건을 처리케 함으로써 국감과의 중복을 피하고 업무가 폭주하는 연말 공무원들의 감사자료 준비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6월의 행정사무감사는 여러 측면에서 감사의 활동과 기능이 약화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감사일정 변경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본다. 우선 6월엔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므로 선거가 있는 해에는 감사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 또 지방의회가 구성된 뒤 2년이 지난 6월에는 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들이 모두 교체돼 업무파악은 물론 자료도 수집못한 상태에서 알찬 감사가 이뤄지리라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지방의원 임기내 4회의 행정사무감사 중 2회는 유명무실하게 운영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회계연도 중간 시점에서의 감사는 결국 당해 연도의 반쪽 감사결과로 예산안을 심의해야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은 것이다. 감사준비도 국감때 한꺼번에 하는것이 낫다는 것이 공무원들의 주장이다. 그래서 일부 지방의원들은 정부의 행정사무감사 일정변경이 지방의회의 감사기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기도 하다. 정부는 명분도 약하고 합리성도 없는 일정변경으로 괜한 오해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정부는 무엇보다도 효율성제고 측면에서 감사일정을 재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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