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중립’의 훼손

검찰중립은 수사 및 공소제기가 자유로움을 말한다. 수사는 사회공익의 대표로서 사안의 실체적 진실접근이 가능해야 하며, 공소제기는 순전히 검찰기능의 소신에 따라 행사돼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야를 불문한 정치권의 입김이 배제돼야 하고 임면권자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 눈치조차 살필 필요가 없어야 가능하다. 작금의 검찰이 이에 합당하다고 보는 관측이 얼마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아마 없을 것이다. 검찰중립의 훼손은 지금 말하기가 새삼스러울 만큼 오래된 일이지만 이를 거론하는 것은 박순용 대검총장이 올 시무식에서 밝힌 다짐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총장은 ‘거듭나는 검찰상의 다짐을 어떤 외부로부터도 압력을 배제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이에대한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 실천하기에 무척 힘겨운 다짐이긴 하나 자구적 방어의지로 보아 조금은 관심을 가졌던 것이 역시 종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 같아 실망이다. 통치권에 오랫동안 순치된 체질을 면치 못하는 검찰도 검찰이지만 근래 검찰권위의 훼손을 가속화하는 일련의 현상은 매우 우려할만하다. 시민단체의 선거법 불복종선언에 대한 김대중 대통령의 사법처리 배제지시는 시민단체 주장의 타당성여부를 떠나 기소독점 주의에 대한 명백한 침해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검찰의 고유기능을 간섭할 수는 없는 원칙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런데도 언제부터 검찰이 그런 생각을 가졌던 것인지 ‘법따로 사회따로가 있을 수 없다’는 상황논리로 실정법을 무시한 대통령분부에 알아서 영합하는 검찰간부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유감이다. 병무비리수사도 그렇다. 비리수사 자체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 다분히 시기적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이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수사를 하고 안하고 하는 고무줄척도가 검찰의 중립성을 형해화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가 파견근무로 적정수준이상의 검사들을 대거 불러들인 것도 심상치 않다. 검찰조직 라인을 필요적 수준 이상으로 직접 예속화하는 것 역시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한다. 김대통령은 야당시절에 검찰중립의 제도적 장치를 수차 요구하였다. 그러고도 막상 집권하고 나서는 그같은 주장을 외면하면서 허울뿐인 검찰중립을 말하고 있다. 심화하는 것은 민심이반이다. 그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그렇긴하나 검찰 스스로의 책임도 면할 수 없다. 검찰은 정녕 정권단위의 한시적 시녀인가.

북한산성 현대화 막아야

행정구역상 고양시 북한동 산1의1 북한산내에 위치하고 있는 북한산성은 전체 길이가 12.7㎞로 이중 경기도 구역이 7.2㎞에 이르고 나머지 5.5㎞는 서울에 속하는 산성이다. 백제의 4대 왕 개루왕 5년(132년) 백제의 도성 하남위례성을 지키는 북방의 성으로 축성된 북한산성은 사적 제162호로 고양시와 서울시가 지난 90년부터 막대한 예산을 들여 복원중이다. 그런데 서울시가 원래의 모습을 무시하는 공사를 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서울시와 함께 북한산성을 관리하고 있는 고양시는 산성의 원형을 최대한 살리면서 거의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고 있는데 반해 서울시는 서울구역 산성의 복원사업을 원래 모습과 다른 현대식의 새로운 성곽을 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성(성벽)과 여장(체성위에 쌓은 구조물로 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며 적을 공격할 수 있게 담장처럼 쌓은 것)을 네모 반듯한 정방형 구조물로 벽돌쌓듯이 축조해 북한산성이 지닌 고유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현대판 북한산성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원형대로 복원하면 3∼4년 지나 또 다시 보수해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오래갈 수 있는 방식을 채택했다”면서 “모양이 중요한 게 아니다. 고양시에서 공사한 것은 20∼30년 지나면 다시 공사해야 하지만 서울시는 내구성을 우선시했다”는 서울시 문화재 관계자의 설명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숭례문이나 덕수궁도 모두 헐고 대대손손 무너지지 않을 현대식으로 지어 이름만 숭례문, 덕수궁으로 걸어 놓으면 된다는 식의 주장이다. 비단 북한산성 뿐만이 아니다. 문화재는 원형대로 복원되지 않으면 복원의 의미가 전혀 없다. 따라서 북한산성 복원도 원형을 유지하는 선에서 복원이 이루어져야 후손들에게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서울시 식으로 복원할 바에야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며 다시 쌓을 이유도 없다. 서울시는 차일피일 미루지 말고 기존 공사부분에 대한 보완작업은 물론 북한산성 복원개선책을 제시하거나 이미 설계를 마쳤다면 설계를 변경, 재추진해야 마땅하다.

대통령의 ‘法불복종’ 허용

김대중 대통령이 밝힌 선거법 불복종 지지를 비판하는 것은 시민단체가 선언한 불복종에 대한 찬반과는 별개로 대통령의 월권적 발상을 유감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민단체의 정치활동에 법규의 혼란을 해소키 위해 선거법 관련조항의 개정을 거듭 조속히 시정하는 촉구에 그쳤다면 시민단체의 정치활동 시비와는 다른 차원에서 이해할 수가 있다. 그러나 현실을 4·19와 6월항쟁으로 예를들어 비유한 것은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일에 지금이 그와같은 비유가 가능한 초법적 민중항쟁이 필요한 시기로 간주된다면 이같은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돌아간다. 법집행을 책임지는 법무부장관에게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처벌하지 말라는 뜻을 밝힌 대통령의 생각은 준법정신 이완으로 사회위기수준을 촉진시킨다고 보아 심히 우려된다. 도대체 지켜야할 법과 안지켜도 될 법이 어디에 있는 것이며, 지킬법과 안지킬 법은 어떻게 구분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은 “동창회와 씨족단체 등은 사실상 선거운동을 해왔다”면서 “이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말했다. 참으로 이상하다. 탈법선거운동을 한 동창회나 씨족단체가 있었을 수도 있겠으나 모든 동창회와 씨족단체가 다 선거운동을 했다고는 볼 수 없다. 개연성의 추정만으로 불법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 공명선거로 여기는 것인지 궁금하다. “민주정치의 패러다임변화와 인터넷과 사이버공간시대에 규제보단 발상전환”을 강조한 대통령의 생각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동창회나 씨족단체의 선거운동을 합법화하고 실정법 저촉을 용인해야 한다고는 믿지 않는다.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검찰은 시민단체의 정치활동뿐만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낙선운동같은 사전선거운동도 묵인해야 할 판이다. 시민단체의 사전선거운동은 허용하면서 정치인의 사전선거운동은 법을 들어 계속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인지 정말 법질서가 혼란스럽다. 시민단체의 정치활동규제를 당연시 해오다가 갑자기 5·16이후의 권위주의 산물로 규정하는 것도 논거가 약하다. 미국의 시민단체가 노동 환경 교통 등 전문분야별로 순수한 시민운동의 낙선운동을 벌이는 것과는 달리 정당활동에 준한 조직적 포괄적 선거개입을 주장하는 등 토양적 성격이 다른 점이 유의돼야 한다. 대통령분부의 권위가 검증조차 필요없는 칙어적 성격의 강제력으로 실정법이 사문화하는 풍토가 과연 민주주의인지 의심한다.

설 物價高 잡아야 한다

설을 보름 앞두고 물가비상이 걸렸다. 지난 연말부터 계속 오름세를 보이던 무 배추 등 농산물값이 급등하는 등 생활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무 배추값은 작년 이맘 때보다 배나 뛰었고 소 돼지고기값도 덩달아 25∼70%나 올랐다. 내달초 설을 앞두고 다른 채소와 과일 등 제수용품 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현상이긴 하지만 설 물가 급등은 올해도 예외가 아니어서 IMF여파로 아직도 펴지지 않은 서민가계를 더욱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설 물가 오름세는 명절 특수에 따른 구조적인 측면이 많아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설을 앞두고 물가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것은 그동안의 물가대책이 허술했음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작년까지는 경기가 회복국면으로 빠른 반전을 보이면서도 물가는 비교적 안정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의 물가동향은 심상치 않다. 작년말 여러 경제연구소들은 올해의 물가상승률이 3%이상 될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물가를 잡는 일이어야 한다고 조언한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 성수품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은 이에 미리 대처하지 못한 물가당국의 책임이 크다. 물론 정부는 19일 때늦게 설 물가 대책회의를 열고 제수용품을 3배까지 늘려 공급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기는 했다. 그러나 설 물가는 떨어지기는 커녕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는 필시 수급동향을 잘못 판단했거나 정부와 지자체의 물가대책관리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당국은 지금이라도 농축산물값이 더이상 오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 설 물가 급등은 그것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공공요금 인상과 더불어 집값과 기름값이 들썩이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오름세 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크다. 더구나 한번 오른 물가는 좀처럼 내리지 않는다. 지금처럼 생활물가가 뛰고 기름값과 공공요금이 인상되면 올해의 물가억제선 3%도 무너질 위험이 크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물가만은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 설 특수를 노린 사재기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물량확보에도 최선을 다해 물가상승압력을 줄여야 한다.

反腐敗法도 빨리 처리해야

지난 해 12월 국회에 제출된 반부패기본법이 심의도 하지 않은 채 낮잠만 자고 있어 국민들로부터 국회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대단하다. 대통령 직속의 반부패특별위원회가 발족하였으나, 기능과 역할이 대통령의 자문기구로 돼있어 활동을 하는데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시민단체 대표로 참여한 반부패특별위원들이 반부패기본법도 통과되지 않는 등 활동도 제대로 못하고 또한 위원회 위상도 정립되지 못한 상황에서 위원으로 있을 필요성이 없다며 사퇴를 표명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반부패기본법도 통과되지 않고, 일부 위원들마저 사퇴한다면 반부패특별위는 제대로 활동도 하기 전에 사실상 해체될 위기에 놓여 있다. 반부패특위는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한국사회에서 부정부패를 척결하지 않고서는 21세기가 요구하는 국가발전을 이룩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에 따라 설치된 자문기구이다. 또한 대통령은 특위를 반부패기본법을 제정하여 강력한 권한을 가진 기구로 만들어 깨끗한 사회를 건설토록 하는데 중심적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시켜줄 것을 요망했다. 따라서 공동여당의 의지만 강하다면 통과될 수 있는 법이다. 그러나 국회는 아직 이 법안에 대한 심의도 않고 있어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한 제15대 국회의 마감과 더불어 폐기될 운명이다. 경실련, 참여연대 등과 같은 시민단체들도 비록 내용은 다소 다르나 부패방지를 위한 입법을 수차례 청원하였으며, 또한 일반 시민들도 반부패기본법을 통과시켜 부정부패로 얼룩진 한국사회가 정화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오는 21일부터 선거법을 심의하기 위한 임시국회가 열린다. 선거법도 중요하지만 반부패기본법 역시 부정부패의 척결을 위해 중요하다. 최근 형사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한해 무려 54조169조가 돈세탁을 할 정도라고 하는데, 이런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반부패기본법은 빨리 입법화되어야 한다. 반부패기본법 심의를 거부하는 국회의원들은 반개혁적 정치인들로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을 것이다. 반부패특위위원들도 사퇴를 하기 전에 이런 정치풍토를 개선키 위해 더욱 활발하고 강력한 부패방지를 위한 활동을 전개해야 될 것이다. 반개혁적 정치인들이 있기에 반부패특위가 필요한 것이며, 동시에 위원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망국 도박병 추방하자

검찰, 경찰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도박병이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 IMF한파가 언제 있었느냐는 듯 도시 농촌가릴것 없이 장터 상가 사무실 복덕방 등에서 노름판이 성행하고 있다. 최근엔 용인 수지 기흥 파주 김포 등 신흥 개발지역의 보상금을 노린 전문도박꾼들이 기승을 부리면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용인 수지읍에선 자신의 논밭이 아파트부지로 편입되면서 소일거리가 없어진 농민이 전문도박꾼들의 도박판에 끼어 들었다가 보상금 10억원중 1억원을 날렸고, 파주에선 수천 수백만원의 보상금을 삽시간에 몽땅 잃은 사람도 있다. 도박의 만연은 우리 사회 병리현상의 한 단면이자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한탕주의와 황금만능주의에 젖은 지나친 욕심이 큰 원인이다. 사회가 불안하고 가치관이 혼미할 때 도박이 성행한다는 게 학자들의 분석임을 상기하면 요즘 우리 사회에서 성행하는 도박은 그 도가 지나쳐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고스톱 바람이 전국을 휩쓸어 하루가 멀다하고 주부도박단이 적발되고 직장에서까지 상습도박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니 실로 개탄스러운 망국풍조가 아닐 수 없다. 도박의 폐해는 새삼스럽게 지적할 것도 없이 자신과 가정을 황폐화 시킬 뿐만 아니라 국민을 비생산적 취향에 몰입시킴으로써 무기력하게 만들고 한탕주의를 부추긴다는 데 있다. 그러나 한번 발을 들여 놓으면 여간해서 헤어나기 어려운 게 도박의 세계다. 손을 떼려 마음 먹어도 폭력조직이 놔주지 않는다. 재산을 모두 잃고 가정까지 파탄된 뒤 후회한들 소용없는 일이며 기다리는 것은 인생의 낙오뿐이다. 이처럼 무서운 도박에 빠져들지 않으려면 아예 처음부터 손을 대지 않는다는 단단한 각오의 실천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론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이같은 병리를 치유하기 위해 국민의 오락을 건전한 방법으로 유도하는 방안들을 강구해야 한다. 전국 곳곳이 도박장으로 타락해가는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수는 없는 일이다. 개인의 파멸 뿐만 아니라 사회를 병들게 하는 도박 풍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뿌리 뽑지 않으면 안된다. 상습도박은 철저한 단속과 엄중한 처벌로 다스려야 한다.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 규제

문명의 이기(利器) 휴대전화가 교통사고의 주범으로 변해가고 있는 추세는 매우 우려되는 현상이다. 생명을 앗아갈지도 모를 사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핸들을 잡은채 통화를 하는 운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운전중 휴대폰 사용의 위험은 직접 경험해 본 사람이나 남의 사용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면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특히 버스나 트럭운전자들이 통화하면서 한 손으로 운전하는 모습은 지켜보기조차 무서울 지경이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소주 6∼7잔을 마신 상태에서의 운전 만큼 위험하다는 각종 통계나 연구결과는 이미 오래전에 나왔다. 그런데 최근 운전중 휴대전화를 사용해서는 절대로 안되는 이유가 또 하나 추가돼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신호가 자동차의 전자통제장치의 고장을 일으켜 엔진과 브레이크의 오작동을 유발, 충돌사고를 가져올 위험이 있다고 영국자동차협회가 발표한 것이다. 운전중 휴대전화의 사용이 운전자의 주의를 산만하게 만들어 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은 이미 잘 알려진 것이지만 이 무모한 행동이 자동차의 기계적 고장을 유발해 사고 위험을 가중한다는 영국자동차협회의 경고는 충격적이다. 손해보험협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거의 모든 응답자(98.5%)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대답하는 등 사고 위험을 지적하는 연구조사결과가 잇따르자 휴대전화사용을 법적으로 규제하자는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다. 지난해 2월 국회의원 25명이 발의한 ‘휴대통신기기의 사용제한에 관한 법률’이 재론되고 있는 것이다. 이 법률안은 차량을 운전할 때와 공공장소에서의 휴대전화사용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최고 10만원까지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의 한 조사에 따르면 시민 10명중 8.4명이 휴대전화 사용제한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외국의 경우 미국 오하이오주,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사용자제 권고’에서 ‘법적 규제’로 바꿔 징역 또는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한다. 휴대전화 가입자가 2천3백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국민 2명중 1명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통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금지 권고가 호응을 받지 못해 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 보다는 법적으로 제재를 가하더라도 안전을 유지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교사 성(性)불균형대책 세워야

중등교원의 여교사 우위 성(性)불균형이 공무원 채용시험의 군필자 가산점 제도 폐지 이후 가속화 징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예사롭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엊그제 경기도 교육청이 발표한 2000년도 중등교원 임용시험 1차합격자 결과를 보면 2천97명 중 남자가 19%인 403명에 불과했고, 인천서도 남자 합격비율이 269명 중 23.8%(64명)에 그쳤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남자 합격비율이 10%대로 떨어진 것은 도 교육청 중등교원 공채시험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합격비율 33%보다 14%포인트나 낮은 수치이다. 결국 총점 135점의 공채시험에서 군필 가산점 5점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 이의 폐지때문에 합격선에 들었던 현역복무응시자 100∼200명이 무더기 탈락한 것으로 도 교육청은 분석하고 있다. 합격선에 들었다가 군필 가산점을 받지 못해 탈락한 남자 응시자들의 반발이 우려되는 가운데 일선 학교 교단의 여초(女超)현상 심화가 가져올 부작용과 문제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도내 중등교원의 남녀비율은 여교사가 계속 늘어 97년 56%, 98년 57%, 99년 58%로 매년 1%씩 증가하고 있다. 초등교원은 더욱 심해 68%(99년)나 되고 있어 이에 따른 문제점이 제기된지 이미 오래다. 일선 교단의 여초현상으로 초래될 문제점은 우선 남학생들의 여성화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의 요체는 남학생은 남성답게, 여학생은 여성답게 가르치고 키워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6년간 여교사가 담임을 맡는 사례가 허다한 초등학교의 경우 여성화된 남학생의 인성이 굳어지지 않을까 염려하는 학부모들이 많은 것이다. 교직의 여초현상은 또 남교사들에게 교내외 업무를 가중시키게 된다. 예컨대 야간 청소년 선도활동에는 여교사를 무시하는 업주들의 언어폭행과 비협조로 교외지도에 나서지 못해 그만큼 남교사들의 업무가중은 불가피한 것이다. 이처럼 2세들의 기초교육이 여성들 손에만 맡겨진다는 것은 교육적으로 작은 문제가 아니다. 때문에 당국은 우수 남성교원 유치를 위한 유인책을 하루빨리 강구해야 한다. 특혜논란이나 평등권 시비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정책개발이 필요한 것이다.

전세파동 대책 더 보완해야

이사철도 아닌 겨울철인데도 복덕방에는 전세를 구해 다니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으며, 더구나 서민들의 경우, 전세값이 턱없이 올라 애를 먹고 있다. 최근 부동산 업계에 의하면 전세값이 수도권에는 무려 4∼80% 인상되었다고 한다. 인상된 전세값 때문에 재계약자는 물론 새로 입주하려는 세입자들이 인상된 전세값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전세파동은 이미 예상된 것이다. 98년 초 IMF 직후 폭락한 전세값으로 전세를 얻은 세입자들의 재계약을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당시에 전세값은 폭락하였기 때문에 많은 전세계약자들은 오히려 재계약시 일부 전세값을 돌려 받기도 했을 정도이다. 때문에 전세값이 폭락했을 때 집주인과 세입자간에 전세금 반환 문제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변했다. 전세값은 지역에 따라 배로 인상된 곳도 있을 정도인데도, 서민들의 가계 사정은 IMF 이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직장을 잃은 가장이 있는가 하면, 소득이 IMF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다. 정부에서는 이런 전세파동을 예견하여 전세보증금 차액융자제도 등 전세대책을 발표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현재 가용재원이 2천억원에 불과한 실정이고, 더구나 전세를 기존 주택에 살고 있는 세입자가 재계약할 경우에는 융자가 해당되지만,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는 신규 세입자에게는 이런 혜택이 주어지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전세파동에 대하여 더욱 적극적 대책을 강구해야 될 것이다. 현재 정부에서 내놓은 전세대책으로는 예상되는 전세파동을 해결하기 힘들 것이다. 정부는 예비비라도 방출하여 전세대책에 사용될 수 있는 가용재원을 대폭 확충해야 된다. 또한 융자의 경우, 기존 세입자 뿐만 아니라 새로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세입자도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된다. 전세값 인상을 부추기는 부동산 업소도 강력하게 단속해야 된다. 이런 적극적 조치도 없이, 전세파동을 해결하기는 어렵다. 지자체 역시 정부의 대책만 처다보지 말고 스스로의 대책도 강구하여야 될 것이다.

‘재협상’, 국회의원 감축부터

‘철밥통’선거법개정안이 재협상 국면을 맞고 있다. 3당이 이에 속앓이를 하면서도 겉으로는 원점으로 돌아가 협상에 응할 뜻을 밝히고 있다. 이의 전기는 김대중 대통령이 국민회의 지도부에 대한 지시에 의해 비롯됐다. 그동안의 여·야협상 과정을 모르지 않았을 김대통령이 갑자기 재협상을 들고 나온 것은 국민의 세찬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반발을 의식하기는 3당 역시 같은 입장이다. 청와대가 지적한 도농복합선거구 예외인정(원주·경주·군산·순천)삭제, 공소시효단축철회, 국고보조금 50%증액 백지화, 정치자금 100만원이상 기탁 수표의무화, 선거구인구 상·하한선 상향 및 인구기준 12월말 조정 등은 인정한다. 여야는 현행 선거구 유지방편으로 선거구 인구의 상·하한선 상향조정을 회피키 위해 지난해 12월 인구통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9월 통계를 기준하는 위법성을 감행했다. 그러나 비례대표여성후보의 30%할애의무화, 권역별 1인2표제채택, 선거법 87조 폐지 등을 말한 대통령의 생각은 신중을 요한다. 한나라당은 재협상과 관련, 1인2표 정당명부식비례대표제, 후보자 이중출마 및 석패율제도등 이미 국민회의에 양보한 새로운 제도도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원칙선상에서 다시 추진할 뜻을 밝혀 국민회의와 일전도 불사할 태세다. 자민련 또한 국민회의와 원만한 관계만은 아니다. 선거법 87조와 관련, 대변인실을 통해 “시민단체의 활동은 존중돼야 하지만 선거를 주도하려해서는 안된다”며 대통령의 생각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재협상의 쟁점 가운데 정치개혁의 핵심이라할 국회의원수 감축이 유독 청와대서부터 제외된 것은 유감이다. 무엇보다 의원수를 10∼20%줄이는 것이 선거구제 및 선거구획정등 선거법재협상의 대전제가 되는 선행요건이 되는데도 정치권은 아직도 이를 기피하고 있다. 재협상지시나 정치권의 재협상 용의 등은 결국 거센 국민의 비난에 편승, 내심은 여전히 미진한 당리당략의 추구를 노리는 양상이 짙다. 참다운 재협상은 국회의원수를 적정수준으로 먼저 줄이는 데 3당이 합의한 바탕에서 나머지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순리다. 오늘 국회본회의에서 표결하는 선거법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재협상으로 가는 고비다. 여·야 3당은 재협상이 1차협상의 재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철밥통’선거법 개악이 비난받는 연유가 어디에 있는가를 잘 헤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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