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경찰 강화 급하다

‘날으는 범죄에 기는 수사’라는 말이 또 나오고 있다. 경기경찰청과 일선 경찰서가 급증하는 사이버 범죄에 대처키 위해 일제히 구성한 ‘사이버범죄수사반’이 인력 기술 장비 등의 수사력 미흡으로 사이버 테러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신설된 수사반의 준비태세가 허술하기 이를데 없다. 수사에 필요한 기본요소인 컴퓨터 서버 등 수사장비가 수사반이 구성된지 10여일 지난뒤에야 지급됐고, 해커침입을 차단키 위한 방어벽 설치작업도 엊그제야 겨우 끝냈다. 그러나 무엇보다 문제되는 것은 배치된 수사요원에 대한 별도의 기술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때문에 현재로선 인터넷이나 PC통신을 이용한 음란물 판매행위등 초보적 범죄만 단속할 수 있을 뿐이다. 가장 보편적이고 피해 또한 큰 웹사이트의 컨텐츠(내용물)를 날려버리거나, 보안벽을 뚫고 들어가 핵심정보를 빼내가는 해킹관련범죄 및 바이러스 제작 유포행위와 같은 범죄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일선 경찰서에 설치된 컴퓨터 용량이 작고 인터넷 전용회선도 갖추지 못해 저속운영의 불편을 겪어야 한다. 이래가지고는 관제하기 힘겨운 속도로 정보사회로 달려가는 디지털시대의 사이버범죄를 효과적으로 대처하기는 어렵다. 전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정보전달과 상거래가 광속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이버테러로 인한 웹사이트 마비는 전자상거래 당사자에게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또한 사이버테러의 공격대상은 경제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거나 국가기관이나 인터넷기업이 보관한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예기치 않은 피해를 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따라서 우리가 디지털시대의 사이버테러를 막자면 타성에 젖은 기존 조직의 보완같은 대응방식보다는 초고속 통신망과 높은 인터넷 보급률 등 인프라에 걸맞게 보안장치를 강화하고 기술도 최신급으로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아울러 사이버범죄를 단속하는 경찰도 급변하는 디지털사회에 상응하는 상당한 인력과 체계와 기술을 갖춘 사이버경찰로 수사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기대되는 경기북부시대

경기북부지역을 관장하는 경기도 제2청사가 내일 의정부에서 개청된다. 경기도 제2청사의 개청은 21세기를 맞이하여 경기지역 발전의 일환으로 경기북부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것이며, 동시에 그동안 소외되었던 경기북부 주민들의 숙원을 다소나마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자못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제2청사의 개청으로 지역민에 맞는 서비스와 개발 전략을 수립하게 된 것이 중요한 의미가 있다. 북부지역 주민들은 같은 경기지역에 있으면서도 지리적 여건 때문에 행정 서비스면에서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제2청사가 출장소장에서 제2부지사로 격상되면서 공무원 수가 207명에서 292명으로 확대되어 대민업무가 더욱 원활하게 되었다. 더구나 도 본청에서 수행하는 각종 기획, 예산 등 주요 업무의 85% 이상을 제2청사에서도 수행하게 되어 북부주민들의 편의를 도모하게 되었다. 그러나 단순한 제2청사의 개청만으로 경기북부시대가 열리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경기북부시대가 열려 앞으로 전개될 통일시대의 전초기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개발의 토대가 될 수 있는 인적 자원과 물적 기반의 확보가 필요한 것이다. 민원을 담당할 공무원 수가 증가되기는 하였으나, 실질적으로 업무를 담당할 직원들이 적어 효율적인 업무 수행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조직체계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된다. 또 지역발전에 밑거름이 될 사회간접시설에 대한 투자도 조속히 이루어져야 된다. 북부지역은 국토분단에 따른 안보정책과 잘못된 수도권 정책으로 인하여 지역발전에 있어 상당한 저해를 받고 있다. 안보환경은 불가피한 요소라고 하더라도 서울 주민 위주의 수도권 정책으로 인하여 경기북부주민들은 개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통제된 정책에 의한 불필요한 규제만 받게 되었다. 따라서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는 조속히 철폐되어야 할 것이다. 경기북부지역의 발전은 경기도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발전에 있어 중요한 요체이다. 따라서 위에 제기된 선결과제가 제2청사 개청과 더불어 조속 실시되기 바란다.

혼란만 주는 무시험 대입제도

우리나라 교육부는 아무래도 교육행정의 완급을 잘 모르는 모양이다. 교육부장관이 수시로 바뀌는가 하면 그에 따라 교육정책도 우왕좌왕 한다. 도대체 중심이 없다. 내년부터 초·중·고등학교 영어수업을 영어로만 진행토록 의무화한다고 밝힌 것도 그렇다. 영어의 중요성은 이미 알고도 남지만 한마디로 외국어 조기교육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너무 서두르고 있다. 우수교사 확보, 교육시설 확충 등 아직도 우리 영어교육에는 개선하거나 재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정책을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2002학년부터 무시험 대학입학제도를 발표한지 1년이 지나도록 원칙만 제시한채 세부기준을 발표하지 않는 점이다. 정작 빨리 처리해야 할 일은 뒷전에 놔두고 있는 것이다. 지난 98년 10월 교육부는 200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기존의 입시와 달리 개인의 특기와 소질이 존중되는 무시험 입학제도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2002년 입시 적용을 받는 99년 고교 입학생부터 자율학습과 보충수업을 전면 폐지하는 한편 학교내 특기·적성교육을 강화해 왔다. 그러나 교육부가 최근 기초학습자료로만 활용하고 전형자료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한 당초의 방침을 수정, 대학이 자율적으로 반영하도록 했다. 이러한 변경은 무시험 입학제도를 통한 학교정상화를 추진했던 교육부의 입시방향이 크게 수정된 것으로 특별전형만 확대됐을 뿐 정시모집은 기존 입시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일선 고등학교들은 물론 2002년 무시험입시를 준비해온 고교 1년생과 학부모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일부 대학들이 기초자료로만 활용키로 했던 수학능력시험반영비율을 중요한 전형요소로 활용키로 방침을 정해 더욱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무시험 대학입시제도를 시행하겠다더니 당초 발표와 달리 또 다시 수능 반영을 대학에 맡긴 교육부의 방침으로 기존의 입시준비로 되돌아가야하는 고등학교들이 지금 극심한 혼란에 빠져있는 실정이다. 2002년부터 전면적인 무시험 대학입시제도를 시행할 것인가. 교육부는 이 문제부터 명백히 밝힐 것을 촉구한다.

西海 황폐화 앞장선 지자체

우리 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천혜(天惠)를 타고났다. 우리가 많은 예산을 들여가며 하수종말처리장을 늘리고 오폐수의 수질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강과 바다의 오염을 막아 우리에게 주어진 천혜를 누리고 이를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도 경기도내 일부 지자체가 하수종말처리장의 슬러지(침전물)를 수백톤에서 수만톤씩 서해에 버려온 것은 국민들의 공분을 살 일이다. 더욱이 내년부터 김포매립지 반입이 금지됨에 따라 경기도와 일선 시군이 도내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생기는 상당량의 슬러지를 바다에 버리기로 대책을 세웠다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경기도는 내년부터 도내 45개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연간 30만400만t의 슬러지 중 12만3천t을 오는 6월 마련할 5개의 소각장에서 처리할 계획이나, 재활용 등으로 처리하고 남은 12만t은 서해에 버리기로 대책을 세웠다고 한다. 하수슬러지는 오폐수 처리과정에서 침전되는 황화합물과 각종 중금속이 함유된 농축 오염물질이다. 서해안과 갯벌을 황폐화시킬 것이 뻔한 이같은 오염물질을 소각장이 부족하다고 해서 바다에 버리기로 한 것을 당국이 대책이랍시고 세웠으니 기가 찰 일이다. 물론 당국은 하수슬러지 해양투기지점이 서해의 공해상이기 때문에 갯벌과 해안선과는 상당한 거리에 있고 바다의 자정능력으로 연안을 오염시킬 위험은 없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인천해역등 서해안 일대 해수와 갯벌은 산업폐수와 생활하수로 이미 오염될대로 오염돼 자정능력까지 상실한 상태라는 것이 해양전문가들의 우려섞인 지적이다. 또 얼마전 중국의 사회과학연구팀이 한반도 서해와 맞닿은 황해가 썩어가고 있다고 스스로 밝혔듯이, 인근 국가해역의 오염확대가 결국 바다의 자정능력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해양투기를 하더라도 밀봉용기에 담아 침전투기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농축오염물질을 바다에 뿌리듯 버리는 것은 해양생태계를 파괴시키는 무모한 일이다. 지하자원이 빈약한 우리에겐 바다는 우리의 미래가 걸린 마지막 삶의 터전이다. 당국은 이제라도 서해안을 황폐화시킬 위험한 대책보다는 바다를 살리는 적극적인 자세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초중고 영어교육 문제점

교육부가 내년부터 초·중·고교의 영어교육을 강화시키기 위하여 영어수업을 완전히 영어로만 진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동안 초중고에서 영어 교육이 진행되고 있으나, 실용성 없는 문법 교육에만 치중하여 회화중심의 영어교육을 함으로써 교육의 효과를 높이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의도이다. 따라서 내년부터 교육부는 주당 4시간 이상 영어수업 가운데 최소한 1시간 이상을 의무적으로 영어로만 수업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영어수업이 실질적이지 못하고 형식에 치우진 것을 교육부가 뒤늦게나마 실용성 있는 현장중심의 교육으로 전화시키겠다는 영어교육 강화책은 비록 뒤늦은 감은 있으나 바람직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제대로 된 영어교육을 시키기 위하여 사전에 해결해야 될 문제가 있는가 하면, 또한 지나치게 영어교육을 강조할 때 생기는 문제점도 검토해야 될 것이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 교육에 필요한 예산 확보이다. 생활 영어 교육을 담당할 원어민(原語民) 교사의 확보, 현재 영어 교사에 대한 재교육, 그리고 각종 시청각 시설 구비를 위한 막대한 예산의 확보이다. 현재 전국에는 원어민 교사가 불과 200명도 되지 않고 있다. 이를 IMF 이전 수준인 600명 정도까지 확보하는데도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원어민 교사의 확보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단순히 영어를 한다는 조건만 가지고 채용할 수는 없다. 말 못하는 영어교사를 재교육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영어연수를 대폭 늘린다고 하나 이것 역시 예산확보와 교육 프로그램이 전제되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영어 교육에 대한 교육 목적이다. 전 지구촌이 세계화되어 영어교육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며, 또한 우리 교육도 이런 추세에 맞추어야 된다. 그러나 교육은 기본적으로 민족 주체성에 기본을 두고 실용적인 교육이 부가되어야 한다. 최근 뿌리 없는 한국 교육의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영어 교육만을 강조하는 것이 잘못하면 한국교육의 목표를 오도(誤導) 시키는 것이 아닌지 다시금 생각해야 될 것이다. 교육의 세계화와 더불어 한국 교육의 뿌리를 찾는 작업도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단체장 ‘제재방안’에 대해…

최인기 행정자치부장관이 대구시 방문에서 밝힌 자치단체장 제재방안 강구발언은 심히 주목된다. 방만한 재정운용을 일삼는 단체장에 대해 제재방안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지방자치법개정을 연구중이라고 말했다. 임기가 보장된 민선을 빌미삼아 재정운용을 무질서하게 집행하는 일부 단체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장관이 밝힌 제재방안으로 권한정지를 거론한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지역주민이 뽑은 단체장을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지시키는 것은 자칫 지방자치발전을 저해하기가 십상이다. 중앙의 권한이 남용될 소지 또한 없지 않다. 하지만 최장관의 말은 경고조치 등 가벼운 제재만으로는 그같은 일부 단체장의 각성을 촉구하기가 어렵다고 보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해서, 권한정지같은 제재 방안이 정 필요하다면 중앙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행사되기 보다는 지역주민 또는 해당의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쌍방적 절차를 요건으로 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이는 매우 첨예한 문제다. 따라서 행자부가 이를 연구중이라면 앞으로 공청회같은 것을 열어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들을 필요가 있다. 이에 참고로 말하면 권한정지같은 직접 제재보다는 현저한 과실로 인한 재정손실은 변상조치시키는 것이 더 좋은 방안일 것으로 본다. 설사, 직접제재를 가해도 변상의무를 지운다음에 이를 이행치 않을 경우에 행사돼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충남의 어느 기초단체장과 어느 도의 교육청 공무원들이 현저한 과실로 인한 재정손실을 변상토록한 사례가 없지 않은 것으로 안다. 그러나 이 역시 간단하지 않다. 재정운용의 문란을 적발 또는 제재하기 위해서는 감사기능의 활성화에 따른 깊은 연구가 수반돼야 할 것이다. 생각하면 중앙정부가 자치단체의 재정운용에 간섭하는 것은 비록 건전재정을 위한 것이긴 하나 달갑지 않은 일이다. 이를 계기로 단체장들의 건전재정 의식을 촉구하면서 아울러 의회 역시 견제기능의 의무를 한층 더 성실히 이행해 주길 바란다. 지방재정의 방만한 운용은 해당 의회가 집행부에 대한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데 기인한다고 보아지는 것이다.

안전시설 부족한 고속도로

추운 날씨가 풀리면서 증가한 고속도로 운행 차량 운전자들이 고속도로 이용을 불안하게 여기고 있다면 심히 우려되는 교통상황이 아닐 수 없다. 대다수의 운전자들이 고속도로상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 주원인을 고속도로의 안전시설 및 관리부족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속도로 교통사고가 급증하면서 운전자들이 한국도로공사 등 정부를 상대로 제기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잇따르고 있고 이에 대하여 도로공사에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속속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교통사고와 관련한 소송사건은 노면장애물, 사람·동물의 무단횡단, 공사구간에서의 안전관리 소홀, 노면관리 및 도로시설물 설치 잘못, 갓길 주·정차 계도 소홀 등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고속도로상에 흩어져 있는 장애물로 인한 소송이 가장 많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교통문화운동본부가 고속도로 이용주체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운전자의 81.5%가 고속도로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고속도로 이용이 불안한 이유는 안전시설관리부재(24.2%)와 운전자들의 과속·추월 및 난폭운전(20.6%), 그리고 공사구간이 많고(18.4%), 커브구간 등 도로구조에 문제가 많다(16%)고 나타났다. 교통문화운동본부의 이러한 조사보고는 한국도로공사가 분석한 고속도로에서의 사고원인과는 그 양상이 아주 대조적이다. 한국도로공사가 지난 98년 전국의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4천3백64건의 교통사고 주원인을 운전자 과실(80.1%)과 차량결함(14.8%)등 대부분 운전자 과실로 돌려 발표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두가지 분석에 대해 우리는 한국도로공사측의 분석보다는 교통문화운동본부의 조사결과에 무게를 더 두고자 한다. 고속도로 휴게실이 부족하여 휴게소간 거리가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원인이긴 하지만 도로공사와 당국은 앞으로 고속도로 갓길주차와 진출입로에서의 불법주차, 과속·난폭운전을 철저히 단속하여야 한다. 특히 내용이 미흡한 안내표지판도 개선, 증가, 설치하고 도로의 선형이나 각종 안전시설 등을 수시로 진단하여 운전자들의 고속도로 이용 불안감을 없애는 데 주력하기를 바란다.

한나라당 공천 후유증

재야세력을 망라하여 결집하지 못한 것이 야당의 전통적 취약점이었다. 한나라당의 공천분열은 기존의 결집세력마저 이탈하고 있어 매우 주목된다. 공천에 대한 불만세력의 탈당은 탈당하는 사람에게도 책임이 물론 있지만 탈당케 만든 사람 역시 책임이 있다. 나갈테면 나가라는 식의 이회창 총재 지도노선이 수권정당을 자임하는 공당의 포용력있는 처사일 수는 없다. 일본의 자민당은 우리보다 더 복잡한 계파 속에 얽혀있어도 조화로써 힘의 균형을 잘 유지해가고 있다. 민주정치에서 정당의 계파는 의당 있을 수 있는 현상이다. 오히려 계파를 부정하는 것은 오직 총재계파의 충성만이 인정코자 하는 여당의 독선행태와 조금도 다름이 없다할 것이다. 김윤환 이기택 고문, 신상우 국회부의장, 김광일씨등 영남권의 중진이 잇따라 탈당을 선언한데 이어 조순 명예총재가 종로구 공천을 반납하고 나선 것은 특정지역에 국한한 일로만 해석되지 않는다. 한나라당의 전반적 전열과 이회창 총재의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오는 실책으로 보인다. 이회창 총재가 민주당의 물갈이론에 말려 당의 중진들을 대거 토사구팽한 것이라면 그의 상황판단력이 의심된다. 정치는 젊은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저마다의 역할이 다 있다. 공천에 간여하려드는 것은 아니다. 당내 중진들을 공천하고 안하고 하는 것은 전적으로 한나라당 일이다. 우려하는 것은 공천이 어떻든간에 당내 불화가 없어야 하는 것이 총재의 지도역량이라고 보는데 있다. 이회창 총재가 아직도 대권을 겨냥하고 있다면 당내 화합하나 이룩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차기를 다짐 할 수 있을 것인지 의심된다. 벌써부터 영남권 중심의 신당설이 무성하다. 그렇지않아도 호남지방에서는 맥을 못쓰는 한나라당이 영남세까지 기반을 잃으면 비좁은 국토가 지역당으로 삼분사열할 판이다. 이회창 총재가 이에대해 책임을 갖는다면 더이상의 이탈을 막는 진화에 나서 당내화합을 이룩해 보여야 한다. 아울러 이미 탈당한 중진들과도 접촉을 갖는 도량이 요구된다. 거대 여당에 대한 응분의 견제세력을 갖는 야당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이같은 충고를 해두는 것이다.

선거판 벌써 왜 이러나

선거판 돌아가는 것을 보면 싹이 노랗다. 세상이 꽤 변한 것처럼 보이지만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각당이 4월 총선에 내보낼 후보 공천작업을 일부 끝냈을뿐 후보등록일이 38일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총선 후유증을 걱정해야 할 만큼 불법·타락 사전 선거운동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적발한 16대 총선 불법 사전 선거운동이 17일 현재 124건으로 지난 15대 때의 같은 시점에 비해 44.2%나 증가했다는 사실은 선거판의 혼탁도가 오히려 더 심해졌음을 말해 주고 있다. 앞으로 법정선거전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종반전으로 치달을수록 분위기가 과열되게 마련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일대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과거의 총선 때와 달리 이번에는 금품살포나 음식접대 선심관광같은 수법 이외에도 PC통신 등 사이버공간을 이용한 편법적 신종 불법 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려 선거분위기를 더욱 오염시키고 있다. 여기에 낙선운동에 나선 총선시민연대가 개정된 선거법이 운동방법을 지나치게 제한했다며 법을 무조건 따르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어 선거판이 어떻게 굴러갈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선관위와 검·경 등 관련 당국은 돈으로 유권자를 매수하려는 따위의 구태의연한 범법행위에서부터 상대방 후보예상자에 대한 흑색선전과 비방으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비열한 행위에 이르기까지 각종 불법 사전 선거운동에 대한 단속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혼탁예방에 힘써야 할 것이다. 우리는 특히 불법 부정행위의 당사자인 여야 정당과 출마예정자들에게 자숙을 당부하고 싶다. 이제는 과거처럼 부정한 방법으로 표를 얻는 것이 쉽지 않으며, 그렇게 해서 설혹 당선이 된다고 해도 깨어 있는 유권자와 시민단체의 감시 고발로 처벌받고, 국회의원직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여야 지도부가 지금처럼 무조건 승리를 외치고 국회의원이 되려는 사람들이 사생결단 앞다투어 불법행위를 저질러 이번 선거가 부정과 혼탁으로 얼룩질때는 정치권 전체가 국민의 불신을 받는 가운데 엄청난 후유증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명념해야 한다.

시민단체 ‘불법’, 자성해야

일부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움직임은 심히 우려된다. 여야를 망라한 각당의 공천결과는 유권자들에게도 생각케 하는 바가 없지 않다. 그러나 소임이란게 있다. 정치의 주체는 정치인이며 공천의 주체는 각 정당이다. 이에 대한 판단의 주체는 유권자들인 것이 민주주의다. 이런 가운데 정당에 정치개혁을 촉구하고 유권자들에게 판단의 구체적 자료를 제공해주는 것이 시민단체의 활동범주라고 우리는 믿는다. 이에 관련한 관점이나 입장표명을 일탈한 구체적 활동의 낙선운동을 강행할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직능이나 이익단체 등의 특정주장이거나 아니면 환경문제같은 사회공익차원이라면 또 모르겠다. 이 역시 낙선운동의 불법이 허용될 수는 없지만 그 나름대로의 일리는 있다. 그러나 내가 공천을 반대한 사람이 공천됐으니 낙선운동을 벌여야겠다는 것은 시민운동의 한계를 넘어선 정치운동이다. 우리는 정당이 아닌 시민단체가 시민의 이름으로 그같은 정치활동을 벌일 대표성이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유권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다. 시민단체끼리 후보가 다른 낙선운동은 사회혼란을 일으키면서 유권자들을 간섭하려드는 행태로 변질되기가 쉽다. 더욱이 불법행위까지 불사하겠다는 초법적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법률다툼의 대상으로 보기에는 심히 의문스런 공천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법을 들먹이면서 불복종운동을 위해 법을 팽개치고 길거리에 나선다는 편의적 논리는 자가당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민운동의 주체와 객체를 혼돈한다 할 것이다. 시민운동은 좋지만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 있다. ‘활동범위가 확장되면서 권력지향적이고 폐쇄적으로 흘러 자신들 비판의 주 대상이었던 정부기관을 닮아간다’는 경구를 새겨볼 단계가 지금이 아닌가 싶다. 떼거리로 나서면 감히 누가 붙잡아가랴는 식의 선거법불복종허용의 관성을 계속해 탐닉하다가는 한때 박수를 보냈던 시민들 신뢰마저 상실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정치단체 지향의 정치운동이 아니고 진정 시민단체의 시민운동이라면 법테두리 안에서 갖는 총선개입이라야 순수성이 훼손되지 않는다. 각 정당의 후보공천은 잘됐든 못됐든 어디까지나 정당이 책임지는 것이며 그에 대해 내리는 심판은 결국 유권자들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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