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세력을 망라하여 결집하지 못한 것이 야당의 전통적 취약점이었다. 한나라당의 공천분열은 기존의 결집세력마저 이탈하고 있어 매우 주목된다.
공천에 대한 불만세력의 탈당은 탈당하는 사람에게도 책임이 물론 있지만 탈당케 만든 사람 역시 책임이 있다. 나갈테면 나가라는 식의 이회창 총재 지도노선이 수권정당을 자임하는 공당의 포용력있는 처사일 수는 없다. 일본의 자민당은 우리보다 더 복잡한 계파 속에 얽혀있어도 조화로써 힘의 균형을 잘 유지해가고 있다. 민주정치에서 정당의 계파는 의당 있을 수 있는 현상이다. 오히려 계파를 부정하는 것은 오직 총재계파의 충성만이 인정코자 하는 여당의 독선행태와 조금도 다름이 없다할 것이다.
김윤환 이기택 고문, 신상우 국회부의장, 김광일씨등 영남권의 중진이 잇따라 탈당을 선언한데 이어 조순 명예총재가 종로구 공천을 반납하고 나선 것은 특정지역에 국한한 일로만 해석되지 않는다. 한나라당의 전반적 전열과 이회창 총재의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오는 실책으로 보인다. 이회창 총재가 민주당의 물갈이론에 말려 당의 중진들을 대거 토사구팽한 것이라면 그의 상황판단력이 의심된다.
정치는 젊은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저마다의 역할이 다 있다. 공천에 간여하려드는 것은 아니다. 당내 중진들을 공천하고 안하고 하는 것은 전적으로 한나라당 일이다. 우려하는 것은 공천이 어떻든간에 당내 불화가 없어야 하는 것이 총재의 지도역량이라고 보는데 있다. 이회창 총재가 아직도 대권을 겨냥하고 있다면 당내 화합하나 이룩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차기를 다짐 할 수 있을 것인지 의심된다. 벌써부터 영남권 중심의 신당설이 무성하다. 그렇지않아도 호남지방에서는 맥을 못쓰는 한나라당이 영남세까지 기반을 잃으면 비좁은 국토가 지역당으로 삼분사열할 판이다.
이회창 총재가 이에대해 책임을 갖는다면 더이상의 이탈을 막는 진화에 나서 당내화합을 이룩해 보여야 한다. 아울러 이미 탈당한 중진들과도 접촉을 갖는 도량이 요구된다. 거대 여당에 대한 응분의 견제세력을 갖는 야당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이같은 충고를 해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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