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밝힌 선거법 불복종 지지를 비판하는 것은 시민단체가 선언한 불복종에 대한 찬반과는 별개로 대통령의 월권적 발상을 유감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민단체의 정치활동에 법규의 혼란을 해소키 위해 선거법 관련조항의 개정을 거듭 조속히 시정하는 촉구에 그쳤다면 시민단체의 정치활동 시비와는 다른 차원에서 이해할 수가
있다.
그러나 현실을 4·19와 6월항쟁으로 예를들어 비유한 것은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일에 지금이 그와같은 비유가 가능한 초법적 민중항쟁이 필요한 시기로 간주된다면 이같은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돌아간다. 법집행을 책임지는 법무부장관에게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처벌하지 말라는 뜻을 밝힌 대통령의 생각은 준법정신 이완으로 사회위기수준을 촉진시킨다고 보아 심히 우려된다.
도대체 지켜야할 법과 안지켜도 될 법이 어디에 있는 것이며, 지킬법과 안지킬 법은 어떻게 구분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은 “동창회와 씨족단체 등은 사실상 선거운동을 해왔다”면서 “이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말했다. 참으로 이상하다. 탈법선거운동을 한 동창회나 씨족단체가 있었을 수도 있겠으나 모든 동창회와 씨족단체가 다 선거운동을 했다고는 볼 수 없다. 개연성의 추정만으로 불법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 공명선거로 여기는 것인지 궁금하다.
“민주정치의 패러다임변화와 인터넷과 사이버공간시대에 규제보단 발상전환”을 강조한 대통령의 생각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동창회나 씨족단체의 선거운동을 합법화하고 실정법 저촉을 용인해야 한다고는 믿지 않는다.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검찰은 시민단체의 정치활동뿐만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낙선운동같은 사전선거운동도 묵인해야 할 판이다. 시민단체의 사전선거운동은 허용하면서 정치인의 사전선거운동은 법을 들어 계속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인지 정말 법질서가 혼란스럽다.
시민단체의 정치활동규제를 당연시 해오다가 갑자기 5·16이후의 권위주의 산물로 규정하는 것도 논거가 약하다. 미국의 시민단체가 노동 환경 교통 등 전문분야별로 순수한 시민운동의 낙선운동을 벌이는 것과는 달리 정당활동에 준한 조직적 포괄적 선거개입을 주장하는 등 토양적 성격이 다른 점이 유의돼야 한다. 대통령분부의 권위가 검증조차 필요없는 칙어적 성격의 강제력으로 실정법이 사문화하는 풍토가 과연 민주주의인지 의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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