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성 현대화 막아야

행정구역상 고양시 북한동 산1의1 북한산내에 위치하고 있는 북한산성은 전체 길이가 12.7㎞로 이중 경기도 구역이 7.2㎞에 이르고 나머지 5.5㎞는 서울에 속하는 산성이다. 백제의 4대 왕 개루왕 5년(132년) 백제의 도성 하남위례성을 지키는 북방의 성으로 축성된 북한산성은 사적 제162호로 고양시와 서울시가 지난 90년부터 막대한 예산을 들여 복원중이다. 그런데 서울시가 원래의 모습을 무시하는 공사를 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서울시와 함께 북한산성을 관리하고 있는 고양시는 산성의 원형을 최대한 살리면서 거의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고 있는데 반해 서울시는 서울구역 산성의 복원사업을 원래 모습과 다른 현대식의 새로운 성곽을 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성(성벽)과 여장(체성위에 쌓은 구조물로 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며 적을 공격할 수 있게 담장처럼 쌓은 것)을 네모 반듯한 정방형 구조물로 벽돌쌓듯이 축조해 북한산성이 지닌 고유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현대판 북한산성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원형대로 복원하면 3∼4년 지나 또 다시 보수해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오래갈 수 있는 방식을 채택했다”면서 “모양이 중요한 게 아니다. 고양시에서 공사한 것은 20∼30년 지나면 다시 공사해야 하지만 서울시는 내구성을 우선시했다”는 서울시 문화재 관계자의 설명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숭례문이나 덕수궁도 모두 헐고 대대손손 무너지지 않을 현대식으로 지어 이름만 숭례문, 덕수궁으로 걸어 놓으면 된다는 식의 주장이다.

비단 북한산성 뿐만이 아니다. 문화재는 원형대로 복원되지 않으면 복원의 의미가 전혀 없다. 따라서 북한산성 복원도 원형을 유지하는 선에서 복원이 이루어져야 후손들에게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서울시 식으로 복원할 바에야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며 다시 쌓을 이유도 없다. 서울시는 차일피일 미루지 말고 기존 공사부분에 대한 보완작업은 물론 북한산성 복원개선책을 제시하거나 이미 설계를 마쳤다면 설계를 변경, 재추진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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