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意 외면한 정치개혁

2년 이상 지루한 시간을 끌어온 정치개혁 관련 법안이 8일 밤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아닌 표결로 마무리되었다. 제16대 총선을 불과 2개월 남겨 놓은 상황에서 시민들의 압력에 못이겨 겨우 체면치레 정도로 선거법을 비롯한 정당법, 국회법을 개정했다. 이런 정도의 개정이라면 벌써 마무리되었어야 할 법개정이다. 그동안 국회는 이 정도의 개정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였는가.

여야는 정치개혁특위를 만들 때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고비용·저효율, 지역주의, 보스정치 구조를 타파하여 저비용·고효율, 정당민주화 등을 실시하는 정치풍토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된 내용을 보면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정치개혁안은 헛말이 되고 선거구 획정과 같은 지엽적인 문제만 가지고 시간을 보냈다.

물론 정치개혁에 잘된 부분도 있다. 비록 시민들의 압력 때문이기는 하지만 의원 정수를 현재보다 26명 감축하여 273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에 여성후보를 30%로 배정하였으며, 선거법 87조와 58조를 부분적으로 개정하여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국회에 예산결산특위를 상설화하고, 매 짝수달 1일에 임시국회를 자동 소집하기로 했다. 또한 선거공영제가 확대되고, 후보자 등록시 병역사항 및 세금납부 실적 증명서를 첨부하였으며, 노조의 정치자금 기부를 허용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이런 내용도 시민단체들의 압력에 못 이겨, 또는 이미 다른 법에서 실시되고 있는 것을 정비한 것에 불과하다.

운영비가 많이 들어 폐지하겠다던 지구당은 그대로 존속되고,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위한 정치자금 실명제는 거론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국정원장 등 주요 공직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16대부터 실시한다는 원칙만 정했다. 공천민주화를 위한 정당법 개정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이 제 몫챙기기에 급급하여 정치개혁의 본질엔 제대로 접근하지도 못했다. 민의를 외면하는 국회는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이런 국회의 모습을 분명하게 인식하여 총선에서 투표로 보여 주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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