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공천 깨야 한다

선거법이 개정됨에 따라 각 정당이 4·13 총선에 출마할 후보자 공천작업을 서둘고 있다. 이번 16대 총선은 진통끝에 개정된 선거법에 의해 의원정수 26명을 감축한 273명 전원을 새 천년 들어 처음으로 새로 뽑는 선거라는 데 의미가 있다. 더욱이 시민단체들이 낙천 낙선운동을 벌이는 등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만큼 총선에 대한 기대는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공천과 관련된 잡음과 돌아가는 형국을 듣고 보고 있노라면 실망감이 앞선다. 얼마전 민주당 소속 두 정치신인이 밀실공천 관행을 통렬히 비판한데 이어 엊그제는 야당인 한나라당 총재실이 낙하산 공천을 반대하는 지방당원들에 의해 점거 당하기도 했다.

정치권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우리 정치발전의 최대 걸림돌인 1인 보스 중심의 정치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각당 당내에서조차 일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야 각당이 후보자 공모를 마감한 결과 과거에 비해 비공개 신청자가 크게 늘어 밀실공천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각당의 영호남 텃밭 의원들이 선거구 축소에 따라 지역색채가 약한 경기 인천지역 진출을 모색하고 있어 낙하산공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제 정치권은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국민들의 바람이 무엇인가를 알고 이에 따라야 한다. 물론 여야 각당은 공천심사기구를 구성하고 심사기준을 마련해 놓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의석 늘리기에만 급급해 당선가능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하다보니 개혁성 참신성 도덕성 등은 뒷전으로 밀릴 소지가 많다.

또 후보 선정 기준으로 삼은 ‘애당심’의 잣대가 추상적이고 주관적일 수밖에 없어 이 잣대가 자칫 사실상의 공천권자인 총재에 대한 충성도로 매겨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공천 및 전국구 후보선정과 관련한 특별당비 문제도 간간이 들리고 있다. 만약 공천이 인맥·정실과 돈에 좌우된다면 구악정치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정치권은 변화된 정치 여건에 맞추고 국민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민주적 절차에 의한 공천을 해야 한다. 여야가 아무런 개혁 노력없이 구태적 공천으로 총선에 임한다면 우리의 정치 장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공천의 투명성 합리성이 전제되지 않는 총선은 처음부터 진흙탕 싸움이 될수밖에 없을 것이며, 유권자들의 지지도 얻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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