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서 문은 방어상 가장 취약한 곳이다. 그래서 문에는 문루, 적대, 옹성을 덧붙여 시스템 방어를 구축했다. 문루는 위에서, 적대는 좌우 높은 곳에서, 옹성은 전방의 넓은 범위를 방어한다. 옹성은 문 앞의 적을 3배 이상 더 먼 곳에 머무르게 하는 효과도 있다. 특히 옹성 밖은 물론이고 이미 들어온 옹성 안 적도 공격할 수 있다. 문루, 적대, 옹성은 문에 종속된 시설물이다. 옹성은 문의 외성으로, 모양이 반으로 쪼갠 항아리와 같아 ‘항아리 옹(甕)’을 붙여 옹성이라 이름 지었다. 한양에는 동대문만 옹성을 뒀는데 화성에는 네 곳 문 모두 옹성을 뒀다. 이는 시대가 지나도 문이 성에서 가장 취약한 곳이라는 것과 옹성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수원화성의 우수함을 알 수 있다. 옹성은 폐쇄형과 개방형으로 구분한다. 옹성 문이 있으면 폐쇄형이라 하고 없으면 개방형이다. 또 옹성이 문의 양쪽 모두 붙어 있으면 폐쇄형이고 한쪽이 떨어져 오픈된 상태이면 개방형이다. 수원화성에선 북옹성과 남옹성이 폐쇄형이고 동옹성과 서옹성은 개방형이다. 동옹성과 서옹성은 왜 방어력이 떨어지는 개방형 옹성을 했을까. 옹성 형식은 문의 위계, 위치, 성격에 따라 정해진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옹성 형식은 문의 위계(位階·하이어라키)에 의해 결정된다. 조선 시대에는 건축물 설계에 엄격한 위계를 지켰다. 궁전건축, 사찰건축, 유교건축 모두 지켰다. 위계의 기준이 권력, 교리, 전략, 안전 등 각각 다르지만 위계는 분명하다. 수원화성에서 위계는 장안문, 팔달문, 창룡문, 화서문 순이다. 성역의궤 도설에도 이 순서로 기록돼 있다. 문루 규모는 장안문과 팔달문이 중층이고 창룡문과 화서문은 단층이다. 홍예, 육축, 옹성 크기도 위계에 따라 차이를 둔다. 옹성도 마찬가지다. 옹성 높이, 지름, 두께, 옹성 홍예문 크기, 옹성 현안 수량 등 모든 면이 위계대로 설계에 차등을 뒀다. 옹성 형식도 마찬가지다. 위계가 높은 장안문과 팔달문은 폐쇄형으로, 위계가 낮은 창룡문과 화서문은 개방형을 선택했다. 건축물의 위계가 개방형으로 한 첫 번째 이유다. 둘째, 옹성 형식은 문의 위치에 따라 결정된다. 장안문과 팔달문은 모두 평지성에 위치한다. 반면 창룡문은 산상성에 있고 화서문은 평지성으로 분류되지만 한쪽이 산상성이다. 평지성, 산상성이 옹성 형식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옹성을 좌우 측면에서 방어하는 적대 기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옹성 형식을 정한다. 옹성을 방어하는 돌출된 높은 적대가 좌우에 없다면 개방형 옹성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창룡문과 화서문에는 적대를 대신할 대체 시설이 있다. 다름 아닌 돌출된 높은 자연 지형이다. 반면 장안문과 팔달문은 완전한 평지라 자연 지형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양쪽에 높은 적대를 세워 옹성을 방어한다. 창룡문과 화서문에는 옹성을 방어하는 어떤 지형을 말하는지 살펴보자. 창룡문의 좌우를 살펴보자. 보기 드문 자성치(自成雉)가 좌우에 형성돼 있다. 자성치란 자연 지형으로 인해 ‘스스로(自) 만들어진(成) 치(雉)’를 말한다. 창룡문의 좌우 모두 높고 돌출된 지형인 자성치가 개방된 동옹성을 감싸며 위에 버티고 있다. 적이 개방된 옹성 입구로 감히 접근하기조차 두려운 ‘악마의 목구멍’과 같은 형상이다. 화서문의 좌우를 살펴보자. 화서문은 한쪽은 평지성, 다른 한쪽은 산상성이다. 평지 쪽에는 높은 서북공심돈을 세웠다. 치성을 돌출시키고 그 위에 높은 공심돈을 세운 것이다. 적대 역할을 맡겼다. 산 쪽은 자연 지형이 서옹성을 감싸면서 개방된 옹성 입구를 아군이 위에서 지키는 형국이다. 이곳 역시 적이 접근하기조차 두려운 악마의 목구멍이다. 이처럼 창룡문과 화서문 좌우에는 옹성 방어에 필요한 자연 지형이 있다. 돌출되고 높은 지형이다. 지형 자체가 폐쇄형 옹성과 적대의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어 개방형 옹성으로 설계해도 방어에 충분한 것이다. 셋째, 옹성 형식은 문의 성격에 따라 결정된다. 수원화성 사대문은 각각 어떤 성격을 갖고 있을까. 문의 성격은 문의 배치 의도에서 알 수 있다. 수원화성은 계획된 신도시이나 문의 배치는 철저하게 기존의 도로를 반영했다. 그래서 동서남북 균일하게 배치되지 않았고 3개의 문이 북쪽으로 치우쳐 있는 이유다. 장안문은 한양서 수원으로 내려오는 기존의 간선도로에 배치했고 팔달문은 경상, 전라, 충청의 삼남으로부터 올라오는 기존의 간선도로 위에 배치했다. 창룡문은 광주 및 수원과의 기존 지방도로 위에, 화서문은 안산 및 남양으로부터 수원으로 오는 기존 지방도로 위에 배치했다. 이런 배치 의도는 무엇을 의미할까. 장안문과 팔달문은 한양과 삼남을 연결하는 국도, 즉 대도시 간(Inter city) 간선도로를 의미한다. 이에 비해 창룡문은 광주·용인에서 수원까지, 화서문은 안산·남양에서 수원까지만 연결하는 지방도(Local)인 것이다. 창룡문과 화서문은 수원과 인근 소도시를 빈번히 드나들던 하층 백성의 문이라는 의미다. 동옹성과 서옹성을 드나드는 하층 백성들이 편하게 출입하도록 개방형으로 설계한 것이다. 엄격한 출입이 필요한 북옹성, 남옹성과 차별성을 둔 것이다. 정조는 하층 백성, 이웃 백성을 위한 낮은 옹성, 개방된 옹성을 계획했다. 오늘은 옹성 형식에서 공학, 전략, 인문면에서 살펴봤다. 수원화성 개방형 옹성에서 정조의 백성 사랑을 엿봤다. 글·사진=이강웅 고건축전문가
6일 국내 각계각층 문화예술인들이 “국민의 자유를 억압게 한 윤석열은 더 이상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김홍신, 나희덕, 문성근, 유홍준, 정지영, 현기영, 이창동 등 전국 예술인 5천여명과 (사)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사)한국작가회의 등 200여개 단체가 시국 선언문에 연명하며 문학‧연극‧영화‧무용‧음악‧공연·전통예술 등 전 장르의 문화예술계가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윤석열퇴진예술행동(준)은 6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김평수 한국민예총 이사장,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김대현 한국작가회의 비상대책위원장, 박정의 서울연극협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12.3 친위쿠데타에 대한 문화예술인 시국 선언문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백 이사장은 계엄령 사태에 영화 ‘서울의 봄’을 언급하며 현 상황을 꼬집기도 했다. 현장에는 젊은 예술인도 자리를 지키며 동참했다. 뮤지컬 업계에서 스태프로 근무하는 김수진씨(가명·23)는 “예술은 사람의 삶을 더 낫게 하는 도구라고 생각한다”며 “창작자로서 과거에 비해 무대에서 자유롭게 ‘풍자’를 하는 것에 대한 분위기가 위축된 것은 사실이며 여전히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지만 그럼에도 꿋꿋이 이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 업계에서 활동하는 30대 윤현정씨(가명)는 “예술 활동에 대한 예산이 계속 삭감되며 현장에서는 그 위기를 몇 배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윤씨는 “독립영화의 제작 지원 경로는 확연히 줄어들고, 제작 편수도 절반가량으로 감소했다”며 “또, 부산국제영화제 등 대표적인 행사를 제외한 영화제 대부분이 당장 내년에도 열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애초 7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오전 사실상 ‘윤 대통령 탄핵 찬성’으로 선회하며 탄핵소추안 표결 시점이 하루 앞당겨질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장소와 일정이 변경됐다. 주최 측은 “표결 일정과 관련한 긴급상황이 발생해 탄핵에 더욱 힘을 싣고자, 하루 일찍 선언을 발표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윤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현장은 한때 급박하게 돌아가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문학·연극·영화 등 예술계 단체 시국 선언문을 인용하며 입장을 밝히고, 예술 행동에 나섰다. 강욱천 한국민예총 사무총장은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헌을 문란케 한 윤석열은 더 이상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대한민국이 공정과 상식, 평화와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예술인은 각자의 예술 언어로 무장해 저항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영화 ‘서울의 봄’을 언급하며 계엄령 사태를 강력히 비판했다. 백 이사장은 “같은 영화를 봐도 누군가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언론과 출판이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포고령은 국민 기본권의 제한이자,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영화인에게 위헌적인 블랙리스트를 작동한 윤석열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닌 내란죄 현행범일 뿐”이라고 규탄했다. 국내 대표 문인 단체인 한국작가회의 김대현 비상대책위원장은 한국작가회의 성명서를 낭독하며 “윤석열의 야간을 이용한 기습적인 계엄령 선포와 합리적 근거가 없는 포고문은 국회의 정치활동을 억압하고 국민의 일상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 “윤석열의 계엄 선포는 열거할 필요도 없이 대한민국의 헌법을 짓밟는 범죄 행위임이 분명하다. 국민의 이름으로 법의 심판대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작가회의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발표 직후인 4일 새벽 ‘계엄 철폐’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당신(윤석열)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각 단체의 성명 발표와 함께 이삼헌 (사)한국민족춤협회 이사장은 5분가량의 ‘예술 행동’을 통해 억압과 분노를 몸짓으로 표출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김평수 한국민예총 이사장 등 예술인들이 ‘12.3 친위쿠데타에 대한 문화예술인 시국 선언문’을 공동으로 낭독하며 마무리됐다. ‘윤석열 구속 처벌을 촉구하는 예술인 일동’은 시국 선언문을 통해 “내란 책동한 윤석열과 친위 세력을 구속하라”고 선언했다. 예술인 일동은 “여기 ‘21세기 오이디푸스’가 있다. 비극의 원인이 오로지 자신에게 기인한데도 이를 바깥에서 찾고자 했던 어리석은 심문관이 바로 그 사람이다”라며 “자신을 제외한 범인 찾기에 골몰하던 윤석열은 마침내 국민 모두를 자신의 적으로 간주하고 내란을 획책해 이를 실행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제 눈을 파낸 후 왕좌에서 물러났지만, 우리는 그에게 그런 최소한의 양심이 남아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이어 “한강 작가는 ‘소년이 온다’에서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끈질기게 묻고, 우리는 이에 응답하기 위해 야만의 현장을 속속들이 기록할 것”이라며 “권력이 군대를 동원하여 시민을 겁박하는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시민과 함께 저항의 현장에 함께할 것이다. 윤석열이 내란 행위에 책임을 지고 처벌이 조속하게 집행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6일 “2024년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이날 스웨덴 스톡홀롬 노벨상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며칠 동안 아마 많은 한국분도 그랬을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작가는 “2024년 겨울의 상황이 (예전의 계엄과)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생중계돼서 모두가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라며 “총 든 군인들 앞에서 버티려던 사람들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맨몸으로 장갑차 앞을 막았던 분도 보였고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을 껴안으며 제지하는 모습, 총을 들고 다가오는 사람 앞에서 버티려는 모습, 군인들이 갈 때는 아들들한테 하듯이 소리치는 모습을 봤다. 그분들의 진심과 용기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 작가는 “젊은 경찰분들, 젊은 군인분들 태도도 인상 깊었다”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뭔가 판단을 하려고 하고, 내적 충돌을 느끼면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런 명령을 내린 사람 입장에서는 소극적인 것이었겠지만 보편적인 가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던 적극적인 행위였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바라건대 무력이나 어떤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그런 방식으로 통제를 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월10일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다. 당시 한림원은 그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에 따른 여파가 경기도 문화예술계에도 미치고 있다. 5일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비상 계엄령 선포 다음 날인 4일 전국에서 6만 6천758건(5일 저녁 7시 기준)의 공연 티켓 취소가 이뤄졌다. 전날(1만 3천193건)과 비교해 5배, 일주일 전(1만 7천911건)보다 3.7배 늘어난 수치다. 경기도에서도 379건의 예매 취소가 발생했다. 전날인 3일 단 1건도 취소가 없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크게 대조된다. 특히 12월은 연말특수를 노린 발레, 뮤지컬, 콘서트 등 공연이 가장 많은 달이어서 공연업계가 받는 타격이 더욱 큰 상황이다. 이달 고양, 의정부 등에서 2건의 디너쇼와 연말 콘서트를 앞두고 있는 A 공연기획사는 비상계엄이 선포되자마자 판매된 티켓이 줄줄이 취소되는 상황을 겪고 있다. 4일 전체 객석의 5%(50장)에 해당하는 티켓이 환불된 데 이어, 이날도 비슷한 수의 티켓이 또 취소됐다. A 공연기획사 대표는 “홍보를 해도 모자른 시기에 티켓이 팔리기는커녕 환불 사태가 일어나 공연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며 “정치적으로 어수선하니 연말 분위기를 즐기기 어려운 모습이다. 홍보비, 공연장 대관비 등 손해가 막심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한국민예총)은 이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 윤 대통령과 계엄에 가담한 이들을 구속·처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민예총은 성명을 내고 “비상계엄의 이유는 어떠한 명분도 없었을 뿐더러 과정도 불법이었고 내용도 위헌이었다”며 “이제 남은 건 윤석열과 그의 잔당들을 끌어내리고 합당한 절차에 따라 처벌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이하 하나님의 교회)가 설립 60주년 기념행사에서 청년세대와 기성세대가 한 데 어우러지며 상생하는 미래에 대한 다짐을 알렸다. 미래 주역인 국내외 대학생들은 “사회공헌활동과 새 언약 유월절 진리를 통한 희망을 전하겠다”고 비전을 선언했다. 지난 4일 ‘새로운 희망’이란 주제로 성남 새예루살렘 판교성전에서 열린 하나님의 교회 60주년 기념행사에는 외교관, 학계·언론계·문화예술계·시민사회계 등 각계 인사와 국내 대학생, 시민 등 1천600명이 참석했다. ■ ‘사랑’과 ‘봉사정신’…인류 화합과 지속 가능한 미래 열어 이날 1부에서 하나님의 교회 총회장 김주철 목사는 개회사를 통해 “하나님의 교회는 종교 암흑시대에 잃어버린 새 언약 진리를 복원하고, 전 세계에 아버지 하나님과 어머니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며 구원의 역사를 써내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사랑과 봉사로 인류의 화합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964년 한국에서 시작한 하나님의 교회는 반세기 만에 175개국으로 확산했으며,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경 가르침에 따라 세계 각지에서 약 2만9천300회의 봉사활동을 펼쳤다. 그 공로를 인정 받아 대한민국 3대 정부 대통령상, 미국 3대 정부 대통령 자원봉사상, 영국 여왕 자원봉사상, 브라질 입법공로훈장, 페루 국회 훈장 등 4천800회 이상의 상을 받았다. 이날 행사에는 세계 각지에서 하나님의 교회 60주년을 축하하는 영상메시지가 도착했다. 사라 사핀 퓌네 주UN 라이베리아 대사는 “세계 곳곳에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회”라고 감탄했고, 아르투로 알론소 미국 오클라호마주 하원의원은 “전 세계 7천800여 지역에서 성장한 교회와 그곳에서 성도들이 하는 일이 정말 놀랍다”고 말했다. 제이콥 마푸메 짐바브웨 하라레시장은 “많은 이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더 많은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사라 시드너 CNN 앵커는 “타인을 위해 사랑과 평화, 도움과 배려를 베풀어 온 모습은 아름답다”고 호평했다. 이어진 오케스트라 연주와 중창 공연은 축하의 분위기를 더했다. 하나님의 교회 신자들로 구성된 메시아오케스트라는 영화 ‘피노키오’의 삽입곡 ‘당신이 별에게 소원을 빌 때’ 등으로 따스함을, 율리우스 푸치크의 ‘검투사의 입장’으로 경쾌한 즐거움을 선물했다.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남성 중창단은 영화 ‘이집트왕자2’의 주제곡 ‘You Know Better Than I’ 등을 웅장하게 표현하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 미래 이끌 전 세계 대학생, 이타적 사랑의 실천 다짐해 ‘희망’을 주제로 한 2부 기념행사는 진리를 통한 희망으로 새 언약 유월절을 조망하고, 하나님의 교회가 지나온 사회공헌이 밝힌 희망의 발자취와 함께 대학생이 중심이 된 미래세대를 통한 희망을 차례로 살폈다. ‘유월절’(逾越節·Passover)은 ‘재앙이 넘어간다’는 뜻으로, 매년 성력 1월14일 저녁(양력 3~4월 경)에 지키는 하나님의 절기다. 유월절은 2천년 전 예수 그리스도가 인류 구원을 위해 새 언약을 세운 날로, 그리스도는 십자가 희생 전날인 유월절 저녁에 베드로, 요한 등 제자들과 함께한 성만찬 자리에서 자신의 살과 피를 표상하는 떡과 포도주를 먹고 마시라 하며 죄사함과 영원한 생명을 약속했다. 예수가 제자들과 함께 지킨 초대교회 원형대로 새 언약 유월절을 지키는 곳은 세계에서 하나님의 교회가 유일하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하나님의 교회가 그간 펼쳐온 사회공헌활동과 계획을 함께 나눴다. 하나님의 교회는 앞서 지난 4월, 60주년을 기념해 전 세계 370만 신자가 80억 인류를 위한 희망서포터즈가 돼 세계 곳곳에 희망을 전하기로 의지를 다지며 ‘전 세계 희망서포터즈(이하 희망서포터즈)’ 발대식을 개최했다. ‘전 세계 희망챌린지’라는 이름으로 기후변화 대응, 빈곤·기아 해소, 교육 지원, 건강·보건 증진, 지속가능 안전사회 조성, 평화·포용·연대 등 6대 분야에서 국가별·지역별 맞춤형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며 이를 통해 국제사회 공동목표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에도 기여한다. ■ “청년 더 큰 희망으로 나아갈 것”…기성세대 협력 약속 마지막 세션에서 하나님의 교회 대학생들은 ‘사회공헌활동과 새 언약 유월절로 인류에 희망을 전하겠다’고 비전을 선언했다. 국내외 대학생 신자를 대표해 무대에 선 발표자들은 “아버지 하나님께 배운 참 진리와 어머니 하나님께 배운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이타적 마음을 바탕에 두고, 지역 및 국제사회와 협력을 통해 80억 인류의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다”며 “새 언약 유월절 진리가 담고 있는 희망의 메시지도 전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곳곳 대학생 신자들은 희망서포터즈로서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약속을 다짐했으며 미국 하버드대·콜롬비아대·펜실베이니아대와 싱가포르국립대 등 각국 대학생들은 영상을 통해 6대 분야별 계획을 발표하며 구체적인 활동의 의지를 밝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의 제이든 맥너브씨는 “생활 속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나무심기와 생태계 정화활동 등으로 인류와 자연이 상생하는 지구촌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독일 뮌헨공과대의 베르나르도 나라운호씨는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응원 릴레이 캠페인, 자선연주회 등을 개최하고, 국제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봉사활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하나님의 교회 희망서포터즈 지지서명에 동참하며 대학생 신자들의 활동을 독려했다. 성용길 동국대 명예교수는 “대학생들이 하나님의 마음을 담아 해온 일들이 새롭고 좋다”며 “청년들이 더 큰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정찬영 국가원로회 의원은 대학생들의 사회공헌활동에 힘을 실으며 “기성세대도 많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에게 활동의 장을 열어준 하나님의 교회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최호현 서울문화예술원장은 “종교가 대학생들에게 선한 메시지를 줘야 할 때”라며 “하나님의 교회가 귀감이 된다”고 전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대학생들도 저마다 ‘새로운 희망’을 새기고,2025년으로의 힘찬 도약을 기약했다. 이희선씨(24)는 “지구촌 이웃이 새 언약 유월절을 통해 삶의 희망을 얻길 바란다”고 소망했고, 김민우씨(25)는 “모두 함께하는 2025년이 되길 바란다”며 “함께 봉사에 참여하며 희망의 기운을 퍼뜨리고 싶다”고 말했다.
제2의 인생을 걷는 경기지역 시니어모델들의 특별한 런웨이가 펼쳐진다. 수원시 팔달노인복지관은 6일 노인복지관 행궁실에서 ‘RE:MAKER ESG 확산 런웨이’를 선보인다.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 사업은 의류를 재활용해 ESG를 실천하는 동시에 노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시니어 모델 양성 프로그램이다. 노인복지관은 가정 내 사용되지 않는 의류의 자원순환을 통해 차별화된 ESG를 실천하고, 노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이 같은 사업을 기획했다. 이날 행사는 총 2부로 구성된다. ‘청춘은 바로 지금’이라는 콘셉트로 시니어모델들이 각각 장롱 속 10년 이상 보관한 ‘청바지’를 입고 무대에 서는 1부, 기부 받은 의류를 재활용한 옷을 입고 런웨이를 걷는 2부로 진행된다. 특히 이번 사업엔 수원여대 패션디자인과 학생 60명이 참여했으며, 기부 받은 의류를 재활용하는 데 힘을 쏟았다. 시니어모델 14명은 재탄생한 옷으로 각기 다양한 콘셉트를 선보이며 독특한 매력을 발산할 예정이다. 앞서 노인복지관은 지난 6월 ‘ESG 실천’과 ‘노인 인식 개선’에 관심이 있는 지역사회의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공개 오디션을 진행, 시니어모델 14명을 선정했다. 노인복지관은 내년 ‘RE:MAKER’ 사업을 더욱 확대해 ESG 확산 효과 등을 높일 계획이다. 팔달노인복지관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통해 노인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이 높아지고, 일상생활에서 ESG의 실천이 이뤄지도록 그 중요성이 전달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방의 최우선 목적이 인명을 구하는 일이 된 건 사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의 시간과 소방 교육을 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의 시스템이 법규 위주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실제와 맞지 않는 용어나 사실들이 일정한 테두리에서 계속 반복되는 현실에 의문을 품게 됐습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소방 시설들이 실제로 어떤 기능들을 하고 있는지 독자들이 조금이나마 알게 된다면, 화재로부터 나를 좀 지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9월 출간한 ‘소방의 역사’의 저자 송병준 인천소방본부 영종소방서 소방위는 책을 펴낸 계기에 ‘실용성’을 언급했다. 국내 소방에 관한 도서나 자료는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며 대부분이 법령 해설서, 관련 자격증을 위한 수험서 등에 해당한다. ‘소방의 역사’는 인류사의 핵심인 소방의 미시사를 탐구한 책으로 국내에서는 그 자체가 처음이자, 현직 소방관이 관련 분야 역사서를 집필한 경우도 매우 희귀하다. 그가 책을 쓰게 된 계기 역시 교육에서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2006년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돼 화재 현장에서 일하던 송병준 소방관은 지난 2019년 연구 논문으로 제24회 전국 소방공무원 교육훈련대회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중앙소방학교의 교수 요원으로 임하며 그는 소방공무원 공통 교재의 재·계정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화재 교관으로 활동하며 소방의 역사가 인류사의 발전과 함께함을 알게 됐다. 불을 사용하면서 인류는 문명 생활을 시작했지만, 한편으로 불은 인간의 생명까지도 파괴하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소방의 발전은 대도시의 형성에 이바지했다. 1820년대 영국에서는 미용사이자 화가 겸 작가인 에이브러햄 위벨이 당시 영국의 사설 소방대가 행하는 소방 활동의 목적이 인명 보호보다는 건축물인 재산 보호에 치중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이를 계기로 그는 접이식 사다리에 바퀴를 단 피난 기구를 만들었다. 1666년 런던에서 발생한 대화재 이후 도시 재건을 위한 자금 모집 수단으로 주택대출상품과 화재보험이 고안되기도 했다. 화재 이후 도시 재건의 역사는 우리에게도 있다. 1462년 한양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대화재 발생 이후 세종은 1431년 화재 진압대 격의 금화군을 편성했다. 이처럼 책은 불의 발견과 화재를 막기 위한 그간 인류가 들여온 노력을 들여다본다. 총 700쪽, 8부로 구성된 책은 ▲물을 비롯해 불을 끄는 물질인 ‘소화약제’ ▲양동이에서부터 소방펌프 등 ‘소화 기구’ ▲영국의 수동 소방펌프에서부터 사다리차 등 ‘소방차’ ▲건축물 화재의 파수꾼 ‘경보 설비’ 등에 관한 역사를 들여다본다. 이와 함께 ▲펌프와 동력기관 등 ‘소방의 작동 원리’ ▲건축물 화재의 수호자인 ‘스프링클러’ 등 현대의 가장 중요한 소방 시스템을 구체적인 사례와 이미지로 다채롭게 구성했다. 저자는 “매년 국내에서만 4만여건의 화재가 일어난다”며 “가장 중요한 건 개인이 내가 어떠한 행동을 했을 때 화재가 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내가 안전해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험감수성을 키워 안전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인류와 건축물에 관한 이야기…‘더 인간적인 건축’ 外 스페인 건축가 가우디가 지은 ‘까사 밀라’는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반복된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은 까사 밀라 같은 건물이 ‘인간적인 건물’이라고 말한다.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손을 내밀고, 미소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반면 직선적이고 획일적인 ‘따분한’ 건물은 행인들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방치돼 나중에는 초라해지기 때문에 철거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따분한 건물은 환경을 해칠 뿐 아니라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이 같은 내용은 토마스 헤더윅의 신간 ‘더 인간적인 건축’에 자세히 담겼다. 저자는 도시와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서술했다. 건축물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그 중에서도 직선적으로 획일화된 건축물이 인간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저자는 30년간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변의 따분한 건물들이 인간의 감정을 병들게 하고 환경을 파괴할 뿐 아니라 전쟁까지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신경과학과 인지심리학을 곁들여 건축물에 관한 인문학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 평범한 날들의 마법…‘해피버쓰데이’ 독창적인 상상력과 따뜻한 감성을 담은 백희나 작가의 신작 ‘해피버쓰데이’가 출간됐다. 백 작가의 두 번째 신작 그림책이다. 책은 하루에 한 번씩 새로운 옷이 걸리는 ‘마법의 옷장’을 통해 다시 활기를 찾는 ‘제브리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집에만 있던 주인공 제브리나는 생일을 맞아 막내 이모에게 선물받은 마법의 옷장으로 특별한 하루를 보낸다. 새 옷을 입고 나들이를 가고, 이웃을 만나고, 청소를 하며 이전에는 없던 마법 같은 하루를 경험한다. 책은 ‘생일’이라는 특별한 날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축복하고 스스로 보살피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독자들에게 되새기게 한다. 어릴 때부터 인형 놀이를 좋아했던 작가는 이번 신간에서도 손바느질한 제브리나와 다양한 의상, 소품, 가구를 디자인하고 제작했다. 책은 작가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감각적인 비주얼과 생동감 넘치는 장면들로 구성됐다. 간결하면서도 몰입감을 주는 작가 특유의 문체와 재치 넘치는 표현들은 읽는 즐거움과 상상력을 선사한다.
구도심을 벗어나 쿠쿨칸 대로를 따라 칸쿤섬으로 가는 차창 밖 풍경은 환상을 넘어 경이롭다. 문득 오래전 아내와 함께 크로아티아 두브로니크에서 스플리트를 거쳐 슬로베니아 트리에스테로 갈 때 펼쳐진 아름다운 아드리아 해변의 추억이 떠오른다. 눈앞에 펼쳐진 칸쿤의 해변 풍경은 카리브해를 포근히 감싸안은 듯 끝없이 새하얗다. 밀려드는 파도는 해변 앞 산호초 군락과 부딪쳐 새하얀 물보라를 일으킨다. 달리는 차 안에서도 카리브의 싱그러운 해변의 정취에 빠져든다. 눈에 비친 칸쿤의 첫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멕시코 땅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이 스쳐 간다. 칸쿤은 미국인들이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어 하는 곳이자 중남미 청춘들의 허니문 희망지로 늘 앞 순위에 오른다. 칸쿤 휴양지는 우리나라에서도 신혼 여행지로 잘 알려져 있다. 칸쿤은 우리에게 다소 낯선 카리브해의 아름다운 천혜의 해변을 갖고 있지만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중독성 강한 ‘꿈의 휴양지’다. 체크인 시간이 안 돼 호텔에 가방을 맡기고 가벼운 차림으로 노트북만 가지고 칸쿤 호텔 이곳저곳을 돌아본다. 여정 끝자락이라 휴양지에서 쓸 페소가 부족하나 거래 은행 인출기를 찾을 수 없다. 모닝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옆자리에 앉은 흑인 부부와 우연히 눈을 맞추자 그는 인사하며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묻는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먼 곳에서 이곳까지 왔냐며 대화를 나눈다. 박태수 수필가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곳에서는 빙하 추도식이 열리고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빙하가 물이 돼 떨어지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곧이어 빙하 추도식을 안내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캄캄한 공간에 손전등을 비추자, 전시실 사방에 자리한 여러 형태의 빙하 조각이 눈에 들어온다. 어떤 빙하는 산에 자리한 만년설이 녹아내려 갈색의 흙이 드러나 있고, 어떤 빙하는 마치 블랙홀처럼 검은 웅덩이가 돼 관람객의 시선을 잡아끈다. 동굴 탐험을 하듯 랜턴을 벽에 비추자, 벽화와 같은 빼곡한 기록들이 드러난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지난달 19일부터 다원 예술 기반의 2024 예술확장성 프로젝트 ‘빙하에게 안녕을’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초, 중, 고 모든 교과에 등장하는 주제이자 우리 세대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인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를 주제로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오크 빙하는 아이슬란드에서 처음으로 빙하의 지위를 잃었다. 앞으로 200년 사이 아이슬란드의 주요 빙하가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다. 우리는 이 추모비를 세움으로써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인식하고 있음을 알린다.” 지난 2019년 8월 아이슬란드에서는 700년의 세월 간 자리를 지키다 소멸한 오크예퀴들 빙하를 추도하기 위한 ‘빙하 장례식’이 열렸다. 카트린 야콥스도티르 총리와 환경운동가, 주민 등은 빙하를 추도하며 추모비를 세웠고 ‘미래로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동판에는 위와 같은 말이 새겨졌다. 아이슬란드를 포함해 스위스, 멕시코, 미국 등 전 세계 5곳에서 기후위기 등으로 사라져간 빙하의 죽음을 추도하는 장례식이 진행됐다. 전시실 벽면에는 이처럼 ‘사망 선고’가 내려진 전 세계 빙하의 목록과 앞으로 사망선고가 내려질 예정 목록 그리고 빙하 장례식에서 오갔던 말들이 기록돼 있다. 소멸하는 빙하를 조각조각의 픽셀로 영상화한 화면을 마주하다 보면, 이윽고 빙하를 기리는 레퀴엠(장송곡)이 흘러나온다. 2024년 12월 지금 이 자리의 관람객들이 흰색 펜을 들고 남긴 한마디는 발걸음을 붙잡는다. ‘빙하야 인간이 미안해’, ‘우리의 잘못으로 빙하는 피해를 입는다’. 이번 프로젝트는 일방향으로 관람하는 ‘전시’가 아닌 설치, 영상, 음악, 공연, 체험 등 융복합 예술로 기후위기의 현실을 감각할 있도록 구성하고, 이를 관객이 어둠 속에서 손전등을 쥐고 탐험하듯 능동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빙하가 깨지는 소리와 기후 위기를 악화시키는 전쟁, 도시화, 산업화를 상징하는 기괴하면서도 날카로운 음악, 훼손된 빙하를 보여주는 픽셀 영상 등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프로그램이 종료된 후 빙하를 위한 추도문을 직접 작성해 보는 시간은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빙하에게 안녕을’ 프로젝트에서 녹아내리는 빙하를 조각조각의 픽셀로 영상화한 모습. 조각의 픽셀은 바다의 모습으로 흩어진다. 이나경기자 프로젝트 컨셉과 연출을 맡은 창작단체 ‘섬우주’의 전강희 작가는 “몇 년 전 강원도에서 일어난 산불 재의 성분이 극지방 빙하에서 발견됐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며 “우리 역시 기후위기와 빙하의 사라짐에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관객이 홀로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감상하면서, 동시에 공간에 있는 타인의 빛과 함께 만나게 되는 두 가지 방식으로 전시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