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상상캠퍼스, 어르신들 만든 이색 ‘굿즈’ 출시

경기문화재단 경기상상캠퍼스는 지난 6일 디자인 프로젝트 ‘다정다가감’을 통해 경기도내 어르신들과 제작한 시니어 굿즈를 출시했다. ‘다정다가감’은 도내 문화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 교육의 일환으로 문화 예술적 소질과 역량 발굴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된 디자인 기획됐다. 재단은 발달장애 디자인 그룹 ‘키뮤스튜디오’와 협업해 지난 10월부터 2개월간 파라밀노인복지센터 어르신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어르신들의 삶에서 가장 의미가 깊었던 이야기를 해보며 이를 담아낼 수 있는 키워드를 뽑아 상품을 제작했다. 어르신들은 아트숍을 방문하며 ‘굿즈’,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경기상상캠퍼스 내 디자인 특화 공간인 디자인스튜디오의 장비를 활용해 문화상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경험하기도 했다. 특히 4차례의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드로잉, 캘리그라피, 실크스크린,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아트워크를 진행했다. 어르신들의 아트워크는 양말, 노트, 키링, 엽서 등 시니어 굿즈로 제작돼 경기상상캠퍼스 디자인1978 아트숍에서 판매되고 있다. 추후 제작한 문화상품은 온라인 아트숍과 문화누리 상품으로 만나볼 수 있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어르신의 이야기가 담긴 문화상품은 도내 문화취약 계층 시설에 전달할 예정”이라며 “어르신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노년층의 문화 참여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파스칼 모라게스’ 국내 첫 협연… 경기필 ‘마스터즈 시리즈 V-버르토크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공연

경기아트센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한계를 넘어서는 ‘초월’을 주제로 ‘경기필 마스터즈 시리즈 V-버르토크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을 선보인다. 경기필은 오는 12일 오후 7시30분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13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김선욱 예술감독의 지휘로 ▲작곡가 진은숙의 수비토 콘 포르차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버르토크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작품116을 연주한다. 첫 곡은 작곡가 진은숙이 2020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으로 작곡한 ‘수비토 콘 포르차’다. 김선욱은 피아니스트로 진은숙의 피아노 협주곡을 베를린필과 협연했으며, 정명훈 지휘로 서울시향과 음반을 발매하는 등 인연이 깊다.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은 1791년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에 작곡한 그의 마지막 협주곡으로, 파리 오케스트라의 수석이자 파리국립고등음악원 교수인 파스칼 모라게스가 협연한다. 이번 공연은 파스칼 모라게스의 국내 첫 협연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버르토크의 마지막 관현악 작품인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은 현대성과 민속성을 결합한 20세기 최고의 클래식 음악 작품 중 하나다.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과 함께 20세기의 고전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오케스트라 각 악기군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작품으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협연자로 나서는 셈이다. 오케스트라의 기능미를 탐구하기에 최적의 곡이다. 1악장의 엄숙함과 3악장의 죽음을 애도하는 노래에서, 끝악장의 삶의 긍정으로 옮겨 가는 점진적인 변화가 특징이다. 김선욱 지휘자는 “이번 공연은 어떤 상황을 극복하거나 한계를 넘어서는 ‘초월’을 주제로 구성했다”며 “같은 클래식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고전과 구분이 명확하게 나뉘어 버린 현대음악, 작곡가 진은숙은 본래 그것이 하나의 흐름이었음을 보여주고자 위대한 고전을 상징하는 베토벤을 주재료로 시대의 초월을 시도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어지는 두 곡 역시 교향곡과 협주곡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작품”이라며 “당시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클라리넷의 등장에 매력을 느끼고 생의 마지막 협주곡을 작곡한 모차르트, 그리고 타지에서 생활하며 몸이 쇠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힘든 시기를 보내던 버르토크가 역경을 이겨내고 작곡해 더 높은 경지에 이른 작품으로 마지막을 장식한다”고 말했다.

건강장수의 비결 [알기쉬운 한의약]

‘건강한 삶’은 현대인의 화두다. 한의학의 바이블인 황제 내경의 ‘소문 상고천진론편’에 그 방법이 비교적 자세히 나온다. 황제와 기백의 문답에 그 해답이 있다. 황제는 그 당시의 왕이고 기백은 신하였다. 황제는 옛날 사람들은 100세가 넘도록 장수했는데 요즘 사람은 왜 50세밖에 못 사느냐고 묻는다. 내경이 쓰여진 시기가 기원전 99년이었는데도 그 옛날 사람은 더 오래전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다. 그 당시부터 근세까지는 평균 수명이 50세도 안 됐을 것이다. 기백의 처음 대답은 “其知道者(기지도자), 法於陰陽(법어음양), 和於術數(화어술수)”라고 말한다. ‘도를 아는 사람은 음양의 법칙을 따르고 술수를 조화롭게 한다’는 뜻으로 음양과 육기의 변화를 알아서 생활에 적용한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현대에 와서는 이런 역할을 기상청이 한다. 요즘엔 일주일간의 날씨와 때론 한 달 이상의 장기 기상 전망도 살펴볼 수 있다. 강추위, 폭우, 폭설, 장마의 시작, 혹서기, 태풍의 진로와 강약 등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옛날 사람들이 이런 기상정보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오운육기를 공부하고 자연 현상에 적용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정보는 생존과도 밀접하고 우리 건강에도 중요한 정보가 된다. 전쟁 시에는 승패가 달린 문제였을 것이다. 예를 들어 강추위가 오는 걸 모르고 먼 거리를 여행하거나 폭우가 오는 걸 모르고 밭일을 하다가 재난을 만날 수도 있는 거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겨울에 이동을 삼갔다고 한다. 날씨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면역력이 저하되면서 감기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또 급격한 기압 및 습도의 변화는 사람 몸에 여러 가지 영향을 준다. 일본 기상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두통 예보도 알 수 있다. 기압의 큰 변화를 예상해 예보를 하는 원리다. 저기압이 지나면서 수십 헥토파스칼(hPa) 의 기압 변화는 우리 몸에 큰 영향을 준다. 어르신들이 비 올 때쯤이면 삭신이 쑤신다고 하는 것도 다 이 영향이 크다. 특히 혹한과 혹서의 날씨 변화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겨울 엄동설한의 날씨에 1㎞ 정도를 걸으면 추위에 대응하려고 심장이 놀랍도록 빨리 뛰는 것을 알 수 있다. 심박수만 빠른 게 아니라 혈압도 엄청 올라갔을 것이다. 한파가 몰아치는 날은 목도리 등 보온에 신경 써야 하고 심장이나 뇌혈관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외출을 삼가는 게 바람직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날씨, 기후의 변화를 미리 알고 그에 알맞은 대응을 하는 것이 건강, 장수의 첫 번째 비결이다.

겨울철 미끄럼 사고, 응급처치법은?

지난주 폭설이 내리면서 미끄러짐 사고를 당한 이들이 많다. 겨울철엔 눈이나 비가 내리면 길이 미끄럽고 사고의 위험이 커진다. 사고 발생 시 위험한 신체 부위와 그에 따른 응급처치 방법을 알고 있으면 부상 정도를 최소화 하고 빨리 회복할 수 있다. 미끄러짐 사고에서 가장 자주 다치는 부위는 손목과 팔이다. 넘어질 때 대부분 자연스럽게 팔을 뻗어 몸을 지탱하려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자나 골다공증이 있는 사람은 뼈가 약해져 부상이 더 심각할 수 있다. 단순 타박상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적절한 응급처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다. 만약 미끄러짐 사고로 손목에 통증과 함께 부기가 생기면 골절을 의심하고 적절한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우선 부상을 입은 손목이나 팔꿈치를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상을 입은 부위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임시 고정법으론 손목 부상 시엔 부목이나 나무막대나 책 등 단단한 물체를 사용해 고정할 수 있다. 팔꿈치 부상도 마찬가지다. 반대팔을 이용해 팔꿈치를 몸통에 고정하거나 팔꿈치 주변을 감싸주는 방법이 유용하다. 고정했다면 얼음찜질을 해 부기와 통증을 완화한다. 얼음을 직접 피부에 대지 말고, 수건이나 천으로 감싸서 사용해야 한다. 얼음찜질은 20분을 넘기지 않도록 주의하며, 1시간 간격으로 반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부위가 심하게 부풀거나, 통증이 지속된다면 곧바로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민슬기 연세스타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손목 골절이 비교적 가벼운 경우 일반적으로 4~6주간 깁스를 착용해야 하고 뼈가 여러 조각으로 부서졌거나 변위된 경우 뼈를 다시 맞추고 금속판이나 나사를 사용하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뼈가 약한 고령자의 경우 미세 골절이 있을 수 있어 넘어진 이후에 큰 부상이 없어 보여도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넘어질 때 충격이 엉덩이나 척추에 집중되면 골절이나 디스크 탈출 등의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 엉덩이와 척추 부상 시 환자를 무리하게 이동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상 직후에 환자를 일으켜 세우거나 무리하게 움직이는 행동은 절대 금지해야 한다. 척추나 엉덩이에 부상을 입은 경우, 이를 잘못 다루면 추가적인 신경 손상이나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사고 발생 후 환자가 척추나 엉덩이에 심한 통증을 느끼거나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 즉시 119에 신고하여 응급차를 요청해야 한다. 만약 환자가 의식이 있고 움직일 수 있는 상태라도, 척추 부상을 의심할 경우에는 더 큰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민슬기 원장은 “겨울철에는 골다공증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부상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 골다공증은 뼈가 약해져 골절 위험을 높이는 질환이기 때문에, 겨울철 미끄러짐 사고에서 큰 위험이 된다”며 “이를 예방하려면 칼슘과 비타민 D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고, 체중 부하 운동이나 근력 운동을 통해 뼈와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봉준호 등 영화인 2천명·영화단체 77개 "尹 파면·구속하라"

영화감독 봉준호·변영주·양익준, 배우 문소리 등 영화인 2천518명과 영화단체 77개가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과 구속을 요구했다. 7일 ‘윤석열 퇴진 요구 영화인 일동’은 ‘내란죄 현행범 윤석열을 파면, 구속하라!’라는 제목의 긴급 성명을 냈다. 일동은 “대한민국의 영화인들에게 윤석열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다. 내란죄의 현행범일 뿐”이라며 “신속하게 윤석열의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키고, 파면·구속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대한민국 존립에 가장 위험한 존재는 윤석열이며, 대통령이라는 직무에서 내려오게 하는 것이 민주공화국을 지키기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대한민국 헌법은 ‘표현의 자유’라는 명시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양심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등을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라고 통칭한다. 윤석열은 오밤중에 위헌적인 블랙리스트를 전면적으로 실행해 버린 것”이라며 “윤석열과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계엄세력들의 구속 및 단죄는 타협 불가능한 자명한 수순”이라고도 강조했다. 일동은 끝으로 “정권 재창출을 위한 정치공학에 몰두하고 있는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에게 경고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상식 밖이며 통제 불가능한, 대한민국 제1의 위험요소이자 내란의 우두머리 윤석열의 대통령 직무를 지금 당장 멈추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살 길이다. 누구에게 정권을 맡길지는 국민들이 결정한다. 내란의 동조자로 역사에 남을 것인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정치인으로 남을 것인지 스스로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번 성명은 지난 5일 오후 5시부터 6일 자정까지 진행된 연서명 결과다. 경기영화영상협의회, 여성영화인협회, 영화수입배급사협회, 한국독립영화감독협회,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 등이 동참했다. 연명 참여자의 활동분야(중복 투표)는 ▲관객(27.9%) ▲영화감독(21.1%) ▲영화 전공/비전공 학생(20.5%) ▲제작분야(19.6%) ▲평론가/활동가/배급/마케팅/영화제 등 영화인(12.7%) ▲영화배우(7.9%) 순으로 많다.

서옹성은 왜 한쪽이 열려있을까? [이강웅의 수원화성이야기]

성에서 문은 방어상 가장 취약한 곳이다. 그래서 문에는 문루, 적대, 옹성을 덧붙여 시스템 방어를 구축했다. 문루는 위에서, 적대는 좌우 높은 곳에서, 옹성은 전방의 넓은 범위를 방어한다. 옹성은 문 앞의 적을 3배 이상 더 먼 곳에 머무르게 하는 효과도 있다. 특히 옹성 밖은 물론이고 이미 들어온 옹성 안 적도 공격할 수 있다. 문루, 적대, 옹성은 문에 종속된 시설물이다. 옹성은 문의 외성으로, 모양이 반으로 쪼갠 항아리와 같아 ‘항아리 옹(甕)’을 붙여 옹성이라 이름 지었다. 한양에는 동대문만 옹성을 뒀는데 화성에는 네 곳 문 모두 옹성을 뒀다. 이는 시대가 지나도 문이 성에서 가장 취약한 곳이라는 것과 옹성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수원화성의 우수함을 알 수 있다. 옹성은 폐쇄형과 개방형으로 구분한다. 옹성 문이 있으면 폐쇄형이라 하고 없으면 개방형이다. 또 옹성이 문의 양쪽 모두 붙어 있으면 폐쇄형이고 한쪽이 떨어져 오픈된 상태이면 개방형이다. 수원화성에선 북옹성과 남옹성이 폐쇄형이고 동옹성과 서옹성은 개방형이다. 동옹성과 서옹성은 왜 방어력이 떨어지는 개방형 옹성을 했을까. 옹성 형식은 문의 위계, 위치, 성격에 따라 정해진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옹성 형식은 문의 위계(位階·하이어라키)에 의해 결정된다. 조선 시대에는 건축물 설계에 엄격한 위계를 지켰다. 궁전건축, 사찰건축, 유교건축 모두 지켰다. 위계의 기준이 권력, 교리, 전략, 안전 등 각각 다르지만 위계는 분명하다. 수원화성에서 위계는 장안문, 팔달문, 창룡문, 화서문 순이다. 성역의궤 도설에도 이 순서로 기록돼 있다. 문루 규모는 장안문과 팔달문이 중층이고 창룡문과 화서문은 단층이다. 홍예, 육축, 옹성 크기도 위계에 따라 차이를 둔다. 옹성도 마찬가지다. 옹성 높이, 지름, 두께, 옹성 홍예문 크기, 옹성 현안 수량 등 모든 면이 위계대로 설계에 차등을 뒀다. 옹성 형식도 마찬가지다. 위계가 높은 장안문과 팔달문은 폐쇄형으로, 위계가 낮은 창룡문과 화서문은 개방형을 선택했다. 건축물의 위계가 개방형으로 한 첫 번째 이유다. 둘째, 옹성 형식은 문의 위치에 따라 결정된다. 장안문과 팔달문은 모두 평지성에 위치한다. 반면 창룡문은 산상성에 있고 화서문은 평지성으로 분류되지만 한쪽이 산상성이다. 평지성, 산상성이 옹성 형식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옹성을 좌우 측면에서 방어하는 적대 기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옹성 형식을 정한다. 옹성을 방어하는 돌출된 높은 적대가 좌우에 없다면 개방형 옹성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창룡문과 화서문에는 적대를 대신할 대체 시설이 있다. 다름 아닌 돌출된 높은 자연 지형이다. 반면 장안문과 팔달문은 완전한 평지라 자연 지형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양쪽에 높은 적대를 세워 옹성을 방어한다. 창룡문과 화서문에는 옹성을 방어하는 어떤 지형을 말하는지 살펴보자. 창룡문의 좌우를 살펴보자. 보기 드문 자성치(自成雉)가 좌우에 형성돼 있다. 자성치란 자연 지형으로 인해 ‘스스로(自) 만들어진(成) 치(雉)’를 말한다. 창룡문의 좌우 모두 높고 돌출된 지형인 자성치가 개방된 동옹성을 감싸며 위에 버티고 있다. 적이 개방된 옹성 입구로 감히 접근하기조차 두려운 ‘악마의 목구멍’과 같은 형상이다. 화서문의 좌우를 살펴보자. 화서문은 한쪽은 평지성, 다른 한쪽은 산상성이다. 평지 쪽에는 높은 서북공심돈을 세웠다. 치성을 돌출시키고 그 위에 높은 공심돈을 세운 것이다. 적대 역할을 맡겼다. 산 쪽은 자연 지형이 서옹성을 감싸면서 개방된 옹성 입구를 아군이 위에서 지키는 형국이다. 이곳 역시 적이 접근하기조차 두려운 악마의 목구멍이다. 이처럼 창룡문과 화서문 좌우에는 옹성 방어에 필요한 자연 지형이 있다. 돌출되고 높은 지형이다. 지형 자체가 폐쇄형 옹성과 적대의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어 개방형 옹성으로 설계해도 방어에 충분한 것이다. 셋째, 옹성 형식은 문의 성격에 따라 결정된다. 수원화성 사대문은 각각 어떤 성격을 갖고 있을까. 문의 성격은 문의 배치 의도에서 알 수 있다. 수원화성은 계획된 신도시이나 문의 배치는 철저하게 기존의 도로를 반영했다. 그래서 동서남북 균일하게 배치되지 않았고 3개의 문이 북쪽으로 치우쳐 있는 이유다. 장안문은 한양서 수원으로 내려오는 기존의 간선도로에 배치했고 팔달문은 경상, 전라, 충청의 삼남으로부터 올라오는 기존의 간선도로 위에 배치했다. 창룡문은 광주 및 수원과의 기존 지방도로 위에, 화서문은 안산 및 남양으로부터 수원으로 오는 기존 지방도로 위에 배치했다. 이런 배치 의도는 무엇을 의미할까. 장안문과 팔달문은 한양과 삼남을 연결하는 국도, 즉 대도시 간(Inter city) 간선도로를 의미한다. 이에 비해 창룡문은 광주·용인에서 수원까지, 화서문은 안산·남양에서 수원까지만 연결하는 지방도(Local)인 것이다. 창룡문과 화서문은 수원과 인근 소도시를 빈번히 드나들던 하층 백성의 문이라는 의미다. 동옹성과 서옹성을 드나드는 하층 백성들이 편하게 출입하도록 개방형으로 설계한 것이다. 엄격한 출입이 필요한 북옹성, 남옹성과 차별성을 둔 것이다. 정조는 하층 백성, 이웃 백성을 위한 낮은 옹성, 개방된 옹성을 계획했다. 오늘은 옹성 형식에서 공학, 전략, 인문면에서 살펴봤다. 수원화성 개방형 옹성에서 정조의 백성 사랑을 엿봤다. 글·사진=이강웅 고건축전문가

문단부터 영화계까지…200여개 단체·5천명 문화예술인 시국선언

6일 국내 각계각층 문화예술인들이 “국민의 자유를 억압게 한 윤석열은 더 이상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김홍신, 나희덕, 문성근, 유홍준, 정지영, 현기영, 이창동 등 전국 예술인 5천여명과 (사)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사)한국작가회의 등 200여개 단체가 시국 선언문에 연명하며 문학‧연극‧영화‧무용‧음악‧공연·전통예술 등 전 장르의 문화예술계가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윤석열퇴진예술행동(준)은 6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김평수 한국민예총 이사장,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김대현 한국작가회의 비상대책위원장, 박정의 서울연극협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12.3 친위쿠데타에 대한 문화예술인 시국 선언문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백 이사장은 계엄령 사태에 영화 ‘서울의 봄’을 언급하며 현 상황을 꼬집기도 했다. 현장에는 젊은 예술인도 자리를 지키며 동참했다. 뮤지컬 업계에서 스태프로 근무하는 김수진씨(가명·23)는 “예술은 사람의 삶을 더 낫게 하는 도구라고 생각한다”며 “창작자로서 과거에 비해 무대에서 자유롭게 ‘풍자’를 하는 것에 대한 분위기가 위축된 것은 사실이며 여전히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지만 그럼에도 꿋꿋이 이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 업계에서 활동하는 30대 윤현정씨(가명)는 “예술 활동에 대한 예산이 계속 삭감되며 현장에서는 그 위기를 몇 배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윤씨는 “독립영화의 제작 지원 경로는 확연히 줄어들고, 제작 편수도 절반가량으로 감소했다”며 “또, 부산국제영화제 등 대표적인 행사를 제외한 영화제 대부분이 당장 내년에도 열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애초 7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오전 사실상 ‘윤 대통령 탄핵 찬성’으로 선회하며 탄핵소추안 표결 시점이 하루 앞당겨질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장소와 일정이 변경됐다. 주최 측은 “표결 일정과 관련한 긴급상황이 발생해 탄핵에 더욱 힘을 싣고자, 하루 일찍 선언을 발표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윤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현장은 한때 급박하게 돌아가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문학·연극·영화 등 예술계 단체 시국 선언문을 인용하며 입장을 밝히고, 예술 행동에 나섰다. 강욱천 한국민예총 사무총장은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헌을 문란케 한 윤석열은 더 이상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대한민국이 공정과 상식, 평화와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예술인은 각자의 예술 언어로 무장해 저항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영화 ‘서울의 봄’을 언급하며 계엄령 사태를 강력히 비판했다. 백 이사장은 “같은 영화를 봐도 누군가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언론과 출판이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포고령은 국민 기본권의 제한이자,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영화인에게 위헌적인 블랙리스트를 작동한 윤석열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닌 내란죄 현행범일 뿐”이라고 규탄했다. 국내 대표 문인 단체인 한국작가회의 김대현 비상대책위원장은 한국작가회의 성명서를 낭독하며 “윤석열의 야간을 이용한 기습적인 계엄령 선포와 합리적 근거가 없는 포고문은 국회의 정치활동을 억압하고 국민의 일상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 “윤석열의 계엄 선포는 열거할 필요도 없이 대한민국의 헌법을 짓밟는 범죄 행위임이 분명하다. 국민의 이름으로 법의 심판대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작가회의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발표 직후인 4일 새벽 ‘계엄 철폐’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당신(윤석열)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각 단체의 성명 발표와 함께 이삼헌 (사)한국민족춤협회 이사장은 5분가량의 ‘예술 행동’을 통해 억압과 분노를 몸짓으로 표출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김평수 한국민예총 이사장 등 예술인들이 ‘12.3 친위쿠데타에 대한 문화예술인 시국 선언문’을 공동으로 낭독하며 마무리됐다. ‘윤석열 구속 처벌을 촉구하는 예술인 일동’은 시국 선언문을 통해 “내란 책동한 윤석열과 친위 세력을 구속하라”고 선언했다. 예술인 일동은 “여기 ‘21세기 오이디푸스’가 있다. 비극의 원인이 오로지 자신에게 기인한데도 이를 바깥에서 찾고자 했던 어리석은 심문관이 바로 그 사람이다”라며 “자신을 제외한 범인 찾기에 골몰하던 윤석열은 마침내 국민 모두를 자신의 적으로 간주하고 내란을 획책해 이를 실행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제 눈을 파낸 후 왕좌에서 물러났지만, 우리는 그에게 그런 최소한의 양심이 남아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이어 “한강 작가는 ‘소년이 온다’에서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끈질기게 묻고, 우리는 이에 응답하기 위해 야만의 현장을 속속들이 기록할 것”이라며 “권력이 군대를 동원하여 시민을 겁박하는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시민과 함께 저항의 현장에 함께할 것이다. 윤석열이 내란 행위에 책임을 지고 처벌이 조속하게 집행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강, 노벨상 기자회견서 “계엄령 소식에 큰 충격”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6일 “2024년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이날 스웨덴 스톡홀롬 노벨상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며칠 동안 아마 많은 한국분도 그랬을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작가는 “2024년 겨울의 상황이 (예전의 계엄과)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생중계돼서 모두가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라며 “총 든 군인들 앞에서 버티려던 사람들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맨몸으로 장갑차 앞을 막았던 분도 보였고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을 껴안으며 제지하는 모습, 총을 들고 다가오는 사람 앞에서 버티려는 모습, 군인들이 갈 때는 아들들한테 하듯이 소리치는 모습을 봤다. 그분들의 진심과 용기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 작가는 “젊은 경찰분들, 젊은 군인분들 태도도 인상 깊었다”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뭔가 판단을 하려고 하고, 내적 충돌을 느끼면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런 명령을 내린 사람 입장에서는 소극적인 것이었겠지만 보편적인 가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던 적극적인 행위였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바라건대 무력이나 어떤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그런 방식으로 통제를 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월10일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다. 당시 한림원은 그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12월만 기다렸는데”…비상계엄 여파, 경기도 공연업계 연말 특수 ‘먹구름’에 ‘혼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에 따른 여파가 경기도 문화예술계에도 미치고 있다. 5일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비상 계엄령 선포 다음 날인 4일 전국에서 6만 6천758건(5일 저녁 7시 기준)의 공연 티켓 취소가 이뤄졌다. 전날(1만 3천193건)과 비교해 5배, 일주일 전(1만 7천911건)보다 3.7배 늘어난 수치다. 경기도에서도 379건의 예매 취소가 발생했다. 전날인 3일 단 1건도 취소가 없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크게 대조된다. 특히 12월은 연말특수를 노린 발레, 뮤지컬, 콘서트 등 공연이 가장 많은 달이어서 공연업계가 받는 타격이 더욱 큰 상황이다. 이달 고양, 의정부 등에서 2건의 디너쇼와 연말 콘서트를 앞두고 있는 A 공연기획사는 비상계엄이 선포되자마자 판매된 티켓이 줄줄이 취소되는 상황을 겪고 있다. 4일 전체 객석의 5%(50장)에 해당하는 티켓이 환불된 데 이어, 이날도 비슷한 수의 티켓이 또 취소됐다. A 공연기획사 대표는 “홍보를 해도 모자른 시기에 티켓이 팔리기는커녕 환불 사태가 일어나 공연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며 “정치적으로 어수선하니 연말 분위기를 즐기기 어려운 모습이다. 홍보비, 공연장 대관비 등 손해가 막심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한국민예총)은 이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 윤 대통령과 계엄에 가담한 이들을 구속·처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민예총은 성명을 내고 “비상계엄의 이유는 어떠한 명분도 없었을 뿐더러 과정도 불법이었고 내용도 위헌이었다”며 “이제 남은 건 윤석열과 그의 잔당들을 끌어내리고 합당한 절차에 따라 처벌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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